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26화 (32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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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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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여기 맥주 한바퀴 돌리쇼!”

“여기?”

“가게 전부! 오늘은 내가 다 산다고!”

“휘유!”

“오오!”

“당신 대단한걸!”

삐익!

갑작스러운 상황에 긴장하고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내들이 어리둥절해 하며 헌터사내를 바라보자 그가 크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잘 모르는 모양인데. 델타스피릿이 이곳을 점거하게 되면 우리들에게는 엄청 좋다고. 조만간 헌터들이 엄청나게 돈을 써대기 시작할걸? 그러니까 걱정말고 술이나 먹자고. 카하하.”

“무, 무슨 소리요. 그게?”

“모르나? 하긴 모를 수밖에 없겠지. 델타스피릿에서는 결정체 가격을 원래보다 훨씬 더 비싸게 쳐주거든. 지금 전국의 헌터들 사이에서도 그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니까 말이야. 아마 수라드 행성이 예전보다 더 잘돌아가면 잘돌아갔지 못하지는 않을거라고.”

“그럴수가... 그게 정말 가능한거요? 연합정부에서 인정하지 않을텐데.”

“그런 복잡한 문제는 나도 모르지. 우리야 돈만 벌면 그만이니까.”

“어찌되었든 우리는 이득인 거로군요.”

“그야. 그렇지.”

수라드 행성의 경제구조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헌터들을 위한 서비스업도 큰 축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이 돈을 쓰기 시작하면 꼭 관련업계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그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ARM설치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2천만이라는 대규모 정착지에서 이스카야 행성과 같은 방법으로 결정체를 매입한다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일회성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뿐이다.

헌터들의 숫자만 해도 수만명이고 그들이 하루에 하나씩만 붉은색 결정체를 판다고 계산해도 몇백억이 깨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남아있는 델타스피릿의 예산으로는 채 몇 달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도 남은 돈을 전부 결정체 매입에 쓴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였다.

“...그래서 일단 ARM설치는 몇군데만 시범적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헌터들이 정상적으로 사냥을 할 수 있게 하려면 결정체 매입은 계속 이루어져야해. 그걸 미룰 수는 없어.”

“하지만 그동안 결정체 매입이 중지된 상태라 한꺼번에 판매하려는 이들이 많아진 상황입니다. 그들이 동시에 결정체를 풀게 되면 재정에 엄청난 압박이 올겁니다.”

양주안이 수라드 플랫폼을 차지한지 열흘이 넘었다. 그 짧은 시간에도 헌터들은 계속해서 사냥을 했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결정체 숫자는 수십만개에 이를 정도였다. 거기다가 델타스피릿에서 결정체를 비싸게 구입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오히려 더욱 사냥에 열을 올렸다.

수십만개의 결정체. 단순 계산으로도 수천억이 한번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그정도 현금이 갑자기 빠지게 되면 투자금을 잔뜩 쌓아놓고 있는 델타스피릿이라고 해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모아둔 결정체로 20레벨을 만들어서 제작품 판매를 노려볼까...?’

준은 잠시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돈벌이는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연합이었다. 그들과 척을 지고 있는 이상 수익이 줄 수밖에는 없었다.

준은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델타폰을 풀자.”

“괜찮겠습니까? 지금까지 어떻게든 감춰왔는데.”

“어차피 아는 놈들은 다 알텐데 뭐. 일단 델타폰을 이용해서 결정체 소모를 유도하는 식으로 당장 급한 불을 끄자고. 장비구입이나 구현화 기능같은 것을 사용하다보면 당분간은 괜찮을거야.”

“하지만 나중에는 결정체 생산량이 급증할겁니다.”

“그전에 이 싸움을 끝내야지. 새크리파이스를 박살내고 결정체 매입권을 빼앗아 버리면 정상적으로 유통이 가능해.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자금압박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거야.”

“현재로선 방어만으로도 벅찹니다.”

“할 수 있다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알아. 단지 그렇게 까지 적극적으로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것 뿐이지.”

“쉽지는 않을 겁니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꼭 그렇게 하셔야겠습니까? 만에 하나 사장님이 위험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델타스피릿 전체가 위험에 빠지는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델타스피릿은 준 알스버그라는 사람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기업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말라죽을 뿐이지. 알잖아. 우리에게 다른 선택권이 없다는 걸.”

“에피알게나스 양의 건강검진을 서둘러야 겠군요.”

“그래. 부탁해. 그녀의 존재가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에피알게나스는 힐러의 능력 뿐 아니라, 로버를 움직이는데도 중요한 열쇠였다.

일단 준은 ARM기를 제작해 미리 선정된 부지에 설치를 시작했다. 기기를 제작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준의 제작능력은 정밀도보다도 크기가 클수록 오래 걸리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ARM기기의 크기 정도면 한 시간에 열 대 정도는 충분히 뽑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각 ARM기기마다 직원을 한명씩 배치하여 델타폰을 팔도록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이곳에 와있는 전투원들까지 전원을 동원해야 했지만 초기에 어느정도 팔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델타폰에서 델타폰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번져나갈 거라고 기대했다.

인구 2천만의 수라드 행성은 대륙의 약 1/10 가량 정도를 인간의 권역으로 두고 있었다. 그 외의 나머지 지역은 모두 미개척 지역이었고, 외도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었다.

