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41화 (34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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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 강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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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할말은?”

“어디서 머무르면 될까 해서.”

“일단 플랫폼에 숙소를 마련해 둘게. 전부 몇 명이었지?”

“11명인데.”

“개인 숙소가 필요한거지?”

“응. 가능하면. 정 힘들면 2인 1실 정도는 괜찮을거야.”

“알았어. 일단 알아볼게. 제임스가 연락할거야. 그 전까지는 플랫폼을 좀 둘러보던지. 마음에 드는 자리가 있으면 그곳을 말해도 되고.”

“정말? 그래도 돼?”

“S급 인재들인데.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원하는 게 있으면 말만해. 어지간한 건 다 들어줄테니까. 아. 참고로 보험은 안 돼. 지금 다른 기업들이랑 사이가 안 좋아서 안받아줄거야.”

“뭐, 그런 건 상관없어. 내가 개인적으로 들고 있는 보험이 있으니까.”

“혹시 정기적으로 내는 의료보험있어?”

“하나 있는데?”

“얼마짜리야?”

“월에 1000만원 짜리. 브라운 공격대 전체에 적용되는 거야. 아무래도 부상이 잦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거 해지해도 될거야.”

“왜? 델타스피릿에 병원이 있어?”

“병원은 없지만, 실력좋은 힐러가 있거든.”

“힐러는 우리도 있거든. 힐러로 치유하기 힘든 질병이나 상처가 있으니까 들어두는 거지. 나라고 다달이 그 비싼 돈 내고 싶은 건 아니거든. 하지만 우리같은 사람들은 몸이 재산이잖아.”

카렌은 그렇게 말하며 가슴을 추켜올렸다. 준은 최대한 시선을 그녀의 얼굴에 고정시키고는 입을 열었다.

“에피알게나스에 대한 이야기 못들었어?”

“에피...누구? 이름 한번 어렵네.”

“토르가 말 안했나보구나. 생각보다 입이 싼 녀석은 아니었군.”

“그 사람이 누군데?”

“힐러긴 한데. 어지간한 상처는 순식간에 회복 시킬 수 있어.”

준의 말에 카렌이 두눈을 동그랗게 뜨며 호들갑을 떨었다.

“대박. 상급힐러야? 어디서 구했어? 월급은 얼마나 주는 거야?”

“월급제는 아니고... 어쨌든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녀의 실력은 확실하니까. 거기다가 펠로우쉽 계약을 맺으면 상처나 질병에서 자유로우니까.”

“아. 이거 체력바 같은거 말하는 거지?”

“그래. 실험결과 너무 큰 상처만 아니면 출혈도 금방 아물고 독 같은 것도 자동적으로 해독이 되거든. 물론 체력이 다떨어지면 죽으니까 그건 조심하고.”

“하. 어째서 토르가 그렇게 강력 추천한 건지 알 것 같네.”

“그 외에 자세한 내용은 펠로우쉽 정보창에 보면 잘 나오니까 시간 나는 대로 읽어보라고. 델타포럼도 마찬가지고.”

“그래. 어쨌거나 신경써줘서 고마워.”

“앞으로는 한 식구니까.”

“어머. 감동이야.”

휙.

카렌이 눈물을 흘릴 듯 얼굴을 감싸더니 곧바로 준을 향해 돌진했다. 준이 슬쩍 몸을 피하자, 방금까지 그가 있던 자리에 그녀의 팔이 휙, 허공을 스쳤다.

“쳇. 아깝네.”

“쓸데없는 애정표현은 네 부하들한테나 해. 저기서 다들 기다리고 있잖아.”

“그래야겠네. 그럼 또 보자고.”

“그래. 제임스에게 곧 연락이 갈거야.”

