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29화 (32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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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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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에서는 재고까지 모두 구입할 용의가 있습니다.”

“재고라... 얼마나 남아있는 줄 알고 그렇게 이야기 하는거지?”

준은 슬쩍 운을 띄워보았다. 어차피 델타폰에서 자체제작하는 물품들이기 때문에 재고가 있을 리가 없다. 다만 갤럭시 측에서 어느정도 대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무기와 방어구 세트를 하나로 계산해서, 약 1만 세트 정도가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 열 배를 주면 생각해보지.”

“그것은...”

준의 말에 장원삼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1만세트라고 하면 대충 어림잡아 4천만 EP. 결정체 수로 환산하면 350만개. 현금으로 생각하면 3조 5천억 정도 되는 금액이다. 즉, 갤럭시 인더스트리는 지금까지처럼 적당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으로 준의 사업을 독점하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평상시라면 모를까 새크리파이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의 준에게 그 정도 돈은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애초에 수라드 행성에 존재하는 헌터들의 수는 수십만에 달한다. 물론 대부분은 최하급과 하급헌터들이고, 그들이 엑조틱 웨폰과 아머를 풀세트로 장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다.

니들건이나 니들리스 시리즈 하나와 방어구 풀세트를 맞추기 위해서는 약 3억의 돈이 필요하고, 그 정도면 최소 중급헌터 이상은 되어야 감당할 여유가 된다. 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니들건 같은 경우는 100EP정도에 판매하고 있었고 그보다 싼 니들리스 스패너나 해머류는 조금만 무리하면 하급헌터라도 구입할 수 있을 정도였다.

거기서부터 차츰 실력을 높여 결정체를 수급한다면 하급헌터라도 노력여하에 따라 장비 풀세트를 맞출 수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헌터들은 더 많은 결정체를 생산함과 동시에 자신의 실력을 높일 수 있었고, 준도 그만큼 수입이 늘게 된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실력을 높인 헌터들은 자연스럽게 델타폰의 충성고객이 된다. 그런 점에서라도 이 사업을 헐값에 갤럭시에 넘겨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열 배라고 하면 수십조에 이르는 돈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돈을 그렇게 쉽게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확실히 하라고. 우리편을 드는거야? 아니면 새크리파이스 편을 드는거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아니. 간단하지. 적극적으로 돕지 않을거면 더 이상 우리에게서 뭘 뽑아먹으려고 하지말라고. 일전에 팔아넘긴 전차로 제법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면서?”

“그것은 저도 잘 모르는 일입니다.”

무리어미가 등장하면서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서 각 기업이 들인 돈은 상당했다. 그중 일부는 준이 처리했고, 일부는 자체적으로, 그리고 나머지는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당시 준이 열 군데가 되지 않는 지역을 처리하면서 벌어들인 돈은 약 1조 가량. 사실 더 받으려면 더 받을 수도 있었지만, 가능한한 빨리 처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적당히 타협한 결과였다.

하지만 갤럭시 인더스트리는 시간을 들여 충분히 협상을 하고 건당 수천억 단위의 처리비용을 받고서 일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리어미를 퇴치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준이 팔아치운 전차의 힘이었다. 상급 레이드팀 몇 개조가 달려들어도 처리하기 힘든 외도무리들을 포격으로 간단히 정리를 할 수 있다보니, 다른 기업에서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갤럭시 측과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 직접해결하려 한 곳에는 최소 몇십개의 레이드 팀을 갈아넣고 나서야 겨우 해결을 볼 수 있었다. 금전적인 손해는 적을지 몰라도, 죽어나간 헌터의 숫자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손해라고 할 수 있었다. 뛰어난 헌터는 돈이 있다고 해도 쉽게 구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갤럭시 인더스트리가 얻은 유무형의 자산을 생각하면 충분히 투자한 돈을 뽑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리고 델타스피릿, 정확히는 준이 가진 능력의 힘을 엿본 갤럭시 측에서는 조금씩 준을 견제해야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물론 그 반대편의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다보니 이번 새크리파이스와의 전쟁에서 한 발 물러선 방관자 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가서 이야기 해. 델타폰과 엑조틱 웨폰의 판매는 계속될거라고. 유감이지만 우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후.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나 모르겠습니다만... 회사에서는 아마 10조 정도까지는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정도에서 협의를 보는게 어떻겠습니까? 지금 새크리파이스와의 사이도 좋지 않은데 저희와도 틀어지는 것은 좋지 못합니다.”

장원삼이 걱정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얼핏 들으면 걱정해서 하는 말처럼 들렸지만, 애초에 그는 비즈니스 맨일 뿐이다. 그가 염려하는 것은 두 기업의 사이가 틀어질 경우 그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은 자신의 실적하락이었다.

준은 그에게 대답하는 대신 제임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임스. 갤럭시 인더스트리와의 관계가 끊어지게 되면 얻게 될 손실이 얼마나 되지?”

“어그로시스템 판매건을 제외하면 없습니다. 차후에 있을지도 모를 투자금의 손실은 있겠습니다만.”

“그거 다른 데다가 팔 수는 없는건가?”

“갤럭시에서 판매루트를 끊어버리게 되면 일방적인 계약파기이기 때문에 타국가에 팔 수 있습니다. 파티마제국이나 연방등이 있으니까 문제될 것은 없겠지요.”

“새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과연 어느곳에서 신뢰성을 입증받지 못한 물품을 사려고 하겠습니까?”

장원삼이 항변했다. 그의 말대로 갤럭시를 통하지 않고 물품을 파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델타스피릿은 아직까지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창업 1년차 스타트업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이었다.

