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35화 (335/540)

0335 ----------------------------------------------

결전

*

*

*

준이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또 있었다. 델타스피릿, 특히 준이 있을 경우 보급은 무한히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원거리택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밥을 통해 물품을 받을 수도 있다. 혹은 탄약을 자체 제작해도 된다. 하지만 가장 편한 방법은 인벤토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준은 인벤토리를 펠로우쉽 계약자들과 공유하고 있었다.

그중 아무나 한명이 인벤토리에 탄약과 식량같은 것들을 올려두면 준이 마음대로 꺼내어 쓸 수 있다. 거리를 무시하고 물건을 옮길 수 있는 준의 능력을 알았다면, 야코브 함장도 플랫폼을 점거한다는 방법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눈앞의 적을 상대한다. 알아서 1개 함대가 빠져준다니 굳이 그 앞을 막아설 필요는 없겠지.”

준의 말은 서은설을 통해 함선 맬러드에도 전해졌다. 준과 양주안은 새크리파이스의 2전대가 멀어지는 것을 내버려 두고 적의 본진으로 계속해서 전진했다.

그리고 이윽고, 적 본진과의 거리가 3천킬로미터 이하에 접어들었다. 준은 무더기로 날아오는 수폭을 무시하며 양전자포를 적 마더쉽을 향해 겨누었다.

“양전자포 충전완료. 발사할까요?”

“발사. 목표는 적 마더쉽.”

“표적설정 완료. 발사합니다.”

구궁-

서은설의 말과 함께 함선전체가 가볍게 떨렸다. 3천킬로미터 정도면 반물질 탄이 도착하는 시간은 1초 미만. 눈 깜빡하는 동안 날아간 반물질 탄이 마더쉽을 코앞에 두고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음? 뭐지?”

“더미에 맞았습니다!”

“쳇. 역시 쉽지 않다는 건가.”

준은 툴툴대며 타겟을 바꾸었다. 마더쉽은 강력한 무기가 없는 대신 강력한 방어능력을 가지고 있다. 재질이 무엇이든 간에 물질로 만들어진 것은 모두 무로 돌려버리는 반물질 탄을 막기 위해 함선의 앞에 더미를 흩뿌려 놓는 것이다. 무게도 무게거니와 부피도 엄청나게 차지하기 때문에 마더쉽 정도만이 겨우 운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전함 감속.”

“알겠습니다.”

홍창만이 레버를 당겼다. 알바트로스와 맬러드는 적당히 감속하며 적 진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기관포 사격준비.”

“사수 배치완료 했습니다.”

“적 함과의 거리가 유효사거리에 들어서면 발포 시작한다. 목표는 가장 가까운 구축함.”

“네. 알겠습니다.”

1차로 발사한 수폭으로 인해 적함 중 세 기가 전투불능에 빠졌다. 열 발을 쏴서 세기를 침묵시켰다면 나쁘지 않은 전과였지만 적들의 수는 아직 40기가 넘게 남아있는 상태. 결국 일일이 접근해서 무력화 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맬러드는 지금부터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알겠습니다. 알바트로스의 건투를 빕니다.]

양주안의 통신을 마지막으로, 준은 근거리 함포전을 준비했다. 화약을 사용하는 기관포는 사실상 이런 대규모 함대전에서는 제대로 쓰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는 함대와 함대가 수십킬로미터 이내까지 접근하기 전에 전투의 향방이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은 대규모 함대전이 아닌 적함 나포를 위한 싸움일 경우, 특히 해적들이 많이 경험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적들 중 절반은 해적이었다.

