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7 ----------------------------------------------
개척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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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파비앙은 어깨를 움직여보고는 완벽히 재생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금 A-10에게 달려들었다. 놈은 막스를 향해 두 손을 엑조틱 나이프로 변환하고는 사정없이 휘둘러 대고 있었다. 검술도 뭣도 아닌, 그저 휘두르기만 할 뿐이었지만 그 속도와 위력이 너무 강하다보니 채 몇 분이 지나기도 전에 방패가 걸레짝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몇겹으로 이루어져 있는 방패는 보이는 것과 달리 아직 충분히 버틸 여력이 있었고, 파비앙은 롱소드를 들고 적 로봇의 머리를 수직으로 검을 내리찍었다.
지잉-
적의 실드에 공격이 무력화되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실드가 무너지며 로봇의 머리에 검이 닿았다.
콰앙!
“큭!”
그리고 그 순간 유탄이 터졌다. 파비앙은 막스의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막스는 온몸을 가려 충격파에서 몸을 보호한 채 꿋꿋이 자리에서 버텼다. 원래라면 충격파만으로 날아가도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준이 준 세트보호구의 위력 때문인지 문제없이 버틸 수 있었다.
“휘유! 이거 확실히 성능이 좋은걸?”
물리데미지 감소와 피해감소 옵션까지 붙어 있다보니 파편뿐만이 아니라 충격파에도 크리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 사이 몇발의 폭발형 화살이 A-10의 몸에 틀어박혔고, 파비앙의 검이 녀석의 어깨관절을 꿰뚫어다.
콰지직!
온몸이 합금으로 이루어져 있는 로봇이라고 할지라도 약한 뿐은 있기 마련. 특히 관절과 관절을 잇는 부분은 방어가 약할수밖에 없었다. 근거리 딜러의 장점은 지속딜도 있지만, 근접공격을 하다보니 적의 약점을 공략하기도 쉽다는 잇점이 있었다.
그 점을 적극활용한 파비앙의 공격이 A-10의 오른쪽 어깨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것이다.
“오케이!”
적의 엑조틱 나이프 공격이 하나 줄자 막스는 비교적 수월하게 방패를 들어 공격을 방어했다. 한꺼번에 세 기의 로봇을 상대하다 보니 그의 몸 여기저기에는 이미 극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만약 에피알게나스의 회복능력이 없었다면 벌써 쓰러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녀는 뒤에서 체력이 떨어진 탱커들에게 적극적으로 힐을 쏟아붓고 있었고, 급소만 지키면 계속되는 회복 덕에 탱커들은 안심하고 적들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이 녀석부터 잡아!”
막스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니들리스 해머를 휘두르며 파비앙이 딜을 집중하고 있던 A-10을 공격했다.
쾅! 하며 A-10한기의 가슴방어구가 떨어져 나가며 복잡한 기계장치를 드러내었다. 그리고 드러난 상처를 통해 화살하나가 박혀 들었다.
쾅!
A-10 한기가 폭발을 일으키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파편이 막스의 뺨을 스치며 상처를 내었지만, 곧 쏟아지는 힐에 금새 회복되었다. 그는 남은 두 마리의 A-10을 향해 방패를 밀며 한걸음 내딛었다.
휘청!
수세에 몰려있던 막스가 갑자기 전진하자 엑조틱 나이프를 휘두르던 로봇들이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오라. 이녀석들. 힘이 약하구만.’
이족보행 로봇의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났다. 여러 무기를 상체에 탑재하다 보니 무게중심이 높았고, 막스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중심을 잃고 물러선 것이다. 근접보다는 원거리 전투에 특화된 모델이다 보니 생긴 현상이었다.
“핫!”
콰직!
장민성이 번개같이 검을 내질렀다. 탱킹능력으로만 따지면 막스보다는 못하지만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그는 방어와 회피를 적절히 섞어가며 적들의 공격을 버티고 있었고, 그와중에도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위험한 순간은 더 많았지만 막스가 하나의 로봇을 물리치는 동안 두 마리의 로봇을 파괴할 수 있었다.
