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30화 (33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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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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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큭. 사라센 놈이 돈만 받고 튀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마리엘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녀석도 좋은 곳으로 보내줬으니 걱정하지마.”

“뭐라고?”

마리엘이 고개를 쳐들고는 준을 노려보았다.

“뭘 그렇게 놀라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그런 시도가 그렇게 쉽게 성공할거라고 생각한 게 너무 안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럴 리가... 그 녀석 실력하나는 확실한 녀석인데.”

“별로더만. 어쨌거나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뭐, 뭐를?”

“뭐긴 뭐야? 정보를 좀 캐내야지. 지금까지 와는 조금 다를거야. 솔직히 말해서 나도 이러기는 싫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아두어야 이쪽에서도 피해를 줄일수 있으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며 던전의 입구를 열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웜홀에 놀란 마리엘과 간수장의 눈동자가 커졌다. 준은 제임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곧 돌아올테니까 일보고 있어.”

“같이 가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뭐하러. 좋은 꼴 보여줄 것도 아닌데. 솔직히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

“알겠습니다.”

제임스는 인사를 하고는 간수장을 데리고 감옥을 빠져나갔다. 준은 마리엘 쿤을 결박한 쇠사슬을 풀었다. 그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간수장이 고문은 건성으로 했는지 몰라도 다른 것은 아닌모양이었다. 거의 보름가까이 결박당해있던 그의 몸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져있는 상태였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들어가보면 알거야.”

준은 염동력을 이용해 마리엘 쿤을 2번 던전으로 던져넣었다. 그곳은 엘라행성이 예정된 죄수들을 가두어 놓은 공장지대 던전이었다.

“이곳은...”

묶여있던 손을 주무르며 주변을 둘러보던 마리엘 쿤은 곧이어 던전의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준을 보고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제대로 설 수 없어 바닥에 주저앉은 채였지만, 그런 상태에서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준의 기세가 무서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저벅. 저벅.

준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마리엘 쿤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주춤거리며 물러서려했지만 어느순간부터는 사지가 결박당한 듯 몸을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으으...?”

마리엘 쿤은 자신의 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서서히 일으켜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 다리로 설 힘조차 없어 기어서 도망을 가던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자신의 힘으로 일으켜세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몸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는 공포. 마리엘 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준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래. 첫 번째 질문은 이게 좋겠어.”

“뭐지?”

“왜 나였어?”

“무슨 소리냐?”

“이런 그새 잊어버린 건가? 같은 질문을 했던 적이 있는데 말이지.”

알카트뢰즈로 가기전 준은 물었다. 왜 나였느냐고. 그때 돌아온 대답은, 그저 네놈이 죽지 못해 내가 귀찮아졌다는 것 뿐이었다.

“큭. 그걸 몰라서 묻나?”

“알아. 그래도 네 입으로 듣고 싶어. 그때는 대답을 듣지 못했으니까.”

“이제와서 그런 사소한 일이 기억이나 날 것 같으냐? 죽이려면 죽여라. 어차피 나는 아무것도 네놈에게 알려줄 생각이 없으니까.”

“생각보다 강단이 있네. 브랜든 보다는 재미있겠어.”

“브랜든? 그 녀석도 네놈이...?”

“아아. 걱정마. 그 녀석은 멀쩡하게 잘 살아있으니까. 애초에 죽일 생각도 없었고.”

“내가 그 놈 때문에 입은 피해가 얼마나...”

“그래서 살려준거야. 나에게도 도움이 꽤 됐거든.”

브랜든이 쥐고 있던 조각은 준에게 엄청난 경험치와 능력을 주었다. 어쩌면 그 조각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수라드 행성에 마음놓고 올 수 없었을 것이다.

“크크... 뭐 이제와서는 상관없겠지. 더 이상 나는 너와 대화를 할 생각이 없다. 그냥 여기서 죽여라.”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야.”

“뭐?”

마리엘 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느새 준의 손에는 단검이 하나 들려있었다.

푸욱!

“커헉!”

“사라센이 쓰던 단검이야. 어때?”

“큭, 쿨럭.”

준은 마리엘 쿤의 심장을 정통으로 찔렀다. 이 광경을 보면 사라센이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녀석도 이 녀석에게 원한이 있다고 했었지.’

직접들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다만 마리엘 쿤을 조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자세한 사정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둘 사이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고, 사라센이 항상 마리엘을 죽여버리겠다는 둥의 말을 하고 다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물론 실제로 옮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기에 아직 둘 다 살아있는 것이지만.

툭.

“음. 죽었나?‘

준은 선채로 고개를 떨어뜨린 마리엘 쿤을 보며 입을 열었다. 굳이 그를 번거롭에 던전에 데리고 온 이유는 단순했다. 그를 죽이지 않고 고문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애초에 고문기술자도 아니고, 그와는 해묵은 원한도 있었다. 당장은 그에 대한 원한이 사무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이라는 게 또 오랫동안 대화를 하다보면 분노가 치밀어 올라 실수를 할 수도 있는 일이다.

혹여나 그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사전준비작업이었다. 문제라면 한 번 죽고나면 하루가 지나야 다시 부활한다는 점이다.

“흠. 여기는 시간흐름이 1대 6이니까, 바깥에서 4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겠군.”

준은 마리엘의 시신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는 던전을 빠져나왔다.

바깥에서 밀린 업무를 해결하고 다시 던전에 들어가자 반쯤 정신이 나간 마리엘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봐?”

