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28화 (32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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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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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슈. 그거 가져와.”

“네?”

“바보야. 내가 항상 가지고 다니라고 한 서류있잖아.”

“아. 네.”

블랑슈라고 불린 자가 등에 매고 있던 가방을 뒤적이더니 스마트패널을 꺼내들었다.

“이게 뭐야?”

“입사지원서.”

“끙. 됐고. 우리는 아무나 안받아.”

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도 골치아픈 일이 많은데 카렌같은 녀석이 들어오면 델타스피릿 내부에 한바탕 폭풍이 일 것 같았다.

“추천서도 있는데? 볼래?”

“추천서? 설마 토르가 쓴거냐?”

“맞아.”

“일단 줘봐.”

준은 스마트 패널을 들고 토르가 쓴 글을 읽었다. 거기에는 딱 한 문장만 쓰여 있었다.

-잡아 먹히지 않게 조심해.

“고용하지 말라는데?”

“행간을 읽어야지. 이것만 조심하면 완벽하다는 이야기잖아.”

“별로 그렇게 안읽히는데.”

“우리 실력있는 공격대라고. 상급헌터만 해도 세 명이야.”

“그런 실력이 있으면 굳이 우리회사에 안 들어와도 먹고 살잖아. 상급헌터의 월급을 대줄만큼 재정이 넉넉하지는 않은데.”

“돈은 걱정안해도 돼. 내가 원하는 건 지금보다 강해지는 거니까.”

“우리회사에 온다고 강해진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닌데.”

“쯧. 토르를 우습게 보지 마. 그녀석에 허당같아도 인맥도 넓고 정보력도 상당하거든. 이미 델타스피릿에 대한 조사는 어느정도 끝났어. 펠로우쉽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조사가 되어있거든. 아,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보지는 마. 어차피 언제까지 비밀일거라고 생각한 것도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펠로우쉽 계약은 철저하게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수가 거의 일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보니 완벽하게 비밀이 유지될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벌써 만명인가... 계약에도 한계가 온 것 같은데.’

현재 준이 관리할 수 있는 펠로우쉽 계약자의 수는 1만명. 수를 확인해보니 지금까지 총 9891명 정도가 계약되어 있는 상태였다.

“내 조건은 이래. 펠로우쉽 계약을 맺어주는 대가로 월급은 호봉으로 쳐주는 걸로.”

“그럼 신입이잖아. 5천도 안되는데.”

“그거면 충분해. 돈이라면 나도 넘칠정도로 있거든.”

“잠시 생각 좀 해보고.”

준은 상급헌터 3명이 포함된 공격대 하나를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삼킬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사실에 잠시 고민했다. 토르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좋은 소리를 한 모양. 어차피 이 공격대 자체가 카렌의 강력한 리더쉽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것이니 만큼, 그녀만 잘 구워삶으면 공격대원의 이탈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성격이 지랄맞기는 한데... 어차피 기존 직원들이라고 정상인들이 모여있는 건 아니긴 하지.’

펠로우쉽의 대부분은 알카트뢰즈 출신의 범죄자 집단이다. 그들과 비교해서 유난히 카렌이 문제가 있다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물론 그녀의 존재가 불러올 파장을 생각해보면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준은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하나 조건을 달지.”

“뭔데?”

“사내연애금지.”

“흐음... 그건 안되겠는데.”

“어째서지?”

“그러면 내 공격대원들과 전부 헤어져야 하거든.”

카렌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음... 뭐, 기존의 관계까지 끊으라고 할 수는 없겠지. 대신 다른 녀석들까지 건드리지는 말라고.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데 회사내에서 치정극을 벌이고 싶지는 않으니까.”

“좋아. 회사사람만 아니면 되는 거지?”

“그래. 뭐 밖에서 무슨 짓을 하든.”

준은 그렇게 말하며 카렌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이게 펠로우쉽이군. 신기한데? 스탯은 어디다가 찍어야 하는거지?”

“알아서 해. 평소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걸 올리면 돼.”

준의 말에 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다시 허공을 주시했다. 아마도 자신의 프로필을 살펴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일단 펠로우쉽에 가입한 후 가지고 있던 결정체로 빠르게 5레벨을 찍고 자신의 부하들에게 계약을 걸었다. 그리고 나머지 5명도 같은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총 10명의 펠로우쉽 인원이 늘었다. 그로 인해 현재 펠로우쉽 인원은 9천 9백명이 넘었다. 1만명까지는 얼마남지 않은 상황. 곧 포화 상태가 될 것이니 만큼 준도 레벨업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대로라면 20레벨이 되면 관리할 수 있는 숫자가 늘어날 것 같긴한데.’

그동안 모인 경험치가 어느새 천만이 넘어선 상태였다. 19레벨까지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곧 올라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일단 다들 나가서 줄서.”

“기왕 취직했는데 좀 봐주면 안돼?”

“어차피 여기서 교환할 필요 없이 플랫폼으로 가면 교환할 수 있으니까 거기가서 하든가.”

“참. 언제까지 출근하면 되는 거지?”

“일주일 정도 시간을 줄테니까 정리하고 올라와. 조만간 새크리파이스와 한판붙어야 하니까 그전까지 재교육을 할 시간도 필요하고.”

“재교육?”

“전투병은 기본적으로 전술교육을 받아야 돼. 함선침투 요령이랑, 강하훈련, 저중력 적응훈련 같은거.”

“훈련이라면 당장 받아도 문제가 없어. 어차피 짐은 전부 가지고 다니니까.”

“그럼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나랑 같이 올라가는게 낫겠군.”

