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32화 (33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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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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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실에 도착한 준은 서은설의 보고를 받았다.

“상황은?”

“대규모 함대의 이동으로 보이는 중력파가 검출되었습니다. 아직 정확한 보고를 받기 위해서는 몇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위치가 꽤 먼 모양이군.”

중력파는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준이 최초보고를 받은 시점에서 최소 5분 이상 지났다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그들의 위치는 최소한 1억킬로 미터 이상일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었다.

“아마 8행성 궤도 정도에 진입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들이 수라드 행성까지 오려면 얼마나 걸리지?”

“8행성에 도착했을 거라고 가정할 시, 약 이틀 가량 걸립니다.”

“이틀이라... 넉넉하군. 일단 비상경보 해제시켜.”

“네. 알겠습니다.”

다급한 비상음과 달리 생각보다는 그리 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준은 명령을 내리고 제임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놈들이 왜 이렇게 멀리서 나타난거지?”

“대규모 함대를 보낼때는 통상적으로 최외각 행성궤도 정도에서 정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자신들도 워프중 이상에 대한 정비를 할 시간이 필요할테니까요.”

“그렇군. 기습을 할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건가?”

워프는 비교적 대중화 된 기술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위험하고 난이도 높은 이동방식이었다. 때문에 장거리 워프를 마친 후엔 반드시 정비가 필요했다. 심한경우에는 함선이 재기불능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있었다. 특히나, 함선이 대형화 되면 될수록 그 현상은 잦았고 덩치가 클 수밖에 없는 전함류는 더더욱 정비가 생명이었다.

잠시후, 적들의 모습이 디스플레이에 나타났다. 통제실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디스플레이 전체를 가득 메울 만큼의 대 함대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게 대체 몇 대야...?”

허겁지겁 달려온 막스가 입을 열었다. 디스플레이에 차례로 함대의 이름이 떠오르기 시작하고 최종적으로 우측 하단에 적들의 규모가 추산되었다.

“총 60대 가량의 함대입니다. 6개 전대로 추산됩니다.”

서은설의 말에 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리엘의 말에 의하면 놈들이 전력을 투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봤는데. 저 정도면 알려전 모든 함대를 가지고 온 것처럼 보이는데?”

“정체불명의 함선이 절반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봐선, 대부분이 해적 인 것 같습니다.”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준이 다시 한번 디스플레이를 살펴보니 상당수의 함선들이 ‘Unknown'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해적과 연합을 한 건가...”

이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해적과 연합소속의 기업은 거의 서로 원수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헌데 그들이 어떻게 손을 잡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해적들이 눈에 보이는 이득없이 저렇게 모였을리는 없었다.

“그만큼 4전대의 패배가 주는 영향이 컸다고 봐야하겠지요.”

“대체 뭘 약속하고 그들을 동원한거지?”

“기술을 나눠주겠다고 약속한 것인지도 모르지요.”

“해적들이 겨우 그런 믿을 수 없는 약속을 가지고 저렇게 많은 함선을 지원해준다고?”

“그도 그렇습니다만... 어쩌면 해적 자체가 새크리파이스의 숨겨진 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어느 기업이나 숨겨둔 힘은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적절하게 새크리파이스와 연합하여 등장한 해적들. 아무리 봐도 수상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새크리파이스 자체가 비밀리에 해적집단을 운용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저들은 단순히 해적이 아니라 새크리파이스의 정규군이라고 봐야했다.

준은 디스플레이에 떠오른 대 함대를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걱정되십니까?”“그래. 저 많은 함대를 전부 박살내려면 그것도 보통일이 아니니까.”

“애초부터 예상되었던 일입니다.”

“나도 알아.”

준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적으로 만난 이상 쓸데없이 감상적이 될 필요는 없었다.

새크리파이스 본사는 거문고자리 베타 항성에 위치한 란도넬 행성에 존재하고 있었다. 란도넬 행성 역시 거주가능 행성으로 그 환경은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지구형 행성과 마찬가지로 중력은 표준 중력에 가까웠고, 행성은 철과 산소, 규소, 마그네슘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만 태양으로 부터의 거리는 다소 멀어 다섯 번째 행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태양계에서 볼 수 있는 외각의 거대행성의 수가 적어 오르트 구름으로부터 오는 운석낙하등의 재앙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행성이었다.

다만 태양계와 달리 베타항성계의 외곽에는 운석의 숫자가 비교적 적은 편이라 지금까지 안전하게 생태계를 발전시켜 올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그곳, 란도넬 행성의 중심지. 300층을 넘는 대형 건물 최상층에서 한 사람이 창밖을 통해 보이는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름아닌 새크리파이스의 회장, 사쿠라이 마코토였다. 그는 연방시절 일본 재특회 출신의 상인으로 100세를 훌쩍 넘긴 노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외모는 110세를 향하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정했다. 백발이긴 하지만 얼핏보면 60~70세 정도 밖에는 보이지 않았고, 아직도 첩을 수십명이나 데리고 있을 정도로 신체도 정정했다.

이미 살아있는 동안 수명연장을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한 때문이었다. 줄기세포를 통한 장기교체만 수십회. 피부재생술은 물론이고 안구와 심장같은 핵심 장기들 조차도 이미 몇차례나 교체를 한 상태였다.

그렇게 죽음을 뒤로 미루면서 그는 지난 수십년간 새크리파이스를 키워왔다. 그런 그가 그룹내에 가지는 파워는 그야말로 절대적. 절대왕권치하의 왕 이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끝낼 수 있겠지?”

