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37화 (33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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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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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단해.”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던 서은설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알바트로스를 공격하던 함재기 중 일부가 로버를 향해 화력을 쏟아부었다. 처음에는 일방적으로 얻어맞던 로버는 어느순간부터 기관포를 완벽하게 피하고 있었다.

“저렇게 커다란 로봇이 어떻게 저렇게 민첩하게 움직이는 거지?”

로버는 준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고 있었다. 콘솔을 움직이기도 전에, 준의 의식이 움직이는 순간 로버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다. 그 반응속도는 인간의 신경전달 속도를 이미 뛰어넘고 있었다.

쿠웅!

“꺄악!”

알바트로스가 다시한번 거칠게 흔들렸다. 이번에는 양전자포가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공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원폭 미사일, 접근합니다!”

“로버에 시선을 빼앗기지 말도록! 급속 선회하라!”

제임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알바트로스가 급격히 기동하며 기울었다. 그 사이에도 알바트로스의 기관포는 쉴새없이 불을 뿜었다. 명중률은 낮았지만 그 사이 몇 대의 함재기는 떨어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정도로는 아직 부족했다.

“늦었습니다. 충격대비하세요!”

콰앙! 쾅! 콰앙!

쿠르릉!

알바트로스의 동체에 세발의 원폭이 명중했다. 서은설은 충격으로 쓰러지면서도 디스플레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쿵!

그녀의 머리가 강철 지지대에 부딪혔다.

“크윽!”

이마가 길게 찢어지며 피가 튀었다. 제임스가 급히 그녀를 안아들었다.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큭. 이정도는.”

서은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마를 슥 훔쳤다. 하지만 그 손에 피가 잔뜩 배어나는 것을 보고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지혈을 해야합니다. 에피알게나스 양이 없으니 급한대로 제가...”

찌익!

서은설은 상의를 찢어 찢어진 이마를 질끈 묶었다.

“이거면 돼요. 이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닌거 알잖아요.”

“그럼!”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펠로우쉽 계약자. 그 정도 상처는 내버려 두어도 낫는다. 막스가 힐끔 그녀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썩 볼 건 없는 몸매구만."

"영감님 보여줄 거 아니거든요."

서은설이 그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세웠다. 막스기 킬킬대며 웃었고, 잠시 무거워졌던 분위기가 제법 밝아졌다.

화악!

로버의 뒤쪽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뒤를 보지 않았지만 준은 그것이 알바트로스에 명중한 미사일의 폭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피하기만 해선 이길 수 없어.’

충분히 실전감각을 기룰 만큼 테스트를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로버! 탑재된 무장을 알려줘!”

[무기? 그런 건 없다.]

“뭐라고?”

준이 당황하며 되물었다. 무기가 없다니. 그러면 저 날파리처럼 날아다니는 놈들을 무슨 수로 잡는다는 말인가.

“주먹으로 때려서 잡으라는 거냐!”

[나는 대외도용결전병기다. 외도를 상대하는데 무기 따위가 중요한가?]

“무슨 개소리야? 확실하게 말해!”

[파일럿의 능력이 곧 내 무기라는 뜻이지.]

“뭐라고?”

[쯧. 그냥 평소의 네 능력을 사용해봐.]

“진작 그렇게 말하라고!”

준은 로버의 말에 번득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는 허공으로 손을 저었다. 그 앞으로 육각형의 항력장이 펼쳐지며 비처럼 쏟아지던 기관포가 모조리 튕겨나갔다. 그 힘은 지금까지 자신이 사용해오던 실드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 감각은 마치...’

자신의 능력을 수십 배로 증폭시킨 듯한 감각. 그다지 힘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로버 전체를 감싸안을 정도의 실드를 생성할 수 있었다.

꾸욱.

“좋아.”

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관성제어를 펼쳤다.

‘로버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야. 내 몸을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스팟!

그러자 정지해 있던 로버가 엄청난 속도로 가속하며 수 킬로미터 바깥에 있던 스트라이더의 코앞에 나타났다.

“헉?”

준이 오히려 놀랄 정도였다. 그 가속은 단순히 몇 G라고 이야기 할 정도가 아니라 거의 순간이동급의 움직임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로버의 놀란 스트라이더가 급격히 수직으로 상승하며 로버의 곁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했다.

“어딜 도망가!”

준이 손을 뻗자, 스트라이더는 제자리에 못이라도 박힌 듯 멈추었다. 준이 투사한 염동력의 그물에 갇힌 것이다.

준은 녀석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직!

콰앙!

짧은 불꽃을 내뿜은 스트라이더는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졌다. 안의 파일럿은 짧은 시간동안 생존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산소부족으로 사망할 것이다.

“준!”

어느새 정신을 차린 에피알게나스가 외쳤다. 준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다시 이동했다. 그 순간 방금준이 있던 자리를 스치고 지나간 원폭이 폭발했다.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붉은 색의 스파르탄. 준은 빠르게 녀석을 향해 움직였다. 순간적으로 몇 킬로미터를 날아간 로버는 미사일을 발사한 스트라이더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콰앙!

“무식해.”

“이왕이면 용감하다고 해.”

로버와 충돌한 스파르탄은 순식간에 폭발하며 사라졌고, 준은 슬쩍 고개를 돌려 에피알게나스의 상태를 살폈다. 그녀의 상태는 나쁘지 않아보였다.

“몸은 좀 어때?”

“모두 회복했어. 걱정하지마.”

“미안. 아직 조작이 서툴러서.”

