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25화 (32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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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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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드 행성에 막스의 영상을 송출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진 않았지만 대체로 나쁘진 않아보였다. 새크리파이스와 분쟁이 있는 기업이 플랫폼을 장악했다는 것에 대해 불안감은 있었지만, 시민들 자체는 새크리파이스에 대해서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일부 사람들은 환영하는 기색도 있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헌터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델타포럼에도 그 소식은 빠르게 번지고 있었다. 이미 수라드 행성이 델타스피릿에 의해 점거되었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막스가 나서면서 공식적으로 인증이 된 것이다.

관련 게시물은 수천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델타스피릿이 주인장이 세운 회사 맞지?

-바보가 아니면 이름만 봐도 알겠지. 델타폰을 만든 사람이 세운 회사니까 델타스피릿 아니겠어?

-하긴 주인장 네이밍센스가 엉망이긴 하지.

-그건그렇고. 그렇게 되면 진짜 새크리파이스와 전쟁을 하는 건가? 이거 이길수는 있는거야? 듣보잡기업도 아니고 새크리파이스인데? 보유 군대만 일만명이 넘고 함대만 해도 9개를 거느리고 있다고.

보통 함대 하나에 10기의 함선이 있다고 봤을 때 거의 아흔대에 가까운 전력. 물론 그중에 4전대는 준에 의해서 박살나긴 했지만 아직 80대가 넘는 함선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보았을때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이상의 무모한 도발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몰라. 주인장이 무슨 생각이있겠지. 미치지 않고서야 100대기업에 도전장을 내밀진 않았을거고.

-하긴 알카트뢰즈에 있을때도 미친짓 같긴 했지만 밴디트들과의 전투도 이겨냈잖아.

-그렇긴 한데, 그때도 어느정도는 숫자를 맞췄지. 지금처럼 말도안되는 전력차는 아니었다고. 거기다가 함대전이잖아. 개인의 능력이 발휘될 여지가 없어. 우주에서 니들건이라도 쏠건가?

-그건 그런데. 니가 걱정할 일은 아니잖아.

-븅신아. 주인장 죽으면 델타폰 업데이트는 누가 할건데. 아니 그전에, 펠로우쉽도 전부 해제되는 걸 수도 있잖아.

-펠로우쉽도 주인장이랑 연관되는 거였어?

-얘 누구냐? 그런것도 모르고 계약맺은 놈이냐?

-나도 몰랐는데. 펠로우쉽에 무슨 이름 써져있는 것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알아?

-모르는게 자랑이냐. 그나저나 주인장 죽으면 펠로우쉽도 해제되는 건가? 그건 안되는데. 그럼 그동안 얻은 능력은 어떻게 되는거야?

-모르지. 다 없어질수도. 아니면 유지될 수도. 주인장에게 물어봐.

-그 양반이 부른다고 올 인간도 아니고.

-시바. 나 이번에 출소하면 고향에 가서 떵떵거리면서 살려고 했는데... 지금 8레벨이라고. 이정도면 어디가도 대우받으면서 살 수 있단말이야.

-나 내일 출소함. 원래 별 생각없었는데 델타스피릿에 지원할려고.

-당장 전쟁중인데 거기 들어가서 어쩌려고.

-그렇다고 주인장 죽으면 내 인생은 거기서 끝이야. 이제 겨우 중급을 넘었는데 다시 하급으로 돌아가라고?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해. 차라리 손이라도 하나 보태는게 낫지.

-존나 바람직한 새끼네. 그렇게 건설적인 생각을 할 줄 아는놈이 알카트뢰즈는 왜 들어왔냐?

-아 시발. 나라고 오고싶어서 왔냐? 음주운전하다 걸렸는데 여기로 보내더라.

-그래서 대리라는게 있는거란다.

-ㅋㅋㅋ23세기를 코앞에 두고 있는 판에 대리운전이라니. 웃겨서 말이 안나온다.

=델타스피릿에 지원하려면 이스카야 행성으로 가. 모르긴 몰라도 그쪽으로 오지는 않을테니까. 일단 거기서 훈련받고 난 이후에 배치할거야. 그리고 새크리파이스는 무슨 니들이 걱정해봐야 달라질거 없으니까 신경끄고. 그리고 음주운전한 새끼. 대리운전번호를 이마에 박아버릴까보다. 지가 뭘 잘못한지도 모르지?

