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04화 (304/540)

0304 ----------------------------------------------

개척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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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엘라 알스버그

레벨   ; 1

클래스 ; 없음.

칭호   ; 펠로우쉽의 대상자(모든 능력치 +1)

능력치

EX필드 1/1

체력 245/245 마나 121/121 경험치 0 잔여 스탯 0

힘 5(+1)  민첩성 4(+1)  지능 9(+1)  정신력 6(+1)

기술

금수저 ; 부모에게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재능을 물려받았습니다. 그 성장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기술을 빠르게 익히고, 별다른 노력없이도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합니다. 각 부모에게서 한 가지씩의 기술을 얻습니다.

염동력(초급) : 사용자의 정신력이 최대한으로 고양되어 나노로봇을 조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나노로봇은 뇌파로만 작동 가능하며 사용자의 신체를 포함 반경 10여미터에 한해 어떤 물건이든 조작할 수 있습니다. 초급에서는 100kg의 중량을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 근력 보정으로 인해 -50퍼센트만큼 추가로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숙련도 5%)

사이코키네시스(초급) : 텔레파시를 가능하게 합니다. 상대의 정신에 침투하여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숙련도 11%)

‘그 사이 엄청 올랐군.’

태어난지 1년도 되지 않은 아이가 보여줄 만한 능력은 아니었다. 지나치게 빠른 성장이 혹시라도 그녀에게 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서은설의 말에 의하면 최근에는 키라던가 몸무게의 성장이 보통 아이 정도로 둔화되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염동력이 많이 올랐네.”

“잘했지? 집에서 숟가락으로 연습했어.”

“그런데 사이코키네시스는 어떻게 올린거야?”

“작은엄마.”

준이 서은설을 바라보자 그녀가 살짝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자고 있는데 꿈속에 들어오더라고. 깜짝 놀랐지 뭐야. 거기다가 지나가는 사람들 생각을 읽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아.”

“궁금해써.”

“엘라. 남의 머릿속은 함부로 뒤져보는게 아니야.”

“미안. 잘못했어. 안할게.”

“그래. 착하네.”

준은 엘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준을 꽤나 잘 따르는 편이었다. 펠로우쉽 덕분이기도 했지만, 루나가 바쁜 사이 준이 그녀와 시간을 많이 보낸 때문도 있었다. 준은 그녀“시미도 착해욧! 나도 쓰담쓰담 해주세요!”

“그래. 넌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준은 고양이처럼 달라붙어 있는 시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엘라가 불쑥 입을 열었다.

“아빠. 나도 저거 태워줘.”

“아직 엘라가 더 크기 전에는 안 돼.”

“왜 안 돼? 가속도 때문이라면 천천히 올라가면 되잖아.”

엘라는 얼마전부터 플랫폼에 가보고 싶다며 졸라대는 중이었다. 처음 몇 번은 계속해서 거절했는데 최근들어서는 이런저런 논리를 들이대며 괴롭히는 바람에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 지고 있었다.

“방사능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어. 99.99퍼센트를 차폐한다고 해도 우주선 내부에는 항상 일정량의 방사선이 떠돌고 있거든. 엘라는 나이가 어리니까 더 큰 영향을 받을거고.”

“우웅... 그럼 몇 살이 되면 갈 수 있는 거야?”

“10살?”

“와아... 그러다 늙어죽어.”

“하하.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을까.”

준은 엘라의 볼을 잡아당기며 시미를 쳐다보았다. 시미가 하하, 하며 함께 따라 웃었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붙어 있다보니 시미의 말투를 닮는 것 같았다.

“하긴. 생각해보니 방사능은 문제 없을 것 같긴한데...”

현대의 방사능차폐 기술은 상당히 발달해 있는 상태였다. 완전히 유아기만 아니라면 크게 상관없을 정도였고, 사실상 우주에서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치명적으로 문제가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혹여나 성장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확률낮은 걱정일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녀에겐 EX필드가 있었다. 신체에 상해가 되는 모든 물리적 현상을 막아주는 그 실드는 방사능 샤워속에서도 그녀의 몸을 지켜줄 것이다.