해적들로 보이는 ‘언노운’ 함선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알바트로스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새크리파이스의 함대와는 사뭇다른 움직임이었다. 기동성에서 해적선은 새크리파이스의 전함에 비해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투투퉁-

그리고 알바트로스를 향해 기관포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근거리 전투에서는 1분에 한발을 쏘면 많이 쏘는 양전자포보다는 연사가 가능한 기관포가 화력으로서는 탁월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쏴댄다고 한들, 알바트로스의 선체에 조금의 피해도 입힐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 공격은 어디까지나 준의 시선을 끌기 위함이었다. 일부의 함선이 움직이며 플랫폼을 장악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멀리서 스트라이더들이 알바트로스를 향해 날아왔다. 마더쉽 하나에 보통 20~30여기의 스트라이더를 탑재할 수 있다. 기체 길이 10미터가 되지 않는 작은 함정이지만 작전반경은 수천킬로미터가 될 정도로 기동력이 뛰어난데다 무장으로는 원자탄을 달고 있기 때문에 요격장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함선들은 스트라이더 한기에 파괴되는 경우도 많았다.

“놈들이 아직 포기를 안한 모양인데?”

“우리의 탄약을 소모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이미 수폭은 모두 사용했고 남은 것은 양전자포와 기관포 정도. 하지만 기관포도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두 시간정도는 쓸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게 탄약을 채워두었지만 결국은 소모품이고 고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쓸데없이 죽는 사람만 늘어나겠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스트라이더는 무시하고 적 함을 우선으로 공격해. 스트라이더는 잡기도 힘들고 말그대로 탄약만 낭비하는 셈이니까.”

일반적인 함대전에서는 스트라이더의 화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준의 입장에서는 스트라이더에 낭비할 화력이 없었다.

준의 함선은 목표로 삼은 구축함을 향해 고속접근하며 기관포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등속운행하는 함선이라면 컴퓨터에게 맡기는 편이 명중률이 높겠지만, 지금처럼 전 함정이 회피기동을 하는 상황에서는 사람이 직접 조준하는 편이 명중률이 높았다.

쾅! 쾅!

15인치 포 5문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적은 최대한 멀어지려고 했지만, 알바트로스는 비교적 가벼운 함선이었다. 화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둔해질 수밖에 없는 구축함이 알바트로스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구궁- 궁-

적 구축함 아틀라스가 기관포에 얻어맞아 불을 뿜기 시작했다. 15인치 포는 구경은 크지 않지만 티타늄 외벽으로 만든 함선을 관통할 만큼 강력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다가 저항으로 인한 에너지의 손실도 없기 때문에 핵심기관에 직격하면 구축함이라 할지라도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스트라이더가 유효사거리에 들어왔습니다. 미사일 반응. 원자탄입니다!”

“냅둬. 수폭을 맞고도 멀쩡한데 뭐. 구축함이나 떨어뜨려.”

준은 알바트로스의 방어력을 믿고 계속해서 포격을 지시했다. 결국 버티다 못한 적함이 고개를 돌려 포격을 시작했다. 도망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었다.

“적함 과충전 시작. 양전자포입니다!”

“아직도 그럴만한 전력이 남아있는건가?”

아틀라스의 선체는 여기저기에 구멍이 난 채로 불길을 내뿜고 있었다. 처참해보이는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전력공급에는 문제가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곧 아틀라스는 반물질 탄을 날리기도 전에 선체가 두 조각나며 폭발했다.

눈부신 빛과 함께 은빛의 잔해들이 어지럽게 흩날렸다. 그리고 그 파편들 사이를 어지럽게 움직이며 미사일이 알바트로스에 명중했다.

구웅!

기우뚱!

알바트로스의 선체가 비스듬히 기울었다. 옆구리에 정확하게 얻어맞은 때문인지 모든 에너지를 완벽하게 흘려내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준이 서은설을 흘깃 보자 그녀가 다소 놀란 얼굴로 외쳤다.

“EX필드에 손상이 있습니다!”

“뭐라고?”

준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급히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알바트로스의 EX필드 총 5만 중에서 1000가량이 소모되어 있었다.

“반물질탄도 막아내는 EX필드가 원자탄에 손상된다고?”

준은 약간이지만 당황하고 있었다. EX필드는 기본적으로 외도의 항력과 유사하다. 어떤 물리적인 충격이든지 간에 그 힘의 방향을 틀어버린다. 그러니 원자탄의 폭발력 역시 빗겨내야 하는 게 정상이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원자탄의 폭발력에 EX필드가 손상된 것이다.

-시스템! 이게 어떻게 된거지?