수라드 행성은 다른 행성에 비해 외도의 수가 많고 또한 웜홀의 출현이 잦았다. 그러다보니 10만 이상이 사는의 도시의 경우는 도시내에 웜홀이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 항상 열영상감시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웜홀이 생성되기 전에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오르는 현상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예방책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는데, 보통 온도가 오르기 시작한 이후 빨라도 1시간은 지나야 웜홀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면 인간이 대응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준이 기기를 제작하는데는 하루면 충분했지만, 설치지역에 건물을 사들이고 직원을 배치하는데는 1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사실 대부분이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ARM을 운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그 지역에 배치되는 이들에게 인벤토리 10칸씩을 승인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임시라고는 하지만, 당장 인벤토리를 갖게 된 이들은 다들 신기해하며 자신의 물건들을 인벤토리에 쑤셔넣었다.

그동안 준은 수라드 행성의 헌터들이 사용할 만한 물품들을 제작하고 있었다. 현재 델타폰에 등록할 수 있는 물건은 제작경험치가 100을 넘지 않는 선에서만 가능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물건은 역시 니들건인데... 그것만 팔아서는 턱도 없겠지.’

니들건이 유용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가격은 비싼 편이 아니었다. 알카트뢰즈에서 밴티트와의 전투를 벌이면서 1차로 할인한 적이 있고, 그뒤로도 다시 가격을 올리긴 했지만 처음처럼 비싸게 팔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니들건의 가격은 약 100EP. 결정체 8개 정도의 가격이었다. 그에 맞추어 니들리스 시리즈나 식스팩 등의 가격은 70~80EP대로 가격을 낮춘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준은 방어구를 추가할 생각이었다. 이미 방어구의 능력은 확인했으니 제대로 홍보만 된다면 다들 외도를 사냥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할 필수품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방어구의 가격은 무기에 비해 훨씬 비싸게 책정할 생각이었다. 당장 준의 목적은 헌터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흠. 이 디자인대로 하기엔 좀 그런데...”

완성된 방어구의 형태는 능력치에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디자인을 변경했다가는 능력치 자체가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도 방법은 있었다.

준은 완성된 방어구를 앞에다 두고 개조를 시도했다. 그러자 준의 눈앞에 방어구의 형태가 떠올랐다. 준이 의식을 집중해 방어구의 형태를 변경하자, 그의 의지대로 그 모습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미 완성된 방어구를 개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능력치에도 변동은 없었다.

‘이런식으로 하면 되겠군.’

헬멧과 장갑은 용접공 세트로 피해감소 10퍼센트의 추가효과가 있었다. 그 외에 방패와 갑옷은 따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그런 효과는 없었지만 자체의 피해감소 능력이 탁월했다. 준은 그것들의 디자인을 변경해 몇 가지 다른 형태로 만들었다. 남성용과 여성용도 따로 만들었다. 사이즈는 구입하는 사람들이 변경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애초에 모두 엑조틱 에너지를 이용해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크기가 커진다고 해서 방어력이 상승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몸을 더 많이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피해감소라던가 하는 부분은 동일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준은 방어구 기본 세트를 올렸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시작이었다. 그 방어구들은 모두 탱커들만 입을 수 있는 무거운 방어구들이었다. 물론 델타스피릿의 직원들은 탱커고 딜러고 상관없이 입었지만 그것은 그들이 레벨업을 통해 힘을 어느정도 올렸기에 가능한 것이다.

일반적인 딜러들은 방어보다는 회피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갑옷들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준은 가볍고 탄력있는 형태의 재질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강화수트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현재 준의 제작능력은 통신, 엔진, 공구의 세가지 카테고리를 벗어난 물품도 제작할 수 있었다. 엔지니어링 등급이 상급으로 오르면서 그것이 가능해진 상태였는데, 물론 카테고리 바깥의 물건은 한 등급 떨어 진 수준의 물품만을 생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특수섬유는 이미 21세기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거기에 각종 첨단기술이 더해져 강화수트가 만들어 진 것이지, 수트자체의 주요 재질인 섬유는 그리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흠. 어차피 두꺼울 필요는 없겠지.”

준이 만드는 방어구는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방어력보다는 특수능력이 더 중요했다. 준은 일단 전신을 방어할 수 있는 타이즈 형태의 방어구를 시험삼아 만들어보았다. 시험용이다보니 색깔도 이것저것 바꾸어 보았다. 준은 색깔의 변화만으로도 능력치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제작비는 아슬아슬하게 100EP를 넘지 않는 선으로 맞추었다. 능력치 자체는 철판이나 티타늄으로 만든 것들보다 낮게 나왔다. 아무리 신소재라고 해도 두께자체가 얇으니 충분한 방어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무게가 가볍고 움직임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충분히 비싼 가격을 지불할 가치가 있어보였다.

“음?”

그렇게 탄소나노튜브섬유를 이용해 이런저런 형태의 방어구를 만들던 준은 분홍색 전신타이즈를 만들다 말고 가볍게 탄식을 내뱉었다.

다름아닌 그것에 붙은 능력치가 제법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핑크색 타이즈(A급)

화려한 핫핑크 색의 타이즈입니다. 방어력이 높지는 않지만 착용한 이로 하여금 높은 어그로를 끌도록 해줍니다. 외도들이 핑크색에 끌린다는 것은 비밀입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능력이 붙습니다.

기본방어력 : 피해감소 10%, 물리방어 10%, 마법방어 10%

특수능력 : 외도의 눈에 잘 뜨입니다. 어그로 축적량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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