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20화 (32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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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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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말입니까?”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니까. 원하지 않으면 그냥 보내줄게. 우리회사가 아직 작은데다가 여기저기에 원한산데가 많아서 생각보다 고달플지도 모르거든.”

“요즘같은때에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요. 저기... 혹시 그러면 자리는 어떻게 됩니까?”

일단 함장이다보니 그쪽이 신경쓰이는 모양이었다.

“최대한 원래의 직위를 유지하는 선에서 고용하도록 하지. 이 함선을 고쳐서 쓸 수 있게되면 그대로 이 함선의 항해사로 써도 되겠지. 물론 소속은 바뀌겠지만. 참. 혹시 정직원이야? 그러면 퇴직절차 밟기 까다로울텐데.”

“계약직입니다. 한달짜리. 그러니까 그쪽에 제가 지어야할 의무는 별로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정직원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더니. 함장쯤이나 되는 분께서 한달짜리 계약직이라니 좀 너무한데.”

“저희회사가 좀 심한감이 있습니다. 저기 그런데 우리가 만약에 단체로 이직하게 되면 상하이 케미컬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요.”

“괜찮아. 어차피 적이니까.”

“네?”

그랜슨 함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말했잖아. 우리회사는 적이 많다고. 대충 약 100여개 기업이 우리를 미워하는 것 같더라고.”

“그, 그건...”

“맞아. 100인회에 소속된 기업들이지.”

“이나라 그 자체이지 않습니까?”

“괜찮아. 죽으면 묘비는 잘 세워줄게.”

“후... 일단 저희도 좀 더 알아봐야겠군요.”

“그럼 일단 들어가 있어. 그 녀석들이랑은 다른 방에다가 넣어줄테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며 열려있던 웜홀을 닫고 새로운 웜홀을 열었다. 기존 항해사들이 들어있던 던전이었다. 그들은 후에 파티마제국에 노예로 팔생각이었다. 물론 그들도 팔기전에 마지막으로 의사를 물어볼 생각이었다. 만약 거기서도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장님. 인근해역에서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모두 두 대의 고속정입니다.

-해적인가?

-식별넘버가 없는 것으로 봐선 그런 듯 합니다.

-타이밍 좋네. 오늘 많이 건져가겠는데.

-어떻게 할까요?

-일단 알바트로스는 이탈해.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 놈들까지 전부 챙겨갈테니까.

-인벤토리에 넣기에는 좀 많지 않습니까?

현재 준의 인벤토리는 우주선 한 대 정도를 넣을 수 있는 크기였다. 아무리 고속정의 크기가 작다고는 하지만 그것들을 넣을 여분은 없었다.

-우주선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상관없어.

-그러시다면. 알바트로스는 잠시 물러서겠습니다.

-그래. 저 녀석들이 겁먹고 안오면 골치아프니까.

통신을 마친 준은 그랜슨 함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일단 함교로 가지.”

“네?”

“아아. 해적이 나타난 것 같아.”

“네에? 크, 큰일 아닙니까?”

“괜찮으니까 걱정말고.”

준은 그랜슨을 앞세워 함교로 향했다. 아니나다를까 함교에 도착하자마자 통신회선이 연결되며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의 모습이 나타났다.

[하하하. 우리는 소호해적대다. 당장 무장을 해제하지 않으면 먼지로 만들어 줄테니까 당장...]

[알았으니까. 얼른 와.]

준이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가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뭐, 뭐라고?]

[무장해제하고 기다릴테니까. 얼른 와서 털어가라고.]

[그... 시원해서 좋구만. 그럼 기다려라. 하하하!]

통신이 끝나자 그랜슨 함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정말 그들을 처리할 자신이 있으신겁니까?”

“봤잖아?”

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하하! 당장 항복하고 무릎을 꿇어라!”

착륙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소호해적대의 대장이 큰소리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준은 대답대신 그에게 다가갔다.

“뭐, 뭐냐?”

“와줘서 고마워.”

쉭-

준은 번개같은 속도로 다가가 녀석의 명치에 주먹을 날렸다.

뻐억!

“커헉?”

“대, 대장?”

“이 놈이!”

처처척!

단 일격에 대장이 자리에 드러눕자 해적들이 준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하지만 준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녀석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허억?”

타앙! 타타탕!

“커헉?”

“아?”

성급하게 방아쇠를 당겼다가, 준이 안으로 파고드는 바람에 오히려 동료를 향해 총을 쏜 해적이 화들짝 놀라며 총구를 다시 돌렸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이미 서로를 향해 쏜 총탄에 몇 명의 동료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상황.

준은 혀를 차며 그 사이를 누비며 총을 든 자들을 전부 쓰러뜨렸다. 착륙장에 도착한 해적들의 수는 총 삼십. 하지만 그들을 때려눕히는데 걸린 시간은 채 몇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 이럴수가...”

멀리서 지켜보던 그랜슨 함장이 입을 쩍 벌리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준은 일단 총에 맞아 신음하는 이들을 먼저 2번 던전에 집어넣었다. 일단 그 안에 넣어두면 어떻게든 살 수 있으니 취한 조치였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 멀쩡한 놈들을 하나하나 안으로 집어 넣었다. 이미 죽은 이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수습해서 우주공간으로 내보내기로 했다.

준은 소호해적대에서 끌고 온 두 대의 함선에 모두 침입해서 해적들을 모두 때려잡아 2번던전에 던져너었다. 두 대의 고속정에서 나온 해적의 숫자는 모두 합해 100여명. 당분간 데리고 다니면서 헌터로 각성시킨 다음 엘라 행성에 데려다 놓을 생각이었다.

