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23화 (32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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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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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 깜짝 놀라며 몸을 틀어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그녀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정신을 잃은 듯 보였다.

“벼, 병원... 아니. 젠장 여기는 병원이 없잖아.”

지금까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그녀가 해왔기 때문에 정작 그녀가 쓰러지자 고쳐줄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델타스피릿의 직원들은 상당수가 펠로우쉽 계약자였기 때문에 잔병치레를 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병원이나 의사는 지금까지 필요가 없었다.

‘이래서 힐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거구만. 젠장. 이를 어쩌지...?’

준은 로버의 개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이곳에 둔다고 해도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은설이라도 불러서 침대에 눕히도록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준이 메시지를 보내려는 순간, 에피알게나스가 눈을 번쩍 떴다.

“아...?”

“괘, 괜찮은 거야?”

“문제없어.”

그녀는 전형적인 병약한 미소녀 같은 모습으로 창백한 안색을 감추며 몸을 추스렀다.

“문제없는게 아닌 거 같은데? 감기라도 걸린거야?”

“문제없어.”

에피알게나스는 정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휘청거렸지만 이내 중심을 잡은 그녀는 빠르게 준에게서 멀어졌다.

“무슨...?”

준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교차했다.

‘일단 나중에 알아보자. 정밀검진이라도 받게 해봐야겠어.’

이곳의 환경은 로오나들이 살던 우주와는 다르다. 그로 인해 몸에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태도로 봐선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을 해 줄 것 같진 않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펠로우쉽으로 건강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테지만...’

그녀는 알파다. 조각의 보유자로, 델타와 펠로우쉽 계약을 맺을 수 없는 몸이었다. 그러다보니 이런 상황에서 당장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일단 급한 것은 아니니 수라드 행성까지 가서 병원을 보내던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 그나저나 엄청 오래걸리네 이거.”

진행률을 살펴보니 이제 겨우 10퍼센트 정도만 찬 상태였다. 꽤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정도밖에는 흐르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있기도 뭐한지라 준은 인벤토리에서 부서진 갑옷들을 꺼내서 하나하나 수리를 시작했다. 저번 던전클리어를 하기위해서 깨먹은 갑옷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이다. 전부 꽤 많은 경험치가 들어간 물건인 만큼 보수를 해서 사용해야 했다.

-시스템. 이거 동시에 두가지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문제없습니다.

-속도가 늦어진다거나?

-리소스를 얼마나 차지하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 이 갑옷들을 수리할건데.

-그 정도라면 문제없습니다.

-오케이. 고마워.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스템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 어찌보면 우습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비서처럼 자신을 도와준는 AI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사람처럼 대하게 되었다. 그렇다 해도 이쪽 시스템은 언제나 변함없이 기계처럼 대응할 뿐이다.

로버에 비하면 차갑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비서로서는 이쪽이 훨씬 편한 것이 사실이었다.

준은 작은 망치를 꺼내서 일단 구부러진 갑옷을 펴기 시작했다. 무기제작이나 수리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었지만 직접 자신이 정성들여 손을 보면 같은 훨씬 경험치를 덜 들일 수 있었다.

어차피 시간은 많았기에 직접 손을 보면서 걸리는 시간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수라드 행성에 도착하자, 가장먼저 양주안이 준을 반겼다. 그는 가슴에 주먹쥔 손을 올리는 델타스피릿의 정식 경례를 하고는 그를 소장실로 안내했다. 원래는 마리엘 쿤이 앉아있었을 그곳에 준이 자리했다.

“상황은?”

“수라드 행성은 문제없이 점거한 상태입니다. 다만 필요물자가 도착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 3개월이 넘어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정확히 뭐가 부족한거야?”

“꽤나 많습니다만...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석유입니다.”

“역시 그건가.”

“아무래도 에너지 문제가 가장 시급하지요.”

“식량이나 뭐 다른건.”

“무인농업시스템은 무리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만...”

“역시 거기도 석유가 없으면 안된다는 거지?”

“네. 기본적으로 수라드 행성은 화력발전으로 돌아가는 곳이니까요.”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때가 어느때인데 아직도 초보적인 화력발전으로 에너지를 충당하는 가 싶어서였다. 수라드 행성의 인구는 최소 이천만 가량. 그 정도면 충분히 핵융합발전을 시도해도 될 인구였다.

준이 그 점을 지적하자 제임스가 대신 대답했다.

“핵융합발전 시스템은 거의 무한하게 에너지를 생성해 줄 수 있습니다만... 초기투자비용이 지나치게 큽니다. 최소 수십조에서 많게는 수백조가 들어가지요.”

“나도 알아. 그래도 이천만 정도 되면 장기적으로 행성관리를 생각해봐도 되잖아. 일단 한번 만들어 놓으면 훨씬 싸게 먹힐텐데. 수소발전도 할 수 있고.”

핵융합발전소는 일단 지어놓으면 엄청나게 저렴한 발전이 가능하다. 물론 관리비 포함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 오십년 이상 가동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수라드 행성정도의 크기면 그 정도 투자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수라드 행성은 애초에 고위험 행성군 중 하나입니다. 핵융합발전 같은 비싼 발전소를 짓기에는 리스크가 큽니다.”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외도가 많기 때문인가? 그거라면 이미 헌터들도 충분히 자리잡고 있고, 거주지역도 안정화 되었기에 문제가 안될 것 같은데.”

“지금이야 그렇습니다만. 이곳은 초창기 외도의 결집지였으니까요.”

“언제라도 또 다시 그런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거로군.”

“전혀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거라면 다른 행성도 마찬가지야. 그런식으로 따지면 핵융합발전소는 외도가 없는 행성에만 설치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곳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잖아.”

