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51화 (351/540)

0351 ----------------------------------------------

실종

*

*

*

“적함 내부에 외도가 있다고?”

카렌으로부터 들어 온 통신에 막스가 의아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함선에 외도가 실려있었던 걸까요?”

서은설의 말에 제임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닐겁니다. 수송함도 아니고, 굳이 전함에 외도를 싣고 다닐 이유가 없지요.”

적함은 새크리파이스 6함대 소속의 전함. 전투를 앞에 둔 함선이 그런 위험한 일을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다면 뭐지? 우주에서 흘러들어온건가?”

“우주공간에서요?”

“가능성이라면 그게 가장 높겠군요. 다만 지금까지 그런 녀석들이 보고된 적은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군요.”

“무리어미 같은 녀석들도 있는데 우주공간을 유영하는 외도도 있을 수 있잖아. 애초에 외도들은 환경을 가리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도 하고.”

막스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것이 새로운 형태의 외도라면, 카렌팀을 불러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무리어미 때도 그랬지만 상당히 위험할 것 같은데요.”

서은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카렌팀은 강하다. 상급헌터면 총 3명에 나머지도 모두 중급헌터다. 신입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준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헌터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지켜보도록 하죠.”

“네?”

제임스의 말에 서은설이 깜짝 놀라며 그를 보았다. 그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길때마다 사장님을 호출할 수는 없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델타스피릿은 준 알스버그가 없다면 존재 할 수 없다는 것을요.”

“그렇긴 하지만...”

“카렌은 강합니다. 하지만 미리 경고를 해둘 필요는 있겠지요.”

제임스는 통신회선을 열어 입을 열었다.

[카렌. 여기는 알바트로스. 제임스 부함장입니다.]

[왜?]

[그곳에 있는 외도는 아마 새로운 형태의 개체일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격패턴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니 각별한 주의를 요망합니다.]

[흐음... 그래? 하긴 이 녀석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순식간에 당했다고 하더라고. 제대로 놈들을 본 녀석도 없었어. 지금 CCTV를 돌려보는 중인데, 제대로 나온게 하나도 없어.]

[영상을 이쪽에도 보내주실수 있습니까?]

[잠깐만. 이쪽 함선의 통신회선이 망가져서, 내 채널로 보낼게. 시간이 좀 걸릴거야.]

[기다리겠습니다.]

잠시후, 알바트로스의 디스플레이에 카렌이 보내준 영상이 떠올랐다. 영상은 대체로 흐릿했다. 그때문인지 무언가 언 듯 스쳐지나가는 모습은 보였으나 제대로 된 형체는 알 수 없었다.

[통신회선에 이상이 있습니까? 영상이 흐릿한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그게 제대로 보낸거야. 영상이 흐릿한게 아니라, 그 놈들이 흐릿한거야.]

[카모플라주입니까?]

카모플라주란 다름아닌 주위환경에 맞추어 몸을 숨기는 능력이다. 흔하게는 카멜레온처럼 몸의 색을 변화시키는 능력에서부터, 알바트로스가 가지고 있는 전자파 교란 능력까지 광범위한 개념으로 쓰였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 능력 자체는 주위환경으로 숨어들어 눈에 잘 띄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내 생각이지만, 단순히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일단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다시 연락 주도록 할게.]

[기다리겠습니다. 부디 몸조심 하시길.]

[입사하자마자 죽지는 않을테니 걱정말라고.]

팟-

그 말을 마지막으로 통신이 끊겼다. 막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려고요?”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신입들이 저렇게 분발하는데 우리도 움직여야지.”

“위험합니다. 막스님은 일단 대기해주십시오.”

“뭐라고? 그럼 저 녀석들은?”

“그들은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들입니다.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충분히 빠져나올 능력이 있습니다.”

제임스의 말에 막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 소리는 내가 실력이 모자라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제임스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막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가, 탁, 하고 맥빠지는 듯 한 한숨을 쉬었다.

“빌어먹을. 네놈의 성격이 원래 그런줄은 알았지만, 정말 사람 할말없게 만드는군.”

“죄송합니다.”

“아니. 됐어. 나도 네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알겠으니까.”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막스는 여전히 분한 얼굴이었다.

“훈련장에 있을테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 완전무장하고 기다리고 있지.”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임스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막스는 거친 발걸음으로 함교를 빠져나갔다. 제임스의 말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것과 화가 나는 것은 별개였다. 때문에 훈련장에가서 검이라도 휘둘러 잡생각을 떨쳐낼 셈이었다.

막스가 함교를 벗어나자,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뭔가 대단하네요. 저 아저씨를 말 한마디로 누르다니.”

“제가 누른 것이 아닙니다. 그가 스스로를 억누른 것이지요. 다혈질처럼 보이지만, 자제력도 갖추고 있는 사람입니다. 델타스피릿의 범죄자 출신들을 통솔하기에는 가장 적격인 인물이지요.”

“잘 아네. 서로 대화도 별로 한적 없으면서.”

“지켜보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 그럼 나는?”

서은설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질문을 던졌다.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의 인물평을 듣는다는 것은 흔한일이 아니다. 보통은 좋은 말로 얼버무리고 넘어갈 뿐이니까. 하지만 제임스에게서는 정말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업무중입니다. 개인적인 대화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요.”

