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49화 (349/540)

0349 ----------------------------------------------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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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근이다!”

“쟤 이름이 흉근이야?”

시미가 말했고 펄이 물었다. 엘라도 신기한 듯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는 골렘을 본 게 이번이 처음이었는지 눈을 반짝거리면서 거대한 금속인형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대장이다.

준은 녀석들을 향해 험비를 몰았다. 대흉근이 준을 알아보고 입을 열었다.

-그래. 수고한다. 이거먹고 힘내.

그는 인벤토리에서 결정체 몇 개를 꺼내어 던졌다. 골렘 1,2,3호에게도 같은 수의 결정체를 주었다. 아무생각이 없어보여도 주는 양에 차별을 두면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더 달라고 하니 숫자를 맞추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검둥이가 안보이네요.”

“그러게 어디서 처자고 있는거지?”

준은 검둥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멀리 보이는 수로안에서 시커먼 개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왔다.

-형님. 오셨습니까.

-너 자고 있었지?

-아닙니다. 수로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습니다. 지질이 무르면 물이 지하로 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거짓말이 늘었네. 차오는 소리를 못들을 리가 없잖냐.

-일이 집중하느라 그만...

-됐고. 얼마나 남았냐?

-오늘 안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수로를 완성하고 둑만 터뜨리면 되니까요. 그나저나 꼭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알파시티는 외도를 막기 위해서 높은 성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펄의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성 밑으로 수로를 파야했는데 굳이 그렇게 까지 해서 그녀를 위한 집을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준의 생각은 달랐다. 펄은 자그마치 결정도 7만짜리 외도다.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알파시티에는 다른 외도들이 얼씬도 하지 못하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시미와 검둥이가 있지만 강력한 아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일이다. 게다가 도시미관을 좋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넓은 호수가 있으면 더운 여름날에는 낚시나 수영을 즐길 수도 있으니 거주민들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도른은?

-그 녀석은 둑을 지키고 있습니다. 혹시 외도가 나타나서 둑을 건드리면 문제가 되니까요.

2번 던전에 거주하며 죄질이 나쁜 녀석들을 관리하고 있던 도른이지만 오늘은 검둥이를 도와서 일을 하고 있었다. 준이 천리안을 이용해서 둑을 바라보자, 둑 위에서 드러누운채 자고 있는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너나 저녀석이나 하는 짓이 똑같구만.

-이 녀석. 눈 크게 뜨고 지키고 있으라고 했더니 자고 있는 겁니까?

-그래. 너처럼 자고 있던데.

-...형님. 잔머리가 꽤나 느셨군요.

-쓸데없는 소리말고. 뭐 도와줄건 없어?

-흠... 몇몇 구간에는 바닥에 관을 설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빠짐이 심한 곳이 있어서요.

-위치만 알려줘. 거기는 내가 해결할테니까.

건축기술은 단순히 건물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 수로바닥에 콘크리트 관을 설치하는 것 정도는 준의 힘으로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그러면 애들이랑 좀 놀고 있어. 갔다올테니까.

준은 차에서 내려 수로 옆에 쉘터를 끄집어 냈다. 루나와 함께 던전사냥을 하러 다닐 때 사용하던 것이었다. 그것을 보던 루나가 반갑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이거 아직도 가지고 있었네요?”

“버릴 이유가 없잖아. 물탱크도 달아놓았으니까 목욕도 할 수 있을거야.”

루나와 아이들은 쉘터 안으로 들어섰다. 그 안쪽에는 냉장고와 텔레비전을 포함 생활에 필요한 가전이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전력은 태양광발전기로 충당했으니 사용에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루나와 아이들이 쉬도록 하고 준은 바깥으로 나섰다. 검둥이와 함께 수로의 지반이 약한 곳을 콘크리트로 해결하고 나머지는 삽을 대량으로 꺼내서 바닥을 다지는 정도로 해결했다.

골렘들에게 디테일한 작업지시를 내리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마감작업은 전적으로 준의 일이었다.

-아빠. 우리 수영하러 갈건데 같이가자.

-그래 먼저 가있어. 이것만 마무리 하고 갈게.

준은 쉘터에서 나오는 신호등 자매의 모습을 멀리서 확인하고 손을 흔들었다. 그 뒤에서는 루나가 수영복을 입고 하얀색 가운을 위에 걸친 모습이 보였다.

