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62 ----------------------------------------------
로봇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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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준은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강화목록 중에 ‘EX필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착륙장에는 사람이 없었다. 무역제한 때문에 오가는 함선이 없기 때문이었다. 갤럭시에서 오기로 한 물류수송선도 오려면 아직 시간이 걸리니 한동안은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 이걸 브륜힐트에 걸어 볼까.’
준은 120미터짜리 거대한 우주선을 향해 손을 뻗고는 강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시스템메시지가 떠올랐다.
-S급 제작품에는 총 세 가지의 강화능력만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취소할 능력을 선택해 주십시오.
‘음. 역시 하나는 빼야되는 군.’
좀 아쉽지만 강화능력 자체는 제작품의 등급에 영향을 받는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무한정 강화를 걸 수 있으니 생각해보면 그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다. 거기다가 강화자체는 제작품에만 걸 수 있으니 한계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선택강화 자체는 분명히 개사기 스킬임에는 틀림없었다. 무엇보다도 강화능력 자체에도 유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뒤섞여 있고, 상황에 따라서도 그 사용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내부공간을 넓혀주는 능력 같은 것은 수송선에는 최고의 옵션이다. 하지만 전투함에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전함에 필요한 것은 공간확장보다는 민첩성 증가나 카모플라쥬가 더 중요한 능력이었다. 탐사선의 경우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능력을 붙이는 쪽이 이득이다.
‘브륜힐트에 제일 필요 없는건... 역시 적재량 증가려나.’
준은 내부공간을 확장하게 해주는 적재량 증가 옵션을 제거하고 거기에 EX필드를 걸었다.
-강화 ‘EX필드’를 선택하셨습니다. 기존의 능력을 교체하면 일부 경험치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돌려받은 경험치를 강화에 사용합니다. 총 150만의 추가 경험치가 필요합니다.
‘음... 가만있어보자.’
준은 자신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현재 남아있는 경험치는 약 60만 정도였다. 브륜힐트를 생산하는데 거의 모든 경험치를 소모한 때문이었다. 남은 결정체를 전부 박박 긁어서 경험치로 전환하자 아슬아슬하게 150만을 넘길 수 있었다.
-경험치가 충족되었습니다. 강화를 시도합니까?
-잠깐. 혹시 그것도 확률이 있는거냐?
-A급 이상의 경우 성공확률이 있습니다.
-자, 잠깐만.
준은 재빨리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강화확률 자체가 실시간으로 변하다 보니 반드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나서 가장 높은 확률이 떴을 때 강화를 하는 것이 실패확률을 가장 줄이는 것이었다.
14퍼센트, 11퍼센트, 34퍼센트...
낮은 확률만 계속해서 뜨다가 마침내 70퍼센트가 넘는 순간에 강화를 시도했다. 거의 삼십분간 시뮬레이션만 한 끝에 나온 숫자였다.
우웅-
가벼운 소음과 함께 브륜힐트가 진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메시지가 들려왔다.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브륜힐트의 강화능력에 ‘EX필드’가 추가됩니다.
‘됐다.’
비교적 확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실패할 확률도 30퍼센트는 되었다. 다행히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만약 실패라도 했다면 다시 강화를 하기 위해서 최소 1주일, 길면 2주일 가까이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그럼 어디 확인해 볼까?”
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브륜힐트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다른 것은 모두 그대로였고, 특수능력에 적재량 증가가 사라지고 대신 EX필드라는 항목이 생겼다.
‘실드량이 10만 정도인가? 생각보다 많은데.’
알바트로스의 실드량은 5만. 그에 비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 수치가 낮아도 고마워 할 판에 두 배에 가까운 수치로 실드가 부여되었다. 선택강화 능력때문은 아니고, 전문기술자로 오르면서 강화된 제작 능력 때문이었다.
