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36화 (33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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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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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러드의 함장 양주안 역시 꽤나 당황하고 있었다. 원폭에 직격당하게 되면 함선의 실드가 깎인다는 것을 그 역시 깨달은 것이다. 빠르게 통신을 재개하고 싶었지만 원폭으로 인한 자기장 형성때문인지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 통신이 먹히지 않더라도 그들 사이에는 연락이 가능한 방식이 있었다.

-사장님. 양주안입니다. 현재 적 함재기의 원폭에 실드가 깎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양전자포에도 문제가 없었는데.

준도 그 부분이 의아했다. 시스템에 질문하자 답이 간단하게 나왔다. 물질과 반응해야 폭발하는 반물질 탄은 쌍소멸 반응을 일으키기 전에 실드에 의해 튕겨나가기 때문에 피해가 없었던 것이다.

-설명하긴 어렵고, 일단 원폭에 직격당하지 않도록 회피기동을 하도록. 최우선 목표는 적들의 함재기다.

메가톤급 이상의 폭발이 일어날 경우 EX필드에 손상이 온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확인한 것은 어쨌거나 다행이었다. 만약 수폭에 직격 당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전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후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적 함재기의 권역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떻습니까?

함재기의 작전반경은 수천킬로미터. 마더쉽의 느린 속도를 생각하면 최대한 속도를 내어 물러서는 것도 이 상황을 타개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돌발적인 상황에서도 양주안은 당황하지 않고 최적의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아직 심각한 상황은 아니니 전투지속 하도록. 상황이 변화되는 대로 다시 연락 하겠다.

-알겠습니다. 부디 무사하시길 바랍니다.

통신을 마친 준은 복잡한 표정으로 3차원 디스플레이를 살폈다. 푸른 점으로 깜빡이고 있는 알바트로스와 맬러드를 향해 붉은색의 삼각형들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스트라이더와 스파르탄.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들에게 몰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알바트로스가 만약 제대로 된 전함이라면, 함재기를 상대하기 위한 무장도 탑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송선을 개조한 함선이다보니 탑재할 수 있는 무장도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운용인원 자체가 적다. 많은 것이 자동화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무장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결국 사람의 손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놈들의 숫자는 최소 100기! 이대로 놈들이 접근하게 내버려 둔다면 맬러드 역시 곧 위험에 빠질겁니다!”

서은설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알바트로스는 어떻게든 준의 항력전개를 통해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맬러드의 경우는 다르다. 오로지 실드만으로 버텨야 한다.

‘결국 그 녀석을 써야하는 건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럴때를 대비해 준비해 둔 것이다. 우물쭈물하다가는 피해만 커진다. 준이 입을 열었다.

“로버를 출격시킨다.”

“로버를 말입니까?”

제임스가 약간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로버는 아직 실전 테스트도 치루지 않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녀석은 외도를 적으로 상정하고 만들어진 로봇이다. 스트라이더와 같이 빠르게 비행하는 함재기를 상대로 얼마나 강력한 전투력을 보일 수 있을지 아직 알려진바가 없었다.

“다른 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해봐. 작전상 후퇴 말고.”

“없습니다.”

제임스가 고개를 저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이야기는 끝났군. 에피알게나스를 호출하고 당장 착륙장으로 가라고 해.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 함선의 지휘는 제임스에게 맡긴다. 항력전개가 불가능하니 적기를 격추하는 것 보다는 최대한 직격탄을 회피하는 쪽으로 운용해. 원자탄은 조금만 벗어나도 화력이 극도로 떨어지니까.”

“알겠습니다.”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풍운보를 극성으로 발휘해 착륙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에피알게나스는 도착해 있었다. 그녀는 의료실에 대기하고 있다가 서은설의 연락을 받고 막 도착한 참이었다. 준은 그녀의 모습에 순간 멈칫 했다. 파일럿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검은색 강화수트를 입은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사로운 감정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에피알게나스는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입을 열었다.

“로버는?”

“기다려.”

준은 인벤토리를 열어 로버를 끄집어냈다. 나오자마자 로버가 입을 열었다.

[전투중이군. 내가 할 일은?]

“무중력 상태에서의 전투가 가능한가?”

[나를 뭘로 보고. 걱정마. 어떤 극한 환경에서도 전투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니까. 그래. 내 적은 어떤 녀석이지?]

로버가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적은 외도가 아니야. 인간이 만든 전투병기지.”

[인간의 병기? 자세한 재원을 입력해 줄 수 있는가?]

“정보는 있는데, 어떤 식으로 링크해야하지?”

[일단 탑승하도록 해. 자, 잠깐! 레이디 퍼스트 몰라?]

“젠장. 급한 판에 따지기는. 에피알게나스!”

“어디에 앉으면 돼?”

[거, 거기. 아아. 그래.]

에피알게나스는 누워있는 로버의 동체위로 올라서자 로버가 들뜬 숨을 내쉬었다.

위이잉- 철컥.

로버의 가슴이 열리며 준이 개조한 탑승석이 드러났다. 두 명이 앉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고, 앞뒤로 좌석이 있는데 뒷좌석이 앞좌석 보다 훨씬 높은, 계단식으로 되어 있었다. 가능한한 적은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뒤쪽에 앉아. 조작은 내가 할테니까. 너는 그냥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으면 돼.”

끄덕.

에피알게나스는 별다른 말없이 탑승석에 올라탔다. 그녀가 탑승석에 앉기 편하도록 로버가 상체를 비스듬히 세웠다. 에피알게나스가 좌석에 앉자, 로버의 가슴이 우웅- 하고 떨리더니 서서히 흉갑을 닫기 시작했다.

