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59화 (35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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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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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분위기는 어때? 스파일리 행성 하나에서 끝나는 전쟁은 아닐테고.”

“행성에서 벌어진 국지전은 갤럭시의 완승이었습니다만, 본격적으로 함대전이 시작되면 파티마제국의 물량을 버틸 수 없을겁니다. 연방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파티마제국의 주위에 적이 많다는 것도 변수입니다.”

기술이 없어도 돈은 충분히 많다. 파티마제국은 전략적으로 소비에트 유니온과 대중화제국과 연계를 하고 있었고, 무기체계는 그쪽의 것을 따랐다. 비교적 저렴하지만 성능도 떨어지는 두 국가의 무기들을 제법 비싸게 사서 재어놓고 있는 파티마제국이지만, 그 절대적인 물량자체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사실상 인구도 적고 경제력이 낮은 소비에트 유니온이 버티는 것은 파티마제국이라는 엄청난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제국 전체로 보자면 전투가 가능한 함선은 대략 2천대가 넘고, 강하돌격병 같은 특수병과의 숫자도 어마어마했다. 거기다가 국가에서 통제하는 헌터부대의 숫자는 인구수 깡패인 중화제국과 비슷할 정도였으니 단일 기업에 불과한 갤럭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다만 시아파 이슬람 국가인 파티마제국은 국가철학을 원리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그로 인한 주변국들과의 분쟁도 많은 편이었다. 연방은 둘째치고, 아프리카 왕국, 신성 아나톨리아 등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다른 국가들과 지속적으로 분쟁을 일으키고 있었다. 특히 비교적 신흥종교를 국교로 삼아 급격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 신성 아나톨리아의 경우에는 파티마제국 입장에서는 어지간히 귀찮은 존재였다.

각기 다른 종교를 국가이념으로 삼고 있다보니 수없이 많은 마찰이 있었고, 그렇다고 어설프게 대응할 수 도 없는 것이 아나톨리아의 광신은 이슬람의 그것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파티마 제국의 수도안 카이로나에서는 일년에도 수십번씩 자살폭탄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쪽에 투사해야 하는 병력도 있는 만큼 전력을 기울일 수는 없다. 거기에 소비에트 유니온이나 대중화제국을 믿을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일단 두 국가 모두 연방의 입김이 강하게 닿는다. 애초에 두 국가의 근본이 인류의 모행성 ‘지구’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주체가 하나의 행성에 모여있는 이상, 연방이 움직이면 그 두 국가가 눈치를 살필수밖에 없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불구경만 하면 되는 건가? 사실 어느쪽이 이기든 별로 상관없는데.”

델타스피릿은 파티마제국 소속기업이다. 한편 그 구성원은 상당수가 무역연합 소속이었다. 게다가 갤럭시가 망한다고 해도, 그게 연합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합은 기업연합체이고, 그 기업 하나 무너진다고 해서 무너질 연합이었다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기업들의 연합은 대체로 느슨했고, 갤럭시가 확실한 보상을 약속하지 않으면 다른 기업들은 이번전쟁에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

파티마제국 역시 그 점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번 전쟁은 갤럭시 인더스트리와 파티마제국의 전쟁이라는 식으로 확실히 선을 그어두었다. 그것만으로 다른 기업들의 동요를 막고 자신들의 힘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갤럭시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장원삼 과장인가? 한동안 안보여서 어디갔나 했는데. 이유는 아무래도 그거겠지?”

전쟁을 앞둔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델타스피릿과 할 이야기라는 것은 뻔했다. 알바트로스의 매각을 논의하려고 들 것이다.

“어쩌시겠습니까?”

“글쎄. 굳이 그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까? 새크리파이스와의 분쟁에서 도움을 줬다면 모를까. 끝까지 모른 척 한 놈들인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지금은 개입하지 않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직 새크리파이스와의 분쟁이 끝나지 않았으니 그것을 핑계로 함선판매를 거절하시면 될 겁니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들이 괘씸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이쪽에도 여력이 없었다. 알바트로스를 매각하는 것은 즉, 새크리파이스에 대한 공세를 포기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만한 도움을 줄 만큼 두 기업 사이의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었다.

