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52화 (35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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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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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외도가 서로 기싸움을 하며 놀고 있는 동안, 엘라는 강 근처의 모래사장에서 모래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준이 가까이 가서 보니 네모난 상자같은 머리에 발이 세 개 달린 모양이었다.

“뭘 만들고 있는거야? 세발달린 괴물?”

“트랜지스터요.”

“응?”

준은 그녀가 모래로 쌓아서 만들고 있는 네모박스의 정체를 깨닫고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가 만들고 있는 것은 확실히, 트랜지스터의 모습과 동일했다. 준이 루나를 손짓으로 불렀다. 그러자 루나가 다가와서는 엘라가 만들고 있는 모래 트랜지스터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트랜지스터네?”

“단번에 알아보네. 나는 그냥 다리 세 개 달린 괴물인줄 알았는데.”

“이 애가 얼마전부터 이런거에 관심을 보이더라구요. 누굴 닮아서 그런지.”

“솔직히 반도체는 내 전공은 아니라. 아마 루나를 닮은 것 같은데?”

“저도 반도체 쪽은 전공이 아닌걸요.”

“나보다는 많이 알잖아?”

준은 애당초 엔지니어쪽이었고, 루나는 외도연구가였다. 전공으로 따지면 온갖 전자장비가 들어가는 엔진쪽이 반도체 공학쪽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었지만, 실제 루나는 반도체 쪽에도 석사학위가 있었다. 자기 손으로 엑조틱 검출기를 만들 정도니 그쪽 지식도 전문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만약 준을 닮았으면 엔진을 만들고 있었을지도요.”

“아들하나만 더 낳을까?”

준이 은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자, 엘라가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빠. 야해.”

“쿨럭.”

준은 사례가 들려 연신 기침을 해댔고, 루나는 얼굴을 붉히며 준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자신이 만들어 낸 분위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엘라는 손을 움직여 손바닥만한 대형 트랜지스터를 완성했다.

그리고는 두 손을 짝, 하고 소리내어 마주치고는 흥얼거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규소를 만들고, 온도에 따라 변화하는 저항값을 이용해서 전하의 증폭량을 조절합니다아~ 짜잔! 완성되었어요.”

그러자, 모래로 만들어진 트랜지스터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치 3d랜더링을 하며 색을 입히듯, 밝은 갈색이었던 트랜지스터가 머리는 검게, 다리는 금속성으로 바뀌었다.

“아아. 자, 잠깐만. 얘지금 뭐한거야?”

준은 자신의 옆구리를 꼬집고 있는 루나의 손을 겨우 떼어내고는 엘라가 만들어낸 물건을 들여다보았다. 다소 조악하고 크기가 지나치게 크긴 했지만 트랜지스터라고 할만한 물건임에는 틀림없었다.

“이, 이걸 어떻게 만들었죠?”

루나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분명 방금전까지는 모래장난에 불과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었다.

“그냥 됐어요.”

“그냥이라니...”

원래 그녀가 가진 기술은 준으로부터 받은 염동력과 루나로부터 받은 사이코키네시스였다. 그 두가지 기술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지금같은 묘기를 부릴 수 없었다. 준은 황당해 하며 그녀의 프로필을 불러왔다.

사용자 ; 엘라 알스버그

레벨   ; 1

클래스 ; 없음.

칭호   ; 펠로우쉽의 대상자(모든 능력치 +1)

능력치

EX필드 1/1

체력 245/245 마나 121/121 경험치 0 잔여 스탯 0

힘 5(+1)  민첩성 4(+1)  지능 13(+1)  정신력 6(+1)

기술

금수저 ; 부모에게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재능을 물려받았습니다. 그 성장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기술을 빠르게 익히고, 별다른 노력없이도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합니다. 각 부모에게서 한 가지씩의 기술을 얻습니다.