실드량은 생각보다 중요했는데, 실드가 수폭이나 원폭에 깎인다는 점 때문이었다. 직격만 당하지 않으면 상관없지만 함재기들의 미사일을 덩치가 큰 구축함이 피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갤럭시 측에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가지고 고민이 많았다. EX필드의 약점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르고 당했다가는 모든 비난이 준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알아야만 하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100발 이상의 원폭을 막아낼 수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실드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후. 이정도면 이제 군말 할 수 없겠지.”
알바트로스보다 더 강한 함선이다. 이정도면 30조의 가치는 충분히 한다고 할 수 있었다. 치고 빠지기를 하면서 전투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준이 없더라도 하나의 함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걸 생각해보면 오히려 30조도 싸다고 할 수 있었다.
준의 제작품 브륜힐트를 인수하러 온 갤럭시 쪽 사람들이 도착했다. 부족했던 물품들도 한꺼번에 들어와서인지 플랫폼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상품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수라드 행성에서 공급되고 있는 물건들이 있긴 했지만, 그곳에서 제작되는 한정된 물품들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역시 대기업 물건이라 다르구만.”
막스가 흐뭇한 표정으로 신상옷을 몸에 걸치고는 입을 열었다. 기성복 정장이긴 하지만 제법 잘어울렸다.
그가 카렌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옷깃을 세웠다.
“어때? 나도 이 정도면 꽤 괜찮지 않아?”
“옷이 날개로군.”
“잘 어울린다는 말이겠지?”
“뭐, 그럭저럭. 산적인 줄 알았는데 제법 그럴듯한 마피아 중간보스 정도로는 보이는 군.”
“크하하. 역시 남자는 옷걸이가 좋아야 해.”
반쯤은 욕이 섞인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막스는 흡족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카렌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준과 함께 보급품을 실어나르는 중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박스들을 옮기는 그녀와 달리 준은 염동력을 이용해 천천히 걸어가며 보조를 맞추는 중이었다.
“어이. 사장님 그거 상당히 얄밉네.”
“억울하면 너도 배워. 이거 정신력 스탯이 높으면 배울 수 있을걸?”
“정신력이라니. 그런 쓸데없는 걸 올릴 시간에 힘이나 민첩성을 올려야지.”
“하긴. 넌 탱커니까. 정신력에 투자할 스탯은 없겠군.”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정신력에 스탯을 투자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사라면 힘과 민첩에 투자할 것이고 마법사라면 지능쪽에 투자할 것이다. 애초에 준도 정신력에 스탯을 투자할 생각은 없었다. 외도를 상대하면서 녀석들의 특수기술에 대한 저항력을 올리기 위해서 찍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 5레벨 언저리 높아야 10레벨을 간신히 넘는 상황에서 칭호 보너스도 없이 정신력을 40까지 올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본 정신력이 성인의 평균수치인 10이라고 치면 적어도 6레벨은 되어야 순수하게 정신력을 40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겨우 염동력 기술을 하나 얻는 다는 것이 생각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었다. 때문에 준을 제외하고는 현재 엘라만이 염동력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저나 이런 일을 해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군.”
딱히 투덜거리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정말로 무거운 짐을 나르는, 그야말로 노동을 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비교적 어린나이에 상급에 올랐다는 이야기는 그보다 어린 시절에도 두각을 나타낼 정도의 엘리트라는 이야기 일테니, 그런 그녀에게 일꾼들이 하는 일을 시킬 리가 없었다.
“아다시피 우리가 인력이 좀 부족하잖아. 니가 좀 이해해.”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야. 이정도 일이야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고. 헌데 아무래도 효율이 좀 떨어지지 않아? 수송선 한척에서 내리는 물품을 전부 사람손으로 옮기다니.”
“그건 그렇네. 로봇이라도 좀 만들어 둘까.”
“생각해봐. 안그래도 인원이 적은데 이런 단순업무는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지.”
