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46화 (34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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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 강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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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왔어요.”

“수고했어.”

준은 그녀가 가지고 온 디모나이트를 확인했다. 크기는 약 3미터 가량. 제법 큰 것이 제대로 골라온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거 먹을거야? 기절만 시켰는데.”

“음. 일단 신선한 상태로 가지고 가려면 살려놓는게 좋으려나...”

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달팽이처럼 생긴 껍데기의 안쪽에 라이트세이버를 찔러넣었다. 움찔하며 떨리는 감각이 손 끝에 느껴졌다. 어차피 인벤토리에 들어가려면 살아있는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일단 안에 넣어놓으면 상할일은 없으니 일단 죽여놓은 것이다.

붉은머리 소녀가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제 집줘.”

“아. 그거 말인데. 너 혹시 나랑 같이 갈 생각없냐?”

“그게 무슨 소리야?”

“준. 여기서부터는 내가 말할게요.”

시미가 준의 어깨위에서 뛰어내렸다. 지금까지 시미를 신경쓰지 않고 있던 붉은머리 소녀가 깜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귀, 귀엽다.”

붉은머리 소녀가 얼굴을 붉히며 시미를 쳐다보았다.

촤악.

그리고 시미의 모습이 붉은머리 소녀만큼이나 커졌다. 성체화 한 모습을 보니 두 사람의 덩치는 엇비슷한 정도. 둘다 외도라는 공통점도 있었고 제법 잘어울리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준은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델타포럼에 접속했다. 최근 포럼의 주요 주제는 새크리파이스와 델타스피릿 간의 전쟁이었다. 이미 준이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실은 전투영상과 함께 자세히 알려져 있었고, 이제 준이 새크리파이스에 어떤 식으로 보복할 것인가에 대해서 갑론을박하고 있었다.

-아마 본진까지 쳐들어가지 않을까? 주인장 성격에 그렇게 공격당하고 가만히 있지는 않을텐데.

-나라도 그러긴 할텐데. 그래도 전력이 부족하지 않아?

-이번 전투에 동원된 전력이 새크리파이스의 거의 모든 병력아니야?

-알려진바대로라면 그렇지. 하지만 어떤 기업도 자신의 모든 힘을 보여주지는 않으니까. 아마도 좀 숨겨놓은 전력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얼마를 숨겨두었든, 주인장의 강철전함에는 안될거야.

-하긴... 전투영상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양전자포는 그냥 튕겨내버리고, 원폭을 맞고도 약간 휘청거리기만 하더라. 대체 내구도가 어떻게 되는거야?

-들리는 이야기로는 주인장이 만든 함선에는 실드가 걸려있다고 하던데.

-실드?

-항력같은거. 외도가 가지고 있는 거 말이야.

-구라 즐. 그게 말이 됨?

-헌데 그게 아니면 말이 안되지 않나? 아무리 강력한 장갑을 덧댄다고 해도 양전자포 앞에서는 전부 무력화 되는게 정상인데.

-네말도 일리는 있는데. 그래도 실드라니. 너무 허무맹랑한 거 같은데.

-아니. 그럴법도 해 알카트뢰즈에 있을 때 주인장이 총탄이 쏟아지는 전장 한가운데로 뛰어들어가는 걸 봤거든? 그런데 총알이 튕겨나가더라고. 조금의 데미지도 입지 않는 것 같았다.

-미친. 무슨 외도냐? 아무리 헌터라도 총에는 무력한데.

-마법사들은 실드 같은 걸 가지고 있잖아.

-마법사들의 실드와 항력은 다르지. 아무리 강력한 실드도 총탄 몇방이면 그냥 날아간다고. 그만큼 총알의 에너지량은 엄청나거든.

게시판의 글타래는 준의 함선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전투영상을 공개한 이상 당연한 이야기였다. 현재로서는 델타스피릿의 주요간부를 제외하면 갤럭시 정도만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정도였다.

‘EX필드가 달려있는 전차를 넘겨줬는데도 입을 닦으려고 했단 말이야.’