“어, 어떻게 내가 살아있는거지?”

“내가 그렇게 쉽게 널 죽일 거라고 생각했다면 참으로 순진하다고 말해주지.”

“대체 무슨...”

마리엘은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였다. 하긴, 누가 자신이 죽었다 살아났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이제 곧 익숙해질거야. 네 입에서 살려달라는 소리가 나올때까지 죽일 생각이니까.”

준은 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리엘에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왔지만 이것은 그가 생각한 최악을 아득하게 넘어서는 일이었다. 죽어도 살아나다니, 얼핏 들으면 나쁠게 없는 이야기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보다 최악인 것이 없었다.

“자, 잠깐.”

“왜? 이제 시작인데.”

“대체 뭐가 궁금한거지?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거라면 말해주지.”

“싱거운데. 겨우 한 번 죽었다고 이렇게 쉽게 입을 여는 건가? 그렇게 쉽게 하는 이야기를 내가 믿을 것 같아?”

“대체 어쩌라는 이야기냐!”

“어쩌긴 뭘 어째. 진실을 이야기 하면 되는거지.”

“뭐라도 물어보라니까!”

마리엘은 발작적으로 외쳤다. 그러자 준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질문이라면 아까 했을텐데?”

“그게 질문이라면...”

마리엘은 주저했다. 당시에 무슨 생각으로 그를 희생양으로 삼았던 것인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았다. 애초에 그정도로 중요한 인물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걸 꼭 내입으로 들어야 하는 건가? 이미 이유는 알지 않나?”

“답을 알아도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거야.”

“...뒤탈이 없으니까.”

준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별로 화가 나지 않아.’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 쉬운 대답을 듣기 위해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복수라는 게 생각보다 그리 통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알았으니 이제 된 건가?”

“되기는. 이제부터 시작인거지.”

“큭.”

“두번째 질문. 델타스피릿의 함대구성은 어떻게 되지?”

“가서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걸 물어보는 건가?”

“바보가 아닌이상, 공개된 전력이 전부일리 없지.”

“나정도 인물이 모든 전력을 알고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은 안들고?”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 하는군. 그래도 수라드 행성의 소장쯤 되는 인물인데 말이야.”

“함대전력은 어느 기업이나 특급기밀이다. 최상층 이사진 중에서도 극히 소수만 파악하고 있는 정보란 말이다!”

짜악!

준이 마리엘 쿤의 뺨을 올려붙였다. 겉보기에 아파보이기만 하는 그런, 간수장이 때리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 마리엘 쿤을 덮쳤다.

“크윽...”

투투툭.

그의 입에서 피와 함께 이가 우수수 떨어져 나왔다. 준의 힘은 물소 뿔이라고 해도 쉽게 부러뜨릴 수 있을 정도. 뺨이라고 해도 제대로 힘을 주어 때리면 그대로 머리와 몸이 분리되게 만들 수 있었다.

“말이 짧은데? 네 처지가 어떤지 아직도 감이 안잡히는 건가?”

“그아아아. 우우...”

마리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자존심이고 분노고 간에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런 저항도 무의미했다.

“질문에 대한 대답 외에 다른 말은 불필요하다. 너는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면 돼. 다시 묻지. 새크리파이스 함대의 전력은?”

“으아우. 그어...”

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이빨이 부러진데서 그치지 않고 턱뼈까지 깨진 모양이었다. 힘조절을 한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힘이 더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다지 화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자신도 모르게 힘을 지나치게 실었던 모양이었다. 준은 한숨을 쉬며 단검을 다시 꺼내들었다.

웜홀을 빠져나온 준은 에피알게나스의 상태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정밀검진 결과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의료기술로는 발견되지 않는 병이다 그건가.”

“어쩌면 정말로 별 문제가 없는 것 아닐가요?”

제임스의 말에 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이 정신을 잃지는 않겠지. 아무래도 그녀와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

“마리엘 쿤의 심문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심문은 내 체질이 아닌 것 같아. 일단 되는대로 해봐야지. 그다지 좋은 정보가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제법 핵심인물인 듯 하니 캐보면 뭔가 나오긴 할 겁니다.”

“그러길 바래야지.”

어차피 시간이 남은 상태니 준은 에피알게나스를 만나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평소에는 함선의 의료실에 거처를 마련하고 있었다. 따로 방을 내어주긴 하는데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그곳에 있는 것 같았다.

지잉-

의료실의 문은 사람이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열리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즉, 개인이 살기에는 프라이버시가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에피알게나스는 한창 스마트 패널을 펼쳐들고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뭐해?”

“책.”

“재미있어?”

“그럭저럭. 무슨 일이야?”

탁.

그녀는 스마트 패널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준쪽에서 그녀를 먼저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가 필요한 일이 있을 경우에는 보통 통신회선이나, 다른 사람을 통해 그녀를 호출했기 때문이었다.

준은 잠시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생각했다. 그녀가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 때문이었다. 하지만 준에게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재주는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네 몸상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내 몸?”

“그래. 아무래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아서.”

“문제없어.”

“그때도 그렇게 말했지.”

“문제없다고 말했어. 그게 끝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탁자위에 내려놓았던 스마트패널을 집어들었다. 더 이상 같은 화제를 이야기 하기 싫다는 뜻이었다.

“아직 내 이야기 안끝났어.”

준은 그녀에게 다다가 스마트패널을 빼앗아 들었다. 갑작스런 준의 행동에 놀랐는지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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