준이 댓글을 달자 사람들이 오오 하면서 일거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준이 델타포럼에 자주 접속하기는 하지만 댓글을 다는 경우는 며칠에 한번, 길면 몇주에 한번정도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준은 그중에서 몇가지를 골라서 답변을 달기 시작했다.

-수라드 행성은 어떻게 점령했음? 솔까 거기 방어병력도 쩌는데.

=신입사원이 했음. 설명하긴 귀찮고. 능력있더라고.

-신입사원한테 그런 걸 맡김?

=경력자야. 니들처럼 인생막장들하고는 다르다고.

-개놈이 사람 존나 무시하네. 그래도 취직은 시켜줄거지?

=펠로우쉽인거만 확인하면 됨.

-고맙. 나 다음달에 출소인데 이제 엄마한테 효도할 수 있겠다. 월급은 얼마나 주는데?

=니들이 받아본적 없는 액수일거임.

-나 중급헌터인데. 그정도면 다른데 가면 1억은 받을 수 있는데. 설마 그것보다 더줌?

=레벨과 직급을 봐서 맞춰줌. 동종업계에서는 최고 대우임. 니들이 잘나서 그런게 아니니까 착각하지말고. 펠로우쉽 계약자들을 쓰는게 여러모로 편리하니까 그런거야.

실제로 펠로우쉽 출신들은 쉽게 지치지도 않고 건강관리도 쉽기 때문에 장시간 굴려도 문제가 안되었다. 적은 인원만으로도 델타스피릿을 포함 몇 개의 기업을 돌릴 수 있는 이유였다. 거기다가 스탯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서 제대로 교육조차 받지 못한 이들도 순식간에 엘리트 사원 이상의 지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업무관련한 재교육 방법도 쉬운 편이었다. 중요한 건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적재적소 투입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싸움밖에 모르고, 그것만 하고 싶은 이들은 알파시티에 내려보내서 인근지역의 외도사냥에 투입시킨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 밥값은 하니 문제될 건 없었다. 몸쓰는 일보다는 머리쓰는 걸 좋아하는 이들은 제임스나 루나에게 맡겨 관리직이나 도시관리를 포함한 사무직으로 보낸다. 물론 대부분 헌터출신이라 그쪽 지원은 매우 드문편이었다. 그래도 일단 보내놓으면 야근에 철야를 밥먹듯이 해야하는 상황에서도 잘 버티기 때문에 매우 유용한 자원이 되어주었다.

몇몇은 함선관리를 배워 엔지니어나 기술직으로 보직변경을 하기도 한다. 홍창만과 서은설이 그런 경우였다. 홍창만은 현재 함선조종을 배우며 월급으로 받는 결정체로 레벨업을 하며 지능과 민첩에 스탯을 분배하고 있었다. 능숙한 조종사는 빠른 판단력이 필요했고 거기에는 민첩성도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지원자의 대부분은 전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특히 함선근무를 선호했는데 그 안에서는 투기장을 비롯해서 훈련시설이 잘 되어 있었고, 준과 함께 던전공략을 하거나 무리어미를 처리하는 등 가외수입을 얻을 기회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미 전투에 익숙한 이들이 다른 일을 하기 힘들다는 이유때문이기도 했다.

-주인장 땡전한푼 없는걸로 아는데 그 돈이 다 어디서 난거임?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투자받은 돈이 많음. 앞으로도 돈 벌 구석은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없음. 정 궁금하면 재무팀으로 와서 공부 졸라게 하던가.

그렇지 않아도 제임스의 다크서클이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고 있었다. 펠로우쉽 계약자면서 에피알게나스의 회복을 종종 받는 그가 그정도라는 것은 업무량이 그만큼 과중하다는 것이었다. 가끔 일거리를 던져줄때마다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볼때가 있는데 준은 애써 모른척하고 있었다.

-비추... 공부 처음부터 다시해야함... 시발 나 3개월째 재무팀 수습인데 뒤질거같음. 상사 좆같애. 지금 지능 올인 30찍었는데 그래도 못따라감. 이제와서 스탯 물릴수도 없고 후회중임.