준은 일단 브라운 공격대를 거래소에 대기시켜두었다. 준이 하루동안 거래한 결정체의 숫자는 약 1만개. 그리고 델타폰의 판매는 총 900개 정도였다. 결정체 10개당 하나 꼴로 델타폰이 팔리는 정도였는데 그정도면 상당한 수치였다. 어차피 곧 델타폰의 효용성은 알려질테고 그때가서는 자가증식을 할테니까.

그리고 ARM기를 통해서도 델타폰을 구입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기기자체가 델타폰의 확장판이었기 때문이었다.

카렌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9명의 남자를 거느리고 다니는 여장부의 모습은 아무리 남녀의 차별이 줄어든 세상이라고 해도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막스가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너 어디서 저런 녀석을 주워온거냐?”

“자기가 알아서 들어오던데.”

“후. 나는 저 여자 마음에 안드는데.”

“나도 마음에 안들어.”

“그런데 왜 데리고 온거야?”

“세잖아. 솔직히 지금 델타스피릿 전투원들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억지로 경험치를 몰아주면서 키우고는 있지만 상급헌터까지 올라가려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잖아. 그럴바에는 그냥 센놈 하나 영입하는게 훨씬 좋지. 게다가 월급도 5천밖에 안주는걸.”

“그런 조건을 승낙하더냐?”

“펠로우쉽 계약을 맺고 싶어하더라고.”

“하긴...”

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펠로우쉽 계약을 초기부터 맺은 그는 그것이 얼마나 성장에 도움을 주는이 이미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중급에도 못미치는 실력이었던 그가 지금은 상급에 약간 못미치는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단 1년만에 이룬 성과라고 하기에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정도의 성장을 보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아무리 상급헌터라고 할지라도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거기다가 브라운 공격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훈련된 조직이었다. 공격대는 일반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손발을 맞춰온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개개의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조직 내에서 위화감이 없게 하려면 동등한 대우를 해야할 필요는 있었다. 전투시에만 같은 조로 움직이도록 하고 대기나 훈련시에는 다른 직원들과 섞여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 문제가 생기면 죽어라고 싸우게 만들면 되겠지.’

델타스피릿 최후의 해결책이자 전가의 보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투기장에서의 대결이었다. 그걸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이기는 쪽은 이기는대로 감정을 해소할 수 있고 지는 쪽은 이를 박박 갈면서 복수를 다짐하며 실력을 키운다. 어느쪽이 되었든 준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ARM기의 설치는 델타스피릿의 재정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로 결정체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쌓인 결정체가 있기 때문인지 처음하루 동안 이십만개의 결정체가 교환되었고 그 이후로도 하루에 몇만개 단위로 교환이 들어왔다. 그것도 24시간 기기가 풀가동 되는 상황에서도 모든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델타폰의 수입도 비례해서 늘기 시작했다. 베스트셀러는 역시 니들건이었다. 원거리에서 손쉽게 외도를 잡을 수 있게 해주는 그 무기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 때문에 헌터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그리고 세트 방어구들도 잘 팔리고 있었다. 원래 방어구 자체는 다른 것들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편이었다. 좋은 무기가 약 1천만~1억 사이에 위치한다면, 좋은 방어구는 1억~10억사이에 있을 정도로 가격 편차도 컸다.

현재 준이 올린 방어구의 경우 티타늄 갑옷의 경우는 1000EP, 방패는 800EP, 헬멧과 장갑은 500EP정도에 판매하고 있었다.

얼핏보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지만 피해감소 등의 특수능력까지 있는 방어구들은 헌터들의 기준에서 보면 거의 헐값이나 다름없을 정도였다.

그렇다보니 델타의 무구는 조금만 노력하면 맞출 수 있는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것은 준이 어느정도 의도한 바였다. 델타를 이용해 만든 무구의 가치를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열배를 더 받아도 충분히 그 가치를 입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준은 일반 헌터들에게는 적당한 이득만을 받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무리어미를 비롯, 외도들의 공세가 강해질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리미리 헌터들을 무장시키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단 하나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 걱정이 준의 눈앞에서 서류를 펼쳐 보이고 있었다.

“장원삼 과장. 나는 별로 할말이 없는데.”

“일단 읽어보시고 말씀하시죠. 저희 회사에서는 이번일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갤럭시 측의 대리인인 장원삼이 준을 찾아왔다. 그는 길고 장황한 설명을 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간단히 줄이면 준이 풀어대고 있는 엑조틱 무구에 대해서 적당히 공급조절을 해달라는 요구였다.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팔고 있는 엑조틱 웨폰의 판매에 지장이 올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진작에 백인회를 막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잖아. 나라고 뭐 막 이렇게 풀고 싶었겠어? 돈이 없으니까 뭐든지 팔아야 되고 그러다보니 일이 이렇게 된거지.”

물론 거짓말이었다. 이번일이 아니라도 어차피 델타폰과 무기들을 풀 생각이었다. 다만 때가 좋아 적당히 둘러대는 것 뿐이었다.

“그거야 아무리 저희 회사라고 해도 나머지 기업들의 움직임 까지 막을 수는 없잖습니까.”

“웃기고 있네. 갤럭시 쯤 되는 회사가 한번 움직이면 절반이상의 기업들을 움직일 수 있게 한다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거겠지.”

“아시잖습니까. 그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그만큼 들여야 하는 노력이 크다는 것을.”

“그래. 그러니까 이런 요구도 하지 말라는 거지. 내가 그쪽 사정 봐줬으니 그쪽도 내 사정 봐줘야 하는거 아닌가?”

“그래서 이런 조건을 달았지 않습니까.”

장원삼은 계약서의 한 쪽을 톡톡 두들겼다. 그러자 그 부분이 눈에 잘 들어오도록 크게 확대되었다. 현재 수라드에 판매하고 있는 엑조틱 무구들을 전량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사들이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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