제임스는 그렇게 말하며 질문을 회피했다. 서은설도 그렇게 까지 정색하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지금은 그런 사사로운 일로 노닥거릴때는 아니었다.

‘어쩐지 회피하는 느낌은 들지만...’

서은설은 속으로 툴툴대며 카렌팀의 상황을 주시했다. 각자의 강화복에는 카메라가 달려있어 현재 적함안에 들어가 있는 9명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던 서은설의 눈에 무언가 희끄무레한 것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8번 카메라. 카렌팀의 상급헌터 스카라 몬테인의 카메라였다.

[스카라. 방금 무언가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확인을 부탁합니다.]

[너무 빨라 무엇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흔적을 쫓아 이동하겠다.]

스카라가 그렇게 말하며 함께 움직이던 두명의 동료와 함께 방금 코너로 사라진 무언가를 향해 속도를 높였다. 어차피 생존자가 있어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하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외도에게 들킨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일당백의 전사들이었고, 어떤 외도가 나타나도 두려워 하지 않았다.

“뭔지도 모르는 적을 앞에두고도 전혀 겁이 없네요.”

“상급레이드 팀이니까요. 외도를 두려워해서는 그 정도의 수준에 오를 수가 없지요.”

“그 상급레이드 팀이라는 거 얼마나 대단한거에요? 준을 기준으로 하면요?”

“사장님은 이레귤러라고 할 수 있으니 비교의 대상으로 적절치 않습니다. 예를들기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막스님을 기준으로 해 보죠.”

“없는 사람 욕하는 것 같아서 좀 그러네요.”

“그럼 누구로 할까요?”

“우리 오빠로 해요. 우리오빠는 괜찮으니까.”

“장민성 씨의 능력치를 1로 환산한다고 쳐봅시다. 그러면 카렌팀 전체의 힘은 어느정도 일까요.”

“10명이고, 상급도 섞여있으니까. 한 50정도? 많으면 100정도까지 쳐줄 수 있겠죠?”

“천이 넘습니다.”

“네? 그렇게 까지 차이가 난단말이에요?”

“상급레이드 팀의 팀웍은 서로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거기에 상급헌터 3명의 시너지. 그리고 그들을 받쳐줄 수 있는 손발이 맞는 중급헌터들의 존재를 생각해보면 장민성씨 정도의 중급헌터들 천명이 와도 그들을 물리치기는 어렵습니다.”

“와아... 오빠가 들으면 엄청 실망하겠네요.”

“팀과 개인의 차이일 뿐입니다. 장민성씨의 능력과는 별개입니다. 호흡이 맞는 레이드팀이라는 건 그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니까요.”

“그럼 준은 얼마나 될까요?”

“굳이 말하자면...”

제임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잠시후, 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카렌팀 정도는 혼자 힘으로 잡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듭니다만. 아시다시피 사장님의 능력은 단순 전투능력뿐만이 아니니.”

“하긴 그러네요. 함선 한 대로 4개 전대를 박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서은설은 가만히 지난 전투를 떠올렸다. 케플러41 항성계에서의 전투. 그리고 지금 이곳 이스카야 행성의 근처에서 일어난 전투를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이 저릿저릿 해올 정도였다.

삐잇-

그때, 통신회선에서 비상음이 울렸다. 대화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디스플레이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재빨리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카라! 어떻게 된겁니까!”

[사, 사라졌습니다.]

“뭐라고요?”

[동료들이 갑자기 허공으로 사라졌습니다. 마치 무언가에 먹힌 것처럼...]

그때 디스플레이의 한쪽에서 무언가 희끄무레 한 것이 움직였다. 스카라는 검을 뽑아들고는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미처 서은설이 말릴 새도 없었다.

[하아앗!]

“스카라! 위험!”

[치이익-]

그리고 그것이 통신의 마지막이었다. 서은설은 황급히 제임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전면의 대형스크린에는 스카라가 마지막으로 본 장면이 정지상태로 떠올라 있었다.

“제 판단이 틀렸습니다. 긴급체제로 전환. 사장님을 호출하겠습니다.”

그 정지영상은 공간전체를 일그러뜨리는 형태의 웜홀을 비추고 있었다. 함선내부에 웜홀이 생성된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시미와 펄이 물속에서 숨 오래참기 대결을 하는 것을 보면서 준은 한심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하나는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고. 하나는 숨을 안쉬어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데 대체 뭐하자는 거냐?”

펄은 원래 인간이었다고는 해도 어쨌든 지금은 수중외도였다. 아니, 애초에 수중외도이든 아니든 간에 외도들은 호흡을 하지 않아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 다만 신체를 유지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생존환경이 맞지 않으면 그 힘이 다소 약해진다는 것 뿐.

거기다가 시미는 물밖으로 머리카락을 수초처럼 내놓고 있었다. 녹색의 머리칼로 광합성을 하는것만으로도 충분히 호흡을 대체할 수 있었다.

-내버려 두세요. 시끄럽지 않고 좋은데요.

-그야. 그렇지.

준은 하품을 하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검둥이를 보며 대답했다. 식사하는 내내 시미와 펄은 끝도없이 싸웠다. 1분만에 화냈다가 30초만에 화해하는 것을 1시간 동안 보고 있으려니 머리에 쥐가날 정도였다. 심지어는 엘라마저도 나중에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뱉은 한숨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