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56화 (35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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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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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을 처리할 방법은 없는거야?”

카렌이 창밖을 보며 입을 열었다. 셔틀의 창을 통해 보이는 스벤스케른의 숫자는 총 다섯마리.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천천히 셔틀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셔틀 자체의 방어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

스벤스케른의 발톱은 1미터가 넘고, 부리는 강철을 종잇장 처럼 찢어버릴 수 있다. 비행행 외도치고는 근접전에 특화되어 있는 녀석들이지만, 그만큼이나 접근을 허용하면 위험했다.

“무장은?”

“기관포 2문이 있긴한데... 그게 전부야.”

거기다가 포신이 셔틀 안쪽에 있어 헬기처럼 기관포의 방향을 틀거나 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이 기묘한 법칙아래에서 셔틀을 조종해서 놈들을 처리해야한다는 것이다.

“가능할지 모르겠군.”

일단 준은 조종간을 당겼다. 어차피 이 속도면 금방 따라잡힌다. 던전핵에 도착하기 전에 어차피 싸워야 할거리면 놈들이 제대로 진영을 갖추기 전에 상대하는 편이 이득이었다.

‘물리법칙이 다른 던전이라니... 설마하긴 했지만 정말 이런 곳이 존재하긴 하는군.’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면 물리법칙이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다중우주론 자체가 우리우주의 물리법칙이 절대적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시작한 이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피알게나스의 우주가 준의 우주의 물리법칙과 큰 차이가 없었기에 지금까지는 그런 가능성을 무의식속에 묻어두고 있었다.

‘시간의 왜곡이 생기는 것도 어쩌면 비슷한 이유겠지.’

시공간과 힘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물리법칙 자체가 각자의 힘을 공식화 한 것이다. 살아있는 돼지를 각 부위별로 구분하듯, 각자의 힘에 대한 공식을 따로 나누어 정의한 것 뿐. 결국 파고들어가면 근원에 이르는 하나의 ‘통일장 이론’에 취합된다. 아인슈타인이 열었던 통일장이론의 시작은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파생된 것들은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았다.

멋대로 사고가 나아가던 준은 일단 생각을 멈추었다. 지금은 그런 복잡한 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일단 지금은 녀석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 부터.’

준은 머리속으로 끊임없이 계산을 하면서 적 외도의 궤적과 셔틀의 움직임을 예상했다. 직선운동의 계산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전투는 다르다. 힘의 벡터를 바꾸는 것은 현재 준의 머리로도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컴퓨터처럼 계산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준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다. 델타는 현 인류의 어떤 컴퓨터보다도 정교한 계산을 할 수 있었다.

-시스템. 이쪽 던전의 규칙에 기반해서 운동을 수정할 수 없을까? 일일이 계산하기 힘든데.

-가능합니다. 셔틀의 자동제어시스템에 연동을 하시겠습니까?

-부탁해.

-지금껏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재계산을 하겠습니다. 셔틀의 자동제어 시스템과 연동합니다. 지금부터 가상의 조종간을 생성하겠습니다.

시스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준의 눈앞에 셔틀의 그것과 같은 형태의 조종간이 떠올랐다. 준이 그것을 쥐니 마치 정말로 존재하는 것 처럼 손에 잡히는 감각이 느껴졌다.

-이제 이걸로 조종하면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셔틀의 출력한계를 계산하여 최대 직진 속도는 초속 50미터입니다. 다만, 후진속도는 제한이 없으니 미리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그정도면 충분해.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상의 조종간을 잡았다. 일종의 구현화 기술을 응용한 것같았다. 카렌이 입을 열었다.

“뭐하는 거야?”

“보기나 해.”

준은 조종간을 틀었다. 그러자 셔틀이 방향을 틀며 후방에서 접근하는 스벤스케른을 향해 정면으로 바라보는 형태가 되었다. 즉, 지금 셔틀은 후진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중력장 엔진을 달고 있는 셔틀만이 가능한 묘기였다.

딸깍!

준의 귀에만 들리는 트리거 소리와 함께, 셔틀에서 엄청난 속도로 기관총탄이 발사되었다. 왔던 방향과 반대로 쏘아 나가는 탄환의 속도는 별다른 문제없이, 발사되었고 날아오든 스벤스케른의 본체에 정확히 명중했다.