쾅!
“큭. 귀찮은 놈들.”
그는 방패를 들어 몸을 가리고는 신음을 흘렸다. 파괴하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파괴되는 순간 지니고 있던 유탄을 모두 폭발시키는 게 문제였다. 직접 공격으로 인한 피해보다는 폭발로 인한 피해가 그의 몸에 상처를 키웠다. 에피알게나스가 없었다면 도저히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하나 남았군.”
장민성은 동료가 죽어나감에도 조금의 동요없이 엑조틱 나이프를 휘두르는 녀석에게 방패를 들어 밀어붙였다. 막스가 그 방법으로 적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린 것을 따라한 것이다.
기이이-
A-10의 구동계가 비명을 지르며 중심을 잡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일단 한번 무너진 중심을 다시 찾을 시간을 줄 이유가 없는 장민성이었다. 그는 그대로 검을 휘둘러 녀석을 무릎관절을 공격했다. 실드에 막혔지만, 취약부분의 공격이었던 만큼 손끝에 걸리는 느낌이 묵직했다.
“괜찮아?”
준은 자신의 곁에서 힐을 퍼붓고 이는 에피알게나스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준은 그녀의 집중을 흐트러뜨릴까 더 이상은 말을 걸지 않았다. 본인이 괜찮다면 괜찮은 것이다.
준도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도록 니들건을 열개 정도 꺼내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안하게도 단 한 명의 희생없이 레이드를 마칠 수 있었다. 준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니들건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어쩐지 심심해 보이시는데요?
준의 옆에 있던 검둥이가 메시지를 보냈다. 한동안 도른과 보급관 역할을 하던 그는 오랜만에 준을 따라나선 상태였다. 도른은 여전히 귀속된 던전안에서 지내고 있었다. 바깥보다는 그 쪽이 그에게는 더 편한 모양이었다. 녀석의 존재가 치안유지에도 도움이 되니 나쁘지 않은 상태였다.
“뭐, 아군이 강해진다는 건 좋은 일이지. 몇번 더 하다보면 굳이 내가 끼어도 되지 않을 것 같긴하네.”
주황색 외도로 이루어진 스무기의 적 외도를 단 한명의 피해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엄청난 발전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에피알게나스의 공이 절대적이지만 어쨌든 준의 도움없이 이루어 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게다가 에피알게나스는 경험치 배분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저들에게 돌아갈 경험치는 훨씬 많아 질 것이다. 이래저래 그녀의 존재가 이 파티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상태는 어때?”
그는 에피알게나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머리카락 한올 흐트러짐 없이 서 있는 그녀는, 조금도 지쳐보이지 않았지만 혹시나 해서 던전 질문이었다.
“문제없어.”
“좋아. 그럼 잠시 쉬었다가 계속 가자.”
에피알게나스의 상태는 좋아보여지만, 전투를 마친 병사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그 사이 준은 폭발한 로봇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다 부서진 놈들을 뭐하러 뒤적거리는 겁니까?
“다 이유가 있어.”
준은 유심시 폭발의 흔적을 살폈다.
-로봇이라면 지금도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 껍데기 뿐이라면.”
로봇 제작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인간을 대신하는 전투용 로봇 생산은 지금도 이루어 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인간형 로봇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인간과 비슷할 정도의 격렬한 전투를 하면서 신체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대의 기술력은 이족보행을 하며 움직이면서 총기의 반동을 버티는 정도. 하지만 방금 본 A-10은 두 팔을 엑조틱 나이프로 변환하며 공격을 퍼부었다. 근접공격은 총기 반동을 버티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난이도가 필요했다. 단순히 생각해도 발끝에서부터 어깨까지의 힘의 전달을 가능케 하는 유기적인 움직임, 공격이 실패했을때 오게 되는 체중이동을 원래대로 돌리는 능력. 피해를 입은 상태에서도 신체밸런스를 유지하며 움직이도록 하는 실시간데이터처리 능력등. 현대의 기술로는 아직 당도하지 못한 공학적 난제가 있었다.
