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55화 (35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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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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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하려는 듯, 순식간에 자신의 발밑에서 나타났다.

“야. 이거 뭐야!”

카렌이 깜작 놀라며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준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당황하지 않고 실드를 펼쳤다. 또다시 폭발음과 함께 준과 카렌의 몸이 들썩였다.

“이거. 아무래도 만만치 않은데. 어디를 가든 전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아.”

“뭐야. 그럼 아무리 달려도 소용없는거네.”

“그런거지. 셔틀을 타고 달린다고 해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건 같을거야.”

“하하. 그럼 잠깐만 좀 쉬자. 나 너무 달렸더니 좀 피곤해서.”

카렌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상급헌터인 그녀가 그 정도에 지칠리 없다. 지친 것은 몸이 아니라 정신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컴컴한 어둠속에서 확신도 없이 달리는 것은 확실히 힘든 일이다.

“아아. 지쳤다. 그럼 난 잠시만 누워있을게. 좋은 생각이라도 나면 이야기 해줘.”

“너희 팀 파티를 맺은 상태이지 않아? 파티채널로 대화를 할 수 있을텐데. 만약 실종된 팀원들이 이곳에 있다면 서로 대화가 가능할거야.”

“바깥에 있는 사람과는 연락이 불가능한건가?”

“안되는 것 같아.”

준은 고개를 저었다. 1번 동굴던전과 2번 공장지대 던전 같은 경우는 문제없이 펠로우쉽 통신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귀속된 던전이 아니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봐.”

카렌은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잠시후, 준은 그녀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카렌이 약간 흥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있어. 여기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아. 세 명 모두 건강한 것 같아. 특별히 문제는 없대.”

“다행이군. 그럼 그 외도들이 모두 이 던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네.”

“스무마리 모두가?”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과 우리가 같은 던전안에 머물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독립된 던전을 각 개체가 가지고 있었다면, 우리가 그 세명과 같은 공간에 있을 확률은 5퍼센트 밖에 되지 않잖아. 반대로 95퍼센트 확률로 내 예상이 맞다는 거겠지.”

“그렇네. 너는 참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

“애초에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니까. 어쨌든 그렇다면 이 던전의 핵만 부수면 그 녀석들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겠군. 어쩌면 20마리 모두가 하나의 개체에서 분화된 녀석일지도 모르겠군.”

“분화했다고?”

“그것도 추측일 뿐이야. 하여튼 각 개체는 던전 안의 다른 좌표지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무슨 말인지 알거같아. 이 근처에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까. 지정된 좌표에 떨어지도록 되어있다는 거겠지?”

“그래. 그들은 아마 다른 외도에게 잡아먹혔겠지. 랜덤으로 좌표를 지정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아닐 확률이 높아.”

“꼭 그런 이유가 있을까?”

“랜덤좌표를 찍으면 던전핵이 있는 위치로 갈 수도 있잖아. 아무리 외도라도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겠지.”

준의 말에 카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그렇겠네.”

“참. 스카라에게 이곳에 들어온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좀 물어봐.”

“알았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연락을 취했다. 잠시후 그녀가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흘 정도 됐다고 하네?”

“그 녀석들이 실종 된 뒤로 우리가 이곳까지 오는데 얼마나 지났지? 아무래도 이곳은 시간 지연이 다른 곳에 비해서 심한 것 같군.”

“네시간 정도였으니까. 세상에 한 시간에 하루가 흘러간다는 건가? 짱이잖아? 하루종일 빈둥거려도 한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거면 완전 이득인데.”

“귀속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만약 던전핵이 있는 곳까지 갈 수 있고, 귀속이 된다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네.”

“훈련장으로 써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렇긴 하지. 그렇지 않아도 제임스가 애용하고 있는 중이야. 업무가 과중됐으니 던전에서 업무를 봐야겠다고 하고 직원들을 끌고 들어가곤 하거든.”