준이 황급히 녀석의 흉갑이 닫히기 전에 탑승석에 올랐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타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 장난 칠 때냐?”

[한시가 급해 보이길래.]

“전투 끝나고 보자.”

철컥. 철컥.

준은 탑승석에 앉아 신체를 고정하기 위한 벨트를 연결하고는 고개를 틀어 에피알게나스를 올려다보았다. 파일럿을 보호하기 위해 입은 검은 색 강화수트가 그녀의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검은 색의 늘씬하게 뻗은 다리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 준은 고개를 한번 젓고는 입을 열었다.

“이상은 없지?”

“링크는 나쁘지 않아. 감각 연결 시도할게.”

“아. 그래.”

기본적으로 로버의 모든 감각은 에피알게나스와 연결된다. 준은 에피알게나스의 감각을 통해서 주위를 탐색한다. 즉, 전투는 준이 하지만 전투 중에 파일럿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그녀에게 몰린다는 뜻이다.

이부분은 준의 개조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었다.

-은설아. 착륙장 문.

-넷! 함장님!

-펠로우쉽 통신에서까지는 굳이 예의 차리지 않아도 돼.

-지금은 전투중이야. 사적인 대화는 금물.

준은 그녀가 잔뜩 긴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 뿐만이 아니었다. 모두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압도적인 적의 숫자와 화력에 압도되고 있다고 봐야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로버’가 힘을 내주어야 했다. 아무리 앞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결국 싸우는 것은 인간이다. 사기가 떨어진다면 이길 싸움도 질 수 있었다.

삐잉! 삐잉!

구구궁-

착륙작의 산소가 빠져나가며 차폐벽이 열렸다. 준은 천천히 콘솔을 조작하며 로버를 움직였다.

“어떻게 움직여야 하지? 일어나서 걸을 수는 없는데.”

“그냥. 생각해.”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로버가 천천히 착륙장을 미끄러듯이 빠져나가는 것을 상상했다.

“생각만으로 그치지 말고. 의지를...”

“염동력을 사용한 것처럼 하면 되는 건가?”

어차피 로버 역시 오리진에 의해서 만들어진 기체. 그렇다면 염동력과 그 사용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파를 이용한 조작에는 이미 충분히 익숙해져 있었다. 준은 염동력을 사용하듯, 그렇게 로버의 움직임을 이끌었다.

스르르-

그러자 로버의 동체가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군.”

준은 어깨를 움직여 긴장으로 굳은 근육을 풀며 전방을 주시했다. 착륙장을 빠져나오자 마자 눈앞을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스트라이더가 보였다. 녀석들은 갑자기 나타난 로버를 향해 기관포를 갈겨대기 시작했다.

쿵! 쿠웅! 쿵!

거의 대부분은 빗나갔지만 그 중 몇발은 로버에 정확히 명중했다. 로버의 몸이 허수아비처럼 이리저리 튕겨나가며 불꽃을 내뿜었다.

“큭!”

“으으!”

에피알게나스가 이를 악물며 신음을 감추었다. 준도 갑작스레 당한 공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적들은 준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콰아아!

로버에 비해 절반 정도 크기의 스트라이더가 빠르게 곁을 스쳐지나가며 기관포를 난사했다. 준은 급한대로 팔을 교차해 흉갑을 보호했다. 현재 로버의 가장 취약한 곳은 흉갑이었다. 탑승석을 개조하며 티타늄 합금으로 대체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이동중의 사격이라 그런지 정밀 타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의 착각이었다.

“준!”

“엇?”

착륙장에서 나서자 마자 꼴사납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상황이었다. 아직 시험기동조차도 제대로 해본적 없다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코앞에 적이 날린 원폭미사일이 있었다.

‘늦었다!’

실드를 펼치기엔 늦었다. 준이 미사일을 발견하자마자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그대로 로버의 동체에 미사일이 꽂혔다.

콰아아앙!

눈을 멀게 할 정도의 밝은 빛이 준의 시야로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실제로 타격을 입는 것은, 로버와 신경을 링크한 에피알게나스 였다.

“아아악!”

“에피알게나스!”

준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안색은 하얗다 못해 파랗게 질려있었다. 거기다가 발작처럼 몸을 떠는 것이 보통 심각해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신경쓰지마. 지금은 눈앞의 적에 집중해!]

“아...”

준은 그제서야 정신을 번득 차렸다. 로버의 말이 맞다. 지금은 그녀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고맙다. 정신차리게 해줘서.”

[좀 더 날 믿어보라고. 이래봬도 최강의 병기니까.]

다행히도 로버는 파괴되지 않았다. 흉갑도 녹아내리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좁게나마 펼친 실드가 탑승석과 흉급부위까지는 막아준 것이다.

짜악!준은 자신의 뺨을 거칠게 때리고는 다시 콘솔을 잡았다. 날파리 떼처럼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스트라이다와 스파르탄들의 궤적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른쪽.’

휘익.

준이 급격히 로버의 방향을 틀었다. 예광탄이 섞인 탄환이 로버의 오른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로버는 준의 뜻대로 움직여 주었다. 소리도 냄새도 없었지만, 눈은 정확하게 스트라이더의 궤적을 쫓고 있었다.

‘오히려 쉽다.’

함재기의 기관포는 직선으로 밖에 날아가지 못한다. 그 속도는 음속을 넘었지만 지금의 준은 날아오는 총탄을 감각만으로 피할 수 있는 정도. 로버의 안에 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불가능할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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