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60화 (36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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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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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억지라면 더 이상 할 말은 없겠지.”

“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준이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장원삼이 황급히 준을 잡았다. 그리고 그것조차 실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지며 보이지 말아야할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금처럼 이쪽에서 아쉽다는 티를 내는 순간 협상의 키는 반대편으로 넘어간 것이다. 처음 100조라는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며 협상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던 것은 장원삼이었다. 하지만 준이 가볍게 흔들자 손쉽게 넘어온 것이다.

“그래? 그렇게 원한다면 잠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까?”

준이 씨익 웃으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장원삼은 이미 자신이 궁지에 몰렸음을 알고 있었다. 그럴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 오히려 더 강하게 나가며 치킨레이스를 하거나 아니면 바짝 엎드려 상대의 감정에 호소하는 일이다. 장원삼은 후자를 택했다. 준 알스버그라는 사람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사장님. 좀 봐주십시오. 저희도 이정도면 크게 쓴 겁니다. 여기서 액수가 지나치게 차이가 나버리면 제가 어떻게 될지 잘 알지 않습니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내 입장에서는 돈만 많이 받을 수 있으면 그만인데.”

“지금이야 그렇습니다만. 저처럼 델타스피릿의 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있겠습니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최대한 조건에 맞춰드리겠습니다.”

결국은 액수조정은 힘들다. 하지만 다른 조건을 제시하면 그것은 들어주겠다는 말이었다. 준은 가만히 장원삼을 노려보았다. 그가 식은 땀을 흘리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였지만, 갤럭시에서 정직원 과장을 달 정도면 절대로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확실히 아직도 더 여지는 있겠군.’

초조, 긴장, 불안. 하지만 그 속에는 아직도 여유가 있었다. 준은 그 미세한 감정의 끝을 캐치하고는 못마땅한 듯 고개를 저었다.

“200조. 거기에 무역금지를 풀어주면 생각해보지.”

“사장님. 그건 힘듭니다...”

“됐고. 이게 아니면 난 들어줄 생각없으니까. 생각있으면 콜 하고 아니면 가던가.”

“사정 좀 봐주십시오. 그 조건은 정말 무리입니다.”

갑자기 가격을 두배로 올려버린데다가 추가조건까지 달았다. 준도 이게 무리라는 것을 안다. 다만 장원삼을 다시 한번 흔들기 위해서 내건 조건이었다. 확실히 이번에는 여유가 사라진 것을 느꼈다. 곤란함을 넘어서 암담하기까지 한 오라가 그의 등뒤에서 피어올랐다.

이건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은, 사실 ‘통찰’ 스킬의 도움없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불쌍하니 이쯤에서 봐줄까...?’

이러나저러나 그 동안 많이 부대껴 온 사이였다. 협상상대자가 바뀐다는 것은 준으로서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이토록 쉽게 요리할 수 있는 협상자를 잃는다면 다음부터는 더 골치가 아파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인재풀은 상상을 초월한다.

준이 델타스피릿 그 자체라면, 그것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제임스 맥어보이였다. 하지만 갤럭시 정도 되는 기업은 제임스 정도의 참모진은 널리고 널린 것이 현실이었다. 협상단에서 준 자신 뿐만 아니라 제임스마저도 후려칠 만한 녀석이 넘어온다면 손해가 되는 것은 외려 이쪽이었다.

“150조에 그 조건을 들어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것도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는 조건입니다.”

“뭐,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야... 우리가 하루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

준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장원삼의 표정이 눈에 띄게 나아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거래가 불발이 되면 아무리 정직원이라도 짤릴 수밖에 없었을 테니 그로서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돌아온 느낌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역시 준이 이 거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서로간의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틀어지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 때문에 좀 더 절실한 쪽. 그러니까 장원삼이 오히려 저자세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디테일한 계약조건에 대해서는 논의하도록 하죠.”

큰 그림은 그려졌다. 지금부터는 제임스의 몫이었다.

행성 스파일리.

최초 발견 때부터 석유자원이 풍부할 것이라는 탐사단 보고가 있었고, 그 가능성에 대해서 여러 기업에서 군침을 흘렸다. 하지만 문제는 그 행성의 소유권이 애매하다는 점이었다. 파티마제국에서는 자신들의 영역안에 있는 행성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갤럭시 측에서는 행성의 소유권은 애초에 먼저 탐사를 한 쪽에 있다며 권리를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것이, 스파일리는 애초에 파티마 제국에서 먼저 발견한 곳이다. 스파일리 행성이라는 이름도 파티마 제국에서 붙인 것이다. 다만, 그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탐사를 하지 않고 내버려 뒀던 곳이었고, 그곳에 갤럭시가 들어가 지질탐사를 통해 석유자원의 매장을 확인한 것이다.

영역도 연합보다는 파티마제국에 훨씬 가까운 곳이었다. 그러니까 파티마제국에서 먼저 찜해놓은 곳을 갤럭시가 들어가 깃발을 꽂아 버린 것이다. 이런 경우 결국은 힘싸움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원래라면 파티마 제국의 눈치를 보며 물러났어야 할 갤럭시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스파일리의 잠재성이 엄청난데닥, 석유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던 연방까지 끼어들었다. 서로가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거 엄청 싸움이 커지겠는데?”

준은 신문기사를 읽으며 입을 열었다. 스파일리 행성을 둘러싼 갈등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었다. 이미 육상전은 갤럭시의 승리로 끝났다. 그곳은 갤럭시가 모두 점유하고 있었고, 다음 수순은 항성계를 장악하기 위한 함대전이 될 것이다.

