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53화 (35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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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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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럼 아이버슨. 2미터의 키에 육중한 거구의 사내. 중급 헌터로서 수없이 많은 사선을 건너온 자. 어쩌면 눈앞의 카렌보다는 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준의 이상은 다름아닌 셀럼이었다. 그처럼 강인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자신처럼 음지에서 썩어가고 있던 범죄자들에게 다시한번 기회를 주고, 그들을 밝은 세상으로 끌어내어 일하도록 하는 것은 자신을 돌아봐주었던 셀럼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수라드 행성에서 실종되었다고 했는데...’

한 번쯤은 그를 수색할까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수라드 행성의 지배권을 손에 넣은 지금이라면 돈을 얼마든지 풀어서라도 그의 행방을 수소문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이미 그가 실종된 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준은 그가 어디선가 살아있기를 바랐다. 자신의 손으로 그의 죽음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간 만나겠지.’

그는 틀림없이 살아있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강인했던 그라면, 틀림없이 그러할 것이다.

“준?”

“아. 미안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집중해. 지금부터는 녀석들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까.”

카렌이 긴장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방심하지 않았다. 스카라의 실력이 어떤지는 그녀 자신이 가장 잘알고 있다. 그런 그가 당했다는 것은 카렌 자신도 언제든지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준을 흘깃 바라보았다. 잠시 멍하니 있던 그는, 자신의 경고에 다시금 정신을 차린 듯 했다.

‘토르. 네 말이 맞기를 바랄게.’

준의 능력은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수라드, 이스카야 행성계에서의 연이은 전투는 평생 상상도 해보지 못한 충격을 그녀에게 안겨주었다. 그 힘이, 지금 실종된 동료들을 찾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전투의 흔적이 있어.”

카렌이 가리킨 방향으로 준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틀림없이 검을 내리친 흔적이 있었다. 준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 흔적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무언가 느낌이 좋지 않군.’

예의 직감이 발동되었다. 준은 시스템을 불러냈다.

-시스템. 혹시 이 근처에서 특정한 에너지파장을 확인할 수 있나?

-미세하지만 엑조틱 에너지의 흔적이 있습니다. 맵에 표시할까요?

-부탁해.

-지금부터 10eV이상의 엑조틱 에너지를 맵에 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eV란 엑조틱 에너지의 단위였다. 경험치나 EP와는 또 다른 측정치로 주로 순간적으로 방사되는 에너지의 크기를 나타내는데 사용했다. 즉, 휘발성 에너지를 말함이었다.

삐이-

가벼운 비프음과 함께 맵의 위에 붉은 선이 그려졌다. 그것은 준이 확인할 수 있는 맵 전체를 따라 어지럽게 그어져 있었다. 어떤 것은 얇고 어떤 것은 두꺼웠다.

‘두꺼운 쪽이 비교적 최근에 생긴 흔적이겠군.’

어지간한 외도들은 엑조틱에너지를 외부로 흘리지 않는다. 흘린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흩어질 정도의 미량만을 내뿜는다. 하지만 지금 이 함선안에 있는 무언가는 말그대로 엑조틱 에너지를 질질흘리고 있었다.

‘이건 마치... 달팽이 같군.’

달팽이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선명한 자국이 남는다. 그런 것처럼 그 정체모를 외도가 지나간 흔적은 뚜렷하게 엑조틱 에너지의 흔적이 남았다.

“따라와.”

“뭔가 발견했어?”

“놈들의 흔적이 이쪽으로 이어져 있어. 전투준비해. 금방 마주칠 지도 모르니까.”

타탓!

준이 풍운보를 시전하여 빠르게 복도를 내달렸다. 카렌도 그의 뒤를 따랐다.

‘보여라. 어디에 있느냐!’

준이 마음속을 외치며 빠르게 흔적을 따라 달렸다. 그리고 맵의 붉은 선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준의 움직임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준 자신이 쫓던 붉은 선도 방향을 틀어 자신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놈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오는 모양인데? 적어도 숨거나 도망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이곳에서 기다릴까?”