준은 사실 그 점이 괘씸했다. 준이 굳이 갤럭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던 이유는 그들이 다른 기업들의 전횡을 막아줄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순진하게 도와줄거라고 믿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EX필드가 달린 물건을 더 얻고싶어서라도 자신들을 보호할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대기업의 의사결정 시스템상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바람에 반응이 늦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를 시험해 보고 싶었던 거겠지.’

준의 델타스피릿이 과연 새크리파이스와 대등하게 겨룰 힘이 있는지, 그리고 EX필드가 달린 함선이 실제로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로 드러났으니 이제 그쪽에서 어떤 방식이 되었든 연락이 올 것이다.

‘생각이 있다면 손을 내밀어 오겠지만...’

준은 연합인의 생리를 잘 안다. 그 부터가 연합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연합의 의사결정은 오로지 ‘이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새크리파이스 정도의 기업과 붙어서 이길 정도라면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힘으로 겁박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들은 준의 기술을 전부 사들일 만큼의 막대한 자금이 있으니까. 몇조의 돈은 그들에게는 푼돈에 불과할 뿐이다.

“준.”

시미가 생각에 잠겨있는 준의 어깨위로 올라탔다.

“대화 끝났어?”

“응. 따라온대.”

“어떻게 낚은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 녀석은 바닷속 생물이잖아.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았을텐데.”

“친해졌어.”

“아. 그래.”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붉은머리 소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넌 이름이 뭐지?”

“이름? 없는데. 쭉 혼자살아서 이름 같은 건 필요가 없었어.”

“혼자살았는데 어떻게 인간의 말을 하는거지?”

시미는 어린시절부터 요정이 돌봐주었으니 가능하다고 쳐도, 그녀는 저 커다란 조개집 속에서 오랫동안 혼자 살아왔다. 그런 상황에서 인간과 대화가 가능하고, 기초적인 상식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펄은 원래 인간이었대.”

“펄? 저 녀석 이름이야?”

“내가 지어줬어. 조개안에 있었으니까 진주, 부르기 좋게 펄. 어때?”

“나쁘지 않은 이름이군. 그런데 원래 인간이었다니 그건 무슨 소리야?”

준이 붉은머리소녀, 펄을 향해 입을 열었다.

“희미하게 어린시절의 기억이 있을 뿐. 이렇게 된 뒤로는 예전의 일 같은 건 잘 기억나지 않아.”

“사람이었다면 가스토르니스가 나타나기 전에 근처에서 살았던 사람일 수도 있겠군. 가족의 기억은 없고?”

“전혀.”

펄은 고개를 저었다. 보통의 어린아이라면 부모도 없이 오랜시간 깊은 바닷속에서 살수는 없었을 것이다. 확실히 인간에 비해 외도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강했다.

“궁금하지도 않아?”

“그다지. 난 지금도 좋은데.”

“하긴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헌데 물 밖에서도 생활이 가능한건가?”

“숨은 쉴 수 있어. 반은 인간이니까.”

“다리가 없잖아.”

“그 정도는 노력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뭐... 알아서 해라.”

준은 시미와 펄을 데리고 셔틀까지 이동했다. 염동력을 이용해 펄을 데리고 셔틀로 올라서자, 서은설이 놀란 눈으로 펄을 바라보았다.

“얘는 뭐야?”

“시미가 이번에 새로 사귄 친구. 바닷속에서 혼자 살고 있더라고. 외로웠는지 따라오더라고. 참 그러고보니 펠로우쉽 계약을 아직 안맺었네.”

그녀가 펠로우쉽에 속하게 되면서 총인원 9천8백명을 넘어섰다. 1만명이 한계치였으니 제법 아슬아슬하게 가입했다고 볼 수 있었다.

‘빨리 20레벨을 찍어야 겠군.’

가장 빨리 레벨업을 하는 방법은 조각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이 넓은 우주에서 직접 돌아다니면서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에피알게나스의 말 처럼 조각이 스스로 찾아올때까지는 기다려야 했다. 준이 할 수 있는 건 꾸준히 결정체를 매입하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결국 시간만이 해답이었다.

“이렇게 되면 뭐가 좋은거야?”

