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13화 (31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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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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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의 지배권을 획득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국경 자체가 모호한 시대였고, 어느국가든 간에 먼저 개척을 시작하면 그곳의 지배권은 먼저 선점을 한 이들이 가지게 되는 시스템이었다.

애초에 이곳에 먼저 깃발을 꽂은 국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최초에는 연방에서 먼저 손을 댔고, 다음은 연합, 그 다음은 파티마제국에서 간을 봤다. 하지만 결국 몇 군데의 전초기지를 세웠다가 전부 철수를 한 지금 이 곳에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구처럼 땅 자체가 한정적이라면 모를까, 뻗어나가면 나갈수록 새로운 거주행성이 발견되는 지금, 이런 변방의 외곽지에 신경을 쓰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덕분에 준이 이스카야에서 비교적 가까운 이곳을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델타스피릿이 파티마제국 소속 기업이니. 이곳은 파티마제국의 영역이 되는 셈인가?”

“엄밀히 따지자면 그렇습니다만, 이미 델타 인더스트리와 지분공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연합에도 발을 걸쳐놓은 상황입니다. 딱히 국경 때문에 문제가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그가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 그런 것이다.

“플랫폼은 당장 필요가 없겠고...”

어차피 생필품은 모두 델타폰을 통해 보급이 가능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의료시설의 미비였다. 항상 목숨을 건 전투를 하는 헌터들은 상처를 입는 경우가 잦았고, 근처에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있느냐 하는 것은 생존에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준에게는 그에 대한 해결책도 있었다.

“펠로우쉽 계약을 맺어 두는 게 편하겠지?”

“나쁠 건 없지요. 어차피 그들이 강해지는 만큼 사장님에게는 이득이 되니까요.”

펠로우쉽 계약은 일방적인 이득을 주는 구조가 아니었다. 대상자들도 빠르게 능력을 상승시킬 수 있고, 죽지만 않으면 어떤 상처도 회복할 수 있다. 심지어 잘린 팔다리도 시간이 지나면 재생이 가능할 정도. 거기다가 노화된 육체도 전성기로 되돌려 준다. 이정도면 안받는게 이상할 정도다.

준 역시 펠로우쉽 대상자로부터 받는 10퍼센트의 경험치. 그들이 사용하는 기술의 습득 등을 생각해보면 꽤나 이득이었다.

“일단 주요 인물 몇 명만 해두면 나머지는 알아서 퍼지겠지.”

현재 알카트뢰즈를 포함 전체 펠로우쉽 숫자는 꾸준히 늘어 오천 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들로부터 얻고 있는 경험치만 해도 하루에 5만에 달할 정도. 그러다 보니 현재 준이 보유하고 있는 경험치는 여기저기 다 쓰면서도 육백만 가까이 남아있었다. 물론 결정체로 보유하고 있는 물량은 제한 수치였다.

“그러고보니 결정체가 얼마나 모였지?”

현재도 결정체는 실시간으로 쌓이고 있었다. 제임스가 잠시 스마트패널을 조작하더니 입을 열었다.

“약 11만개 정도입니다.”

“흠. 아직 그렇게 많이 쌓인 건 아니군.”

“알파시티의 헌터 숫자를 생각하면 많은 편이지요.”

“하긴.”

알파시티를 개장한 이후 반년이 조금 넘게 흘렀다. 처음 한팀으로 시작했던 헌터들의 숫자는 꾸준히 늘어 현재 5천명이 넘어섰고, 지금도 수라드 행성에서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알파시티의 호황으로 인해 근처에 새로 개척도시를 지어야 할 정도에 이른 상황이었다. 이미 몇몇 헌터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작은 마을을 건설한 곳도 있었다. 아직 지원이 미비해 많은 이들이 개척도시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늘면 늘수록 그런 곳은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되었다.