“100조...?”

준은 아연한 얼굴로 장원삼 과장을 쳐다보았다. 크흠, 하고 제임스가 헛기침을 하자 준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표정을 바로했다. 하지만 그 정도 표정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만큼 어리숙한 장원삼 과장도 아니었다. 애초에 자신도 처음 상급자로부터 그 금액을 들었을 때 혼이 빠질 정도로 놀랐다. 계약당사자인 준은 오죽하겠는가.

“잠깐. 생각 좀 하지.”

준은 턱을 괴고는 생각에 잠기는 척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임스와 펠로우쉽 통신을 하며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받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천하의 제임스 맥어보이도 100조라는 돈에는 흔들리는 모양이었다. 강경한 태도로 갤럭시의 제안을 거부해야한다고 했던 그 조차도 판단을 보류할 정도였으니 그만큼 장원삼의 제안이 파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100조면 얼마나 되는 거야? 솔직히 나는 감이 잘 안오는데.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한해 순수익이 약 300조 가량 됩니다. 매출은 뭐 그 열배는 간단히 넘고, 총 자산은 따질 필요도 없겠지요. 어쨌든 1년 순수익의 1/3이니 그쪽 입장에서도 엄청난 금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도 이번 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보아도 되겠지요.

-그래도 감이 안오는데.

-수라드 행성의 잠재가치가 약 100조가량 입니다.

-그래...? 생각보다 별로인데?

-잠재가치라는 게 중요합니다. 수라드 행성의 모든 자원과 결정체 산업을 포함한 금액이니까요. 물론 인적자원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만. 수라드 행성의 1년 순수익이 조단위로 나온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시지요?

-그래봐야 다시 행성운영비로 다 들어가잖아. 실제로 남는 돈은 별로 없다고.

게다가 현재는 전쟁중이라 비상운영 중이었다. 사실상 현 상태에서 수라드 행성에서 들어오는 돈은 없다고 보면 되었다.

-그거야 사장님의 운영방식 때문이지요. 새크리파이스가 맡았을 때처럼 최대한 쥐어짠다면 그 수익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러려나. 어쨌거나 구미가 당기는 제안인 건 확실한데...

장원삼 과장의 제안은 알바트로스와 같은 함선 세 대를 판매하는 조건이었다. 대당 30조를 넘는 거액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단 한대로 4개 함대를 물리친 준의 활약을 보고 내린 결정일 것이다. 조만간 접촉해 올 것은 명확했지만 이런식으로, 그리고 이런 엄청난 금액을 제시할 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돈이 정말 썩어나긴 하는 모양이군.

준은 고심하며 한숨을 쉬었다. 문제는 세대의 전함이라는 것이 준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전력이라는 것이다. 물론 다시 제작을 하면 되는 일이다. 알바트로스와 같은 함선을 한대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경험치는 약 600~900만 가량이 든다. 대략 1조가 안되는 금액. 순익으로 따지면 몇십배는 남는 장사다. 어지간히 미치지 않고서야 받아들이는 것이 이득인 상황.

문제는 그러고 나면 델타스피릿의 전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현재 준이 가지고 있는 경험치는 100만이 채 되지 않았다. 그동안 사용한 양이 워낙 많기 때문이었다.

다만 준에게는 아직 사용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는 결정체들이 있었다.

‘잔여 결정체의 숫자가 약 50만개. 아슬아슬하게 한 대 정도 만들 수 있는 양인가.’

다만 생각해야 할 것은 지금도 펠로우쉽과 델타폰을 통해 엄청난 양의 경험치를 매일 같이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1만명의 펠로우쉽이 보내오는 10퍼센트의 경험치는 하루에 10만 이상씩 쌓이고 있었고, 델타폰의 수입도 그에 못지않았다.

즉, 한 달이면 EX필드가 달린 전함 한대 정도는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팔자. 이런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닌 것 같아.