준은 스타라이트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랜슨 함장과 그 항해사들은 소호해적대가 끌고온 고속정을 몰며 알바트로스를 따르기로 했다. 그럭저럭 이득을 챙기고 알바트로스로 돌아오자 제임스가 그를 맞이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약간 번거로울 뿐이지.”

“해적들은 그냥 죽여도 상관없는데 말입니다.”

“물론 죽어도 싼 놈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살아있으면 돈이 되잖아.”

“역시 돈입니까?”

“그게 아니면 살려둘 이유는 없지.”

해적은 밴디트만큼이나 인간쓰레기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걸릴 경우 재수가 좋으면 목숨은 건질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산채로 우주공간으로 쫓겨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러하다보니 해적에 대해서는 포로고 뭐고 일단 죽이고 본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을 정도였다. 오히려 부려먹을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살려두는 준이 관대한 처사를 행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함선을 주렁주렁 달고 온다고 해서 당장 저것들을 처분할 방법은 없습니다.”

“아. 하긴 저것도 안사려나? 암시장 같은데서 팔면 되지 않을까?”

“고속정 같은 경우는 비싸게 팔리긴 할겁니다. 다만 상하이 캐미컬의 함선인 스타라이트는 제값받고 팔기는 어려울 겁니다.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게 만들려면 개조를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꽤나 돈이 들어가니까요.”

“개조는 내가 하면 되니까 상관없어.”

“그러시다면 문제없습니다.”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팔 장소를 좀 알아봐줘. 기왕이면 연합 내가 좋겠는데.”

“암시장이 열릴만한 장소를 물색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듯 합니다. 우주선 같이 부피가 큰 물건을 파는게 쉬운 것은 아닌지라.”

제임스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중요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준은 이스카야에 도착하자마자 엘라를 내려주고는 곧바로 수라드 행성으로 향했다. 두 대의 고속정도 함께 이동했다. 어차피 전투가 벌어진다면 수라드 행성에서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현재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새크리파이스 뿐이니, 다른 곳에서 참전할 이유는 없었다. 딱히 명분도 없거니와 괜히 잘못끼어들었다가는 어지간한 무기를 전부 막아낸다는 델타스피릿의 신형함선에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몸을 사리고 있었다.

“놈들이 수라드로 온다고 확신할 수 있는 거냐?”

막스가 물었다. 준은 마스터가 준 맥주를 한잔 들이키며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 쪽에서 보기에 뭐가 있는지도 모를 이스카야보다는 수라드가 훨씬 중요하거든.”

“델타스피릿의 심장부를 치기위해서 이스카야 행성에도 병력을 보낼 수 있잖아. 놈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수가 많다고. 애초에 알바트로스에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니까 굳이 싸우려들기보다는 우회적으로 공격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데?”

“하하. 막스님께서 상당히 똑똑해 지신 듯 합니다.”

준은 살짝 감탄사를 흘렸다.

“이런 건 지식과는 관련없는 단순한 추측이잖아. 얼마든지 가능하지.”

“뭐, 나도 그 생각을 안한 건 아닌데. 그래도 당장 수라드 행성을 쥐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순간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다. 알바트로스는 인벤토리에 들어갈 만한 크기이기 때문에 10만 경험치를 소모하는 것으로 언제든지 순식간에 수라드와 이스카야를 오갈 수 있었다.

“헌데 그거 뭐냐. 로버인가 뭔가 하는 로봇은 어떻게 된거야? 경험치를 포기하면서 까지 먹었는데 제대로 사용할 수도 없다면서?”

“아직은 에피알게나스가 있어야만 움직이는 상태야. 헌데 안쪽이 좀 좁아서 개조를 하려고.”

“두 사람이 같이 탈 수 있게?”

“그래. 다른건 몰라도 그정도 설계변경은 가능할 것 같아.”

로버는 기본적으로 준의 제작레벨로 손댈 수 없는 기체였다. 하지만 다른 것은 손대지 않고, 오직 탑승석 부분만 부피를 넓히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았다. 문제라면 흉갑부분의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과연 로버가 그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었다.

‘끙. 자아가 있는 로봇이라는 거 상당히 귀찮군.’

델타의 시스템처럼 명령에만 반응하도록 되어있다면 준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훼방을 놓거나 하지는 않을테지만, 로버는 특이한 개체였다. 거의 사람이나 다름없는 개성을 가지고 있다보니 자신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둘 거라면 애초에 챙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준은 생각난김에 미뤄왔던 작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로버를 꺼내도 괜찮을 만큼 넓은 곳은 알바트로스 내에 유일하게 단 한곳이 존재했다. 다름아닌 착륙장이었다. 준은 일단 로버를 꺼내서 착륙장에 반듯이 눕혔다.

[이런 좁은 곳에 날 꺼내서 뭘 하려는 거지? 설마 이런저런 짓을 하려는 건....?]

꽤나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맡았음에도 로버는 별다른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것을 봐선 인벤토리 안의 시간은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일단 개조를 좀 할 생각이야. 아무래도 엘피알게나스가 없이는 안움직이려고 할테니까.”

[개조? 설마 내 몸을 뜯어서 마구 헤집어 놓겠다는 건가?]

기이이-

로버가 깜짝 놀라며 상체를 일으켰다.

쿠웅-

[윽.]

로버의 머리가 착륙장의 천장에 닿았다.

“아주 우주선을 박살낼 생각이냐? 그렇지 않아도 천장이 낮으니까 고개 들지 말라고.”

[끙. 꼼짝없이 당하는 건가...]

“기분나쁜 소리 한번만 더 하면 그냥 해체해 버린다.”

준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일단 조종석 좀 열어봐.”

[어쩔 수 없군.]

로버는 의외로 순순히 상체의 흉갑을 열었다. 기잉-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흉갑이 양쪽으로 열리며 조종석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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