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33화 (333/540)

0333 ----------------------------------------------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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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리파이스의 함대는 1전대 기함 야마토를 선두로 고속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엔진정비가 끝나는 대로 전속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야마토의 함장, 야코브는 케플러41 항성계의 3차원 지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많은 함선이 필요한 지 모르겠군.”

그다지 탐탁치않은 말투였다. 부함장 브라운이 대답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추정 적함의 수가 5기라고 하니 사실상 과잉투사인 셈입니다.”

“이정도 함대가 움직이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 모를리도 없을텐데.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본보기를 보여주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확실하게 델타스피릿을 제거하고 새크리파이스의 힘을 보여주려는 생각인 듯 합니다만.”

“그럴거면 저 녀석들을 데리고 오면 안되지.”

야코브는 우측 디스플레이에 드러난 해적함대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평시에는 해적으로 활동하긴 하지만 그들은 엄연히 새크리파이스의 명령을 받는 동료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야코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다가 해적따위와 같이 작전을 하게 된 건지.”

“그러게나 말입니다.”

브라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는 최대한 야코브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자신의 상사가 이번 원정을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괜한 소리를 했다가는 불똥이 튀는 것은 자신이었다.

“어쨌거나 명령권은 함장님께서 가지고 계시니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놈들이 말썽이나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군.”

단 한번이라도 우주를 항해 해 본 사람이라면 해적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다. 그만큼 해적은 해역 곳곳에 숨어 있었고, 심심찮게 상선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성공률은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한번이라도 성공하면 엄청난 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해적들의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상선들은 해적들에게 추격받는 일이 예사로 일어났고, 재수가 없는 경우에는 살아있는 채로 우주공간으로 버려지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들을 통제하는 것도 각 기업의 함대가 맡아야 할 주요업무중 하나였다. 그렇게 야코브가 잡아들인 해적선들의 수만해도 수백 척이 넘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바퀴벌레처럼 계속해서 증식했고, 그는 그들이 어째서 그렇게 줄어들지 않는 것인지 알고있을 만큼의 높은 위치에 이른 사람이었다.

각 기업에서 해적들을 길러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수라드 플랫폼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이제 하루 정도면 도착할 겁니다.”

“혹시 모르니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고. 수가 적은만큼 선제타격을 하려고 들 수도 있어.”

“그래봤자지요. 겨우 다섯 대에 불과한 함선의 화력이 커봐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모르는 일이지. 기함을 후방 배치 시키도록 해.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브라운은 함장 야코브의 명령에 따라 전함 야마토의 속도를 늦추었다. 그리고 60대의 함선들 속으로 야마토가 빠지는 순간, 번쩍 하고 현시창이 밝게 빛났다.

“무슨 일인가!”

야코브가 당황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전함. 세레스 반파! 아니. 폭발합니다!”

번쩍.

현시창이 다시 한번 밝게 빛났다. 처음의 것은 양전자포의 빛이었고, 이번은 전함 세레스가 폭발하면서 뿜어내는 빛이었다. 야코브는 황망한 가운데서 명령을 내렸다.

“레이더 확인해! 대체 어디서 쏜 거야?”

“적은 하, 한기입니다! 거리 5만 킬로미터. 함명, 알바트로스. 델타스피릿의 전함입니다!”

오퍼레이터가 비명처럼 외쳤다.

그만큼 알바트로스의 등장은 갑작스러웠다.

“뭐라고! 대체 지금까지 왜 확인을 못한 것이냐!”

5만 킬로미터면 양전자포의 사거리로는 아슬아슬한 정도였다. 그 이상이 되어버리면 명중탄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적은 가능한 한 최대사거리에서 사격을 시도한 것이다.

“초탄 발사 후에 갑작스럽게 등장했습니다. 원인은 알 수 없습니다.”

“젠장. 일단 전함 회피기동 실시. 어차피 적 함은 하나다. 회피운행과 함께 3함대에서 화력을 투사하라!”

“옛써!”

야코브의 명령에 따라 전함이 불규칙적으로 항행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거리가 거리인 만큼 약간의 속도조절만으로도 적함의 계산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양전자포로는 명중탄을 낸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그렇다고 수폭을 쓰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5만킬로미터 거리에서 수폭을 쓴다면 도착하기까지 거의 몇시간은 걸릴 것이다.

[3함대장 슬라인입니다. 양전자포 충전시작합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에 3함대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야코브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적함의 위치는 파악됐는가?”

[현재는 레이더에 잘 잡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령처럼 나타난 녀석인 만큼 다시 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무조건 명중시켜! 알겠나!”

[옛! 함대장님!]

슬라인은 경례를 하고 통신을 마쳤다. 그리고 잠시후, 3함대 중 7기의 함선에서 양전자포가 일제히 발사되었다. 번쩍, 하고 순간 사위가 밝아졌다. 우주공간에서 뻗어나가는 반물질탄은 적색편이로 인한 붉은 궤적을 남기며 먼 우주로 사라졌다.

“어떻게 됐지?”

5만킬로미터라고 할지라도 반물질탄이 도착하는 것은 10여초 남짓. 지금쯤이면 적함의 선체에 반물질 탄이 명중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10초 후. 야코브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적함의 선체에 반물질탄이 명중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럴수가...”

야마토의 함교에 침묵이 맴돌았다. 오퍼레이터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적함, 알바트로스... 피해 전무. 다시 말씀드립니다. 적함 알바트로스 피해는 없습니다.”

쾅!