준은 카렌과 헤어지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이긴 했지만, 그래도 실력만은 확실하니 데리고 있기를 잘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델타스피릿이 새크리파이스의 10개 함대를 격파했다는 소식은 금세 퍼져나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아닌이상, 마음먹고 훔쳐보려고 하면 그걸 막을 방법은 없었기 때문에 갤럭시등, 이 전쟁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은 이미 전투 영상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준이 고의적으로 델타포럼을 통해 전투영상을 유포시킨 것도 있었다. 가능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조금더 숨기면서 조용히 기업을 키우고 싶었지만, 이쯤되면 차라리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졌다는 것을 내보이는 것이 이득이었다.

기업의 덩치는 커지면 커질수록, 의사결정과 판단력이 늦다. 때문에 새크리파이스가 물러선 틈을 타서 다른 기업, 특히 엔터프라이즈 같은 곳에서 델타스피릿을 공격해 올 수가 있었다. 물론 막아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심하지 않고 덤벼올 대기업의 공세를 아무런 피해 없이 막을 자신도 없었거니와, 설령 그렇다고 해도 막대한 경험치의 지출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겨우 수조원을 들여서 결정체를 끌어모으고 있는데 그것을 연이은 전투로 소모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아예 덤빌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끔 로버의 전투 영상을 델타포럼에 풀어버렸다. 그 것도 가장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만을 골라 과장된 연출까지 덧붙였다. 압도적으로 강한 것은 사실이니 만큼 과장이 섞여 있다 해도 그것을 우습게 보는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달그락.

플랫폼에 있는 관리소장실. 오랜만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있던 준은 티 스푼을 들어 커다란 머그컵을 휘저었다.

“으아아아!”

시미가 회전하는 물속에서 뱅글뱅글 돌며 비명을 질렀다. 준이 델타포럼을 읽다말고 시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 거기서 뭐하냐? 오늘은 학교 안가?”

“학교 원래 안가거든요.”

“나도 알아. 요즘에는 컵 속에 잘 안들어 왔잖아.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는가 했지.”

“역시 난 여기가 편해요.”

시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찻물을 들이켰다. 자신이 몸을 씻은 물을 마시다니 비위가 좋은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이네. 만드라고라를 씻은 물이라니.”

준은 문득 생각난 김에 건강스킬을 확인해 보았다.

건강(중급) : 규칙적인 생활과 좋은 식단은 신체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회복됩니다.(숙련도 79%)

“흠. 여전히 중급이군. 그동안 잘먹고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숙련도가 잘 안오르네.”

“뭐가요?”

“아아. 건강 스킬 말이야. 뭔가 엄청난 요리를 먹지 않으면 상급으로 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생각난김에...”

준은 시미의 머리를 집어 들고는 한 입에 삼키는 시늉을 했다. 시미가 부들부들 떨더니 입을 열었다.

“조, 조금만 먹어요. 아플지도 모르니까.”

“바보냐.”

“꺅.”

퐁당!

준은 피식 웃으며 녀석을 다시 컵안에 던져넣었다. 현재 준의 체력 회복량은 초당 1정도. 전체 체력이 5만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니 사실상 전투시에는 거의 의미없는 수치라고 할 수 있었다.

‘상급으로 올라가면 좀 나아지려나... 에피알게나스가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녀의 능력이면 순식간에 손실된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준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너무 그녀에게 의지하려는 것은 좋지 않은 버릇이다.

‘마스터와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군.’

곧 엄청나게 바빠질 것이니, 그 전에 잠시 여유를 가지고 건강스킬을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새크리파이스의 전력을 밀어내고 나서 녀석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갈 생각이었다.

제임스가 태클을 걸어오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떠났을 것이다.

‘복수심 때문이라면 얼마든지 하셔도 좋습니다만. 그들을 친다고 해서 실익이 생기지는 않을 겁니다.’

제임스의 말에 준은 동의했다. 당장 녀석들의 기업을 무너뜨린다고 해도 준이 녀석들의 사업체를 잠식할 수는 없었다. 싸우는 방식은 야만적이지만, 기업 자체는 어쨌거나 철저히 자본주의의 논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기업의 지분이 없는 이상 의사결정권도 가질 수 없고, 그렇다고 이사회를 무력을 위협한다는 것도 어렵다.