키에에엑!

“호오. 명중탄인데? 사격솜씨도 훌륭하잖아?”

“시스템 보정이 있는거야. 내 솜씨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

준의 눈앞에는 델타가 만들어낸 자동스코프가 있었다. 하나의 커다란 원과 작은 삼각형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하나의 개체에 집중해서 바라보면 그곳으로 두개의 도형이 모여들게 되고 그 두개의 도형이 목표점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순간 방아쇠를 당기면 그만이었다.

“겸손하셔라. 지금은 자랑 좀 해도 돼.”

카렌이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랑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정도야 뭐.”

“겸손하다는 말은 취소해야겠네.”

그녀가 깔깔대며 웃는 걸 귓등으로 흘리며 준은 눈앞의 외도에게 집중했다. 기관총에 관통당한 외도는 순식간에 속도를 잃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남은 것은 네마리. 주황색 외도정도는 셔틀의 기관총에 무력했다. 녀석들도 그것을 알고 있는지 갑자기 동선이 어지러워 지기 시작하더나 셔틀의 조준선에서 벗어났다.

“그래봤자지.”

준이 일일이 계산했다면 디테일한 방향 전환등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계산은 모두 시스템에 맡기고 준은 조종에만 집중하다보니 자유로운 방향전환과 함께 사격이 이루어졌다.

‘놈들의 속도가 느리다보니 더 쉬운데.’

바깥이었다면 이렇게 쉽게 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놈들도 이 기묘한 법칙속에서 살아가는 놈들이다보니 움직임이 굼떴다. 게다가 단 한 발이라도 맞으면 순식간에 속도가 떨어지며 시야에서 사라진다.

두두두!

가벼운 떨림과 함께 총탄이 쏟아져 나갔다. 외도들은 날개를 펼치며 최대한 방향을 틀었지만, 있는대로 화력을 쏟아붙는 준의 공격에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마지막 하나까지 날개가 찢어지며 시야에서 사라졌고, 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다.”

“대단한데. 사장님.”

카렌이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준이 조종간을 틀어 다시 방향을 잡았다.

“새삼스럽게 무슨.”

“원래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말이야. 이런 말도 안되는 공간에서도 전투를 치르

는 걸 보니 지금까지 내가 알던 세상이 초라하게 여겨질 정도야. 상급헌터라고 잔뜩 자부심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지.”

“너도 충분히 대단해.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널 영입하지도 않았을 거고.”

준은 가상의 조종간에서 손을 놓았다. 더 이상의 습격이 없다면 10분이면 도착할 것이다.

도착을 5분 남겨두고, 갑자기 주변 환경이 변했다. 아무것도 없던 검은 방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이 터져나왔다. 그것은 마치 장막속에서 빠져나오듯, 갑자기 나타났다.

“와...”

카렌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준도 순간적으로 말문을 잊을 정도였다. 그곳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있었다. 붉은 색의 구름처럼 보이는 성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에너지를 뿜어내는 퀘이사. 블랙홀로 보이는 검은 지역. 그리고 충돌하는 은하.

“마치 우주의 축소판 같군...”

준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던전은 그 자체로 준이 살던 세계와는 다른 우주였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준이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이곳 역시 수없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우주의 단편들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준은 디스플레이를 조작해 셔틀의 뒤편, 자신들이 방금빠져나왔던 공간을 비추었다. 그 곳은 컴컴했고,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어쩌면, 저거 블랙홀일지도 모르겠군.”

“설마. 거긴 빠지면 다시는 못나오는 거 아니야?”

“원래라면 그렇겠지만... 이곳은 그정도는 아닌 것 같아.”

“하긴. 자칫 우리도 나오지 못할 뻔 했으니까.”

“다와가는 것 같아. 저기야.”

준이 가리키는 곳에서는 수많은 천체들 중에서도 유독 밝은 빛을 발하는 항성이었다. 우리우주와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작은 이곳은, 항성의 스케일도 작았다. 딱 손안에 들어오는 던전핵 크기의 항성을 보며 준은 셔틀의 속도를 줄였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나가야지.”