야코프가 자신의 앞에 놓은 콘솔을 거칠게 내리쳤다. 그의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전함대. 발포.”

“네?”

멍하니 디스플레이를 바라보고 있던 브라운이 깜작 놀라며 반문했다.

“전함대 발포하라! 제 놈이 아무리 강력한 방어막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계속해서 두들기면 분명히 약점을 보일 것이다!”

“저, 전함 발포!”

브라운이 큰 소리로 외쳤고, 오퍼레이터들이 빠르게 발포명령을 전함대에 타전했다. 그러자 60대 함선 중 양전자포를 가지고 있는 45기의 함선이 모두 선체를 돌려 알바트로스를 향해 포신을 겨누었다.

“적함에서 고밀도 에너지 반응! 양전자포 발사됩니다!”

“젠장! 저렇게 작은 녀석이...”

양전자포는 함선 전체의 전력을 끌어다 쓴다. 그런 만큼 전력이 충분치 못한 중소형의 함선의 경우 양전자포를 재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긴편이었다. 하지만 적함은 겨우 70미터 짜리 작은 함선 주제에 1분도 안되어 두 번째 포격을 가했다.

번쩍!

현시창이 다시 푸른빛으로 가득차고, 3함대의 전함, 리리스가 소리도 없이 폭발했다. 은빛 파편을 사방으로 날리며 분해되는 리리스의 모습에 야코브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발포는 멀었나!”

“곧 충전 완료됩니다! 카운트 다운 하겠습니다! 10! 9! 8...”

오퍼레이터가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고, 그 10초의 시간은 영겁처럼 길게 느껴졌다.

야코브는 이쪽을 향해 정면으로 기수를 돌린 적함을 보며 불길함을 느꼈다.

‘그렇게 자신있다는 말이냐? 40대가 넘는 함선들의 포격을 맞으면서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이냐!’

적은 조금도 회피동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 거리라면 속도를 약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렇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공격이 오더라도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었다.

“양전자포 발사합니다!”

오퍼레이터가 큰 소리로 외쳤고, 전함 야마토의 주포가 우주공간에서 불을 뿜었다.

“오오...”

현시창을 통해 보이는 수십발의 반물질 탄이 저마다 붉은꼬리를 보이며 초속 수천킬로미터의 속도로 날아갔다. 그 광경은 마치 지옥의 불길이 투사되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항해사들은 저마다 낮은 목소리로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윽고 수십 발의 반물질 탄이 알바트로스에 명중했다.

뒤이어, 오퍼레이터의 떨리는 목소리가 조용한 함교안에 울려퍼졌다.

“적함 이상없습니다! 전탄 불발!”

“재... 발포하라.”

“양전자포 충전!”

충격도 잠시, 야코브는 최대한 빨리 명령을 내렸다. 어차피 양전자포가 통하지 않는다면 방법은 없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도주하거나, 아니면 적이 쓰러질때까지 계속해서 펀치를 날리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60대의 대 함대를 가지고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번쩍!

그리고 야마토 함 바로 곁에 있던 함선 하나가 불기둥이 되어 사라졌다.

“벌써?”

야코브가 깜짝 놀라며 오퍼레이터를 바라보았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외쳤다.

“두, 두 번째 함선이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양전자포의 유효 사거리는 거의 수천 킬로미터에 이른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기가 짙은 지상 실험의 경우였고, 쌍소멸반응을 일으킬 물질이 극도로 적은 우주공간에서는 최소 수십만 킬로미터, 많게는 수백만 까지도 날아가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그 정도의 초장거리 사격은 아주 미세한 오차만으로도 수킬로미터의 오차를 내기 때문에 정확도를 유지하는 한에서 명중거리는 대체로 수천~수만킬로미터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정도의 거리라면 레이더에 걸릴 확률도 높았다. 상선이 아닌 함대에 달린 레이더의 탐지능력은 수백만킬로미터 이상에서 10미터 크기의 형체를 잡아낼 수 있을 정도의 정밀도를 자랑하는 때문이다.

때문에 준은 최소한의 함선만으로 적들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양주안에게 맡겼던 델타 1전대들은 투입해 봐야 적함의 일제포격에 먼지가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를 위해 준은 한 대의 함선을 더 제작했다. 이 작업은 준이 수라드 플랫폼에 도착한 날부터 이루어졌고, 준이 ARM기의 설치를 위해 수라드 행성으로 내려가기 전에 완성되었다.

준은 그렇게 제작한 함선을 양주안에게 주었다.

제원은 준의 알바트로스와 같았으며 ‘강화’를 통해 공격불가 옵션을 걸었다. 공격불가 옵션에 대해서는 이미 시뮬레이션 실험을 통해 아군함정에 대해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래저래 거의 900만에 달하는 제작비가 들었다.

새 함선의 이름은 맬러드. 청둥오리라는 뜻으로 외관이 청녹색으로 칠해져 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었다.

“함선의 상태는?”

EX필드에 의해서 보호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반물질 탄을 50여발 가까이 얻어맞은 상태였다. 준은 혹시나 싶어 서은설을 향해 물었다.

“피해는 없습니다. EX필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에 EX필드의 잔량인 50000이 그대로 찍히고 있었다. 준은 그것을 확인하고는 이번 전투의 승리를 확신했다. 적이 아무리 많도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쪽은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절대의 방패를 보유하고 있었다. 알바트로스는 수백수천발의 반물질 탄을 얻어맞아도 꿈쩍없는 완벽한 전함이었다.

게다가 그런 것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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