염동력(초급) : 사용자의 정신력이 최대한으로 고양되어 나노로봇을 조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나노로봇은 뇌파로만 작동 가능하며 사용자의 신체를 포함 반경 10여미터에 한해 어떤 물건이든 조작할 수 있습니다. 초급에서는 100kg의 중량을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 근력 보정으로 인해 -50퍼센트만큼 추가로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숙련도 15%)

사이코키네시스(초급) : 텔레파시를 가능하게 합니다. 상대의 정신에 침투하여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숙련도 15%)

기계수리(중급) : 기계물품의 고장 난 부위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마나를 사용해 고장난 부위를 고칠 수 있습니다. (숙련도 12%)

기계소환(초급) : 원하는 형태의 기계를 동일한 크기와 형태의 다른물질을 이용해서 소환할 수 있습니다. 소환가능한 기계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숙련도 4%)

‘기계소환?’

얼마전에 기계수리라는 기술을 얻은 것을 확인한 바 있었다. 헌데 그 사이 그녀는 또다른 기술을 몸에 익혔다. 그것고 기계소환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기술이었다.

‘정령이나 악마를 소환한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방금 그녀가 모래로 만든 것이 기술발동을 위한 조건이었던 모양이었다. 주문처럼 흥얼거린 노래는 아마도 그 소환할 대상에 대한 정보였을 것이고.

‘초급이라고는 하지만 트랜지스터를 만들 정도면 앞으로의 잠재력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겠군.’

엄밀히 말해서 준의 ‘엔지니어링’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것은 딱히 준이 알고 있지 않은 분야의 물건이라고 해도 만들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제한도 거의 없는, 그야말로 만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엘라의 ‘기계소환’은 동일안 크기의 동일한 형태의 물질이 완성되어 있어야했고, 완성되는 물품에 대한 선지식을 요구했다.

그렇다 해도 최근 그녀의 능력치 상승을 생각하면 그정도는 큰 제한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프로필을 확인한 이후로 어느새 지능수치가 2나 더 오른 것이다. 이런 식이면 별다른 레벨업 없이도 순식간에 20을 돌파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나도 그녀의 프로필을 확인 한 것인지 대견하다는 듯 엘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또 뭘 만들 수 있어?”

“음... 아직 별로 없어. 많이 안해봐서.”

“대단하네. 많이 안해봤는데도 이런 걸 만드는 걸 보니까.”

“아빠는 우주선도 만들잖아.”

“응? 어떻게 알았어?”

“작은엄마가 말해줬어.”

“은설이가?”

“응. 그래서 공부 열심히 해서 나도 커다란 우주선 만들거야. 그래서 나도 아빠처럼 우주선 타고 놀러다닐래.”

“하하... 놀러다니는 건 아닌데.”

“아니야. 엄마는 매일 일하는데. 아빠는 매일 밖에서 놀러다녀.”

“끙...”

이게 가장의 설움인가, 하고 준은 시무룩해졌다. 그런 그를 본 루나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서운해요?”

“그러게. 이제는 얼굴을 좀 더 자주 비쳐야겠어.”

전쟁하랴, 외도처치하려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집에 자주 들어가지 못한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아직 어린 엘라에게 그런 모든 것을 이해해 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번 건만 끝나면 당분간은 정말로 푹 쉬어야겠어. 이러다가 엘라가 내 얼굴까지 잊어버리겠어.”

“괜찮아. 나는 한 번 본건 안잊어버리니까. 가끔 보더라도 아빠 얼굴은 계속 기억하고 있을게.”

“그, 그래.”

준을 두 번 죽이는 엘라의 말에 그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루나는 뭐가 재미있는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준이 흘깃 그녀를 보고는 말했다.

“어쩐지 통쾌한 표정인데?”

“그야. 준이 이렇게 꼼짝없이 당하는 모습을 처음봐서요. 그게 우리딸이라는 게 대견하네요. 나중에 멋진 여자가 될 것 같아요.”

“엄청 벌레같은 놈들이 꼬여들겠지? 지금부터 미리 퇴치작전을 짜놓아야겠어.”

준이 심각한 얼굴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즈음 제임스로부터 펠로우쉽 통신이 들어었다. 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고, 루나가 입을 열었다.