그 싸움을 위해 양측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전함들을 죄다 징발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할거야?”

서은설이 맥주를 마시며 입을 열었다. 마스터가 준의 앞에 차가운 맥주와 함께 시미가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물 컵을 내려놓았다. 준의 앞 주머니에 있던 시미가 얼른 내려와 물 컵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나간 후에 그 물은 마스터의 요리 재료로 사용되었다. 준은 굳이 그걸 어디에다가 썼는지 묻지 않았다. 알고나면 먹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뭘 어떻게 해? 내가 끼어들 싸움이 아니잖아. 구경이나 해야지.”

“갤럭시 쪽에서 도와달라고 했다며.”

“그렇긴 한데... 저쪽 눈치도 보여서 말이지.”

갤럭시의 원군 요청은 계약과정 중에서 나온 말이었다. 준이 제작한 함선은 강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알바트로스 급 함선 한 대를 가지고 하나의 함대를 박살내는 것은 준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었다.

애초에 로버의 존재와 함께, 무한히 탄약을 보충할 수 있는 것도 그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제임스는 미리 이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로버까지 끼워팔라는 장원삼의 요구가 있었지만 그것은 단 한기밖에 없는 것이라 불가하다는 설명을 하자 극도로 아쉬워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로버가 가진 파괴력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준이 이미 영상공개를 했고, 로봇이라는 특성상 인터넷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새크리파이스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로버의 존재를 통해 델타스피릿은 현재 연합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였다. 어떻게 하면 입사할 수 있느냐는 질문들이 모든 채널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그에 더불어 델타폰의 판매량도 엄청난 속도로 늘었다. 펠로우쉽 계약은 현재 정지된 상태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준에게 쏠쏠한 수입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이런 추세라면 그동안 새크리파이스와의 전쟁 때문에 소모한 경험치를 금세 복구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장원삼과 갤럭시 측에서는 로버의 참전을 ‘부탁’했다. 말이 부탁이지만 그것이 틀어진다면 계약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은근한 압박이었다. 하지만 준은 그 압박을 가볍게 무시했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조만간 1차로 20조에 가까운 현금이 넘어올 예정이었다.

“만약 갤럭시가 지면 어떻게 되는거야?”

“손해를 엄청 보겠지. 여기에 쏟아부은 자원만 해도 수백조는 가볍게 넘어갈 텐데 그만한 손해를 보고 나면 아마 업계 1위는 파인애플에 넘겨줘야 할거야.”

“그만한 손해를 보고도 그정도 피해라는 거야? 대단하긴 하네.”

“그게 엄청난 피해인거지. 갤럭시가 업계 1위로서 누리는 이득이 얼마나 큰데.”

연합 내에서 갤럭시가 가지는 발언권은 어마어마했다. 연합의 각종 정책을 자신의 입맛대로 만들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세력에 속한 기업들은 발빠르게 정보를 얻어 이득을 챙겼다.

갤럭시와 연대를 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런 이득을 얻음으로서 100대 기업에 잔류할 수 있었고, 그런 기업들을 휘하에 누림으로서 갤럭시는 또한 발언권을 키워갔다. 장기적인 투자와 이권보장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잔뜩 키운 갤럭시의 힘은 연합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기업이었다.

물론 라이벌이자 업계 2위인 파인애플 사도 그와 유사한 형태의 연대기업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마치 민주국가의 양당제처럼 연합내에서의 정치파벌은 두 부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갤럭시 인더스트리가 손해를 입고 주저앉게 된다면 그 틈을 노리고 파인애플사와 그 휘하의 기업들이 치고나올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연합내에서 쥐고 있는 권력이 점차적으로 파인애플 사의 연대기업쪽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준의 설명에 서은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큰 일이라면 왜 그 ‘연대기업’이라는 곳에서는 참전을 안하는거야?”

“왜라니... 참. 그러고보니 넌 연방시민이었지?”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돈이 되지 않는 곳은 쳐다보지도 마라. 가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 듣거나 생각하지도 마라. 모든 판단기준을 하나로 세워라.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가이다.”

“뭐야? 그 말도 안되게 삭막한 이야기는.”

“연합의 창시자 중 한명인 J.J 브라운의 격언이지. 연합은 원래 모든 행동원리가 돈이야. 갤럭시가 망하든 흥하든 연대기업쪽에서는 돈이 되지 않으면 나설 이유가 없지.”

“갤럭시가 현재의 지위를 유지해야지만 그들도 계속해서 자신들의 이권을 가질 수 있는 거 아니야?”

“맞아.”

“그러면 움직이는게 정상이잖아.”

“아니지.”

“어째서?”

서은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반문했다. 힘은 뭉치면 뭉칠수록 강하다. 그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부정당하고 있다는 것에 약간은 혼란스러워 하는 듯 했다.

“도와줬다고 쳐. 지금은 상대가 파티마 제국이지?”

“응.”

“전쟁에 이길 확률은 얼마나 될까?”

“글세...? 잘봐줘야 30퍼센트?”

“너 같으면 30퍼센트의 확률에 자신의 전재산을 갖다 박을 수 있겠어?”

“그... 렇긴 하지만. 다들 도와주면 그 확률을 올릴 수 있잖아.”

“그게 맹점이지. 다들 도와주면. 그런데 누가 도와주겠어?”

“어. 그러게. 헌데 만약에 갤럭시가 이기기라도 하면 나중에 보복당하지 않을까? 안도와줬다고 말이야. 네가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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