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48화 (34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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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 강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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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됐네. 한 번 맛볼텐가?”

마스터가 1인분의 그릇에 디모나이트 스튜를 내었다. 비교적 구하기 어려운 재료였지만 요리자체는 평범해보였다. 그가 보여주었던 외도요리 100선에 나왔던 디모나이트 요리와는 그 모습이 사뭇달랐다.

“보기에는 별거 없어보이는데...”

“재료를 잘 살릴 수만 있으면 굳이 특이할 필요는 없지.”

“그런가.”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숟가락을 들어 잘게 자른 살점과 함께 국물을 떠서 입에 넣었다. 강렬한 맛은 아니었다. 해산물 특유의 쌉싸름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돌았고, 우유처럼 부드럽게 감기는 육수는 식도가 아니라 입안에서 흡수되듯이 사라졌다.

“오? 괜찮은데? 해산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입에 달라붙는 느낌이 일품이네.”

일전에 실러스토 요리를 먹을때도 느꼈지만, 요리자체의 완성도가 높다보니 해산물로도 소나 돼지같은 고기들 이상의 진한 풍기가 느껴졌다.

“육수는 닭 육수를 사용했네. 아무래도 자네 취향에 좀 맞춘거라고 봐야겠지.”

“아아. 그렇군. 해산물에도 닭육수를 사용하나봐?”

“그정도는 흔한 요리법일세. 중요한 건 결국 맛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니까.”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디모나이트 스튜는 생각이상으로 맛있었다. 사실 외도요리라는 것이 맛을 위해서 먹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건강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요리들. 어떤 것은 약재이상으로 쓰거나, 역할 정도로 맛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중요한 것은 외도특유의 텁텁한 향을 어떻게 제거하느냐.

“저번에도 보니까 마늘을 많이 사용하시더라고. 프랑스 요리전문이시면서.”

“외도요리에는 강한 향신료가 필요하니까. 에샬로트로는 충분하지 않거든.”

에샬로트는 프랑스 요리의 기본이 되는 향신료로 마늘과 양파의 중간 정도 되는 향을 내는 야채였다.

“어쨌거나 괜찮은데. 약하긴 하지만 독특한 향도 있고.”

“그건 껍질에서 나는 향일세. 다섯시간 정도 끓였더니 향이 조금씩 배어나오더군.”

외도요리법은 맛보다는 효용성을 우선으로 친다. 애초에 목적 자체가 외도의 사체에 잔존해 있는 엑조틱 에너지를 헌터들이 직접적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를 위해 그는 디모나이트의 껍질까지도 푹 고아서 사용했다.

단순히 끓이기만 할 뿐인데 그걸로 어떻게 인간이 섭취가능한 형태의 엑조틱에너지가 되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다만 요리로서 기능하기만 하면 인간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했다.

‘애초에 워프엔진도 그렇게 쓰는 거니까. 뭐 이상할 건 없지.’

엑조틱 에너지를 인류가 사용하는 방법은 주먹구구식이었다. 원인을 아무리 분석해도 답이 나오지는 않지만, 결과는 충분히 유용하다. 즉. 현상적으로 드러난 것만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엑조틱에너지를 연구하는 쪽에서는 원인분석보다는 온갖실험을 통해서 결과만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레퍼런스를 쌓아나간다.

그런 연구방식은 결국 물량의 싸움이었다. 오랜기간 연구자료들이 누적되어서 발전하게 되는 형태가 아니라, 그냥 사람을 많이 고용해서 굴리기만 하면 어떻게든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 특성 때문에 기초과학 베이스가 없는 국가들에서는 이 엑조틱연구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그런 쪽의 능력이 떨어지는 중국계 기업들. 그중에서도 상하이 케미컬이 그런 식으로 엑조틱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들이 만드는 의약품에는 종종 결정체가 사용되는데. 아직까지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존제품에서 조금씩이나마 성능을 개선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물론 현대의 결정체 산업을 둘로 나누면 워프엔진기술과, 초광속 통신 두 종류에 한정된다. 그럼에도 80년 가까이 엑조틱에너지를 연구하면서 얻게 된 정보를 이용해 산업 전반에 조금씩 쓰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어싿. 그 정도가 혁신적이지 않아서 부각되지 않을 뿐, 그런 쪽으로의 수요도 전체 결정체 시장의 10퍼센트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주황색 외도인 디모나이트를 이용한 요리를 맛보았습니다. 건강숙련도가 5퍼센트 오릅니다. 숙련도가 100퍼센트를 만족해 다음 등급으로 상승합니다. 건강(중급)이 건강(상급)으로 진화합니다.

