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54화 (354/540)

0354 ----------------------------------------------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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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일단 흩어져서 상대하자. 같이 있으니 퇴로가 완전 차단되어서 움직이기가 힘들어.”

“알았어.”

카렌이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준과 멀어졌다. 20여마리에 이르던 외도가 둘로 분산되자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제법 넓어졌다. 놈들의 속도는 둔해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빨랐기 때문에 머리위로 뛰어넘는다던가 하는 짓을 했다간 금세 붙잡힐 위험이 있었다. 준은 일단 풍운보를 시전하며 몰려오는 슬라임 외도들의 공격을 회피했다.

싸아아-

놈들의 공격은 단순했다. 오로지 몸으로 치받아 오는 것이 전부. 하지만 그 단순한 공격에 상급헌터 포함된 3인이 당했다. 괜히 근접전으로 싸우는 것은 영리하지 못한 일이었다.

“카렌. 되도록 녀석들에게 근접공격은 하지마. 아마 그 공격을 무시하고 달려들테니까.”

“나도 그정도 머리는 있어.”

카렌도 준처럼 회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녀석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던졌다.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었다. 순간적으로 그쪽으로 시선을 빼앗긴 준의 곁으로 외도가 달려들었다.

파앙!

오른손에 실드를 펼쳐 녀석을 쳐낸 준이 카렌을 향해 외쳤다.

“그게 뭐야!”

“플라즈마 수류탄. 몇 개 가지고 있던거야.”

카렌은 아쉽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외도에게 화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걸 던진거야?”

“아. 녀석들이 정말로 웜홀로 이루어진 외도라면, 그 안으로 던져넣어볼까 해서.”

“그거 괜찮은데?”

준도 인벤토리에서 플라즈마 수류탄의 개수를 확인했다.

‘3개 정도 남았네.’

그동안 쓸일이 없어 짱박혀 있던 물건이지만 상태는 좋았다. 준은 안전핀을 뽑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외도를 향해 던졌다.

텁!

수류탄이 외도의 몸에 박혀들더니, 순식간에 녹아들 듯이 사라졌다. 녀석의 몸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폭발한다면 뭐가 되었든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푸슉!

잠시후, 수류탄을 먹은 녀석의 몸에서 하얀 연기가 치솟아 오르더니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한방에 죽이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타격은 입은 것 같았다.

“제대로 먹히는 것 같군. 외부와는 달리 내부에서는 화기에도 피해를 입을 만큼 약한 것 같아.”

“일단 방법을 찾긴 한 것 같은데...”

카렌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녀석들이 죽으면,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를 내 팀원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던전이 깨지면 보통 안에 있던 사람들은 바깥으로 나올 수 있긴 한데. 아닌 경우도 있어서 뭐라고 말을 못하겠군.”

대부분의 던전은 부서짐과 동시에 안에 있던 사람들을 바깥으로 뱉어낸다. 하지만 대형 던전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던전이 깨지는 것보다, 던전 자체의 세계가 먼저 무너지는 경우였다.

“안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

카렌이 입을 열었다. 외도들은 수류탄을 들고 있는 카렌과 준을 보고는 섣불리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이다.

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하긴 하겠지만... 강화복 입고 대기해.”

“알았어.”

카렌과 준은 인벤토리에서 벗어두었던 헬멧을 꺼내어 머리에 썼다. 혹시라도 웜홀 안의 환경이 좋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자... 그러면 어떤 놈부터 할까.”

준은 놈들 중 가장 덩치가 큰놈을 하나 골랐다. 크기가 2미터가 넘어 두 사람에 들어가기에 충분히 컸다.

“저 녀석으로 하지.”

카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탓!

준은 카렌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실드는 펼치지 않았다. 그래야만 놈의 몸에 충돌하지 않고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쓰으으-

갑자기 준과 카렌이 달려오자 외도들이 준을 향해 우르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애초에 놈들의 목표와 자신의 목표는 같았다. 그러니 굳이 피할필요는 없다. 순식간에 외도 형태의 웜홀을 향해 안으로 파고든 준은 그대로 카렌을 잡아당겼다.

-잠깐 사라질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대기하고 있어.

준은 웜홀로 빨려들기 직전, 서은설을 향해 메시지를 보냈다.

준과 카렌, 두 사람은 짙은 어둠속에 서 있었다. 순간 번쩍하고 밝은 빛이 쏟아지나 했더니 칠흑같은 어둠이 그들을 반긴 것이다. 라이트 세이버를 뽑아들었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천장도, 벽도, 사람도,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가 던전이야? 처음들어와 보는데.”

카렌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그다지 겁을 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긴장하고 있는 것은 준이었다.

‘이런 던전도 있었나...?’

지금까지 준이 경험했던 던전과는 달랐다. 보통은 그 안에 동굴이 있거나, 그게 아니라 해도 어떤 종류든지간에 무언가 존재해야했다. 하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라이트세이버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마저 어둠속에 잠식당하고 있었다.

“일단 움직여보자.”

하지만 준은 곧 정신을 차리고는 맵을 펼쳤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맵의 한 지역에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이 웜홀형 외도의 핵이 있는 장소일 것이다. 결국 던전을 파괴하는 방법은 같았다. 던전핵을 부수는 것이다.

“어딘지 알고 가는거야?”

“맵 열어봐. 거기에 나와있을거야.”