“이미 6개 전대가 도착했다는 소식입니다. 조만간 좋은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대답한 자는 역시 백발의 노인이었다. 그가 기업을 일으킬 때부터 80년간 그의 곁을 지킨 사내였다.

“정보통제는 확실하게 하고.”

“이미 항성계 전역에 방해전파를 방사하고 있습니다.”

“좋아. 해적과 연합했다는 사실은 절대로 알려지면 안 돼.”

비록 새크리파이스가 마약과 인신매매같은 최악의 사업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고 하지만, 해적은 또 다른 문제였다. 해적들은 연합의 공적이고 그들과 뒤에서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만 새크리파이스는 백인회는커녕 연합 전체의 공적이 될 수 도 있는 문제였다.

“헌데 굳이 그들까지 동원했어야 했을까요.”

“모르는 소리. 싹은 더 자라기 전에 철저하게 밟아야 하는 법. 내 느낌에 놈들은 결코 피라미가 아니다. 특히 그 정체불명의 함선은 절대로 우습게 보아선 안 돼.”

“아무리 강력한 방어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6개 전대입니다. 집중포화 한방이면 사라질겁니다.”

“만약 정말로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해도 플랫폼을 장악하는 데는 문제없겠지. 문제가 되는 것은 한 대의 함선일 뿐이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터.”

“일단 중요한 것은 수라드 행성의 지배권을 다시 찾는 일입니다. 놈들도 보급이 없다면 결국 돌아갈 수밖에 없겠지요.”

“이스카야 행성은?”

“그곳도 4개 함대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헌데 엔터프라이즈를 끌어들인 일이 잘한 것일까요? 델타스피릿의 핵심은 이스카야에 있습니다. 그곳을 넘겨주게 되면 정작 우리쪽에서 얻을 것이 많지 않을 겁니다.”

“그 정도 미끼가 없다면 놈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곳으로 향한 함대의 절반은 우리측 전력이니 관계없다.”

“정비를 위해서 보냈다던 그 함선들입니까?”

“그래. 함대 자체는 엔터프라이즈가 지휘하지만 플랫폼을 점거해서 기술자를 사로잡는 일은 우리쪽에서 하게 될 것이다.”

백발의 노인, 사쿠라이 마코토가 만족스럽다는 듯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수라드를 향해 접근하는 적 대규모 함대를 확인한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준은 이스카야 행성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총 4개 함대에 달하는 병력이 이스카야 행성 인근에 워프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스카야에 대한 공습. 그 점은 준도 생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그리고 새크리파이스가 수라드 행성과 이스카야 행성을 동시타격 할 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양측 총 합해 거의 100여대가 넘는 함선을 동원할 거라는 것 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두 곳에 대한 공격은 거의 같은 시기에 이루어 질 것으로 보였다. 기껏해야 한 두 개 함대가 공격해 올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것과는 다른 상황인 것이다.

‘마리엘에게 속은건가...? 아니 놈이 거짓말을 한 것 같지는 않았어. 어쩌면 놈도 모르고 있었을 확률이 높겠군.’

이스카야 행성에 접근한 함대의 절반은 새크리파이스 소속의 함선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다름아닌 엔터프라이즈 소속의 함선이었다.

“엔터프라이즈가 나설 줄은 몰랐군.”

“군수업체인 만큼 군침이 돌긴 했을 겁니다.”

“점점 더 적들이 많아지는 군.”

“애초에 이정도는 예상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하긴. 저 정도에서 그친 것만해도 다행이지.”

애초에 연합에서 기업을 만들때부터 이정도 충돌은 예상가능했다. 새크리파이스와는 애초부터 공존하기 힘들었고, 그들과 적대를 하게 되면 그들과 우호적인 기업들과는 적이되리라 예상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거물이 등장했다. 엔터프라이즈는 연합 최고의 군수산업체로 가진 함대의 수와 질에서 갤럭시나 파인애플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압도적인 물량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것도 유지비의 부족으로 인해 낮은 수를 유지하는 것이지 긴급상황이 되면 보유병력의 두배이상을 순식간에 뽑아낼 수 있었다.

준은 현재 알바트로스에 탑승한 상태였다. 임펄스 엔진을 풀로 가속하며 적들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 속도로 가게 되면 하루안에 적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알바트로스의 뒤로는 양주안이 이끄는 제 1전대가 따라오고 있었다.

“저들이 이틀이나 시간을 주는 바람에 일이 손쉬워 졌군.”

막스가 입을 열었다. 만약에 새크리파이스에서 하루 거리 안에 나타났다면 준이 동시에 두곳을 모두 지키기는 어려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놈들은 친절하게도 준이 두 개의 함대를 각개격파할 시간을 준 것이다.

준의 능력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준이 비상식 적인 일을 많이 저지르고 다녔다고는 하지만, 설마 공간이동을 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적들이 두 시간 내로 타격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워프를 했으면 어떻게 하려고 하셨습니까?”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준이 뭘 그런걸 물어보냐는 듯 대답했다.

“도망가면 되지.”

“아. 그 생각을 못했습니다.”

제임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 그랬다. 수라드 행성은 어디까지나 델타스피릿의 멀티에 불과했다. 중요한 것은 본진. 즉, 준이 이스카야 행성으로 날아가 그곳의 병력을 막는동안, 수라드 행성의 병력들은 잠시 플랫폼을 버려두고 떠나있으면 되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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