로버는 탑승자와 감각을 공유한다. 준은 어디까지나 그 공유한 감각을 빌려서 사용하는 것. 때문에 로버가 받는 데미지는 준이 아니라 에피알게나스에게 누적된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최초의 원폭을 그대로 얻어맞은 순간 이미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링크가 깨져 준이 로버를 움직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회복능력은 순식간에 그녀를 치유했고, 준도 문제없이 로버를 움직일 수 있었다. 로버를 선택한 것은 그녀였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녀가 아니라면 누구도 제대로 조작을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거 경험치 사용량이...’

준은 빠르게 줄어드는 경험치를 보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움직이는 거야 그렇다치고, 능력을 한번 사용할때마다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경험치를 보니 배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로버를 통해서 발현하는 힘이라는 게 결국은 준의 경험치에서 빠져나가는 엑조틱 에너지인 것이다. 알파를 가지고 있는 에피알게나스가 10초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1분 정도 움직였는데 1만 이상이 빠져나가다니. 환장하겠네.’

그 사이 준이 사용한 능력은 염동력과 관성제어. 관성제어도 두 번 정도 짧게 사용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로버가 보여준 능력을 생각하면 손해라고 보기에도 애매했다. 어쨌거나 경험치는 시간이 지나면 복구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적을 해치우는 것이다.

‘남은 경험치가 200만 정도니까. 아직 여유는 있어.’

맬러드를 만들면서 900만 가까이 경험치를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19레벨로 올릴 수 있었던 경험치가 다시 확 줄었다. 혹시나 싶어 경험치를 조금 남겨 둔 것이 다행이었다.

콰아아!

눈앞으로 미사일 하나가 날아왔다. 준은 콘솔을 당겼다.

콰앙!

“우에하라 소위!”

안드레스 중위가 절규했다. 자신의 직속부하이자, 오랜기간을 같이 살다시피 했던 우에하라 소위의 스트라이더가 방금 저 괴물같은 로봇의 손에 잡히며 박살난 것이다. 그는 연이은 무리한 가속으로 인해 실핏줄이 터진 눈으로 로버를 노려보았다.

“죽어어!”

투투투투!

기관포를 연사하며 그는 로버를 향해 날아갔다. 딸깍! 하고 미사일의 버튼덮개를 열고 그대로 눌렀다.

콰아아!

급가속하는 스트라이더에서 쏘아져 나간 원자탄이 로버를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안드레스 중위는 조종간을 크게 잡아당겼다. 직선으로 날아가던 스트라이더가 급상승하며 미사일만을 남겨놓고 다시 크게 원을 그리며 회전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빛이 번쩍이는 것으로 미사일이 명중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으로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자신과 함께 날아온 동료들 중 절반이 저 괴물같은 로봇에게 파괴된 상황. 놈은 기관포에도, 미사일에도 죽지 않고 버티면서 악착같이 함재기들을 잡아서 터뜨리고 있었다.

“다 처먹어라!”

그는 스트라이더에 남아있던 원자탄 네 개를 모두 로버가 있는 곳을 향해 발사했다. 그리고 그는 폭발의 한가운데에서 화염을 뚫고 빠져나오는 은백색의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콰앙! 쾅!

연이어 원폭이 터져나갔다. 하지만 그 순간 이미 녀석은 자신의 스트라이더를 붙잡은 상태였다.

우그적! 콰직!

로버가 스트라이더의 동체를 잡아뜯었다. 납작한 직사각형에 가까운 형태의 스트라이더가 그대로 두동강이 나며 폭발했다. 안드레스 중위의 몸은 그대로 우주공간으로 튀어나갔다. 다친 곳은 없었다. 기적적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

'하... 정말 운이 좋은 걸까...?'

로버가 날뛰는 모습을 보며 그는 어쩌면 자신이 구조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로버가 움직일때마다 함재기들이 하나씩 파괴되었다.

어떤 무기도 소용없었다.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저건 외도나 다름없군...’

흐릿해져 가는 의식속에서 그는 강화복의 왼쪽 가슴에 달린 신호발생기를 눌렀다.

“저게 대체 뭐지?”

야코브의 눈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데 까지 커져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의 누구도 그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들 역시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적함 알바트로스에 원자탄이 먹히는 것을 확인하고 함재기를 출격시키는 데까지는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다. 곧 저 악마같은 함선을 파괴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마저 들었다.

헌데 갑자기 이상한 인간형 로봇이 등장했다. 야코브 함장은 거의 웃을 뻔 했다. 현대전에서 이족보행 로봇이란 그야말로 쓰레기나 마찬가지. 그래도 특수한 경우에 종종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에 그나마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 취급정도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육상전도 아니고 함대전이었다. 애초에 두발로 딛을 곳도 없는 우주에서 이족보행 로봇이 대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그는 적 함장이 미친 것은 아닐까 하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 로봇이 나타나자 마자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것을 보면서 그 확신은 더 굳어졌다. 원자탄을 맞고 버틴 것은 의아했지만 그래도 곧 파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녀석은 갑자기 각성이라도 한 듯 공격을 피해내더니 함재기를 하나하나 박살내기 시작했다. 뭐 대단한 무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까이 다가가 주먹을 휘두르거나 몸통 박치기를 하는 것이 전부.

하지만 그 이동속도가 문제였다. 감히 함재기 따위가 어찌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그 속도는 거북이 앞의 치타에 비유할 수 있을까? 놈은 관성의 영향조차 받지 않는 듯 급격한 기동을 하며 스트라이더와 스파르탄 들을 궤멸상태로 까지 몰아넣았다.

[아아악! 살려줘!]

[괴, 괴물!]

[젠장! 다들 피해! 어서 피하라고!]

[어머니!]

함교에 들리는 것은 함재기 파일럿들의 단발마. 전장은 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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