“와. 5퍼센트라니.”

스튜를 한그릇 비워내자 기다렸다는 듯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졌다. 준은 프로필을 열어 기술목록을 확인했다.

건강(상급) : 건강을 위해 가장 좋은 습관은 좋은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사용자의 신체는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됩니다. 체력 회복 속도가 크게 상승합니다.(숙련도 1%)

‘초당 10의 체력이 회복된다고? 엄청난데.’

중급에서는 초당 1의 체력이 회복되었다. 상급으로 오르면서 그 열배가까이 훌쩍 뛰어오른 것이다. 거기다가 체력회복속도를 50퍼센트까지 올려주는 ‘재생’기술까지 더하면 초당 15의 체력이 차오르는 셈이다.

‘일분에 900의 체력을 올려주는 셈이니까. 전체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1시간이면 충분하겠군.’

거기다가 준은 전투중에도 체력회복을 할 수 있었다. 준의 경우는 일대일보다는 일대다 전투가 많은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전이 많았고, 그런 싸움에서는 계속해서 데미지가 누적되다보면 어느순간 지치게 되면서 전투력까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체력회복량이 늘어난 만큼 훨씬 더 오래, 그리고 끈질기게 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효능이 괜찮은 모양이군.”

“엄청나게.”

준은 엄지를 척 세웠다. 마스터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의 기분이 아주 좋다는 신호였다. 준이 입을 열었다.

“이거 델타폰에 등록하는 게 어때? 물론 주황색 외도가 베이스라서 가격은 좀 비싸겠지만 그만큼 마진도 남겨먹을 수 있잖아.”

“그렇지 않아도 생각하고 있었지. 그리고 밥의 주문대로 드링크제도 만들어 볼 생각이네.”

“이제 슬슬 돈의 맛에 눈을 뜬건가?”

“아무리 팔아봐야 늘어나는 건 경험치 뿐이잖은가.”

“하긴 그것도 그렇지. 그래도 지금정도면 꽤나 쌓였겠는데? 얼마나 있어?”

델타폰을 통해 판매하는 물품들은 모두 EP, 즉 경험치로 지불된다. 아무리 팔아도 현금은 아닌 것이다. 거기다가 결정체 형태도 아니기 때문에 돈을 주고 팔수도 없다.

“한 50만 정도?”

온전히 레벨업에만 투자했다면 12레벨을 찍을 수 있는 경험치였다. 준은 가볍게 감탄사를 흘렸다.

“엄청나네. 하긴 장사는 잘되는 편이니까 오히려 적은 편이라고 해야되나? 그런데 왜 그렇게 쌓아두는 거야? 쓸데가 없다면 레벨업이라도 하든가 하지.”

“그다지 생각을 않고 있었던 것뿐이네. 그렇지 않아도 10레벨 정도는 찍어둘까 하고 생각하던 챔이었지.”

“그럼 올려둬. 10레벨 부터는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수도 있고 인벤토리 공간도 더 늘어나니까 요리재료 보관하기도 더 좋잖아.”

“그러도록 하지.”

마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던 요리를 맛보고 건강기술까지 등급업을 하는데 성공한 준은 그에게 특별 상여금을 지급했다. 기백만원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좀 많지 않은가? 나는 그저 요리를 해줬을 뿐인데.”

“외도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어디서 구하겠어? 매번 주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는 건강수치가 꽤 올라서 주는거니까 거절할 필요없어.”

“누가 거절한다고 했는가? 그냥 좀 많다는 거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마스터의 표정은 좋아보였다. 원래 수백억 단위의 자산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 몇백만원의 돈은 푼돈이나 마찬가지였다. 돈 보다는 준이 그만큼 자신의 능력을 알아준다는 것이 기분이 좋은 것이다.