“아니. 상대하기 좋은 공간이 있어.”

함선 내부의 지도는 이미 외웠다. 준은 카렌과 함께 퇴로를 확보하기 용이한 착륙장으로 달렸다. 착륙장에 도착하자, 텅빈 공간에 몇 대의 셔틀이 보였다. 어떤 것은 이미 고정쇠가 풀려 있는 것도 있었다. 누군가 탈출을 하기 위해서 사용하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준이 착륙장 한가운데에 섰다. 카렌도 검을 꺼내들고는 그 옆에 섰다. 조용히 탐색하기란 애초에 틀렸다. 남은 것은 놈들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 뿐.

“큭큭...”

카렌이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

“아니. 원래 이런식으로 일을 처리한다 싶어서. 애초에 조용히 들어올 이유도 없었잖아.”

“미안하지만 난 훈련받은 군인이 아니라서. 애초에 복잡한 것보다는 이런식이 편하기도 하고.”

“그래. 어쨌든 결과만 좋으면 좋은거겠지.”

어쨌든 준의 행동으로 인해 적 외도의 정체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어영부영하면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다가 늦어버리느니 이쪽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팟-

카렌의 눈앞에서 무언가가 점멸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가 준을 흘깃 보았다.

“봤어?”

“잠깐이지만.”

“뭐였지?”

“글쎄. 내 눈에는 젤리 같았는데.”

날아오는 총알의 궤적을 볼 수 있을 정도인 준의 동체시력으로도 놈의 형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것이 빠르기 때문이 아니었다. 녀석의 몸이 마치 점멸이라도 하듯,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위험!”

준이 카렌의 오른쪽을 향해 손을 쭉 뻗었다. 준의 손을 중심으로 육각형 모양의 실드가 쫙 펼쳐졌고, 무언가가 실드에 막혀 튕겨나갔다. 그것은 잠시 꿈틀거리더니 다시금 꺼지듯이 사라졌다.

“뭐야?”

“모르겠어. 처음보는 녀석이야.”

녀석의 몸은 마치 투명한 기름덩어리가 뭉쳐진 것처럼 느껴졌다. 스펙트럼이 그 투명한 몸위를 따라 흐르고 있었고, 그 질감은 젤리 같은 것보다도 훨씬 더 유연했고 탄력이 있었

다.

-영상분석 좀 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서은설이 대답했다. 어깨에 달린 강화복의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영상을 알바트로스로 전하고 있었다.

쓰으으으-

마치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준은 긴장을 놓치지 않으며 라이트세이버를 꺼내들었다. 헌데, 묘하게도 라이트세이버의 빛이 퍼지자 순간적으로 녀석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준!”

“알아! 매크로 미사일!”

준이 왼손을 뻗어 수십개의 마력탄환을 쏘아보냈다. 재사용대기시간이 서로 다른 수십개의 원거리 마법이 준의 손을 통해서 외부공간에 투사되었고, 그중에서 하나의 개체. 갑자기 발각된 자신의 상황에 당황한 듯 몸을 꿈틀거리고 있던 녀석에게 일제히 꽂혔다.

쿠과과광!

충분한 마나를 머금은 마력탄들이 일제히 폭발하며 착륙장의 한쪽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방금까지 그 곳에 존재하던 외도는 사라지고 없었다. 준이 라이트세이버를 다시한번 높게 들어 빛을 넓게 비추자 다시 녀석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끄르르륵-

놈들의 몸에서는 자그마한 기포들이 계속해서 생성되고 있었다. 몸을 따라 흐르는 스펙트럼들은 라이트세이버의 빛을 받아 누렇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저게 웜홀의 정체인 건가?”

영상에 잡혔던 웜홀. 그것의 정체는 지금 꿈틀대고 움직이는 젤리형 외도의 몸체 그 자체였다. 카렌이 입을 열었다.

“웜홀이... 외도가 된거가?”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런 것 같군.”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웜홀 특유의 공간왜곡현상이 눈앞의 젤리형 외도에게서도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동하는 웜홀이라. 그럼 지금까지 녀석에게 잡혀먹은 이들은 전부 놈들의 몸 안 어딘가에 있다고 봐야하는 건가?”

