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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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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게 크군.”
딱 키만 놓고 봤을때는 골렘 삼형제보다 조금 더 큰 정도였다. 하지만 녀석들이 비교적 호리호리한 형태로 진화했다면 저 녀석은 몸 자체가 근육덩어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골렘형제들 보다도 약 1.5배 정도 더 크게 보였다.
“크르르... 준 알스버그...”
“그 와중에 내 얼굴을 알아보는게 더 최악이군.”
죽이는 것 보다야 살려둬서 나중에 개척행성에서 굴리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해서 넣어두었던 녀석인데, 외도가 되어서 나타나버렸다. 던전을 매일 같이 살피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외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녀석의 힘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는데, 지금 눈으로 보니 그냥 웃어넘길 정도는 아닌 듯 했다.
‘파란색 외도네.’
준은 녀석의 피부가 푸른색의 비늘처럼 몸을 감싸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냥 보기에도 평범한 공격은 절대 통하지 않을 것처럼 생겼다. 어쩌면 준이 가진 방어구보다도 더 단단할 지도 몰랐다.
준은 입구쪽에 모여있던 사람들을 전부 반대쪽 통로로 이동시켰다. 어차피 모여든 외도들은 모두 처리했으니 멜기오스만 해결하면 외도화 된 녀석들은 모두 정리가 가능했다. 원래라면 죽은 외도들도 전부 부활하는 게 맞지만, 준에게 죽은 녀석들은 부활할 수 없었다. 전부 경험치화 되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남은 것은 아직 완전히 외도가 되지 않은 샬롯과, 눈앞의 멜기오스 둘 뿐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입구광장은 준과 멜기오스가 전투를 벌여도 충분할 정도로 넓었다. 푸른 거인이 되어버린 멜기오스는 터질 것 같은 근육을 꿈틀거리며 준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몇걸음 걷지 않았는데도 순식간에 두 사람의 거리가 20미터 이내로 좁혀졌다.
찌릿-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솜털이 곤두설 정도로 녀석이 내뿜는 힘은 막강했다. 아무래도 쉽게 녀석을 쓰러뜨리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려간다...”
“음...?”
헌데 멜기오스의 태도가 이상했다. 딱히 싸우려는 모양새가 아니었던 것이다. 준은 옆을 흘깃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여전히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샬롯이 있었다. 혹시나 그녀를 이용할 수 있을 까 싶어 데리고 왔는데, 조금은 다른 의미로 이용을 할 수 있을 듯 했다.
“샬롯을?”
스윽.
멜기오스는 대답대신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준이 슬쩍 비켜서자, 그는 거대한 손으로 그녀의 몸을 집어들고는 조용히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뭐야? 너네 연애하냐?”
“조용히... 그리고 이거 풀어라.”
“끙. 알았어.”
준이 그녀의 몸을 묶은 알루미늄 밧줄을 풀자, 그는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따라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쿵, 쿵, 하는 발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잔뜩 긴장한 채 녀석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던 준은 약간 허탈한 기분이 되었다.
샬롯과 멜기오스가 검은 방으로 돌아간 이후, 그들은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준이 던전탐색을 통해 안쪽을 바라보자 두 사람은 하루 종일 서로 붙어 있을 뿐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한가지 특이할 점은 샬롯의 외도화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베를루스 대위에게는 3개월 후 바깥으로 내보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대신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닌 개척행성이라는 점을 주지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당연히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았지만 던전안에서 계속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기에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준은 10년간 그 행성에서 살고 나면 다른 행성으로 갈 수 있도록 조치해주기로 했다. 물론 그곳에서 살고 싶다면 계속 살아도 관계없다는 조건에서였다. 즉 10년간의 노예생활을 하고 나면 자유인으로 풀어주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조건에서 사라센은 제외였다. 그는 직접적으로 준 자신의 주변인물을 노린 녀석이다. 죽이면 죽였지 절대로 풀어줄 생각은 없었다.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을까 합니다만.”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베를루스나 그 부하들이나 사라센과 별 다를바 없는 인간들이었다. 살려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에 굳이 자유인 신분을 약속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던전에 1년 넘게 처박혀 있던 놈들이야. 나에대한 증오가 뿌리깊게 박혀있겠지. 애초에 그 정도 당근이 없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을거야.”