“게다가 이녀석들. 엑조틱 에너지를 사용할 줄 알잖아.”
-그건 외도라서 그런 거 아닙니까?
“아닐걸.”
애초에 대외도용 로봇이라는 점에서 엑조틱 에너지의 발산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외도의 실드를 뚫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 녀석들의 구동원리를 알아낼 수 있다면 델타의 도움없이도 뛰어난 엑조틱 웨폰을 생산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준은 다 타버린 A-10의 잔해를 뒤적이다가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폭발시의 강렬한 충격으로 인해 놈들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메인프로세서가 모두 타버린 것이다.
-꽝이네요.
“뭐, 다른 녀석들이 더 있기를 기대해야지.”
처리해야할 외도의 수는 모두 200. 이제 겨우 스무마리를 해치웠을 뿐이다.
다음 공장으로 가기 위해 준은 맵을 띄웠다. 이곳에서 거의 3킬로미터는 떨어진 지역에서 붉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던전핵이 위치한 지역이었다. 확실히 동굴이 아닌 개방지형이다 보니 던전의 크기가 제법 큰 편이었다.
던전만 파괴하려면 곧바로 직선으로 가는 것이 이득이겠지만, 외도를 모두 정리하면서 갈 생각이어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행성 ‘엘라’까지 가기 위해선 아직 일주일 이상 날아야 했고, 시간은 충분했다.
두번째로 나타난 것은 방어형 드론이었다. 크기는 대략 1미터 정도에 반중력 엔진을 달고 공장내부를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사방에서 레이저 공격을 해대는 녀석들이었다.
비행형 외도를 상대하는 것은 헌터들이 가장 꺼려하는 일이다. 아무리 실내라고는 해도 공장의 크기는 컸고, 놈들은 헌터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공격을 퍼부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탱커와 근접딜러는 아무런 소용이 없고, 오로지 원거리 딜러를 보호하며 싸워야 했다.
처음에는 준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생각이었다. 이것은 실전이지만 또한 경험치를 나누어 주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다가 인원피해를 입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막스가 먼저 자신들끼리 해보겠다며 요청했다. 준이 허락하자 막스의 지휘에 따라 병력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실질적으로 델타스피릿의 일반병사들이 직접 비행형 외도를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준이 나서서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동안 막스도 놀고 있지는 않았다. 그동안 비행형 외도를 상대할 방법을 나름대로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메뉴얼은 존재했다. 막스는 그 메뉴얼을 다소 변주하여 델타스피릿에서 가능한 방법을 만들어 냈다.
일단 탱커가 딜러를 보호한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탱커와 원거리 딜러가 한자리에서 말뚝딜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공격을 하고 나면 미리 정해진 위치로 빠르게 위치이동을 한다. 그사이 비행형 외도가 타겟을 바꾸기 위해 고개를 돌리면 근접딜러가 녀석들을 향해 몸을 띄워 공격을 시전한다. 그것은 델타스피릿의 병사라면 누구나 익히고 있는 풍운보가 있기 떄문에 갸능 한 일이었다.
물론 허공에 떠있는 순간은 딜러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근접딜러가 공격을 하며 비행형 외도의 시선을 끄는 순간, 원거리 딜러가 다시한번 공격을 한다. 그 사이 근접딜러는 안전히 바닥에 착지하고, 공격을 마친 원거리 딜러가 탱커와 함께 다시 위치이동을 하면 다시 근접딜러가 공격을 한다.
이런 식으로 어그로를 분산하며 교차로 공격을 하는 것은 각 구성원들 사이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가야 가능한 방법이다. 수시로 의견교환이 이루어져야 하고, 적들의 상태와 아군의 상태가 계속해서 실시간 공유되어야 한다.
그리고 펠로우쉽의 파티시스템은 이런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주었다. 실시간 통신은 물론이고, 각 파티원의 체력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딜러중 누군가가 위험해지면 빠르게 빠지면서 전투를 융통성 있게 풀어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