준의 말에 카렌이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5레벨부터는 의식만으로 델타를 조작할 수 있게 되는데도 일일이 수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선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 그런데 거리는 안나오네?”

“원래는 주변 지형으로 파악하는데, 여기는 지형이랄게 없으니...”

준도 그 점이 약간 걱정되었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경험상, 멀어봐야 두세 시간 거리였기 때문에 속도를 내어 움직이면 금방 도착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속을 움직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바닥은 평평했고, 다른 외도나 장애물 같은 것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준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제아무리 달려도 좀처럼 목적지가 가까워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대로 가는 게 맞아? 아무래도 아닌 것 같은데.”

카렌이 입을 열었다. 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서서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일단 계속 가보자. 뭔가 변화가 있을 때 까지는 달릴 수밖에 없어.”

“알았어.”

카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게 거의 삼십여분을 달리고 난 후에야, 준은 자신들이 목적지에 조금도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준은 어쩔 수 없이 카렌을 데리고 자리에 멈춰섰다.

“일단 잠깐 멈춰봐.”

“알았어.”

준은 자리에 선채로 다시한번 맵을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위치와 점멸하는 광원과의 거리는 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까지 달린 거리가 최소 수십킬로미터는 될거야. 헌데 조금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건 확실히 이상한데.”

준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무 적 외도를 우습게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놈들이 자신있게 자신의 뱃속에 적을 집어넣으려 할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비밀이 있는 걸까?”

카렌의 물음에 준이 입을 열었다.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많지 않아. 일단 첫 번째로 정말로 목적지가 너무 먼곳에 있어 수십킬로미터로는 티도 나지 않을 정도로 멀다는 것. 그 정도가 되려면 최소한 수만 킬로미터는 되어야 하겠지. 절망적인 거리이기는 하지만 셔틀이 있으니 차라리 그편이 나을 수도 있어. 그걸 타고 움직이면 언젠가는 도착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골치아파지겠지.”

“그게 아니라면 뭐가 문젠데?”

“어쩌면 이 공간이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아무리 달려봐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는거야.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곳의 좌표와, 목적지의 좌표의 거리가 무한대만큼 멀다면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도달할 수 없을 수도 있어.”

“그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모르지. 외도의 정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준의 말에 카렌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에 빠져있고, 여길 나갈 방법이 없다는 거지?”

“나갈 방법이 없다고는 안했어.”

“방법이 있어?”

“일단 이것저것 시도해 볼 생각이야. 일단 가장 쉬운 방법은 이 공간 자체를 무력화 시키는 거고.”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인벤토리를 열어 남은 수류탄을 전부 꺼내었다.

“인벤토리는 무리없이 작동되고 있어. 정보는 교환되고 있다는 신호야. 적어도 이것만으로도 허수공간은 아님은 알 수 있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봐.”

“그러니까 인벤토리의 공간은 차원의 틈새, 즉, 차원의 잉여분 사이에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어. 즉, 이 던전 안의 공간이 완전히 세계와 단절되어 있다면 차원의 틈새에서 정보를 불러오는 방식은 사용할 수 없겠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어쨌거나 이쪽 정보는 외부와 교환이 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 틈을 찾아내면 나갈 방법도 알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외부와 완전히 밀폐되어 있는 건물을 상상해 봐. 그곳은 눈으로 보기엔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이 생겼어. 문도 없고 창문도 없지.”

“완전히 네모박스처럼 생긴 건물이라는 거야?”

“그래. 그런데 말이야. 이상하게 그 건물 안에서 산소가 공급되고 있다는 거지.”

“환풍구 같은게 있지 않을까? 아. 지금 그걸 찾아보려는 거야?”

“일단 그 전에 건물을 폭파시켜볼까 생각중이야.”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허공으로 플라즈마 수류탄을 집어 던졌다. 꽤 멀리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수류탄은 겨우 20여미터 정도만 날아가고는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준과 카렌이 있는 곳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오기 시작했다.

“무슨...”

준은 일단 실드를 펼쳤다.

콰앙!

수류탄이 폭발하며 충격파가 날아왔다. 다행히 함께 날아온 파편과 함께 모두 실드에 막혀 튕겨나갔다.

“하. 깜짝 놀랐네. 뭐야? 일부러 그렇게 던진거냐?”

“그럴 리가 있냐. 혹시라도 다칠까봐 꽤 멀리 던졌다고. 최소한 100미터는 날아갔어야 정상인데...”

“그럼 저게 왜 돌아오는 거지? 설마 우리랑 같은 상황인건가? 우리도 저 수류탄처럼 앞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거야?”

“글쎄... 어쩌면.”

카렌의 말에 준은 무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언가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류탄의 궤적은 상당히 특이했다. 금방이라도 멀리 날아갈 듯이 쭉쭉 뻗어나가던 녀석이 다시 천천히 돌아오더니 무서운 기세로 자신들을 향해 날아왔다.

무언가 알듯말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스마트패널을 꺼내들고는 메모장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원래라면 수류탄이 100미터 이상은 날아갔어야 했단 말이지. 그런데 겨우 20미터도 채 못가서 돌아왔고.”

준은 남은 수류탄 중 하나를 또 집어 다시한번 멀찌감치 던졌다. 이번에는 준이 던질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실었다.

휘이익-

엄청난 기세로 허공을 날아가던 수류탄은, 하지만 처음의 그 기세와는 달리 순식간에 속도가 줄더니 이내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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