지금 당장도 제임스에게 걸린 업무량의 부하가 심각한데, 새크리파이스를 잡아먹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녀석들의 사업체는 불법적인 일에 뻗어 있는 경우가 많아 통제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내버려 두기에는 찜찜하지.’

현재 준이 보유한 함선은 알바트로스, 맬러드, 스왈로우, 그리고 양주안의 함선 세 대, 거기에 상하이 캐미컬의 스타라이트까지 모두 7대. 현재 양주안이 케플러 항성계에 고장난 채 버려둔 함선을 회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 작업이 끝나면 모두 18대가 된다.

하지만 직원수가 적은 델타스피릿에서 실질적으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함대는 준이 직접 제작한 3대 뿐인 섀넌 급 스타쉽이었다. 수라드에 한 대, 이스카야에 한 대를 남겨두고 준이 원정을 떠나는 것이 유일한 방법.

준은 녀석들의 기업을 잡아먹으려는 것에서 한 걸음 물러나, 단지 보복타격 까지만을 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고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면 다른 기업도 자신들을 우습게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시비를 걸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파닥파닥.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차를 들이마시던 준의 입안에 시미가 들어와 있었다. 너무 몰입하다보니 그 안에 시미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깜빡 했던 모양이었다.

“우와아... 이게 딥 키스라는 거군요.”

“...전혀 아니야.”

준은 온몸이 붉어진 채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시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건강수치를 올릴 만한 요리를 찾는다고?”

마스터가 시미를 흘긋 보며 입을 열었다. 시미가 볼을 부풀리더니 빼액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음식이 아니에욧!”

“아니. 그냥 너 정도로 환상적인 식재료가 없으면 안된다는 뜻이었다만.”

“흥. 칭찬해도 소용없어요.”

시미가 고개를 팩 돌리며 입을 열었다.

“식재료라는 말은 안들리는 거냐... 뭐, 어쨌든 괜찮은 거 없을까? 어지간해서는 숙련도가 잘 안오르는 것 같은데.”

“흠... 만드라고라 여성체에 버금갈만한 식재료가 있긴 있을텐데...”

전 우주의 요리를 섭렵하고 다녔던 마스터 인 만큼 그의 식재료에 대한 지식은 엄청나게 해박하다. 알카트뢰즈에 있으면서 뒤떨어졌던 정보도 요 1년간 많이 따라잡은 상태였다.

“구하기 어려워도 괜찮은가?”

“희귀한 거라면 어려울 거고, 위험한거라면 상관없겠지.”

준의 말에 마스터가 알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런거라면 하나 있긴 하지.”

“뭔데?”

밥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는 최근 딸 자식들을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스카야 행성과 플랫폼의 남초현상이 지나치게 심하다 보니 딸들을 노리는 직원과 헌터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왜? 너도 관심있어?”

준의 질문에 밥이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요즘 체력이 딸려서 말이야. 보신용으로 좋은 거 없나 해서.”

최근 물자거래가 막히면서 억지로 물품들을 떼어오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펠로우쉽 계약자라고 해도 체력이 떨어지는 모양이었다.

“일단 이거라도 한잔해.”

준이 컵을 들어 밥에게 권했다. 그 안에는 시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밥을 쳐다보고 있었다.

“만드라고라를 씻은 물인가. 나쁘진 않지만, 이 녀석이 싫어하는 것 같으니까 그만두고.”

“에피알게나스라도 불러줄까?”

“고맙긴 한데. 한두번도 아니고 그녀에게 신세지는 것도 미안해서 원...”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확실히 신체는 최상의 상태로 돌아온다. 하지만 힐링이라는 능력이 공짜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매번 무슨 자양강장제처럼 그녀를 써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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