“못된 상사네. 월급은 제대로 주고 있는거야? 계약직 사원인데 그렇게 부려먹는 건 아니지?”

“펠로우쉽에 가입 된 이들은 모두 정직원으로 받고 있거든? 보험은 사정상 못들고 있지만, 연합에서 우리정도로 잘 대해주는 데는 없다고.”

해고와 고용이 자유로운 연합에서 정직원과 계약직, 파견직의 차이는 어디까지나 연봉의 차이였다. 그외에는 보험이라던가 여러 가지 직원편의시설 같은 부분에서도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은 전부 정직원만 사용가능했다. 계약직, 파견직 근로자들은 사실상 기업내에서도 하층에 위치한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연합의 기업에서 사람들은 기를 쓰고 정직원 타이틀을 따려고 애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안정적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대우는 일반 계약직보다는 훨씬 좋아진다.

“뭐, 그런 것 같기는 하더라고. 다들 열심히 일하는 걸 보니까.”

카렌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델타폰을 꺼내서 바깥과 통신 시도를 해보았다.

“역시 전화는 되지 않는군.”

“펠로우쉽 통신이 되지 않는데 전화라고 될 리가 없잖아.”

“혹시나 했지. 델타포럼도 업데이트가 안되는 것 같고. 이건 되려나?”

카렌이 델타스토어에서 물 한통을 구입했다. 그러자 1EP가 빠져나가며 10리터짜리 물통하나가 꽉 찬 채로 생성되었다.

“일단 제작은 문제없이 되네? 그나마 다행이네. 적어도 굶어죽을 일은 없겠어.”

“애초에 던전에서는 안먹어도 상관없어. 필요한 에너지는 모두 엑조틱 에너지로 공급되니까.”

“그래도 되는건가?”

“안되지. 그래서 일반인들이 던전에 오래 있으면 외도화의 위험성이 있어. 정신오염도 생기는 것같고. 능력이 높고 낮음은 관계없는 것 같아. 단지 체질이 엑조틱 에너지에 쉽게 오염되는가 그렇지 않은 가로 갈리는 것 같더라고.”

준은 실버서퍼의 멜기오스와 샬롯을 떠올렸다. 두 사람다 상급헌터였지만 오염을 피할 수 없었다. 멜기오스는 아예 외도가 되어버렸고, 샬롯도 반쯤 외도화 된 상태였다. 그에 반에 일반인이었던 이들이 오히려 더 잘버티는 경우도 있었다. 시간을 들여 관찰한 것이 아니라 확실한 가설은 없었지만 일단은 체질이라는 결론을 내려둔 상태였다.

“잠깐. 그러면 우리도 이렇게 오래 있으면 안되는 거 아니야?”

“괜찮아. 펠로우쉽의 경우에는 델타시스템이 있으니까. 아마도 엑조틱 에너지를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편리한 녀석이네. 그 델타라는 거.”

“확실히 그렇지. 자. 그럼 충분히 쉬었으면 움직여 볼까?”

“응? 어딜 간다는 거야? 움직여 봤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 뿐이잖아.”

카렌의 말에 준이 몸을 풀면서 입을 열었다.

“방금 봤잖아. 내가 던진 수류탄이 앞으로 나가는 거.”

“그리고 다시 되돌아와서 폭발하는 걸 봤지.”

“중요한 건, 앞으로 나갔다는 거야. 그리고 그 거리는 던지는 힘에 비례했어. 이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음. 글쎄. 세게 던지면 멀리 날아간다는 평범한 진리?”

“그런게 아니야. 아까 계산한 바에 따르면...”

준은 그렇게 말하며 카렌에게 자신이 만든 계산식을 보여주었다. 그리 복잡한 것은 아니었고, 정규교육과정만 이수했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어? 이거 왠지 알 것 같은데. 가속도 그래프 아니야?”