-형수님 수영복 입은 건 처음보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나도 처음이다. 참. 넌 먼저 저쪽에 가 있어. 시미랑 펄이 있으니까 괜찮긴 하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네. 형님 제가 곁에서 지켜드리겠습니다.

검둥이가 앞발로 경례를 척, 하고는 얼른 루나일행에게로 달려갔다. 준 역시 서둘러서 골렘들이 대충 파고 지나간 수로를 단단하게 다지는 일과 콘크리트로 메우는 작업을 시작했다. 한 시간 쯤 지나, 대충 물빠짐이 심한 곳을 해결한 준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양이 정중앙에서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덥군. 아직 여름이 되려면 좀 남았을텐데.’

일을 하느라 더운 것도 있지만 평소보다 확실히 더운 날씨인 것은 확실했다. 준은 허리를 쭉펴고 수로를 빠져나왔다. 먼지가 묻은 옷을 대충 정리하고는 루나 일행이 있는 강가로 걸음을 옮겼다.

“푸우우!”

시미가 물속에 거꾸로 처박혀 있다가 고개를 내밀었다. 뒤에서 펄이 다시 그녀를 물속으로 잡아끌었다. 물귀신처럼 발목을 잡아당기는 펄에 의해 시미는 자꾸만 깊은 곳으로 끌려들어갔다. 얼핏보면 위험한 장난처럼 보였지만, 애초에 시미가 물속에서 질식할 위험은 없었다. 그저 물에서 누가 더 수영을 잘하는지 서로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 뿐이었다.

루나는 파라솔을 펼치고 강가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었다. 간만의 휴식을 책을 읽으면서 보내는 그녀의 곁에서, 검둥이가 목덜미를 긁으며 앉아 있었다. 엘라는 시미와 펄의 머리위에서 날며 그들의 신경전을 관람하고 있었다.

놀랍도록 조용한 풍경속에서 들리는 소음은 시미와 펄의 물장난 소리뿐이었다. 한 사람은 물밖으로 나가고, 한 사람은 안으로 끌어당기는 어찌보면 간단한 대결이었다. 그리고 그 대결의 승자는 펄이었다.

“푸아! 그, 그만!”

“것봐. 내가 이긴다고 했지?”

펄이 물에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입을 열었다. 시미는 억울하다는 얼굴이었다.

“반칙이야. 능력은 안쓰기로 했잖아.”

“안썼는데?”

“거짓말. 그러면 그건 뭔데.”

시미가 펄의 하체를 가리켰다. 그녀의 하체는 어느새 비늘이 잔뜩 달린 물고기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이건 원래 이런거야. 물에 들어가면 변해.”

“나 바보 아니거든.”

시미는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수영능력으로만 따지만 시미도 만만치 않았다. 레이크시티에 있을때는 검둥이와 하루종일 호수에서 노는게 일상이었고, 지금도 가끔씩 준 몰래 엘라와 검둥이와 함께 물놀이를 하러 오곤 했다.

“그럼 심판한테 물어보자.”

시미가 고개를 들어 엘라를 보았다. 그녀는 등에 날개를 달고는 두 사람 사이에 서서히 내려앉았다. 날개는 물론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난감이었다.

“무승부.”

“엥? 그런 게 어디있어?”

펄이 말도 안된다는 듯이 항변했다. 엘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도 지금 속으로 반칙이라고 생각하고 있잖아.”

“어, 어떻게 알았어?”

펄이 깜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미가 자신의 머리를 톡톡 건드리며 입을 열었다.

“난 심판이니까. 다 알 수 있어.”

사실은 사이코키네시스의 능력이었지만 그 사실을 알리없는 펄은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심판인가...’하며 납득했다.

“그나저나 슬슬 배고픈데. 아빠 안와?”

음식준비는 전부 준의 몫이었다. 인벤토리에 재료를 잔뜩 가지고 있는데다가 요리스킬까지 있으니 번거롭게 다른 사람이 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이런 날이라도 루나를 쉬고 해주고 싶은 준이었다.

풍덩.

그러자 검둥이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시미의 허리까지 오는 중견인 검둥이가 강의 깊은 곳까지 들어가더니 곧 푸드득 하며 살아서 날뛰는 팔뚝만한 물고기를 입에 물고 유유히 뭍으로 올라왔다.

퉤.