펄이 펠로우쉽 창을 열어보더니 고개를 갸웃하고는 입을 열었다. 사실상 외도에게 있어서 펠로우쉽은 그렇게 큰 효과를 준다고 하기 어려웠다. 인벤토리도 사용할 수 없고, 능력치 배분을 통해 능력을 키우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뚜렷한 장점이 있었다.

“결정체를 먹어서 결정도를 올릴 수 있어.”

“정말? 그럼 지금보다 더 세질 수 있는거야?”

“그럴지도. 아. 잠깐만...”

준은 그녀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사용자 : 펄

결정도 : 70007

클래스 : 진주의 정수

속성 : 물, 빛.

체력  : 319800/319800

기술

형질 변환 : 신체의 일부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잠깐... 결정도가 7만이라고...?’

준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7만이면 초록색 정예외도 급이었다. 즉, 시미나 대흉근보다도 훨씬 더 강력하다는 뜻. 이 정도면 가스토르니스와 대결을 해도 일방적으로는 당하지 않을 정도였다.

‘대흉근의 팔을 잘라낼때부터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더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펄의 하체가 갑자기 두갈래로 쩍, 갈라졌다.

“너?”

“이렇게 하면 되는 거구나.”

펄은 시미의 다리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신체의 일부를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 인간의 다리를 연성해낸 것이다. 다만 잘려진 머리카락은 아직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현재 그녀는 붉은색의 긴 머리를 마치 삼단케잌처럼 머리위로 비비꼬아서 올려둔 상태였다. 저것이 공격을 시작하면 그 어떤 무기보다 날카로워진다.

그냥 내버려 두어도 될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어차피 펠로우쉽끼리는 서로 죽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설령 초록색 정예외도라고 할지라도 델타의 시스템안에 있는 이상 그 ‘룰’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의지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 모를까. 준이 허락하지 않는 이상 그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이건가?”

마스터가 주방을 꽉 채울 정도로 커다란 식재료를 보며 입을 열었다. 껍질은 까서 일단 인벤토리에 넣어놓은 상태였고, 안에 있던 살만 발라냈음에도 커다란 양동이로 세 개를 가득채울 정도였다.

“아직 신선할거야.”

“상태가 나쁘진 않군. 껍질은?”

“그건 왜? 따로 보관해 놓고 있는데?”

“국물을 낼 때 쓰면 좋거든.”

“아. 그런데 여기서 꺼내긴 너무 큰데.”

“부숴도 되니까 상관없어.”

“알았어.”

준은 인벤토리에서 디모나이트의 껍질을 꺼내었다. 제법 넓은 주방이 가득찰 정도였기에 일단 꺼내자 마자 해체작업부터 시작했다. 라이트세이버를 꺼내어 커다란 솥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잘게 자른 준은 그것을 차곡차곡 모아 냉장고 안에 넣어두었다.

죽은 외도의 시신이었지만 그 안에는 아직 엑조틱 에너지가 남아있어 확실히 헌터들에게 좋은 음식이 되리라 생각되었다.

“그나저나 벌써부터 소문이 파다하더군.”

“무슨 소문?”

“자네가 또 여자를 데리고 왔다고 말이야.”

“여자라고 하기엔 너무 어려서.”

실제로 펄의 나이는 추측할 수 없었다. 본인도 기억을 하지 못하고, 그녀가 가스토르니스가 발호하기 이전의 이스카야에서 살았었다는 것이 확실하면 최소한 보이는 것보다 서너살은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조개껍질 속에서 가만히 진주를 키웠다고 하니... 생각보다 나이가 많을 수도 있겠군.’

준이 말하는 ‘진주’는 다름아닌 그녀의 핵이었다. 보통의 외도는 모두 핵을 가지고 있다. 다만 예외로 펠로우쉽계약을 맺게 된 외도는 핵이 사라지고 그 힘이 신체 전체에 흩어지게 되는데, 그녀는 예외로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클래스 자체가 ‘진주의 정수’였고, 그것이 그녀의 정체성이기 때문인 듯 했다.

실제로 그녀는 자신의 신체를 자유자재로 변환시킬 수 있었다. 결국 본체는 겉으로 드러난 외모가 아니라 그 안의 핵이라는 것이다. 핵이 본체이니 본체를 흩어버릴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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