“맞아. 힘을 주어 던졌을때만 앞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지. 그 시간과 거리를 측정해본거야. 결론은 나왔어. 이 던전은 규칙이 있어.”

“가속도 만큼 앞으로 나아간다는 거야?”

“아마도.”

“그다지 믿음직하지 못한데?”

“내가 아마도라고 이야기 한 건 대부분 맞다고 생각하면 돼. 자 어쨌든 그럼 슬슬 움직여보자.”

카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가속도 만큼의 거리를 이동한다고 쳐. 그러면 달리는 동안 계속해서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거 잖아. 아무리 나라도 그럴 자신은 없는데.”

카렌의 걱정에 준이 허공에 손을 저었다. 그의 등 뒤로 20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셔틀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너 대체 인벤토리가 얼마나 넓은거야?”

준이 인벤토리에 갖가지 물건을 넣고 다닌다는 사실은 안다. 물론 셔틀도 들어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준이 타고 온 셔틀은 알바트로스 안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넓지는 않아. 우주선도 하나밖에 안들어가고.”

“우주선이 들어 간다고? 잠깐만 계산 좀 해보고... 큐브하나에 경험치가 100이니까...”

“됐어. 나중에 계산해. 일단 타기나 하라고.”

셔틀은 서서히 속도를 높였다. 반중력 엔진을 달고 있는 물건이라 마음만 먹으면 가속도는 엔진이 허락하는 한 까지 올릴 수 있었다. 준이 셔틀을 출발시키자, 점멸하는 맵의 광원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먼거리는 아닌 것 같아. 대략 10킬로미터 정도인 것 같네. 이 속도라면 20분도 안걸려서 도착할 것 같아.”

“정말이군.”

카렌이 신기하다는 듯 맵을 살펴보았다. 직접 달렸을때에는 전혀 가까워지는 것 같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주 조금씩이지만 목표지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도착하면 어떻게 할 거지? 뛰어내려야 하는 건가? 가속도를 그렇게 주면 도착지점에서는 엄청나게 빠르게 날고 있을텐데 잘못 뛰어내렸다가는 가루가 되고 말텐데.”

“그렇게 빠르지 않을걸?”

“그건 무슨 소리야? 나도 배울만큼 배운 여자라고. 초당 10미터라면 도착할때츰에는... 아.”

“이제 알았어?”

“응.”

카렌은 약간 붉어진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준은 초당 10m의 가속도를 주며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만 해도 결국 1000초 동안은 날아야 했다. 아무런 제약이 없는 곳이라면 초당 10m의 가속력을 가하면 1000초 이후에는 초속 10킬로미터가 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저 느림보처럼 초당 10미터만을 날아갈 뿐이다.

가속도를 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었다.

“이제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돼.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말이지.”

준은 그렇게 말하며 조종석에 몸을 파묻었다.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준은 자신의 입을 저주했다.

“그러게 왜 그런 말을 해가지고서는.”

“저 녀석들이 나타난게 내 잘못이냐?”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셔틀 바깥의 상황을 살폈다. 처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셔틀은 느리지만 천천히 전진했고, 목표에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헌데 목표지점을 절반 가량 남겨준 상황에서 갑자기 셔틀의 앞에서 외도가 나타난 것이다.

꽤애애액!

준의 디스플레이에 녀석의 이름이 떠올랐다.

괴조 스벤스케른.

주황색 외도로, 날렵한 몸체에 긴 주둥이, 깃털이 없고 박쥐같은 날개를 가지고 있는 비행형 외도였다.

“저 녀석들은 이 던전안의 규칙에 영향을 받지 않는거야?”

카렌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아마도 영향을 받긴 하겠지. 하지만 이곳에 오래 살다보니 나름대로 돌아다니는 법을 익힌 건 아닐까 싶어.”

가속도를 주는 만큼 움직인다, 반대로 말하면 속도를 줄이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그것을 이용하면, 이 기묘한 규칙을 가지고 있는 던전에서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었다. 실제로 준도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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