“하긴. 네 말이 맞긴하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엘라가 데리고 있던 로봇이 떠올랐다. 같은 로봇이라도 현세대 기술과 로오나의 기술로 만들어진 로봇의 범용성에는 차이가 날 것이다. 핵심기술력은 현재 준의 제작레벨로 카피할 수 없으나, 구조 정도는 참고할 부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카야 행성의 알파시티에 보급할 물품을 싣고 내려온 준은 상점에 물건을 잔뜩 적재하고는 곧바로 엘라가 머물고 있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평소처럼 검둥이와 시미, 그리고 펄이 있었다. 서은설도 현재 플랫폼에서 물품 분류를 위해 징발 된 상황이라 바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실상 보호자 역할은 검둥이가 하고 있었다. 다만 그렇게 열심이지는 않아서 지금도 구석에서 하품을 하며 반쯤 졸고 있었다.
준은 녀석을 내버려 두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빠닷!”
“준!”
“아저씨?”
“아저씨라고 한 거 누구냐.”
“펄이에욧!”
“이 고자질쟁이!”
“아니. 애초에 니가 말한거 알고 있었거든.”
준은 들고 있던 짐 꾸러미들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일단 녀석들을 바깥으로 내몰았다. 준의 집 바로 옆에 커다란 연못이 있고 그 안에 펄의 조개집이 있었기 때문에 세 사람이 놀기에는 충분했다. 염동력을 이용해 간단히 집 청소를 마친 준은 물에 흠뻑 젖은 채로 놀고 있는 엘라를 불렀다.
“왜요?”
“별건 아니고. 프랜은 어디있어?”
프랜은 엘라가 A-10에게 붙인 이름이었다. 녀석은 무장해제를 당한 이후 엘라를 쫓아다니는 일종의 경호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금 장보고 있어요. 아 저기온다.”
“음...?”
준은 멀리서 걸어오는 프랜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녀석은 앞치마를 두르고는 양손에 잔뜩 먹을 것을 싸들고 오고 있었다.
“어떻게 된거야?”
준이 엘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 보이는 A-10의 모습은 처음 준이 고장난 상태로 가지고 왔을때와는 전혀 그 모습이 달랐다.
일단 은백색의 외골격을 드러내던 모습이 전혀 사라졌다. 겉모습은 사람처럼 피부가 덧씌워져 있었고 그 형태는 사람의 모습과 동일했다. 검은 머리칼은 허리까지 찰랑이고 있었고 얼굴은 꽤나 미인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인데.’
애초에 감정표현은 배제된 모델이기 때문에 표정 변화는 없었다. 그렇다 보니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어도 로봇이라는 것은 확연히 티가 나는 편이었다.
“작은엄마 얼굴을 카피한거에요.”
“아아. 서은설이구나. 어쩐지.”
표정이 없다보니 한번에 알아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대체 어떻게 피부를 만들어 냈는가 하는 점이다. 준이 그녀를 향해 묻자 엘라가 별것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흙을 발라서 만들었어요.”
“저번에 트랜지스터 만들때와 같은 방식으로?”
끄덕.
“그거 기술이름이 기계소환이었던 것 같은데. 저건 사실상 유기체 아니야?”
“유기체라고 해서 꼭 살아있는 것일 필요는 없잖아요. 저거 자세히 보면 실리콘 덩어리에요.”
“그러냐...”
준은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실리콘이든 뭐든, 멀쩡한 로봇을 거의 사람처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미 그녀의 능력은 그의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었다.
[마스터. 이거면 충분할겁니다.]
“고마워. 가서 냉장고에 좀 넣어줘.”
[네. 뭔가 더 필요한게 있으면 말해주십시오.]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아직 조잡한 티는 났다. 입도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 하며, 눈동자도 고정되어 앞만 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그냥 껍데기만 씌워놓은 상태였다.
준은 프랜이 냉장고를 열어 음식물들을 정리하는 것을 보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