-헐. 나 그쪽으로 갈려고 했는데 안되겠네.

-그쪽팀 월급은 많이 줌?

-많이주긴 하는데, 전투원은 주인장이랑 같이 다니면서 꿀빨고 있음. 그쪽으로 가라. 여긴 지옥이다.

=그런가. 제임스에게 말해서 좀 살살하라고 해야겠네.

-주인장. 제발 좀 살려주세요. 저 일주일 때 하루 세 시간 자고 일하는 중이에요.

-어... 나도... 너 누구냐? 재무팀에 세 사람밖에 없는데.

-시발. 여기 재무팀 정모냐?

-ㅋㅋㅋㅋㅋㅋ노예들모였네.

“제임스. 재무팀 인원 좀 더 뽑아야 되겠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업무량이 많다면서? 다들 세시간도 못자고 일한다는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 그냥 아는수가 있어.”

준의 말에 제임스가 흠, 하고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그렇게나 자게 해줬는데도 불만이 있다니... 아무래도 업무량을 늘려야겠군요.”

“야. 그러다 다 죽어. 그래도 사람인데 수면권은 보장해줘야지.”

“수습기간 동안은 혹독하게 굴릴 생각입니다. 적어도 기본업무 정도는 혼자서 할 수 있게 되고나서 불만을 말해도 들어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네가 골라서 뽑은 애들이라며. 그렇게 느려?”

“그래도 대학물은 먹은 이들이지만...”

제임스는 고개를 저었다. 제임스의 업무처리 능력은 사실 경이로울 정도였다. 알카트뢰즈에서 소장이 해야할 업무까지 처리하면서, 이중장부까지 관리하는 와중에 플랫폼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했을 정도이니, 사실상 알카트뢰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그의 손을 거쳐서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어지간해서는 그의 눈에 차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너를 기준으로 삼지 말라고. 아무리 펠로우쉽이라고 해도 익숙하지 않은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까. 필요하면 펠로우쉽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고용해도 좋으니까 사람을 좀 늘리는게 낫지 않겠어?”

“그건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제임스의 표정은 전혀 수긍한 얼굴이 아니었다. 아마도 오늘 불만을 토로한 이들은 향후 며칠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 델타스피릿은 수라드 행성의 모든 시스템을 기존대로 운영할 것입니다. 시민여러분들은 혼란스러워 하지 말고, 일상을 유지해주시길 바랍니다. 만에 하나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거나 집단파업을 하실 생각이라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혼란은 오롯이 시민여러분의 책임임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수라드 전체에 막스의 반 협박이나 다름없는 영상이 송출되었다. 시민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절반은 두려움에, 나머지 절반은 안도감을 느꼈다.

도시 여기저기에서는 사람들이 저마다 이 일에 대해서 갑론을박하고 있었다. 수라드 행성의 로테르담 시티의 한 주점에서도 취객들이 큰 소리로 이에 대해서 떠들고 있었다.

“뭐야. 저거 안심하라고 한말이야 아니면 협박인거야?”

“둘 다 겠지. 그래도 당장은 별일이 없겠구만.”

“무슨 소리야? 지금 당장 생필품 가격이 치솟는거 몰라? 공장도 지금 제대로 안돌아간다는데.”

“그야. 사재기 하는 놈들이 있으니까 그런거고. 조만간 물가도 안정화 한다고 하잖아. 그리고 공장이야 임시정지였지. 내일부터 정상가동한다잖아.”

“그걸 믿냐? 어디 근본도 없는 이상한 놈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할 리가 있겠어?”

“델타스피릿이라면 그래도 근방에서는 좀 유명한 애들 아니야?”

“무슨 소리야 나는 처음듣는데.”

쿵.

깜짝.

그때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의 곁에서 거칠게 맥주잔을 내려놓는 사람이 있었다. 우락부락한 생김새에 터질듯한 근육을 자랑하는 인물이었다. 무기는 들고 있지 않았지만 척 봐도 헌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델타스피릿을 모른다고?”

“무, 무슨...”

덜컹.

그자가 방금전까지 큰 소리로 떠들던 사람들의 곁에 다가가 빈 의자에 털썩 앉았다. 탁자위에는 침묵이 맴돌았다. 헌터 사내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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