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63화 (36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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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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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다용도로 쓸만한 녀석이긴 하군. 그나저나 저 녀석을 좀 데리고 가야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

“뭐할려고요?”

“아. 플랫폼의 일을 좀 도울 만한 로봇을 만들어 볼까 해서. 전체를 카피하는 건 무리더라도 구동계 정도는 가지고 올 수 있지 않을까 하거든.”

“프랜은 안돼요. 내 친구잖아요.”

“너는 친구에게 심부름을 시키니?”

“사, 사실은 부하에요. 아빠도 부하들 많잖아요.”

“그래. 그 부하를 좀 빌려갈까 하는데. 정 힘들면 안해도 되지만 금방 새것처럼 해서 돌려줄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우웅... 그러면 하나 새로 만들어 주면 안돼요?”

“새로 만든다고? 저걸 만들 수 있어?”

“안해봤지만... 잠깐만요.”

엘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밖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준이 그녀를 뒤 쫓아가보니 연못가에 앉아 흙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또 그 기계소환 기술을 사용하려는 모양이었다. 준이 그녀의 프로필을 살펴보니 어느새 기계소환 레벨이 중급으로 올라가 있었다.

‘저거 꽤나 쓸만한 기술인 거 같은데. 좀 배워볼까?’

펠로우쉽 계약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기술은 준도 배울 수 있다. 특정 직업에서만 배울 수 있다거나, 고유기술이 아닌이상은 무엇이든지 가능했다. 고유기술이라고 하면 타고나면서부터 가진 재능이 기술화 된 것을 말한다. 엘라의 ‘금수저’같은 기술이 그러했다. 그 사기같은 능력을 보고 한 번 배워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던 기억이 있었다.

-시스템. 제작슬롯에서 프로그래밍을 제외하고 기계소환을 넣을 수 있어?

-가능합니다. 변경하시겠습니까?

-응. 부탁해.

딸깍.

머릿속에서 뭔가 격철이 마주치는 소리와 함께 제작슬롯에 들어있던 기술이 바뀌었다.

기계소환(초급) : 원하는 형태의 기계를 동일한 크기와 형태의 다른물질을 이용해서 소환할 수 있습니다. 소환가능한 기계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숙련도 4%)

현재 준이 사용하는 제작기술은 엔지니어링, 건축, 그리고 이번에 새로 넣은 기계소환이었다. 하지만 현재 준은 A-10을 만들 수 없었다. 그 로봇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이었다. 로오나의 기술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준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도 많이 적용되어 있었고, 그러다보니 만든다고 해도 껍데기 뿐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것은 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준은 굳이 엘라를 말리거나 하는 대신 열심히 흙을 치덕대고 있는 그녀의 옆에 앉아 함께 흙을 만졌다.

사실 염동력으로 해도 되는 일이다. 건축능력이 있는 준은 흙을 이용해서 마음만 먹으면 거대동상까지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엘라와 함께 흙을 만지는 일은 효율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몇시간 동안 정성들여 엘라가 프랜의 모습을 본따서 흙인형을 만드는 것을 도왔다. 마침내 완성된 모습은, 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기 전 원형의 A-10이었다. 그 모습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가 만든 것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이토록 세밀하게 그 모습을 재현해 낸 것 자체가 더 대단했다.

‘미술 쪽 재능도 있는건가...?’

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마무리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엘라의 옆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준은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이쪽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완성! 어때?”

“훌륭해. 솔직히 이렇게 까지 만들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준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녀의 재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금만큼은 정말로 그를 놀라게 했다. 다른 것들은 델타의 보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런 조형기술은 손에 직접 익히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좋아. 그러면 프랜. 잠깐 이리로 와봐.”

근처에서 도시락을 만들어 바닥에 세팅하고 있던 프랜이 엘라를 향해 다가왔다. 엘라가 프랜의 손을 맞잡고는 입을 열었다.

“복사.”

징-

순간적으로 이명으로 착각할 정도의 고주파 음이 잠시 엘라와 프랜이 맞잡은 손에서 울려퍼졌다. 그리고는 맞잡은 손을 떼더니 그 손을 흙인형에 가져다 대었다.

“붙여넣기!”

그러자 방금전까지 흙인형이었던 것이 마치 3D랜더링을 하듯 실시간으로 색과 질감이 변하기 시작했다. 준은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엘라를 만나고서 수없이 많은 기가막힌 일들을 경험했지만 매번 놀라게 되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복사 붙여넣기라니... 이 얼마나 편리한 기술이냐...’

준은 지금까지 자신의 엔지니어링 스킬이 가장 뛰어난 기술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부터 그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진정한 사기스킬은 다름아닌 엘라의 ‘금수저’였다. 방금 전까지 없던 기술을 순식간에 뚝딱하고 만들어 내서는 실전에 응용하는 모습은 이미 이해의 반열을 넘어서 있었다.

‘델타의 기능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쓰는 것 같군.’

엘라는 마치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델타의 기능을 활용하고 있었다. 하나하나 일일이 기술을 확인하고 예측하고 고민해가면서 능력을 발휘하는 준과는 분명히 그 방식이 달랐다. 준의 경우는 기술을 배운 이후에 그 기술의 능력을 확인하고 상황에 맞게 사용한다. 하지만 엘라는 일단 해보고 나서 기술이 생성된다. 그러니 그녀에게 있어 기술이라는 것은 사실상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언제든지 그녀 자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준은 그녀의 프로필을 열어 기술창을 확인했다. 역시나 기술목록에 새 기술이 나타나 있었다.

