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08화 (308/540)

0308 ----------------------------------------------

개척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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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데.”

준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물론 공장내부의 높이 때문에 드론이 최대한 높이 날 수 있는 높이가 한정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근접딜러가 닿을 수 없는 높이까지 올라가버리면 이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수십미터의 높이에서 공격을 할 수 있는 드론이 아니라, 근접공격을 해야하거나 기껏해야 수 미터의 높이에서 공격을 하는 일반적인 비행형 외도라면 충분히 먹힐 만한 방법이었다.

시간이 제법 걸리긴 했지만, 결국 드론 열두 기는 문제없이 떨어뜨릴 수 있었다.

-형님. 표정관리좀.

-그렇게 안좋아보이냐?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입니다.

-끙.

물론 대단한 것과는 별개로 답답한 것은 답답한 것이다. 다들 니들건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고, 저런 귀찮은 방법을 사용할 필요없이 말뚝딜을 하는 것만으로도 드론을 떨어뜨릴 수 있었다. 그래도 일단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니들건에 의존하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생각에 막스는 가능한 한 니들건의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었다. 물론 준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니들건이 강한 만큼 쉽게 그 힘에 의존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기술이라던가 스탯의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 경험치를 얻는 것만으로도 쉽게 성장할 수 있지만, 가면 갈수록 레벨업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장 믿을 만한 무기로 실전감각을 갈고 닦는 것이기 때문이다.

“후. 어때?”

막스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다가왔다. 준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입을 열었다.

“놀랍도록 비효율적인 전투였어.”

“크. 녀석 말하는 거 하곤.”

“그래도, 나쁘진 않아. 네 말대로 니들건에 의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

“그래봐야. 어차피 실전에 들어가면 쓰게 되겠지.”

막스는 킬킬 거리며 웃었다. 훈련은 훈련이고 실전은 다르다. 한 사람의 피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니들건은 물론이고 전차의 사용에 거리낌이 없는 것도 그 이유였다.

“그럼 잠깐 쉬고 있어.”

“오케이. 힘들다.”

준은 검둥이와 함께 떨어진 드론들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이번 녀석들은 폭발물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에 그나마 상태가 멀쩡한 놈들을 몇 건질 수 있었다. 결정도는 낮아, 대부분 붉은 색 외도였다.

“이렇게 작은 몸체에 반중력 장치를 달고 다니다니. 기술력 하나는 정말 대단하군.”

준은 가장 상태가 멀쩡한 녀석 하나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루나가 보면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원래 기계와 외도의 전문가다. 그녀가 가지고 다니는 엑조틱 미량검출기 같은 것도 그녀가 직접 만든 것이다. 그러니 기계와 외도, 두가지가 모두 충족된 이번 물건은 그녀에게는 완벽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역시 난 배려심 넘치는 남자라니까. 누가 이런 선물을 생각할 수 있겠어.”

-형님. 무슨 그런 말 같잖은 소리를.

“시끄러. 임마. 농담이야. 나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는데요.

“너 요새 자꾸 기어오르네. 확 된장 발라버린다?”

-힉.

검둥이는 앞발을 내밀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모든 공장지대를 도는 동안 매번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결국 준이 개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심각한 상처를 입은 이들도 많았다. 에피알게나스가 없었다면 몇 명 정도는 목숨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보통’레벨 던전은 어려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한명의 사망자 없이 던전핵이 있는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준도 그동안 부산물을 챙겨, 드론 1기, 대외도형이족보행 로봇2기, 사족보행 로봇1기, 방어형 고정포탑 1기, 추적형 지뢰 1기를 챙겼다.

추적형 지뢰 같은 경우는 운이 좋았는데, 여러 개가 동시에 폭발하는 와중에 한기의 불발탄이 있었던 것이다. 광범위한 지역에 엑조틱 폭풍을 일으키는 물건이니 만큼 사용처가 많을거라고 기대가 되었다.

‘흠. 그러고보니 던전안에서는 내가 상대한 외도들을 전부 풀어놓을 수 있을텐데. 굳이 이렇게 안해도 되지 않을까?’

준에게 귀속 된 던전에는 그동안 준이 상대하며 데이터를 모은 외도들을 만들어서 넣을 수 있었다.

‘모를땐 시스템이지.’

준은 시스템을 호출에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귀속된 던전안에서 생성한 몬스터를 던전 바깥으로 가지고 나올 수 있어?

답변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불가능합니다. 던전에서 생성된 외도는 통제된 환경에서만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채집한 놈들은 바깥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거 아닌가?

-간단히 말하면 오리지널과 카피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잡은 놈들이 오리지널이고 던전에서 만드는 놈들은 카피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잠깐, 그러면 리젠 된 외도들은 어떻게 간주되는 거지? 오리지널인가? 카피?

던전안에서는 죽어도 다시 되살아난다. 물론 델타의 시스템에 의해서 흡수되지 않는 경우, 그러니까 일반 헌터들에 의해서 죽었을 경우에 한해서였다.

-그것도 오리지널로 간주됩니다. 생체정보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니까요.

-그런가. 어쨌든 간에 내가 만든 놈들은 가짜, 그 외의 놈들은 진짜라고 보면 되겠군.

-간단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게 쉽게 정의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만...

-어쨌거나 시스템에서는 그렇게 간주한다는 거잖아.

-그렇습니다.

-알았어. 간단해서 좋군.

던전에서 자연발생한 외도는 오리지널. 그외에 준의 데이터로 만들어 낸 외도는 카피 정도로 이해하면 쉬웠다. 어쨌건 간에 외도를 채집한 것이 삽질은 아니라는 데 안도하며 준은 던전핵이 있을 공장안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안은 어두웠다. 다른 공장들은 천장이 무너지거나 창이 깨져있거나 하여튼 빛이 새어들어오다보니 그럭저럭 내부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이곳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이었다.