“그렇군요. 그 점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숨만 쉰다고 살아있는 것은 아니었다. 베를루스 대위와 부하들도 자신처럼 부려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필요했다. 그래야 적극적으로 살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준은 거기다가 펠로우쉽 계약도 맺어 줄 생각이었다. 기왕이면 녀석들이 강해져야 외도사냥을 하기에 편리하기도 하고, 나중에 개척행성을 나가서도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에는 펠로우쉽 만한 것이 없었다.
“승무원들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그 녀석들도 묵혀뒀다가 개척행성에 풀어놓으려고.”“이번처럼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준에게 그간의 사정을 들은 제임스였다.
“그래서 보급품을 충분히 챙겨 줄 생각이야. 안에 있더라도 심심하지 않도록. 델타폰도 지급할까 생각중이긴 한데 EP가 없으면 소용없기도 하고... 어쨌거나 조금 신경써서 케어해보려고.”
“그쪽업무를 맡을 사람이 필요하겠군요.”
“그렇지 않아도 검둥이를 좀 굴릴려고. 도른도 함께 있으면 나을 것 같아. 그녀석을 언제까지 알파시티에 둘 수도 없고.”
어쨌거나 도른은 외도다. 성격자체는 외도치고는 순하긴 하지만 일반 헌터들의 눈에 띄어서 그리 좋을 것은 없었다. 때문에 차라리 던전 안에 두는 것이 여러모로 안심이 되는 편이었다. 언제든지 그를 불러낼 방법도 있고, 전투훈련을 하기에도 그 안에 있는 편이 좋았다. 녀석은 기본적으로 싸우는 방법을 전혀 몰랐으니 검둥이가 교육을 시키기에도 시간적 여유가 많은 던전 안이 나을 듯 했다.
그렇게 검둥이에게 던전보급관의 역할이 주어지고 보조로 도른이 붙었다. 두 사람은 생각보다 던전안을 훨씬 마음에 들어했다. 엑조틱 에너지의 밀도가 높아 상당히 편안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외도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인 것은 맞는 듯 했다. 보통의 인간이 너무 오래 그 안에 있으면 외도화의 위험이 있지만 검둥이와 도른이라면 애초에 외도이니 그럴 걱정도 없었다. 처음에는 안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난 도른과 검둥이를 보고 기겁을 했지만, 곧 그들이 보급품을 넘겨주자 준이 보낸 이들이라는 것을 알고 안심했다.
보급품 중에는 델타폰도 있었다. 아무래도 폐쇄적인 공간 안에 있다보면 바깥일을 궁금해 할 것 같아서였다. 거의 천 대에 가까운 델타폰을 새롭게 제작해야 했지만, 대량생산 기술이 있는 준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새크리파이스는 한동안 잠잠했다. 두 대나 되는 함선이 도망쳤으니 당장 대 함대를 이끌고 쳐들어 오지 않을까 했지만 아무래도 단단히 겁을 먹거나 혹은 더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이쪽에서 가만히 새크리파이스가 쳐들어 오길 기다리며 시간을 보낼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준은 양 주안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훈련은 잘 되고 있어?”
대부분 베테랑 승무원들이었으나 인원구성이 다소 바뀌었기 때문에 적응훈련이 필요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곧 무리없이 적응했다. 양주안의 지휘능력은 확실히 뛰어났고, 그는 문제없이 두 대의 전함과 한 대의 순양함을 훌륭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90퍼센트 정도는 완료되었습니다.”
“그래. 좋아. 나머지 훈련은 가면서 하라고.”
“출격입니까?”