“그나마 다행이야.”

“하지만 문제가 좀 있는데.”

준이 혀를 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은 하나가 아니었다.

“적어도 20개체는 넘는군.”

“대체 어디서 이런 놈들이 나타난거야?”

이정도 수의 외도가 함선안에 침입했다면 멀쩡할리가 없다. 애초에 델타스피릿과의 전투에 참여할 수 있었을리도 없다.

“아마도 번식한 것 같은데.”

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확신이 업는 추측이었다.

“설마.”

“나도 아니길 빌어. 온다!”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싼 웜홀 외도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쓰으으읏!

준은 실드를 넓게 펼쳐 자신과 카렌 두 사람의 몸을 완전히 감쌀 정도의 크기로 방출했다.

투투툭!

하지만 이번에는 튕겨나가거나 하지 않았다. 강하게 몸을 부딪혀 오던 처음과 달리 녀석들이 실드의 겉면에 달라붙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 기분나쁘게 생겼네.”

카렌이 실드를 뒤덮은 젤리형 외도를 보며 검을 휘둘렀다. 항력장, 안티에너지필드, 실드. 무엇으로 불러도 결국 그 원리는 같다. 단방향에서 오는 힘만을 튕겨내는 것이다.

즉, 안에서 바깥으로 하는 공격은 튕겨내지 않는다.

슈칵!

카렌의 단분자 검이 외도의 몸체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카렌의 표정이 굳었다.

“손에 잡히는 느낌이 없어. 허공을 베는 느낌이야.”

“놈의 항력은?”

“없어. 항력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확실히 평범한 개체는 아니라는 말이군.”

준도 혹시나 싶어 라이트세이버를 실드 바깥에 붙어 있는 외도들을 향해 휘둘렀다. 그리고 준은 그것이 헛수고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그녀의 말대로 허공을 베는 느낌이군.’

분명 뚜렷하게 눈앞에 실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들의 몸은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준은 최대한의 마나를 실어 라이트세이버의 길이를 늘렸다. 거의 4미터까지 늘어난 라이트세이버가 외도들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때?”

카렌이 힐긋 준을 보며 물었다. 준이 고개를 저었다.

“전혀. 마나를 실은 검도 통하지 않아.”

“젠장. 무슨 이런 녀석이.”

카렌은 이를 갈았다. 벨 수 만 있다면 상대가 무엇이든 그녀는 이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적은 그 무엇으로도 벨 수 없는 존재였다. 치익-

“젠장. 실드가 녹고 있어.”

준이 낭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놀랍게도 준의 실드가 점점 중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카렌이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지만, 놈들의 육체에 전혀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준은 마나를 더욱 끌어올려 실드를 확장시켰다. 하지만 버티는 것도 잠시, 실드에 구멍이 뚫리며 놈들이 준을 덮쳤다.

“피해!”

와락!

카렌이 준을 감싸 안으며 몸을 날렸다. 그녀와 함께 바닥을 뒹굴며 준은 방금전까지 자신이 있던 자리를 덮치는 외도들의 모습을 보았다.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는 적이라니.”

카렌이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녀석에게는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처음 외도를 만난 인간의 기분이 이랬을까?”

준이 툴툴거리며 입을 열었다. 적 외도들은 이쪽의 곤란한 사정같은 것은 봐주지 않았다. 준이 사라진 것을 깨닫자마자 곧바로 방향을 돌려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서은설로 부터 통신이 날아왔다.

-비슷한 형태의 외도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다만 뭔데?

-그 형태가 슬라임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슬라임? 그러고보니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슬라임이란 각종 매체에서 투명한 푸딩처럼 묘사되는 나름 유명한 괴물이었다. 하지만 실제 외도중에서 유사한 놈들은 보고된적이 없었다. 게다가 저 녀석들에게 상급헌터가 당했다. 최소한 지금 눈앞에 보이는 녀석들이 만화나 게임에 나오는 슬라임들 처럼 상대하기 손쉬운 녀석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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