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58화 (35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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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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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앉은 상태에서 준에게 니들리스 스패너를 던졌다. 준이 그것을 받아들고는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어쨌거나 사장님의 실력은 잘 알았어. 다음에 또 대련 부탁해.”

“아아. 나도. 이렇게 피터지게 싸운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군. 솔직히 나쁜 기분은 아니었어.”

준은 카렌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급헌터와의 제대로 된 대련은 처음이었다. 특히나 검술만으로는 준의 실력을 아득히 뛰어넘기 때문에 그를 상대하면서 얻게 되는 경험도 준에게는 중요했다.

외도와의 전투만을 하다보니 인간을 상대로 한 싸움에 약해질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인데, 그녀의 존재로 인해 그 약점을 어느정도 보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웅성웅성.

“지금 쳐야하지 않을까?”

“네가 먼저해.”

“왜 나야. 네놈이 나보다 세잖아.”

“시발. 저걸 보고도 덮칠 생각이 나냐?”

“하지만 지금은 힘을 못쓰는 것 같은데?”

준과 카렌이 대련을 하는 동안 소식을 듣고 모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준에 대한 원한이 있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살기가 줄기줄기 피어올랐다. 하지만 섣불리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두 사람의 전투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질려서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상급헌터 이상의 능력자들이 싸우는 모습을 처음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준은 그렇다 쳐도 카렌의 실력 조차도 그들이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저... 저기...”

그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 준에게 다가왔다. 준이 앉은 자세에서 그를 올려다보자 그가 황급히 자세를 낮추었다.

“뭐야?”

“그것이... 준 알스버그님 맞으시죠?”

끄덕.

준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할말만 하고 가라는 뜻이었다.

“여쭈어 볼것이... 저희는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합니까?”

그는 새크리파이스와의 전투에서 포로로 잡힌 이들 중 하나였다. 준에 대한 반감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당시의 전투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있어 준은 그야말로 지옥의 사신, 그 자체였다. 어지간하면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갇힌 지 벌써 한 달이 훨씬 넘었다. 자신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아 외롭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심적으로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였다.

“델타폰 줬을텐데? 거기에 보면 2번 던전 거주자들에 대한 공지사항 올려뒀으니까 읽어봐.”

“보, 보긴 했습니다. 다만 헌터가 되면 풀어준다는 것이 정말인가 싶어서요.”

“헌터로 각성한 사람은 한 달에 한 번 씩 추려서 행성 엘라로 가게 될거야. 물론 거기서 적응하느냐는 다른 문제이지만.”

“가, 감사합니다.”

그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물러섰다. 준이 확답을 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했는지 그의 표정은 밝았다. 어쨌거나 이런 곳에 있는 것보다는 바깥에 나가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의외로 통제가 잘 되고 있는 모양인데?”

“아아. 저번에 약간 문제가 있어서 신경 좀 쓰고 있거든. 정보가 없으니 다들 혼란해 하는 것 같아서 앞으로 뭘 하게 될지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으니까. 외도가 되기 전에 도른을 시켜서 문제가 되는 이들도 확실히 정리하고 있고.”

혹시라도 도른 한 사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 신고제도도 정비했다. 동료들의 낌새가 이상하면 바로 관련 게시판에 글을 올리도록 한 것이다. 던전내부에서 외도가 생기면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곁에 있던 동료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협력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걸러진 이들은 따로 플랫폼 내에 있는 감옥으로 옮겼다. 외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헌터로 각성한 이후라는 뜻이기 때문에 그들은 정기선을 이용해 행성 엘라로 보내질 예정이었다.

다만 외도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의 인간이 던전에서 벗어날 경우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확실히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준은 정기적으로 엘라 행성에 자리잡고 있는 베를루스 대위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수라드 행성에서 준을 습격하기 위해 진영을 꾸리고 있다가 잡힌 부대의 대장이었던 그는, 현재 엘라에서 실질적인 헌터들의 리더 역할을 하면서 생존을 도모하고 있었다.