“그럼 한 번 올라가 볼까?”

“정말?”

“그럼. 소원이라는 데.”

준은 커다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엘라를 뺨에 뺨을 부볐다. 까르륵, 하며 웃음을 흘리는 그녀를 보며 준은 정말로 이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는데.’

엘라가 폭풍성장하는 동안 자신은 바깥을 돌아다니다 보니 실제로 그녀와 함께 있었던 시간은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그래도 홀로그램 통신을 자주 한 덕인지 얼굴을 기억해주는 것이 다행이었다.

-루나. 엘라를 플랫폼으로 좀 데리고 갈게.

-괜찮을까요?

-셔틀을 타고 천천히 올라가면 돼. 방사능은 EX필드 때문에 문제 없을거고.

-하긴 그렇겠네요. 아직 좀 이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벌써 서너살 먹은 애들 정도로 덩치도 크잖아. 문제는 없을거야.

-그래요. 저도 일 빨리 끝내고 갈게요.

서은설의 강요에도 아직 그녀는 쉽사리 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억지로 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준이 그녀에게 굳이 무리할 필요 없다고 말하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가끔씩 기분이 날때면 서로 반말로 부르기도 했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일탈을 시행하니 좀 더 가까워 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최근 델타 인더스트리로 독립한 법인을 담당하고 있다보니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그 빈자를 서은설이 채워주고 있긴 하지만, 엄마가 필요한 아이를 부모 두 사람 모두가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그녀를 플랫폼에 데리고 갈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준은 약간 후회했다.

셔틀에 올라 탄 엘라는 신기한 듯 내부를 돌아다녔다. 스무명이 탈 수 있는 셔틀이다보니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아직은 체구가 작은 그녀에게는 성처럼 크게 느껴질 것이다.

웅-

반중력엔진이 가동되자 셔틀이 가볍게 떨렸다. 엘라는 깜짝 놀라며 서은설에게 달라붙었다. 그녀가 조용히 엘라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자 그제서야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되찾았다.

“그러고보니 알파시티에는 엘라 또래의 애들이 없구나. 같이 놀 사람이 없어 심심하겠어.”

“또래는 완전히 아기들일거고, 한 서너살 쯤 되는 애들과 놀아야 할텐데 그러기에는 이 녀석이 너무 성장이 빨라.”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육체의 성장이지만 그보다도 두뇌의 성장이 빠르다. 덩치는 서너살이지만 대화 능력은 이미 일곱 살에 가까운 정도였고, 지적능력은 그를 뛰어넘은 상태였다.

지능이 9라는 점은 일반 성인의 평균에 해당하는 수치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 지능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도 어지간한 어른들 보다 똑똑해질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래도 보통의 학교에 다니긴 힘들겠지?”

“홈스쿨링 해야지. 아빠는 석사 엄마는 박사인데 그정도가 문제겠어?”

“학위와 교육실력은 상관없다고?”

“그럼 나에게 맡길거야? 난 초졸인데?”

“뭐? 너 그렇게 멍청했냐?”

“아니거든? 고아원 해체되면서 못다닌거거든?”

“어쩌면 곧 엘라에게 추월당할 수도 있겠군.”

“뭐, 인정. 우리 아이도 이렇게 똑똑하게 자라야 할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 하지마. 엘라가 오해하잖아.”

“작은엄마? 아기 있어?”

엘라가 눈을 반짝이며 서은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무언가 잔뜩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그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았다.

“아직은.”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엘라가 이렇게 좋아하는 데 이번기회에 기정사실화 하는 건 어때?”

“됐고. 이제 출발해야 하니까 다들 안전벨트 매.”

“네에.”

엘라와 서은설, 시미가 전부 안전벨트를 매었다. 시미는 최근들어 거의 항상 성체화 한 상태로 돌아다녔다. 꼬박꼬박 옷도 챙겨입는 것이 확실히 무언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문제는 그래봐야 성격은 그대로라는 거였다.

“우와앙! 뜬다!”