바닥에 물고기를 뱉은 검둥이는 몸에 묻은 물을 털고는 다시 루나의 곁으로 가 앉았다. 그러자 펄이 질 수 없다는 듯 자신도 물속으로 들어가 검둥이가 잡아온 물고기 보다 더 큰 물고기를 잡아왔다. 메기를 닮은 물고기였는데 이런 작은 강에서 살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크기였다.

이번에는 엘라가 물속을 유심히 보더니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검둥이 것 보다 약간 작은 물고기가 펄떡거리며 그녀의 손으로 튀어올랐다. 염동력을 이용해 물고기를 낚아 올린 것이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시미를 향해 꽂혔다.

“나도. 나도 잡을거야.”

질 수 없다는 듯 시미도 물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잠시후 물밖으로 나온 그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펄이 고개를 쳐들며 입을 열었다.

“풋. 내가 이겼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배였다. 그러자 시미가 볼을 부풀리더니 씩씩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직 아니거든.”

그리고는 물속으로 향해 머리를 쑥 집어넣었다. 잠시후, 물속에서 엄청난 파동이 일어나며 마치 해일처럼 강물이 밀려났다.

촤악!

“자, 잠깐!”

파라솔 밑에 누워있던 루나에게까지 물이 튈 정도로 엄청난 파도가 일었다. 그녀가 깜짝 놀라며 읽고있던 책을 내려놓았다.

“너네 지금 뭐하는 거야?”

“엄마. 저거봐.”

엘라가 강의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을 보자, 기절한 물고기들이 둥둥 떠서 모두 배를 드러내고 있었다. 시미의 음파공격에 전부 당한 것이다.

루나의 눈썹이 가운데로 모였다.

“너희 셋다 당장 이쪽으로 나와.”

루나가 화가났다는 사실을 느꼈는지 시미와 펄, 그리고 엘라가 조용히 그녀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손들어.”

휙.

엘라가 먼저 손을 들자, 시미가 황급히 따랐고 펄이 눈치를 보다가 같이 손을 들었다. 루나가 검둥이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넌 뭐해?”

-저, 저도요? 전 아무 잘못도 안했습니다만.

“니가 먼저 물고기를 잡아오는 바람에 생긴 일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좋은 의도로...

“맞고 할래?”

루나의 손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그녀의 물질분해 능력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간에 원자단위의 결합을 해체할 수 있었다.

-그냥 하겠습니다.

검둥이는 재빨리 시미의 옆에 서서 앞발을 들었다. 그리고는 '누님이 변했어...'라며 궁시렁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준이 금방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다들 뭐하는거야? 저건 뭐고?”

준은 강가에 둥둥떠다니는 물고기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휴. 미안해요. 멋대로 놀게 내버려 뒀더니 사고를 쳤어요.”

루나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준이 한숨을 쉬었다.

“끙... 저게 다 몇 마리야.”

얼핏보기에도 수백마리가 배를 까고 있었다. 물속에서는 충격파가 더 멀리 퍼져나간다는 걸 생각해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큰 피해가 있을 수도 있었다.

“일단 저것들 다 여기서 썩게 둘 수는 없겠군. 한동안 식당에서 물고기만 먹게 생겼네.”

준이 일단 물고기를 회수하기 위해서 강가로 가서는 염동력을 이용해 눈에 보이는 대로 건져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인벤토리에 들어가면 상할 염려는 없었기에 식재료로 쓰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일단 보이는 건 다 건졌고... 이제 다들 팔 내려.”

준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세명과 한 마리가 팔을 내렸다. 전부다 팔을 주무르며 엄살을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셋은 외도고 한명은 염동력을 사용할 줄 안다. 겨우 몇분정도 팔을 들고 있었다고 아파할 리가 없었다. 준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 물고기는 왜잡은거야?”

“배가 고파서.”

엘라가 입을 열었다. 준이 하늘을 보자 이미 해가 기울어 있었다. 자신이 너무 늦게까지 일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조금 미안해졌다.

“잠깐만 기다려.”

준은 커다란 식탁과 의자를 꺼내서 그 위에 오늘 잡은 물고기로 생선찜을 만들어 올렸다. 정작 물고기를 가장 많이 잡은 시미는 생선요리 대신 야채샐러드로 만족해야했다. 애초에 그녀는 육류나 어류는 섭취하지 않았다. 딱히 못먹는 건 아니지만, 그다지 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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