-예상하지 못한 오류입니다. EX필드의 형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뭐라고...? 대체 무슨 오류가...

-델타시스템의 일부가 손상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EX필드의 벡터변환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손상이 되었다는... 설마!

준의 머리를 번득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손상, 오류. 지금까지 잘 작동되었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이유는 하나 뿐이다.

‘설마. 던전핵을 삼킨 것 때문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그것밖에 없었다. 실제로 델타시스템은 던전핵에 의한 오류를 경고했었다. 그 이후 별다른 문제가 없어 잊고 있었던 사실인데 그것이 극단적인 환경에 처하자 취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함장님! 어떻게 할까요!”

서은설이 외쳤다. EX필드가 손상되었다는 사실에 함교에 있던 이들 모두 적잖이 동요하는 눈치였다. 당장 심각한 피해는 아니었지만 스트라이더의 숫자는 많았다. 현재 알바트로스를 향해 날아오는 함재기의 숫자는 서른 기. 아직 출격하지 않은 기체가 있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최소 50여기는 있을 거라고 봐야했다.

원폭 한 발에 1000가량의 실드가 날아간다면,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닌 것이다.

“목표 변경. 지금부터 모든 기관포는 스트라이더를 조준한다!”

“목표물 변경! 최우선 목표를 스트라이더로!”

서은설이 통신회선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기관포들이 일제히 움직이며 어지럽게 움직이는 스트라이더를 향해 포격을 하기 시작했다.

구웅! 궁!

조용한 함교에 함포로 인한 진동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준은 초조한 얼굴로 디스플레이를 지켜보았다. 스트라이더를 잡기에 가장 좋은 것은 수폭이다. 하지만 겨우 10발이 있던 수폭은 이미 모두 사용했고, 1분에 한발을 쓸까말까한 양전자포를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결국 믿을 것은 기관포 뿐이었다.

삐잉- 삐잉-

붉은색의 경고등이 함교에 울려퍼졌다. 서은설이 동시에 외쳤다.

“원폭하나가 또다시 날아옵니다! 충돌 3초전!”

“젠장!”

준은 마나를 끌어올려 최대한으로 실드를 전개했다. 함선의 EX필드와는 다른, 준이 시어도어 대령의 던전핵을 삼키고 난 이후 얻었던 준의 능력이었다.

쿠구우웅!

기우뚱!

“꺄악!”

콰당탕!

서은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녀의 근력으로 버티기 힘들 정도의 충격이 덮쳐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재빨리 정신을 수습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콘솔을 조작했다.

“EX필드의 손상은 없습니다!”

서은설의 말에 함교내에서 안도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준은 깊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항력전개는 제대로 먹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거대한 함선 전체에 계속해서 항력을 펼칠수는 없어. 게다가 맬러드가 위험하다.’

스트라이더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놈들은 계속해서 알바트로스를 향해 미사일을 날렸다.

“스트라이더에 의한 공격이 먹혀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함 야마토의 부함장 브라운이 입을 열었다. 야코브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에서의 성과에 흥분한 듯 큰소리로 외쳤다.

“계속해서 공격하라! 스트라이더 전기 출격!”

“모든 마더쉽에서 스트라이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총 50기의 스트라이더와 60기의 스파르탄이 출격 대기중입니다!”

“지체하지 말고 출격시켜! 양전자포의 포격도 계속해! 수폭은 얼마나 남았나!”

“잔량은 충분합니다만, 수폭을 터뜨리면 아군 함정도 휘말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스트라이더는 폭발에서 버티지 못할 겁니다!”

“수폭을 제외한 모든 화력을 쏟아부어.”

“전함반전! 수폭을 제외한 모든 화력을 투사하라!”

브라운이 큰 소리로 외치자 오퍼레이터들이 명령을 빠른 속도로 전 함대에 타전했다. 그리고 산개하며 회피기동을 하던 모든 함선들이 일제히 반원형의 진형을 갖추며 알바트로스와 맬러드를 향해 화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알바트로스의 EX필드는 5만이 맞습니다. 전전편의 1만이 잘못쓴거... 수정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