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64화 (36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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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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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준의 물음에 독한 위스키를 들이킨 막스가 뜨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하긴. 놈들을 찾아내서 싹 긁어내야지. 내 사람이었던 녀석이 죽었는데 가만히 있으면 날 뭐라고 생각하겠어?”

“정보는 있고?”

“수집중이야. 아는 채널을 통해서 최대한 모으고 있어.”

“필요한게 있으면 말해. 델타스피릿 전체가 나설 수는 없겠지만 지원해 줄 수 있는 건 해줄테니까.”

“...고맙다.”

막스는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카트뢰즈에서 이스카야 행성까지는 대략 보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그 어리버리한 얼굴을 들이밀고 손을 흔들 것 같았다.

그때였다.

-아아. 형님 계십니까?

“음?”

막스에게 파티채널을 통해 통신이 들어왔다. 그 목소리는 다름아닌 배정현이었다.

-아? 너 죽었다고 들었는데?

-하하. 죽을 뻔 했습죠. 가까스로 살았는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수송선이 박살났다며?

-탈출선 타고 튀었습니다. 제가 생존력 하나는 또 기가막히지 않겠습니까?

-그래. 씨발. 다행이다. 나는 네가 죽은 줄 알고 그쪽 해적들 전부 씨를 말려버릴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막스의 표정이 갑자기 변한 것을 본 준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배정현이야. 살아있다고 하는군. 파티채널에 넣어줄게.”

준이 파티채널에 들어가자 곧 바로 죽은 줄 알았던 배정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 아, 아니 사장님이십니까?

-이야. 말라깽이. 살아있었네.

-하하... 죽을 뻔 했습니다. 헌데 지금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혹시 어딘지 파악 가능하십니까?

-어렵지는 않아. 펠로우쉽에는 위치추적 기능도 있으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며 맵을 켰다. 델타의 매핑 기능은 던전처럼 작은 구역도 그려주지만, 항성단위 레벨의 스페이스 맵도 그릴 수 있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항성계와 각종 성운들이 그려졌고, 그 중에서 배정현의 위치가 반짝이며 빛났다.

-처녀자리 베타항성계네. 이야... 거기 상당히 먼데. 어쩌다가 거기까지 갔냐?

알카트뢰즈에서 이스카야 행성까지는 겨우 보름거리다. 하지만 지금 준이 언급한 처녀자리 베타항성계는 적어도 이곳에서 한달은 날아가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고향에 좀 들렀다가 가려고 했지요. 어머님이 걱정하실 것 같아서. 그런데 가다가 해적을 만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어쨌든 살아서 다행이다. 그런데 보니까 거주행성이 아닌데 생존환경은 어때?

-안좋습니다. 산소도 거의 다 떨어져서... 가만있자. 1시간 남았네요.

-뭐?

막스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신차리고 보니까 불시착한 상태더라구요. 중력도 강해서 오래버티진 못할 것 같습니다. 외부온도는... 300도 정도 되네요.

-지독한 곳에 떨어졌구만.

-나름대로 방법을 찾다가 포기하고 연락드리는 겁니다. 한시간 내로 구하러 오실 수 있겠습니까?

-야. 거기가 어디라고 한시간만에 가냐?

막스가 답답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가장 빠른 고속정을 타고 간다고 해도 일주일 이상 걸리는 곳이다. 준의 워프도 한번이라도 가본적이 있는 곳이어야만 가능했다. 사실상 배정현을 구출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역시 그렇겠지요? 하하. 마지막 인사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배정현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막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웃음이 나오냐 지금?

-그러게요. 사실 웃긴 상황은 아니지요. 그래도 마지막 희망이 꺾이니까 좀 힘들긴 하네요.

그래도 마지막 남은 희망을 준에게 걸어본 모양이었다.

‘처녀자리 베타항성계면 우주선을 타고가기에는 너무 멀어. 그렇다고 공간이동도 불가능하고. 정말 방법이 없는 건가...?’

준이 필사적으로 고심하고 있는 와중에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잠깐. 너 지금 레벨 몇이야?

-네. 5레벨입니다.

-그동안 레벨업안하고 엄청 놀았구만. 내가 나올 때 5레벨이었는데 그동안 뭐한거냐?

-뭐, 쉬엄쉬엄 있었죠. 살아나가는게 우선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꼴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됐고. 지금 내가 인벤토리 권한 넘겨줄테니까 확인해봐.

-인벤토리...? 아! 그런 간단한 방법이?

막스가 감탄하며 준을 돌아보았다. 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지금 어디에 있는거야? 산소는 일단 공급 가능할 것 같은데.

-탈출선 안입니다. 산소만 공급되면 어느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다른 문제가 또 있습니다.

-또 뭐냐?

-배가 고픕니다.

-식량도 넣어줄게.

준이 입을 열었다. 어쨌든 한시름 덜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배정현을 데리러 가는 건 막스가 직접하기로 했다. 사람을 시켜도 되지만 직접 녀석을 보고 두들겨 패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함선은 본래 수송용으로 사용했던 스왈로우를 사용하기로 했다. 수라드행성에서 도착한 스왈로우는 막스를 태우고 플랫폼을 떠났다.

왕복 한 달이 넘는 긴 여행이라, 그동안은 준도 새크리파이스와의 남겨둔 싸움을 준비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당장 녀석들과 붙기에는 이쪽의 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가만히 참고 앉아있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란도넬 행성에 좀 갔다와야겠어.”