그의 보고에 따르면, 몇몇 군인들 중 외도화가 진행되었던 이들에게 펠로우쉽 계약을 맺음으로서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재 준이 통제가능한 1만명의 TO가 가득차면서 더 이상의 펠로우쉽 계약은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 약간의 불안요소였다.

‘슬슬 움직여야 겠군.’

준의 회복속도는 카렌에 비해서 몇 배는 빨랐다. 부러진 뼈는 눈에 띄는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고 갈비뼈는 거의 다 붙은 상태였다. 여전히 척추 손상이 있는 카렌이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준을 쳐다보았다.

“회복속도가 뭐 이리 차이나는 거야?”

“관련 스킬이 있거든. 너도 억울하면 마스터가 챙겨주는 밥 많이 먹어라.”

“뭐? 그 영감님이 그런 재주가 있다는 거야?”

“외도요리가 비싸긴 해도 건강에 좋거든.”

실제로 마스터의 요리를 먹으면서 건강스킬을 얻었다는 사람이 생기고 있었다. 그것이 알려지고 나서 그가 만든 디모나이트로 만든 자양강장 드링크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었다. 비싸긴 해도 펠로우쉽 계약자가 아닌 헌터들은 마스터의 드링크가 주는 회복효과가 상당했기 때문에 필수품처럼 인식되고 있었다.

“음... 아직 경험치를 많이 모으지 못했는데.”

델타스피릿에 합류한 이후, 아직 한달도 지나지 않은 상태라 월급도 받지 못했다. 델타스피릿의 직원은 월급을 현금과 결정체, 두 종류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이번달은 결정체로 받을 생각이었다. 그래야만 그것을 EP로 환산해서 델타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모은 결정체 없어?”

“그런걸 모아서 뭐하게. 전부 현금으로 바꿨지.”“하긴 보관이 안되는 물건이긴 하지.”

준처럼 인벤토리에 넣거나, 엑조틱에너지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특수용기가 아니라면 결정체는 자연적으로 에너지를 내뿜으며 사라진다. 대부분의 헌터가 결정체를 소유하지 않는 이유였다. 애초에 쓸모도 없었기 때문에 가지고 있을 이유도 없었다.

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제 가볼까?”

“야... 나 좀 부축해줘. 움직이기 힘든데.”

카렌이 엄살을 부리며 입을 열었다. 준이 슬쩍 그녀의 체력바를 확인해보니 50퍼센트 이상 체력이 회복되어 있었다.

척추에 손상이 있다고는 하지만, 움직이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신체의 손상을 체력시스템이 보정해주기 때문이었다. 팔다리가 잘린다면 모를까, 뼈나 신경손상 정도는 나노로봇의 보조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

“덩치 값 좀 하시지.”

“아픈 건 싫은걸.”

카렌이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척을 하며 혀를 내밀었다. 준은 피식 웃으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카렌의 몸이 둥실 떠오르며 준을 향해 이끌려왔다.

“오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염동력인가? 엄청난데? 나 그렇게 가볍지도 않은데 말이야.”

“116킬로그램 정도 되는 군.”

“그 사이 좀 빠졌네.”

“펠로우쉽 때문에 그래. 최적의 신체상태를 만들어주니까.”

“흠. 어쩐지 가슴이 약간 작아졌다 싶었더니. 그렇지 않아도 걸리적 거리긴 했는데 잘됐네.”

그녀의 가슴은 덩치만큼이나 지나치게 큰 감이 있었다. 검을 사용하는 전사의 입장에서 가슴이 크다는 것은 항상 페널티였다. 움직임도 둔해지고 방어할 곳도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귀속이 완료되자, 준은 던전을 닫고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착륙장에는 그동안 실종된 사람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내었다. 불행히도 그 와중에 사망자가 꽤나 나왔다. 던전안에서 직접적으로 외도의 공격을 받은 이들도 있었고, 어둠속에서 장시간 있는 바람에 반쯤 미쳐 동료를 공격한 이들도 있었다.