“문제라도 생겼어요?”

“응. 카렌팀 몇 명이 실종된 것 같아. 미안하지만 먼저 올라가봐야겠어.”

“다녀오세요. 엘라. 아빠한데 인사해야지.”

“응. 아빠. 잘 다녀오세요.”

“그래. 금방 갔다올게.”

준은 엘라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는 인벤토리에서 셔틀을 끄집어냈다.

셔틀을 타고 알바트로스에 도착하기까지는 거의 두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 사이 카렌팀은 모두 알바트로스로 돌아와 있었다. 사라진 3조의 스카라를 포함 세 명은 여전히 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이미 오는 길에 간단한 브리핑은 받은 상태였다. 준은 심각한 얼굴로 카스미 전함 안쪽에 설치된 CCTV영상을 살펴보았다. 긴급하게 통신모듈을 부활시킨 덕에 영상 전송은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안쪽에서 웜홀이 발견되었고, 세명이 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는 이야기지?”

“정황만으로 보면 그래. 만약 보통의 외도였다면 스카라가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 거야.”

“흠... 헌데 이상한 점이 있다?”

“그렇습니다. 스카라 정도 되는 상급헌터가 웜홀의 존재를 모를 리가 없다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두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향해 돌격했다는 거겠지.”

“세번째는, 영상에 찍힌 모습입니다.”

제임스는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 순간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 사진에는 분명히 웜홀로 보이는 공간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웜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의심스러운 구석이 눈에 띄었다.

“일반적인 웜홀에 비해 왜곡도가 심합니다. 거의 반대편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거기다가 그 형태도 이지러저 있어 기존 타원형의 웜홀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여기서 백날 떠들어봐야 알 수 없는 일이겠지. 일단 카렌팀을 후퇴시킨 것은 잘한거야. 하지만 좀 더 빠르게 날 불렀다면 쓸데없는 희생도 없었을 테지.”

준이 제임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 판단미스였습니다.”

“뭐, 네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지는 알 것 같으니까. 그리고 카렌팀이라면 충분히 믿을만했겠지. 이번에 실종된 이들의 이름은?”

“스카라. 제이미. 루슬란. 그들을 찾으러 간다면 나도 함께 가겠어.”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의리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실력을 신뢰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디스플레이 너머로 보이는 전함 카스미는 여기저기 손상을 입은 채 부유하고 있었다. 양전자포의 명중률을 떨어뜨리기 위한 전함특유의 날렵한 디자인 때문인지 상당히 민첩하게 보였지만, 실제로는 전투용 함선 중에서 마더쉽 다음으로 느린 편이었다.

“어디로 들어가면 되지?”

“저쪽.”

준이 셔틀을 몰았고, 카렌이 방향을 지시했다. 곧 카렌팀이 설치한 돔형태의 진입구가 보였다. 그 안으로 들어가 외부와 완전히 차폐를 한 다음 그들이 만든 새 출입구를 열어야만 함선내부의 공기가 기압차로 인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후.”

준은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헬멧을 벗고는 인벤토리에 넣었다. 카렌도 준을 따라 헬멧을 벗었다. 아무래도 헬멧을 쓴 상태로는 여러 가지 감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산소가 있는 공간이라면 벗어두는 것이 좋았다.

“그들이 실종 된 장소로 안내할게.”

“초조해 하지마. 그것이 웜홀이 확실하다면, 그 안 어딘가에 살아 있을테니까.”

“고마워.”

카렌은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급하게 움직이면 될 것도 안된다. 상급레이드 팀의 경우 특성상 상대하기 어려운 외도를 잡는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한 나절 동안 전투를 지속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장기전으로 돌입했을 때 가장 피해야 할 것이 바로 급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초조해지면 실수가 나오게 되고, 실수가 나오면 자신만 아니라 팀 전체에 엄청난 피해를 주게 된다.

잠시 숨을 고른 그녀는 천천히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믿음직한 녀석이로군.’

그녀의 넓은 등을 보자,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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