애초에 이곳은 축소형이라고는 하지만 우주공간이다. 블랙홀로 보이는 곳에서 빠져나온 이상 관성속도는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속도에 대해서도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준은 셔틀의 센서를 이용해 바깥의 환경을 조사했다. 어지간한 극악의 환경에서도 강화복은 충분히 버텨주지만, 퀘이사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다. 죽음의 광선이라는 감마선이 지나치게 많다면 강화복으로도 버티기 어렵다.

디스플레이를 찬찬히 지켜보던 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방사선 수치가 좀 높기는 하지만 문제는 없어. 강화복으로도 충분하겠어.”

“나도 나가야 하는거야?”

“여기 있어도 상관은 없어. 던전이 깨지면 어차피 바깥으로 나갈테니까.”

방금전까지 전함 카스미의 착륙장에 있었기 때문에 셔틀이 갑자기 던전밖으로 나온다 해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셔틀과 실종된 사람들이 들어가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기 때문이었다.

셔틀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던전핵을 향해 다가갔다. 던전핵은 밝은 하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정말로 그것이 항성이라면 준이 손을 대기도 전에 셔틀이 녹아내렸겠지만, 실제 온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준과 카렌은 셔틀에서 내려 조심스럽게 던전핵을 향해 접근했다.

‘별다른 특징은 없군.’

아이템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생성던전의 핵과는 달리 기존의 던전처럼 평범한 구슬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부수는 것 보다는 귀속시키는 것이 나으려나?’

준은 잠시 갈등했다. 던전핵을 부수면 던전핵이 품고 있는 경험치를 받을 수 있다. 귀속을 시키게 되면 그 만큼의 경험치를 손해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던전에서 얻는 경험치라고 해봐야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준은 람다의 힘을 끌어내어 던전을 귀속시킬 준비를 했다.

-던전을 귀속하겠습니까? 경험치가 10만이 필요합니다. 추가경험치가 필요합니다.

‘추가 경험치?’

준은 잠시 당황했다. 람다의 힘은 델타의 힘을 통해 지배하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그것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경험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일단 10만이라는 고정경험치를 소모하면 능력을 발휘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시그마의 경우도 마찬가지.

-왜 추가 경험치가 드는거지?

-던전이 품고 있는 힘이 람다의 힘을 뛰어넘습니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던전핵이 품고 있는 경험치가 10만을 넘어간다는 말이로군.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서 조각의 힘도 만능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일정 힘 이상의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경험치를 지불해야 했다.

-얼마가 더 필요하지?

-약 50만의 경험치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음...

그 수치를 보자 고민이 되었다. 10만이라면 부담이 많지 않았지만 50만이 더 든다면 그건 이야기가 다르다. 즉, 던전핵을 파괴하게 되면 거의 60만에 해당하는 경험치를 얻게 된다는 말이다. 플러스마이너스를 하면, 이 던전을 귀속함으로 인해 손해보는 경험치는 약 120만에 가까운 것이다.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어?]

[아. 잠시 계산중이야.]

120만. 돈으로 치자면 1200억. 입이 떡 벌어지는 수치다. 이 공간의 장점이라면 시간비가 1대 24로 비교적 다른 던전에 비해 높다는 정도였다. 단점이라고 하면 실지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블랙홀 안쪽의 검은 공간인데, 그곳의 풍경이 너무 삭막하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컴컴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준은 결국 던전 귀속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이 기묘한 규칙의 던전에 대한 연구를 하기위해서였다.

‘엑조틱에너지가 로오나인의 우주에서 흘러들어온 것이라면, 이 던전에서도 무언가 얻을 수 있는게 있을 지도 모르지.’

물론 아무런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다면 일방적인 손해가 될 뿐이다. 하지만 준은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던전귀속을 시행하도록.

-람다의 능력을 활용, 던전귀속을 진행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예정완료시간은 약 12시간입니다.

-오래걸리는 군.

생성던전이 바로 귀속되는 것과 달리 이 던전의 시간은 꽤나 길었다. 그렇다 해도 바깥에서는 30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 준은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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