“그래. 우리쪽에서 먼저 한 방 먹여줬으면 하거든.”
“목표는 어디입니까?”
세 대의 전함. 아니, 두 대의 전함과 한 대의 순양함은 목표에 따라 많다고, 혹은 적다고도 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리고 준이 지도에서 짚어준 행성을 확인한 양 주안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겠어?”“문제없습니다.”
“그럼 당장 출격하도록. 나는 신 행성 탐사 때문에 잠시 어딜 가야하니 그전에 좋은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군.”
준이 선택한 곳은 다름아닌 수라드 행성이었다. 인구 2백만의 거주행성. 준에게는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모두 준 곳이다. 그곳에서 호랑이 길드를 만났고, 마리엘 쿤에 의해 누명을 쓰고 알카트뢰즈로 가게되었다.
어쨌거나 이스카야 행성에서 제법 가까우면서도 어느정도 규모를 지니고 있었고, 지금은 마리엘 쿤이 담당하고 있는 곳이었다. 중규모 행성이라 어느정도 방어병력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규모 전단이 있는 것은 아니라 아직은 초보함장인 양 주안으로서도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점령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을 방어해 내는 것이다. 준은 그를 위해 수송선 스왈로우를 내어주었다. 운용인원 10명의 작은 우주선이었지만 그 함선에는 EX필드가 걸려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투는 좀 더 수월해 질 수도 있었다.
며칠동안 준은 함선개조를 통해 스왈로우에 155mm기관포를 2문 장착했다. 양전자포나 수폭같은 경우는 따로 달지 않았는데, 만에 하나 그 함선을 빼앗기거나 할 경우 오히려 준을 노리는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EX필드를 관통할 수 있는 무기는 준만이 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사용하는 함선이 아닌 경우에는 무기반출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화력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탱커용으로 쓰기에는 충분할거야.”
준에게 스왈로우의 특징에 대해 설명을 들은 양 주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것이라면 거의 피해없이 수라드 행성을 점령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가서 내가 잘 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라고.”
“그럼.”
양 주안은 경례를 올리고는 자신의 전함이 된 슈리마에 탑승했다. 이미 스왈로우를 포함, 네 대의 우주선에는 모든 승무원이 탑승한 상태였다. 착륙장의 문이 열리고, 조심스럽게 1전대의 함선들이 우주공간으로 빠져나갔다.
곧 바로 준도 셔틀에 올라탔다. 제임스가 개척행성에 대한 마무리 계약을 끝냈고 당장 다음날이 출발 예정일이었다. 그 사이 플랫폼이 잠시 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만약의 사태가 오더라도 준에게는 웜홀을 통한 공간이동 기술이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엘라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내려가는 것이었다. 알파시티에 도착하자 서은설과 시미, 엘라가 미리 마중을 나와있었다.
엘라는 이제 생후 육개월 정도였지만 겉으로 보아선 거의 세 살은 되어 보일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이제는 말도 능숙하게 잘 하는데다가 걷는 것도 익숙해져 있었다.
“아빠닷!”
“아빠닷!”
“아빠닷!”
셔틀에서 내리는 준을 보고는 세 사람의 여자가 차례로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 둘은 아니지 임마!”
준은 서은설과 시미가 방방 뛰며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며 기가차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달려온 이는 다름아닌 엘라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날아’온 것이다.
“읏차!”
준의 품안으로 날아온 엘라를 받아든 준은 기가막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동안 바빠서 며칠 내려가지 못한 사이 갑자기 공중부양이라도 배운 모양이었다.
“염동력을 사용한 거야?”
“응. 나 이제 새처럼 날 수 있어.”
물론 염동력을 이용해 자신의 체중을 들어올리는 것은 제대로 능력을 사용할 수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근력수치의 보정을 받는 염동력으로는 아직 그녀 자신의 체중을 들어올리기에는 부족했다.
준은 그사이 그녀의 능력이 어떻게 성장했나 싶어 그녀의 프로필을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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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