“새크리파이스의 본사가 위치한 곳 말입니까?”

“그래. 나라도 가서 두들겨 줘야 속이 풀릴 것 같아서. 한 대 맞았으면 열 대로 돌려줘야지.”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까?”

제임스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많이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거의 10개 함대가 박살났다고는 하지만 녀석들의 전력은 금방 회복될거야. 빠르면 2년 늦어도 3년이면 금방 회복하겠지. 만약 전력을 다해서 함대만을 복구한다고 하면 1년안에도 가능할거야. 그렇게 다시 힘을 키우고 나면 이제는 저번과 같은 실수를 하지는 않겠지. 정면대결은 피하고 수가 적은 우리의 약점을 철저하게 물고 늘어지려고 할거야.”

“그전에 확실히 피해를 주시겠다는 겁니까?”

“그래. 놈들이 피해복구를 할 시간을 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 놈들이 나를 막으려고 해도 막을 만한 전력도 없잖아. 지금이 절호의 기회야.”

“인원은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알바트로스를 운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이면 될 것 같아.”

“그럼 저는 남아서 이곳을 지키겠습니다.”

“그래. 부탁해.”

준은 서은설을 포함 알바트로스를 운용할 최소한의 항해사와, 포탑을 조작할 병사들을 뽑았다. 모두 합해 스무명이라는 단촐한 인원이었지만 애초에 적은 인원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든 함선인데다가 준이 타고 있을 경우에는 델타시스템의 보조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함선운용에 어려움은 없었다.

란도넬 행성까지 가는데는 몇가지 난점이 있었다. 워프엔진을 몇시간 동안 사용하고 나면 한시간 정도는 쉬면서 냉각을 해줘야 하는데, 그 사이 위치가 발각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특히나 새크리파이스처럼 넓은 영역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이미 항성계 곳곳에 탐사위성을 던져놓았을 것이다.

전파가 아닌 엑조틱 에너지를 이용한 레이더는 최소 1광년 이상의 거리를 탐색할 수 있기 때문에 항성계와 항성계 사이의 빈 공간이라고 할지라도 절대로 방심할 수는 없었다.

두 번째로는 준이 없는 사이 혹여라도 이스카야 행성에 새크리파이스가 재침공을 해올 가능성이었다. 정보력에 있어서 준은 새크리파이스의 능력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만약 준이 떠난 것을 확인하자마자 놈들이 다시 쳐들어 온다면 기껏 복수를 할 생각이 나선 준이라고 해도 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일단 한번만 좌표를 찍으면 돼. 그러면 언제든지 란도넬 행성으로 갈 수 있어.’

워프기능을 활용하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같은 방법으로 새크리파이스의 본성인 란도넬 행성까지도 한 번만 도착하면 이후로는 언제든지 그곳에 갈 수 있었다. 경험치의 소모가 심하기는 하지만, 지금의 준에게는 하루면 버는 경험치이니 만큼 크게 부담될 것도 없었다.

“도착 예정시간은 약 열흘입니다.”

“생각보다 가깝군.”

“란도넬 행성을 중심으로 새크리파이스의 영역이 뻗어있으니까요. 이렇게 보면 원형으로 뻗어나간 형태입니다. 모든 물류는 란도넬을 거쳐서 가도록 되어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장점은 하나의 행성을 개발함으로서 다른 행성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단점이라고 하면 란도넬 행성 하나가 마비되면 다른 곳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거겠지요.”

서은설이 간단하게 브리핑을 마쳤다. 제임스와 막스가 빠진 회의실에는 서은설이 가장 상급자로서 향후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었다. 바로 그 아래에서 파비앙이 일등항해사의 역할을 맡아 함선내의 직원들을 컨트롤 하고 있었다.

“이번 작전은 개인적으로 움직일 생각이다. 그러니 내가 없을때는 인근해역에서 대기하다가 혹여나 위험해질 경우 최우선 목표를 생존으로 놓도록. 나는 어떻게든 혼자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가 준의 능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준의 능력은 자신들을 이미 아득하게 초월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번 작전의 핵심은 보안이었다. 준이 나가기 전 플랫폼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스파이를 대비해서 저번처럼 폐함선의 생존자를 찾으로 나선다는 것으로 알려진 채 움직였다. 새크리파이스에서도 설마하니 단 한 대의 함선으로 자신들의 본거지를 털러 온다고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다.

준은 함장실에 앉아서 향후 계획을 간단하게 짰다. 계획이라고 해봐야 별 것도 없었다. 일단 거문고자리 베타 항성계에 도착, 준은 셔틀을 타고 란도넬 행성으로 내려간다. 당연히 감시위성에 걸리겠지만 그다지 상관없었다. 셔틀에도 EX필드가 달려있었고, 원폭이라도 터뜨리지 않는 이상 란도넬 행성으로 내려가는 준을 막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곧바로 녀석들의 주요 생산기지를 폭격할 생각이었다. 그를 위해 출발전에 셔틀에 무장을 추가해 폭탄을 실을 수 있도록 했다. 적재량이 많을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준이 계속해서 생산하면 무한정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궤도내에서는 우주함대를 끌고 올 수도 없다. 그렇다고 대기권 내에서 원폭을 쓸 수도 없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준이 일단 대기권에 들어서기만 하면 새크리파이스에서 준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간단하네.”

변수라면 궤도진입 직전 발각당해 원폭을 맞고 산화하는 것 정도.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준은 셔틀에 카모플라주를 걸었다. 잠시나마 적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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