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34화 (334/540)

0334 ----------------------------------------------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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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러드와 통신 연결해.”

“양주안 함장과 연결됐습니다.”

[무슨일이십니까?]

“지금부터 적함대를 향해 전속돌진한다. 어차피 카모플라주도 풀렸으니 더 이상 몸을 사릴 필요는 없겠지.”

새크리파이스의 함대가 알바트로스와 맬러드를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전파를 교란하는 ‘카모플라주’ 기능 때문이었다. 때문에 원래라면 들켰어야 했을 준의 함선이 걸리지 않고 비교적 근거리 까지 접근할 수 있었고, 방심하고 있던 새크리파이스의 함대가 선제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가능하면 더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적 함대의 탐지능력을 생각해보면 5만 킬로미터까지가 한계라고 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함선 맬러드, 전속전진합니다!]

“알바트로스. 전속전진.”

“임펄스 엔진 기동합니다.”

우우웅-

함대의 전력이 모두 가동되며 관성력에 의해 준의 몸이 휘청였다. 우주공간에서 중력을 만들기 위해 함선에는 관성제어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때문에 순간 가속이 10G 이상 나오는 임펄스엔진의 전개에도 준의 몸은 약간 휘청이는 정도에서 그쳤다.

알바트로스와 맬러드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과의 거리는 5만 킬로미터. 임펄스 엔진을 풀로 전개하게 되면 약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였다.

번쩍!

양전자포가 알바트로스의 옆을 스쳐가며 빛을 뿌리며 사라졌다. 다가올때는 푸르게 빛나던 반물질 탄은 사라질때는 붉은 꼬리를 내며 사라졌다. 적함정들은 충전이 완료되는 대로 순서없이 알바트로스와 맬러드를 향해 포격을 실시하고 있었다.

준이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무식하게들 쏴대는 군.”

“적함에서 수폭이 발사되었습니다. 수는... 315개입니다.”

“이런 무식한 놈들!”

준은 하, 하고 헛웃음을 흘렸다. 수폭을 하나씩 얻어맞은 적은 있어도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양의 폭탄을 상대해 본적은 없었다.

함선자체는 수폭의 폭발에서도 별 문제가 없을 거라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 안의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을 줄 수도 있었다. 폭발시 일어나는 전자기펄스의 영향때문이었다.

“수폭 전개. 목표는 날아오는 적들의 미사일이다.”

“네? 그걸 맞추겠다고요?”

서은설이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적당히 근처에 오면 터뜨려. 총알을 총알로 맞추는 것도 아니고 뭘 그렇게 놀라?”

“하, 하지만 저는 그런 복잡한 조작은 아직...”

“그럼 시스템에 맡겨. 알바트로스는 델타AI에 연동되어 있으니까 계산은 그쪽에서 해줄거야.”

알바트로스 자체에도 메인컴퓨터가 있긴 하지만, 델타 시스템의 처리용량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서은설이 적 수폭의 값을 입력하자 알바트로스의 발사관이 열리며 수폭이 부드럽게 빠져나왔다.

거의 시속 20만 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알바트로스에서 빠져나간 수폭은 관성에 의해 더한 추력을 받으며 거의 알바트로스의 두 배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적 미사일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잠시후, 현시창을 가득 메울 정도의 밝은 빛이 함교안으로 쏟아졌다. 알바트로스에서 발사된 수폭이 폭발하며 근처를 지나던 다른 수폭들이 동시에 유폭된 것이다.

소리는 전혀 전해지지 않았지만 궁궁- 하고 함선을 타고 전해오는 떨림은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불꽃놀이로구만.”

막스가 현시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는 엄청난 화력을 지닌 수폭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적 미사일 150여기가 그대로 접근합니다.”

“그래도 절반은 날렸군. 전원 충격대비해.”

“옛서~”

막스가 너스레를 떨며 자리에 있던 안전벨트를 꽉 매었다. 이윽고 수폭 하나가 알바트로스의 지근거리에서 폭발했다.

번쩍!

구구궁-

“방사능 수치는?”

“정상입니다.”