-괜찮겠습니까? 후에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파티마제국에서 어떻게 나올지도 생각해야합니다. 델타스피릿의 전함이 갤럭시에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파티마제국 소속인 우리의 입장도 곤란해집니다.

-우리꺼라는 보장이 없잖아. 색칠도 다시하고 모양도 조금 바꾸지 뭐.

-잡아떼자는 말이군요.

-아니라고 우기면 그만이지.

-갤럭시 인더스트리가 적대적으로 돌아설 경우도 감안해야합니다. 만약 EX필드가 달린 함선으로 반격을 당한다면 우리쪽이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그건 공격불가 옵션이 있으니까 괜찮아. 델타의 영향권에 있는 함선에는 타격을 줄 수 없게 설정할 수 있어. 그 정도 돈이 있으면 더 많은 결정체를 매입할 수 있으니 우리 쪽 전력도 만만치 않아질거고. 적어도 지금처럼 돈에 쪼들리지 않을 수는 있지.

-그렇습니까. 솔직히 거부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제안이긴 합니다.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결정한 뒤로도 준은 곧바로 대답을 주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더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다. 하지만 장원삼은 급해보이지 않았다. 네가 이 딜을 받지 않고 어떻게 할 거냐, 라는 태도였다.

액수가 액수이니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준은 그 속에 감춰진 초조한 기색을 읽었다. 다름아닌 ‘통찰’이라는 기술 때문이었다. 장원삼의 속마음까지 정확하게 읽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태연한 태도와는 달리 그 속이 타들어 가고 있음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조금 애를 태워볼까.’

협상 상대방의 기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전력으로는 파티마 제국을 상대하기 어렵겠지. 단순히 생각해도 거의 수십배가 넘는 전력차가 나는 판이니.”

“그 일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바가 없습니다만, 연방이 저희 뒤에 있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그런가. 하지만 그 지원을 받기 위해서 내어줘야 할 게 많겠지. 그리고 그 지원이 커지면 커질 수록 포기해야할 것도 많아질테고.”

“그건.”

핵심을 찔러들어오는 준의 말에 장원삼은 대꾸하지 못했다. 준의 지적은 정확했다. 이번 싸움에서 앞에 나서서 싸우는 것은 갤럭시 인더스트리였지만, 뒤에서 모든 것을 지원해 주는 것은 연방이다. 그들의 존재가 없다면 애초에 전쟁을 불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갤럭시 인더스트리가 연방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말도 되었다. 선두에 서서 온갖 궂은일을 해야했지만, 결과적으로 연방에 떼어줘야 하는 몫은 자신들이 먹어야 할 것에 비해 훨씬 많을 것이다.

갤럭시 인더스트리가 100조라는 금액을 제안한 것은, 그런 연방의 지원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자신들의 지분을 늘리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었다. 그만한 돈을 내어주고도 그 이상의 이득을 뽑아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준은 거기에 일방적으로 동참해줄 생각이 없었다.

‘니네도 엿 한번 먹어봐야지.’

저번 분쟁에서 뒷짐지고 구경만 한 녀석들이다. 그것으로 갤럭시 인더스트리와 델타 스피릿의 관계는 오로지 거래 관계에 불과한 것으로 확정이 내려졌다.

서로간의 신뢰는 없다. 그러니, 그만큼의 돈을 뜯어낼 생각이었다.

“제임스. 스파일리 행성의 가치를 간략하게 정리해 줄 수 있겠어?”

“자료가 충분치 않아 확신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최소한 1천조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건 지나친 추산입니다! 아무리 석유자원이 많다 한들 그만한 가치를 지닐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채굴을 위한 장비와 유통, 거기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생각하면 수익성은 현저히 낮아집니다.”

“자원산업은 원래 초기투자비용이 많아. 그런 걸 가져다 대면 안되지. 게다가 스파일리를 시작으로 원유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보이는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매겨도 부족하지는 않겠지.”

“그건 억지입니다.”

“억지? 나참. 별소리를 다 듣겠군.”

준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장원삼은 그제서야 아차, 하며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기껏 유지하고 있던 포커페이스가 무너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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