외우주에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은 행성의 환경보다는 그 지역의 경제성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그것들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외도의 존재 유무였다. 결정체를 생산할 수 있는 곳에 헌터가 몰리고, 헌터가 모이면 그들에게 장사를 하면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렇게 인프라가 쌓이며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식으로 외우주 개척이 발달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사람들은 대체로 리스크는 지지 않으려는게 본능이니까요.”

“어쨌건 없는 발전소 가지고 한숨쉬어봐야 소용없는 일이겠지.”

마음같아서는 원자력 발전소라도 뚝딱하고 짓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핵융합까지는 몰라도 그정도는 만들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준비기간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건설쪽은 건축기술이 있고 원자로 같은 경우는 상급 제작기술이 있는 만큼 설계도만 구하면 어떻게든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알바트로스 내에도 소형 원자로가 있다. 동력의 대부분을 원자로에서 공급하고 있었고, 알바트로스는 인구 1만의 도시 하나를 커버할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다.

‘문제는 관리인원이 없다는 건데.’

알바트로스의 원자로는 준이 관리 할 수 있다. 어차피 우주선용으로 나온 원자로는 비교적 소형인데다가 완벽하게 모듈화가 되어 있어서 관리감독이 쉬운편이었으니까. 하지만 최소 이천만이 사용해야할 원자력 발전소를 짓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규모와 방대한 숫자의 관리인원이 필요했다.

준은 잠시 거기에 들어갈 경험치와 관련 인원에 대한 재교육 비용과 시간등등을 계산하다가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아무리 그래도 준 혼자서 행성 하나의 모든 전력을 감당하는 발전소를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헌데 석유는 파티마제국에서 사들이는 거잖아. 연합 눈치를 살필 이유는 없지 않아?”

“연합이 막는데 어떻게 수라드까지 파티마제국의 함선이 들어오겠습니까.”

“씁. 그렇게 멍청한 놈 쳐다보듯이 보지 말아줄래?”

“그야 사실이니까요.”

“쳇, 그럼 수라드에서 석유를 채굴하는 건 어때?”

“이 넓은 행성에서 어느 세월에 탐사를 진행합니까?”

“그거라면 문제가 안되는데.”

“무슨 방법이라도 있으십니까?”

제임스의 물음에 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광물탐색과 채광. 저번에 소행성 탐사할 때 배워둔 스킬이야.”

준은 확인차 프로필을 열어 기술목록을 확인했다.

광물탐색(초급) : 반경 100킬로미터 내의 지질을 탐사합니다. 지형의 복잡도에 따라 걸리는 시간에 차이가 있습니다. 탐색된 광물은 채광기술을 통해 캐낼 수 있습니다.(숙련도 1%)

채광(초급) : 광물탐색으로 인해 알려진 자원을 캐낼 수 있습니다. 채광용 장비의 효율이 높아집니다.(숙련도 94%)

광물탐색의 숙련도는 그다지 늘지 않았지만 채광숙련도는 거의 중급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확실히 백개가 넘는 곡갱이로 채광을 하다보니 순식간에 오른 듯 했다.

“아아... 잊고 있었습니다.”

제임스가 놀랍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셔틀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석유가 있을 만한 곳을 찾으면 될거야. 시추장비는 제작으로 만들면 되고. 채광기술과 세트니까 효율도 꽤나 높을 걸.”

“그거라면 어떻게든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 같긴합니다만... 다만 수송문제라든거 여러 가지 제반사항들이...”

“그건 이제부터 네 일이지.”

“후우. 알겠습니다.”

제임스의 이마에 주름이 늘었다.

준이 수라드 행성에 눌러앉을 생각을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곳에서 생산되는 물품들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는 식량부터, 생필품, 그리고 대형기계류까지. 사람이 사용하는 어지간한 물건들은 이곳에서도 대부분 생산되고 있었다. 단순 소비도시에서 시작한 수라드 행성이었지만 인구가 늘다보니 직접 생산되는 물품들이 많아진 것이다.

물론 그런 농장이나 공장들 모두는 새크리파이스의 소유였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던 이들 모두가 당장의 생계가 걸려있다보니 델타스피릿에서 플랫폼을 점거했다고 해서 일을 그만두거나 할 수는 없었다.

기존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잉여물품을 수출하거나, 부족분을 수입할 수 없다는 것 정도였다. 수출품에 대해서는 일단 일정양을 델타스피릿에서 맡기로 했다. 이스카야 행성으로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

부족분은 어떻게든 이곳에서 생산하거나 아니면 없는 채로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석유수급이 해결됨으로서 큰 문제는 제거한 셈이었지만, 그 외에도 첨단부품에 속하는 스마트패널 공장이나, 각종 IT업체들의 부재는 장기적으로 사회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일단은 혼란이 없도록 선전을 좀 부탁해.”

“그건 막스님에게 맡기시죠. 저보다 낫습니다.”

“2천만명에게 하는 선전인데. 만약 사고라도 치면 어떻게 하려고.”

“사리분별은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방송중에 욕만 하지 않으면 되겠지요.”

제임스는 그렇게 말하며 막스를 쳐다보았다.

“나를 뭘로 보는 거냐?”

“할 수 있겠어?”

준이 묻자 막스가 가슴을 탕탕치며 입을 열었다.

“사람들 속여먹는 솜씨는 나를 따라갈 자가 없다고. 적당히 설득할테니까 걱정마. 방송날짜나 잘 잡으라고.”

양주안이 수라드 플랫폼을 장악한 이후 수라드 거주민들은 하루하루 불안속에 떨고 있었다. 벌써부터 주식은 곤두박질 치고 있었고, 사람들은 식량확보를 위해 사재기를 하느라 모든 상점에 식료품이 동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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