기술

복사, 붙여넣기(초급) : 하나의 정보를 복사해 다른 매질에 붙여 넣습니다. 붙여넣기 할 대상은 원본과 최대한 가까울수록 완성도가 높아집니다.(숙련도 10%)

기계소환으로 A-10을 제작할 것이라는 준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은 그녀는 또다시 새로운 기술을 얻었다. 준은 그녀의 기술목록을 갱신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준이 일만명의 펠로우쉽들에게 기술을 배워 목록을 채워넣을 수 있듯. 그녀는 스스로 기술을 만들어서 자신의 목록을 채울 수 있었다.

‘이 녀석이 엇나가기라도 하면 큰일나겠군.’

그녀는 델타의 주인인 자신보다도 훨씬 더 성장가능성이 높았다. 그녀에게 따로 공부를 시킬 필요는 없으니, 가능한 한 좋은 환경에서 올바르게 자라도록 신경을 써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를 다녀야 할까...?’

또래집단의 부재는 그녀의 인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또 평범한 아이들 틈에서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당분간은 그냥 지금처럼 시미나 펄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마스터 권한 부여중...]

준은 새롭게 제작된 A-10의 이름을 ‘제로’라고 이름 붙였다. 일단 플랫폼에서 사용할 프로토타입의 로봇이었고, 앞으로 양산할 로봇의 기본베이스가 될 녀석이기 때문이었다.

복사붙여넣기는 일반 기술이었고 준도 얼마든지 익힐 수 있었다. 엘라 덕분에 골치아픈 문제가 하나 해결 된 것이다. 게다가 제로는 원래 대외도형 이족보행전투병기 였기 때문에 개조를 거치면 헌터를 대신해 외도사냥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편 도시에 이 녀석들을 잔뜩 풀어두는 것도 괜찮겠군.’

어차피 이스카야 행성은 크다. 이 거대한 행성에 겨우 1만을 조금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니 행성 전체로 보면 낭비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외도는 헌터들이 수십년 동안 잡아도 남을 정도로 많았으니 로봇을 이용해 사냥을 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손해가 날 것은 없었다. 게다가 알파시티와는 접점이 없는 곳에 로봇들을 풀어버리면 직접적으로 그들과 마주칠 일도 없었다.

준의 입장에서는 손도 안대고 코푸는 격이라 반드시 해야할 작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코드네임 제로, 최상위 관리자 준 알스버그. 권한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명령을 내리십시오.]

“아아. 일단 여기 들어가 있어.”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제로를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엘라는 어느새 연못가에서 자리를 잡고 시미와 펄과 함께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야채만 들어있는 것인지 시미도 열심히 먹고 있었다.

준도 녀석들 곁에 가서 앉았다. 오늘 하루는 이 녀석들과 함께 보낼 생각이었다.

“쿨...”

시미와 엘라가 잠들자 준은 그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펄도 졸리다며 자신의 연못으로 들어갔다. 바다외도인 녀석이었지만 민물에서도 활동에 문제는 없는지 딱히 불만은 없어보였다.

엘라와 시미를 같은 침대에 눕히고 나서, 준은 허리를 펴고 자신의 침대로 돌아갔다. 루나는 오늘도 야근이었다.

제로의 양산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엑조틱에너지의 소모량은 제작기술과 그 방식이 동일했다. 그러니까, 희귀금속이 많을수록, 덩치가 클수록, 구조가 복잡할수록 사용되는 경험치 량이 많다.

그러니 인간크기의 로봇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경험치는 많아야 3만 정도. 개당 30억이라는 끔찍한 가격이기는 했지만 그 범용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제작을 할 가치가 있었다. 게다가 전투병기이다보니 기본적으로 방어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내구성도 뛰어났다. 고장이 나면 엘라의 수리기술을 카피해서 사용하면 되었기에 문제 될 것도 없었다.

척. 척. 척.

준은 그렇게 열대의 제로시리즈를 만들어서 플랫폼 내에 뿌렸다. 관리자 권한으로 플랫폼 내의 치안유지를 첫 번째 목적으로, 그리고 플랫폼 내부의 이상상태에 대한 체크를 두 번째 목적으로 내리자 알아서 움직이며 순찰을 했다.

그리고 원형인 ‘제로’는 항상 준의 곁에 붙어 다녔다. 제임스가 준의 왼쪽에 서있었다면 그 오른쪽을 로봇이 차지한 셈이다.

“끙. 저 자리는 내꺼라고 생각했는데.”

막스가 투덜거리며 입을 열었다. 준이 웃는낯으로 말했다.

“그런 욕심이 있었는지 몰랐는데.”

“사장님의 핵심측근이라는 자리는 엄청나게 매력적이라고.”

“됐고. 언제부터 그런 거 생각했다고.”

“이런 아부가 어설펐나?”

“안어울려. 그나저나 배정현은 어떻게 됐어? 이미 출소한지 꽤 된걸로 알고 있는데.”

그는 알카트뢰즈에 있을 때 막스의 휘하에 있던 궁수였다. 준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는 외도백과사전의 원 주인이기도 했다.

“아아. 그 녀석 연락이 안 되서 한참을 찾았는데. 알고보니 나오는 도중에 해적에게 걸린 모양이더라고.”

“뭐? 그래서?”

“죽었지. 뭐.”

“뭐?”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구조요청은 없었던 거야?”

“아무래도 그럴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 사정을 알아보니 해적선과 그녀석을 태운 여객선이 함께 폭발한 모양이더라고. 진로 간섭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그런가. 안타깝게 됐군.”

“뭐, 누군가는 죽는 법이지.”

막스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입을 열었다. 알카트뢰즈에 있으면서 사람의 죽음을 본 것이 한두 번은 아니었다. 그런 이들은 배정현 전에도 있었고, 또 그전에도 있었다.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술이나 한잔하지.”

준이 입을 열었다.

“그래야겠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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