준은 셔틀을 타고 행성 엘라로 내려섰다. 그와 동행한 이들은 검둥이와 시미 뿐이었다. 어차피 다른 이들이 있어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준이 선택한 곳은 비교적 강이 가깝고 넓은 초지가 있는 곳이었다. 알카트뢰즈에 있을 때부터 깨끗한 물의 소중함을 잘알고 있던 준이기 때문에 입지선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이쯤이 좋겠지?”

“그럭저럭 나쁘진 않겠네요.”

검정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검둥이가 입을 열었다.

“나는 별론데. 숲이 멀잖아.”

시미가 입을 열었다. 음지식물인 그녀가 그늘이 많은 숲을 좋아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은 숲보다는 넓은 땅이 있는 편이 나아. 그리고 숲은 언제 외도가 튀어나올지 몰라 위험하다고. 일단 시야가 확보되어야 안전하지.”

“뭐, 내가 살 것도 아니니까. 시미는 상관없어요.”

“하긴 그렇지.”

일단 준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천여 명이 살집을 만드는 것이었다. 알파시티를 만들면서 건축기술의 숙련도를 상당히 올려두긴 했지만 아직 중급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럼 시작해 볼까?”

준은 일단 인벤토리에서 건축자재들을 꺼내들었다. 물론 바닥의 흙을 퍼담아서 재료로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이왕 만드는 것 숙련도도 올릴겸 제대로 된 집을 만들 생각이었다.

와르르르-

인벤토리에서 엄청난 수의 시멘트포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거의 수천톤에 달하는 분량을 한꺼번에 쏟아낸 준은 강철바를 또 그만큼 꺼내었다. 골재비만으로도 수백억은 간단히 넘어가는 분량이었다.

하지만 천여명이 살집이니 그만큼 또 신경을 써줘야했다. 알파시티를 만들 때 익혀둔 대규모건축의 요령도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화장실은 공동화장실로 하고.”

현대적인 화장실은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쓰기에는 힘들었다. 처음에는 준이 만들고, 나중에는 스스로 만들던지 아니면 강에서 해결하도록 하던지 그부분은 알아서 하도록 해야했다.

식수문제는 근처에 강이 있으니 도시 가운데까지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도록 급수시설 정도는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전력이야 태양광발전판을 사용하면 문제 없었다. 제작을 통해 만든 물건은 어지간해서는 잘 고장나지 않기 때문에 누가 일부러 고장내지만 않는다면 수명은 꽤 길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고장이 난다해도 준이 고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그것이 필요한 이들이 알아서 델타폰에서 구입 후 대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수도관이라던가 여러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은 밥의 원거리택배를 통해 구입할 수 있었다.

쿠르르릉-

준이 시멘트더미를 이용해서 건축을 시작하자 넓은 초지지역에 하나둘씩 건물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준은 우선 도시의 중심이 될 큰 건물 하나를 지었다.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최대 5층이 넘지 않는 범위내에서 다층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여러 건물을 짓는 일은 확실히 경험치 측면에서 상당한 소모를 요구했다. 보통 10평짜리 작은 쉘터 하나를 짓는데 들어가는 경험치가 약 1000정도인데, 그러한 건물을 약 500개 가량 짓는다고 가정했을 때 들어가는 경험치는 50만이었다. 다만 다층건물이다 보니 약간의 절약을 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예상되는 총 예산은 약 40만 선에서 그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암. 형님 이거 얼마나 걸릴까요.”

준이 설계도면을 시스템에 올리고 자동으로 건물을 올렸지만 그래도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꺼번에 약 10채의 건물을 올릴 수 있었는데 그것이 완성되는 시간동안은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글쎄. 최소 하루는 걸리겠지. 그래도 도시하나를 뚝뚝하고 짓는건데 이정도면 양반이지 않겠냐?”

“그거야 그렇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구경만 하고 있으려니 심심한 건 어쩔 수 없네요. 잠시 물놀이나 하고 오겠습니다.”

검둥이는 옷을 벗어던지고는 다시 동물 형태로 돌아가 근처에 흐르는 강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시미도 갈거야!”