“라이트.”

서은설이 마법의 빛을 띄웠다. 그러자 주변이 환하게 밝혀졌다. 마법사의 실력은 마법등을 켜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그동안 서은설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폐공장 내부는 상당히 넓었고, 여기저기 빛을 가리는 철골들이 있다보니 안쪽 깊숙한 곳까지는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밖에서 볼 때는 상당히 멀쩡해 보였는데 말이지.”

준은 혼잣말을 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완벽히 밀폐된 공간. 하지만 그 내부는 철저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금속봉 들과, 로봇팔. 그리고 뭉개져 흔적을 알 수 없는 금속덩어리 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원래 무엇이 있었는지 파악조차 하기 힘들 정도였다.

지금까지 죽인 외도의 수는 모두 합해 200. 즉, 더 이상 잡을 외도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퀘스트에 적힌 외도 이상의 숫자가 나오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니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다.

“너무 조용한데.”

조심스럽게 주변을 탐색하며 준은 최대한 감각을 확장시켰다. 신체적 능력이 극에 달해있는 준은 작은 소리나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철골들이 어지럽게 걸쳐져 있는 공장안을 절반쯤 올때까지 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던전핵만 덜렁 있는 거 아냐?”

막스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한 공장내부를 가득 채웠다. 준이 뭐라 한마디 하려는 순간, 공장 지대 전체를 울리는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나의 잠을 깨우는 것이 누구인가.]

“누구냐?”

준 역시 목소리를 돋우어 외쳤다. 낯선 목소리는 땅을 진동하며 공장전체를 울리고 있었다.

[묻겠다. 그대는 누구인가?]

“사람인가? 아니면 외도?”

준은 대답대신 질문을 되돌렸다. 그러자 목소리의 주인은 잠시 대답이 없더니 한참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마스터의 기운이 느껴지는 군. 그대는 약속된 자인가?]

“뭔 개소리야?”

준은 당췌 알 수 없는 말만을 반복하는 그 목소리를 찾아 감각을 확장했지만, 도저히 어디에서 나오는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맵을 띄워보았지만, 현재 준이 있는 위치가 바로 던전핵의 위치였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아도 던전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지만 거기에도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아래.”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준은 그제서야 그가 말을 할때마다 대지가 진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준은 황급히 맵을 열어 3차원 형태로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러자 자신이 있는 위치 바로 아래에 다른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맵핑기능이 이럴 땐 정말 좋군.’

일정 공간안에 전파를 발산하여 되돌아오는 정보를 이용해 자동으로 맵을 완성하는 이 능력은, 방이나 벽에 막혀 있어도 그 안이 비어있다면 그 지형정보를 제공해 준다. 즉, 비밀의 방 같은 것은 애시당초 준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뜻이었다.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준은 잠시 맵과 주변 지형을 살펴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기깅-

준의 앞을 막고 있던 철근들이 좌우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척 봐도 상당한 무게의 철골들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밀어내는 준의 능력에 뒤를 따르던 병사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중에는 욕설도 섞여있었는데, 당연하게도 막스의 목소리였다.

“그 자식 되게 멋있는 척 하네.”

시선만으로 눈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치워버리는 모습은 솔직히 말해 막스 자신이 봐도 멋있었다. 반드시 자신도 염동력을 배울 거라며 그는 속으로 결의를 다졌다.

쿵.

그리고 장애물들을 전부 치우자, 아래로 향하는 숨겨진 문이 드러났다. 복잡한 암호를 필요로 하는 전자식 도어락이 있었는데, 잠긴 상태에서 전력이 끊겨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문을 열 수 없었다.

‘염동력으로도 열리지 않다니 엄청나군.’

1톤의 힘으로 잡아당기는 데도 열리지 않는다면 결국 부수는 수밖에 없었다. 준은 오른팔을 펼치며 라이트세이버를 꺼내들었다.

“오오!”

“나왔다! 라이트세이버!”

“개멋!”

그러자 뒤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준은 뒤를 돌아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워! 집중이 안되잖아!”

“넵. 하던 일 하십시오.”

“사장님 화이팅!”

“끙...”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이 놈들이 전부다 델타포럼에서 개드립을 치면서 노는 녀석들이다. 준을 반쯤 아이돌 스타로 여기는 놈들이 수두룩하게 있었고, 그런놈들을 일일이 신경쓰는 것도 피곤한 일이었다.

‘현실이나 넷상에서나 하여튼 정상인 놈들이 없군.’

준은 투덜거리며 라이트세이버를 휘둘렀다.

스릉!

분자들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는 라이트세이버의 절삭력은 제아무리 단단한 금속이라도 단숨에 베어낼 수 있다. 준의 라이트세이버가 자물쇠가 있는 부분을 스쳐지나가자, 철문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아래쪽으로 철컥, 하면서 스스로 열렸다.

“일단 다들 위에서 대기해. 아래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쳇. 안보여주시는 겁니까?”

“좋은건 혼자 먹는거야. 너같으면 보여주겠냐?”

“하긴 사장님 욕심많은 건 어제오늘일도 아니지.”

“이번에는 우리도 고생했는데 뭔가 좀 떨어지지 않을까?”

“우리사장 하루이틀 보냐. 분명 자기혼자만 먹고 입닦을걸. 알카트뢰즈에서 던전먹튀한거 소문다났는데도 자기만 아닌척했잖아.”

“하긴 그것도 그래.”

“다 들린다 이것들아!”

결국 참지 못한 준이 병사들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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