“하루이틀이냐. 넌 왜 그렇게 호들갑이야?”

셔틀은 사실 밥먹듯이 타는 기체였다. 얼마전 반시행성에서도 탄 적이 있었다. 외려 그때는 별 반응없다가 헬기를 타고서 신나하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녀석이었다.

“오오. 엘라아냐”

“안녕하세요오.”

밥이 그녀를 환대하며 입을 열었다. 휴식때마다 알파시티를 자주 내려가다보니 밥도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한 달 전 인데 그새 이렇게 컸구만.”

마스터도 신기한 듯 오렌지쥬스를 마시고 있는 엘라를 보며 신기한 듯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모습은 준보다는 엘라를 더 닮아 있었다.

“아빠를 안 닮아서 정말 다행이야.”

밥은 준을 흘깃 보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왜이러세요. 이래봬도 잘생겼다는 말 많이 들어봤거든요.”

“그래요. 준님이 얼마나 잘생겼는데.”

“아주 커플로 쇼를 하는구만. 나도 마누라를 데리고 오던가 해야지.”

밥의 가족은 현재 알파시티에 정착한 상태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쉬는 날에는 집에 내려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알파시티도 예전보다는 물류가 많이 유통되어 생활에 불편함은 없었기에 이전 플랫폼에서 살던 시기보다는 다들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내일 당장 새 행성 알아보러 가야하는 거 아니야?”

밥의 질문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서 가기전에 엘라랑 시간을 좀 보내려고.”

“흠. 그래. 차라리 함께 가지 그래?”

“역시 그게 나으려나?”

“아무리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해도 부모가 곁에 없으면 아이는 불안해 하는 법이야. 은설이가 잘 봐준다고 해도 부모가 같이 있어 주는 것 만큼은 아니겠지. 잠깐만. 얘 지금 염동력 쓰는거야?”

밥은 엘라가 공중으로 슥 떠오르는 것을 보며 기겁을 하며 입을 열었다.

“연습 좀 했다고 하더라고.”

“자라서 비행소녀 되는 거 아닐까?”

“그거 지금 재미있으라고 하는 소리냐? 엘라. 아저씨 냄새나니까 우리 저쪽으로 가자.”

“아저씨 냄새 나.”

"애한테 좋은 거 가르친다."

엘라가 밥을 보며 말하자 밥이 신음을 흘리며 말했다. 마스터가 큭큭 거리며 웃었다.

“그러게 왜 되지도 않는 개그를 하려고 하나.”

“솔직히 말해봐요. 마스터도 이거 하고 싶었죠?”

“...그야. 재미있는 유머라고 생각하긴 했다만.”

마스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준은 한숨을 쉬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육체는 전성기 시절로 돌아갔지만 개그센스는 그대로였다.

플랫폼에는 사실 그다지 재미있는 것이 없었다. 대부분 공장과 물류이송창고였고, 그나마 볼만한 곳은 현시창을 통해 이스카야 행성을 바라볼 수 있는 준의 집무실이었다. 그곳은 3미터 높이의 거대한 창이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 너머로 푸른색의 행성이 수줍게 한쪽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와아... 신기하다.”

엘라는 창가에 딱 붙어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이스카야 행성을 바라보았다. 누구나 처음은 경이로운 법이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보는 우주공간속의 행성을 보면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저게 네가 태어난 행성이야. 말하자면 고향이라고 할 수 있지.”

“고향? 고양이 같은 거야?”

“이런. 그새 아저씨 개그가...”

물론 엘라의 경우는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경우였다. 기본적으로 일상대화 수준에서만 회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가 나오면 잘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중력가속도에 대해서 아는 것은 준이 그것을 핑계로 그녀에게 셔틀을 태워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고향이라고 해.”

서은설이 엘라에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 몇 번을 되새기는 것으로 보아서 잊어버릴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럼 아빠는 고향이 어디야?”

갑작스레 던진 질문에 준은 잠시 당황했다. 그러고보니 고향에 대한 생각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억에서 지워버린 것이라 해야했다. 너무나도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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