수폭자체는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뿜어내기 때문에 방사능을 뿜어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한 온도를 만들기 위한 기폭장치로 원자탄이 사용되기 때문에 수소폭탄이라는 이름과는 달라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방출 된다. 방사능 수치를 계속해서 체크하는 것은 그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윽고 알바트로스가 거칠게 흔들렸다. 계속되는 폭발로 인해 현시창은 그야말로 태양을 코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눈부신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부르르르-

쿠웅-

난기류속을 날아가는 항공기처럼 알바트로스는 거칠게 흔들렸지만, 다행히도 별다른 이상은 없이 계속해서 전진했다. 함교내의 모든 사람들은 폭발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저마다 자신의 앞에 있는 강철 지지대를 꽉 잡고 있었다.

준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맬러드의 상태를 살폈다. 맬러드 역시 길을 잃지 않고 잘 따라오고 있었다.

적과의 거리는 이제 1만 킬로미터. 준은 가지고 있던 수폭미사일 10기를 모두 발사했다.

“적함! 수폭미사일 발사했습니다! 빠르게 접근중입니다. 폭발 2분전!”

“젠장! 전함 산개하라!”

야코브는 이를 악물며 외쳤다. 적함 2기는 연속된 양전자포의 세례와 수폭 속에서도 별 이상없이 고속전진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5분도 채 걸리지 않아 적함이 아군의 함대로 파고들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아군의 대열은 흐트러질대로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수폭과 양전자포를 수십차례 얻어맞고도 멀쩡한 녀석들이 아군대열 안으로 들어서면 그때부터는 그야말로 양떼 속에 뛰어든 늑대처럼 날뛸 것이 뻔했다.

“하, 함장님. 다음 지시를...”

브라운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는 강철 지지대를 붙잡고서는 겨우 서 있었는데, 만약 그것이 없었다면 금방이라도 바닥에 주저앉을 듯 다리를 떨고 있었다.

“모든 화력을 투사하라! 미사일 하나, 포탄 한 발이라도 남기지 말고 쏟아부어! 모든 전력을 끌어서라도 저 놈이 접근하기 전에 박살내야 한다!”

“하, 하지만 저 놈은 전혀 공격이 통하지 않습니다! 당장 후퇴해야 합니다!”

브라운이 외쳤다. 야코브가 그의 뺨을 후러쳤다.

짜악!

“큭.”

“여기서 돌아간다면 영광이 있을 것 같은가!”

“아, 아닙니다.”

“나는 60기의 함선을 이끌고 단 2기의 함선에게 패한 최악이 장군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쳤다는 이름을 남기고 싶지는 않아!”

야코브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디스플레이를 노려보았다. 은백색와 청록색의 함선. 쉴새없이 쏟아지는 포격과 수폭의 향연을 뚫고 알바트로스와 맬러드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새크리파이스의 전력중 절반이 날아가게 될겁니다.”

브라운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상황이 안좋은 것과 별개로, 만약 여기서 패배하게 된다면 향후 새크리파이스의 전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한 번 무너진 병력을 다시 채우기 위해서는 수년의 세월이 걸려도 부족하다. 그 사이 새크리파이스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뻔한 것이었다.

“아직 반격할 방법이 있다.”

야코브의 음성에는 어느정도 확신이 있었다. 패배가 불명예라면 도주는 치욕이었다. 그리고 아직 그는 싸움을 시작도 하지 않았다.

“2전대장!”

야코브는 통신회선을 열었다.

“2전대장, 들리는가?”

[네. 함대장님.]

디스플레이에 2전대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대는 지금 당장 전장을 이탈해 수라드 플랫폼을 향하도록. 적함의 사거리에 들지 않도록 우회해서 움직인다. 최대한 빠르게 플랫폼을 점거하는 것이 그대의 임무다. 알겠나?”

[하필 왜... 저희도 적과 싸우겠습니다!]

“이건 명령이다! 적을 분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플랫폼을 점거해 놈들이 보급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아, 알겠습니다.]

야코브의 명령에 따라 2전대가 대열에서 이탈하며 크게 우회하기 시작했다. 그의 목표는 하루거리에 있는 수라드 플랫폼. 야코브의 1전대가 해적들과 함께 델타스피릿의 함선을 상대하는 동안 수라드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플랫폼을 장악한다... 과연 그렇게 되면 승산이 있겠군요!”

부함장인 브라운의 표정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애초에 능력을 보고 뽑은 인재가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별달리 쓸모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모든 일을 자신이 처리해야 마음이 놓이는 야코브 함장에게는 차라리 이런 자가 부리기 편했다.