“그야 당연히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이름을 팔아야지. 업계 1위 기업에 납품했던 물건인데 설마하니 인기가 없겠어?”

“그건... 저희쪽에서 물품에 대해서 안좋은 이야기를 퍼뜨릴 수도 있습니다.”

쿵!

장원삼이 반협박조로 입을 열자 준이 돌연 인상을 쓰며 탁자를 내리쳤다. 부서지가나 하지는 않았지만 방 전체가 떨릴 정도로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장원삼은 깜짝 놀라며 준을 쳐다보았다.

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파리가 있어서.”

“그, 그러십니까?”

“요즘 플랫폼에도 벌레가 있나보더라고. 관리 좀 잘해야겠어. 그래. 뭐라고 했지? 우리 소문을 나쁘게 퍼뜨린다고?”

“아, 아닙니다.”

“그래? 나는 혹시 내가 잘못들었나 해서. 설마하니 그런 치사한 방법을 쓰지는 않겠지. 명색이 1등기업인데 말이야.”

“그렇습니다. 어쨌거나 제안은 다시한번 생각해 주시기바랍니다.”

장원삼은 그렇게 말하고는 인사와 함께 황급히 자리를 떴다. 준은 그의 사라지자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식사라도 하시겠습니까?”

“뭐라고 안 해? 갤럭시 인더스트리와 적이 되게 생겼는데?”

“한 번 내주기 시작하면 한없이 내어줘야 합니다. 튕길 때는 튕겨줘야 하는 법입니다.”

“그 때가 지금이라는 보장은 없잖아.”

“원래 때라는 건 만들기 나름입니다. 저쪽에서 우리를 우습게 보는 이상, 그 때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뭐, 일단 복잡한건 나중에 생각하고 새크리파이스부터 정리하자고. 골치아프니까. 참. 그리고 가기전에 그 자식 면담 좀 하고.”

“마리엘 쿤 소장 말씀이신가요?”

“아아. 정보는 좀 나왔어?”

“대부분 알려진 정보뿐입니다. 소장이라고 내부정보를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내가 직접 심문을 하도록 하지.”

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갤럭시 쪽이 당장 자신을 압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들로서도 준에 대한 판단이 명확히 선 상태가 아니었고, 대기업이란 의사결정이 느린 편이니까 내부에서 어떤 결정이 나고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 쯤이면 새크리파이스는 이미 사라지고 난 다음일 것이다.

“알스버그...?”

“아아. 뭘 그리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준은 피투성이가 된 마리엘 쿤 함장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아직도 그에 대한 원한이 상당히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눈앞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사지가 결박되어 있는 모습을 보자, 생각보다 별다른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

준은 다시한번 그를 쳐다보았다. 한참동안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 조금이지만 예전의 기억이 떠오르며 식어가는 분노가 조금은 타오르는 것 같았다.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분노를 날려버렸다. 굳이 억지로 화를 낼 필요는 없었다.

‘굳이 복수를 해야 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겠군.’

지금의 준에게 마리엘 쿤은 그저 한명의 포로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사실 그를 사로잡고자 하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다. 몰래 플랫폼으로 숨어들어가 납치를 할 수 있었고, 혹은 암살을 할 수도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막무가내로 쳐들어가 때려 죽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자, 거짓말처럼 그에 대한 원한이 사라졌다. 그에게 당한 일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언제든지 취할 수 있는 목숨에 그리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이야기였다.

“복수를 하려는 건가... 쿨럭."

피고름이 섞인 가래를 바닥에 뱉은 마리엘 쿤은 준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의 곁에 있던 간수장이 마리엘 쿤의 뺨을 날렸다.

짜악!

“큭!”

“이 자식이 아직도 기가 살아서는!”

“아. 됐어. 어차피 적당히 하고 있는 거 아니까 그만해.”

“...네. 알겠습니다.”

간수장은 원래 플랫폼 감옥을 맡고 있던 인물이었다. 당장은 준이 실권을 장악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마리엘 쿤을 고문하고 있었지만 만약 나중에 다시 입장이 바뀌면 곤란해질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상처만 보더라도 후유증이 거의 남지 않는 곳에 생긴 상처들이다.

얼굴에 피멍이 들고 곳곳이 피딱지가 붙어 있었지만 그런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면 별 문제없이 회복된다. 피부재생술이야 이제는 흔해서 어려운 수술도 아니었고, 뼈 몇군데 부러진 것 정도는 수술까지도 필요없이 간단한 접골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했다.

‘피트니스가 이런데 쓰일 줄 몰랐군.’

기술. 피트니스. 준이 알카트뢰즈에 있을 때 한꺼번에 배운 기술 중 하나로 신체의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기술이었다. 육체를 단련하는 만큼 숙련도가 느는 기술로 지능과 힘을 1씩 올려주는 능력이 있었다.

거기다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기술인 ‘통찰력’이 더해지니, 사람의 상태만 보고도 어느정도 상처를 입은 것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눈썰미가 생겼다. 기술이라는 것이 단순히 능력치만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이런식으로 응용이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크크. 그 사이 몰라보게 달라졌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뭐 여러 가지.”

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마리엘 쿤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여유로워 보이는 그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네 녀석이 나를 이렇게 잡아 놓고서도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지금쯤 본사에서 이곳을 향해 대규모 함대를 이끌고 올 것이다. 그때가서 후회하지 말고 당장 이 결박을 풀고 이곳을 떠나라. 그러면 내가 용서를 해주지.”

“말이 많군.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마리엘 쿤은 준과 말을 섞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애초에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테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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