준은 일단 알파시티에 펄의 서식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원래 물에서 살던 녀석인 만큼 편하게 쉬기 위해서는 물속에 집을 두는 것이 필요했고 그를 위해서 특별히 제작 된 호수를 알파시티 외곽에 만들 생각이었다.

인근에 흐르는 강물의 일부를 알파시티쪽으로 끌어와서 레이크시티와 같은 넓은 호수를 만들 생각이었다. 도심지에 물이 있는 것은 관리만 잘하면 도시미관에도 좋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는 김에 준은 알파시티의 광장에 루나의 얼음상도 전시했다.

그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준...”

“왜 마음에 안들어?”

“마, 마음에 안드는 건 아니지만. 부끄럽잖아요.”

“가져오라고 한 건 너였잖아. 설마 정말로 갈아서 빙수로 만들어 먹을 생각은 아니었을거고.”

“그야... 준이 만든거니까. 그리고 이렇게 클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사진으로 본 얼음상은 그리 커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얼음상의 높이는 대략 7~8미터 가량은 되어보였다. 자기얼굴이 분명한 얼음상이 광장 한 가운데에 떡 하고 서있으니 아무래도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싫다면 치울게. 그나저나 그럼 이걸 둘 데가 없는데 어떻게 하지...?”

인벤토리 안이 아니라면 딱히 둘 곳이 없었다. 높이가 문제였다. 플랫폼에도, 집에도 이정도 크기의 얼음상을 둘 곳은 없었다.

루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 둘 곳이 없으면 굳이 치우지 않아도 돼요.”

“응? 방금은 싫다며...”

“그야... 부끄럽긴 하지만 준이 만든거니까.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광장에 얼음상 하나 있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좀 시원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약 5도 정도 온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특수능력이야.”

“정말이에요?”

“그래. 40도까지는 버티니까 어지간하면 녹지도 않을거고. 아. 겨울에는 좀 추우려나...”

“어차피 여기는 기후가 일정한 편이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알파시티는 바다에 가깝고 근처를 흐르는 해류는 비교적 따뜻한 편이라 사계절의 온도차가 작았다. 여름의 온도는 높아야 30도, 겨울은 10도 정도였다.

“음. 그래도 겨울에는 치우는게 좋을 것 같아.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두는 걸로 하자.”

“그게 좋겠어요.”

어차피 인벤토리에 넣는 작업은 어렵지 않았다. 다음으로 준이 할 일은 인근의 강물을 끌어오는 일이었다. 그 것은 현재 대흉근과 골렘형제들이 기초작업을 하고 있었다. 녀석들에게 대형 삽을 쥐어주고 감독으로 검둥이도 붙였다.

준은 오랜만에 험비를 꺼내어서는 루나를 태웠다. 그리고 뒷자석에는 시미와 엘라, 그리고 펄이 함께 탑승했다. 세 사람이 나란히 뒷자석에 앉아 있으니 마치 신호등 같은 느낌이 들었다. 녹색, 노란색, 붉은색. 저마다 다른 머리색을 한 그녀들은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들뜬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빠. 우리 소풍가는거야?”

“그, 그런셈이지.”

준은 대충 얼버무렸다. 딱히 놀러가려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녀들을 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같이 데리고 온 것 뿐이었다.

“풋. 그러고보니 가족소풍 같은 느낌이 들긴 하네요.”

루나가 입을 열었다. 그녀도 항상 바쁜 일정에 치여 있다가 오랜만에 가지는 휴식이었다. 게다가 험비를 타고 움직이는 것은 이스카야에 온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알파시티 근처를 흐르는 강의 이름은 ‘오로스’였다. 뜻은 아무도 몰랐다. 가스토르니스가 출현하기 이전의 알파시티를 건설한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고 그게 공식적인 이름이 되었다.

쿵. 쿵. 쿵.

멀리서도 골렘 네 마리가 삽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작업속도가 얼마나 빨랐던지 일을 시킨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서 거의 4킬로미터에 달하는 수로를 파낸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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