그러자 시미도 검둥이를 따라 가기 시작했다. 준이 건물을 올리는 모습은 그들에겐 전혀 신기한 장면이 아니었다. 아무리 재미있는 블록버스터 영화라도 계속해서 보면 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끙. 이 배신자 녀석들.”

준이라고 지루하지 않을리 없다. 이미 설계도는 올렸고, 제작에 이르는 과정은 델타시스템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준이 할일은 그저 걸음을 옮기며 새롭게 건물을 올릴장소로 향하는 것 뿐이다.

‘이거 오히려 내가 도구가 된 것 같군.’

하암.

준은 하품을 잠깐 하고는 심심함이나 달랠 겸 델타포럼에 접속했다. 얼마전 던전에 대규모로 델타폰을 배급한 때문인지 포럼은 새로운 유입인원으로 인해 시끌벅적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도 던전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위치한 사람들의 경험담은 기존 사용자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중에서 준은 던전의 시간흐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시글 하나를 클릭하여 들어갔다.

-던전안에서는 바깥보다 시간이 8배 빠르게 흘러간다. 그러니까, 당신들이 하루를 사는 동안 우리는 8일을 사는 셈이다.

-그거 개꿀이네.

-그거 주인장이 만든거라고 했던가? 거기에는 왜 들어가 있는거야?

-이색기 뒷북쩌네. 그동안 게시판 안보고 뭐했냐? 주인장 심기 거슬렸다가 잡혀들어간거 아냐.

-아 맞다. 그놈들이 이놈들이었지?

-그러게 사람잘못건드렸지.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이런데다 처박아 놓는 건 좀 너무하지 않아? 나 지금 벌써 여기에 1년 반째 있는데 하루하루 미쳐버릴 것 같다.

-너네들 아직도 정신 못차렸구나. 주인장 성질이 얼마나 더러운데. 살아있는 것만해도 고맙게 생각해야됨.

-별로 그렇게 무서운 이미지는 아니던데?

-알카트뢰즈에 안있어본놈들은 모르겠지. 주인장이 수천명이나 되는 밴디트들 쓸어버리는 걸 못봐서 그래. 피도눈물도 없는 인간인데 생긴것만보고 사람들이 착한 줄 안다니까.

-그래도 그건 전쟁이었으니까.

-그 전쟁을 계획한게 주인장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설마.

-모르냐? 주인장 원래 시어도어대령하고 친했던거?

-그거야 알지만, 그건 그냥 주인장이 뒤통수 맞은 거 아님?

-그 인간이 어떤 인간인데 뒤통수를 맞겠냐? 내가 확신하는데 백퍼 둘이서 짜고 밴디트 쓸어버리려고 작전부린거임.

-그런 것 치고는 군인들이 너무 많이 죽었는데. 시어도어 대령이 끌고간 군인만 거의 1만명 아니었나?

-1만은 무슨 천명정도였음.

-어쨌거나 많이 죽었잖음.

-그러니까 피도눈물도 없는 놈이라는 거지. 그 전쟁으로 제일 이득 본 사람이 누구겠어?

-생각해보니 주인장이군.

-그래. 그 공으로 1년만에 알카트뢰즈에서 나간거 아니야. 나는 여기에 5년 간 있으면서 누가 가석방되어서 나가는 걸 한번도 본적이 업는데.

-그게 진짜라면 무섭군.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자기가 조금 일찍 출소하려고 수천명을 죽인 인간인데. 목숨을 노려놓고도 살아있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사실 목숨을 노린 건 아니었는데. 그냥 명령대로 도시를 포위하다가 눈떠보니 여기더라고.

-그거나그거나. 주인장이 잡혔으면 곱게 그냥 취조만 하고 돌려보냈겠냐? 죽이던가 죽는 것보다 못하게 하거나 둘 중 하나였겠지.

-그건 그렇지.

델타포럼에서는 던전안의 사람들과 바깥의 사람들이 서로 댓글을 달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준은 자신이 출소를 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소문이 돈다는 사실에 약간 기가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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