“어느정도 피해를 감수해야겠지만, 플랫폼만 점거하게 되면 승산은 있다.”

일단 플랫폼을 장악하고 나면, 델타스피릿은 보급을 받을 수 없다. 전투중에 소모하는 탄약은 결국 어디선가 다시 재보급을 받아야 한다. 저 악귀같은 두기의 함선이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함대 전체를 괴멸 시킬만큼의 무장은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2~30대 정도의 함선을 파괴하는 것에서 그칠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심대한 피해를 줄 수 있었다. 함대의 절반이 날아가버린 후에는 사기가 떨어져 제대로 싸울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일단 플랫폼을 점거하고 나면 델타스피릿은 어디에서도 보급을 받을 수 없다. 무장을 모두 소모한 함선으로 급히 플랫폼으로 돌아간다고 한들 플랫폼을 점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보급을 끊고 나면 이쪽에서 반격의 여지가 생긴다. 놈들이 워프를 해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추격을 하면 결국 말라죽는 것은 저 두기의 함선인 것이다.

“함선의 질에서 차이가 난다면 수로 이기는 수밖에 없겠지.”

그 과정에서 얼마가 죽어나가든 상관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승리뿐이었다.

“적 함대 하나가 이탈합니다. 요격할까요?”

서은설이 큰 소리로 외쳤다. 10여대의 함선이 멀리 우회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플랫폼을 점거하려는 건가. 너무 뻔한 수로군.”

“하지만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이대로 플랫폼을 내주게 되면 알바트로스와 맬러드는 갈곳을 잃게 됩니다.”

“여차하면 워프로 도망가면 돼.”

“그건 불가능합니다.”

“응? 어째서지?”

준은 함대전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다. 제대로 전략전술을 배운 적도 없고, 경험도 많지 않았다. 경험이라고 해도 그저 압도적인 방어력을 믿고 싸운 것이 전부였다.

“보통의 함대전에서는 마더쉽이 존재합니다.”

“아. 그거 날파리들 태우고 다니는거 말이지?”

새크리파이스에서는 비교적 고가의 함재기인 스트라이더를 사용했다. 해적들이 사용하는 스파르탄에 비해서 약 두 배 가량 비싸지만 그 만큼의 값을 한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네. 마더쉽에는 함재기와 함께 또 하나의 강력한 장비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그게 뭔데?”

“중력파 발생기입니다.”

“아아.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 인위적으로 중력파를 발생시켜서 워프를 교란한다는 이야기로군.”

즉, 마더쉽이 살아있는 이상 워프를 통해 다른 행성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워프를 교란해 함선의 목적지를 알 수가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알려진 우주에 떨어질 수 있겠지만 재수가 없으면 디락의 바다와 같은 허수공간에 빠질 위험도 있었다.

“그러면 일단 마더쉽을 위주로 공격해야겠군.”

“노려보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적 함대에 포위된 상태로는 쉽지 않을 겁니다. 마더쉽은 보통 후방에 위치하니까요.”

“양전자포로 갈겨 버리면 되지 않을까?”

“남은 반물질 탄은 총 열 발 정도입니다. 반물질탄의 특성상 중간에 다른 함선에 맞거나 하면 화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양전자포는 양전자덩어리를 발사하는 방식의 무기였다. 반물질의 특성상 물질을 만나게 되면 쌍소멸 현상이 일어나는데, 그때 일어나는 폭발은 1g당 원자탄 하나정도의 위력을 낸다. 쌍소멸 현상이 일어나는 즉시 폭발과 함께 반물질은 모두 그 자리에서 소멸되며 에너지로 치환된다. 가끔씩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 확률은 대체로 낮았다.

“어쨌든 당장은 이 쪽에 집중하는 수밖에. 플랫폼 문제는 이 전투를 승리한 다음에나 고민할 수 있는거니까.”

준은 잠시 턱을 긁적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남겨둔 병력도 있고.”

“그들이라면 잘 해낼 겁니다.”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플랫폼에는 양주안의 휘하에 있던 4기의 전함이 아직 남아 있었다.

============================ 작품 후기 ============================

독자분의 지적에 따라 임펄스 엔진의 가속력에 대한 수치를 조정했습니다. 초속 수킬로미터 -> '10G 이상' 입니다. 너무 아무생각없이 가속력을 올려버렸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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