“그 외도들은 어떻게 된거야?”

카렌이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들을 공격했던 웜홀 외도를 찾았다. 준이 입을 열었다.

“아. 그거... 이렇게 된 거 같아.”

준이 3번 던전이라고 명명한 블랙홀 던전이 입구를 열었다. 그러자 그들을 공격했던 슬라임을 닮은 외도가 허공에서 툭 튀어나왔다.

“으아앗! 그놈이다!”

준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순식간에 흩어졌다. 몇몇은 총을 꺼내들었고, 카렌도 긴장하며 검을 뽑았지만 준이 손을 들어 모두를 진정시켰다.

“던전을 귀속했더니 이놈이 내 수하로 들어오더라고. 던전과 이 녀석이 한 몸이라 그런 모양이야.”

“경험치가 많이 들어간 것도 그때문인 모양이군.”

카렌이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 없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슨 짓을 한지 모르겠지만 저 괴물은 더 이상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럼 저 외도가 네 소속이 된거야?”

“아아. 얼추 그런 것 같아.”

준도 처음 있는 일이라 약간 얼떨떨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준이 데리고 다니던 외도들은 모두 델타의 영향권에 있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람다에 소속된 녀석들이다 보니 따로 능력치나 결정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름조차도 #0012-1278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숫자의 조합에 불과했다.

말이 외도이지 그 정체조차도 모호한 녀석들이었지만, 당장 입구를 열기 위해서는 이 녀석들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던전 입구를 소환해제 하면 사라지니 준의 의도와 달리 엄한 사람들을 잡아먹고 다닐 일은 없었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들인 이 놈들을 이용해서 처리해도 되겠군.’

외도를 상대하기 어려운 점은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실드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수가 많다는 점에도 있었다. 일일이 공격을 하며 실드를 깎고 죽이는 데에는 힘이 많이 든다. 하지만 이 웜홀외도를 풀어놓으면 알아서 녀석들을 삼키며 던전 안으로 던져넣을 수 있을 것이다. 웜홀외도들이 대흉근이나 다른 외도들처럼 준의 명령에 정확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얼추 간단한 명령 정도는 알아듣는 듯 했다.

준은 사람들을 향해 슬금슬금 움직이는 약 3미터 크기의 웜홀외도를 역소환했다.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웜홀외도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 후. 제임스가 준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준은 귀를 후비며 대답했다.

“우리와 새크리파이스 사이의 전쟁을 말하는 건 아닐테고.”

“파티마제국과 갤럭시 사이의 전면전입니다.”

“뭐?”

준은 눈을 크게 떴다. 소규모 국지전이야 항상 일어나는 일이라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원을 가지고 다투는 일은 늘 있어왔던 일이고 얼마전에 있었던 국지전도 그저 늘 그랬던 것처럼 적당한 선에서 서로 물러났던 것으로 기억했다. 물론 협상과정에서 갤럭시가 이득을 다소 많이 본 것은 사실이었다.

그 기반에는 준이 넘겨주었던 EX필드가 달린 전차 덕분이었다. 어떤 공격에도 피해를 받지 않는 전차의 존재는 파티마제국 육군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파티마제국과 갤럭시가 미치지 않은 이상 각자의 경제력을 소모하게 만들기만 할 뿐인 전면전을 벌일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자세히 설명해봐.”

“얼마전 자원전을 벌였던 행성 스파일리 건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생각보다 많은 양의 석유자원이 발견 되었다고 합니다.”

“석유야... 뭐 늘 그렇잖아.”

“기존의 행성에 비해 거의 100여배는 많은 매장량을 가지고 있는 행성이라고 합니다.”

지구만해도 엄청나다라는 말로 부족할 정도로 많은 유기체들이 생존했던 행성이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조차, 본격적으로 석유를 채굴하고 난 200년만에 모든 자원이 동났다. 당시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수천 배에 달하는 지금의 경우라면 단순 계산으로 지구 하나에 매장된 석유로는 한달도 사용하기도 버겁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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