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94화 (29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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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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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통신에 이상이 있습니까? 다시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시간부로 전함 소유즈는 델타스피릿에 투항합니다. 무장을 해제하고 그쪽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어차피 소유즈를 포로로 삼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결과는 같았다. 하지만 먼저 항복을 한 것과, 이쪽에서 적함을 무력화 시키고 점거를 한 것과는 결국 차후의 대우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스스로 항복선언을 한 이들을 던전에 던져넣을 수는 없는 것이다.

‘유능한 녀석이로군.’

준은 디스플레이에 떠오른 젊은 장교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목숨을 걸고 알바트로스에 근접하여 요격미사일을 발사 한 후 아군의 안전을 확보하고 나서 빠르게 항복선언을 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좋게 말하면 영리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약삭빠른 것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에 드러난 장교의 모습은 약삭빠르기보다는 영리한 쪽에 가까워 보였다.

[알았다. 소유즈는 무장을 해제하고 이쪽의 지시를 따르도록.]

[투항을 받아들여 주어 감사합니다.]

[별 걸 다 고마워 하는군.]

[덕분에 병사들을 조금이라도 구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럼 항로를 보내주시면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양 유안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장교는 그렇게 말하고는 통신을 마쳤다.

‘병사들을 구할 수 있어서 고맙다라... 전투에 패배한 장교가 보일만한 반응은 아니로군.’

하지만 준은 그런 녀석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결국 수폭을 맞은 두 대의 함정은 워프능력을 상실하고 준에 의해 포로가 되었다. 순양함 바로크와, 전함 벨로루시, 그리고 전함 소유즈는 알바트로스의 꽁무니를 따라 플랫폼에 안착했다. 알파시티에 피신해 있던 사람들도 속속 돌아오고, 준은 가장 먼저 루나를 찾았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어디 다친 곳은 없어요?”

“함교에 앉아서 입만 나불거리다 보니 약간 목이 쉰 것 같아. 치료받아야 할까?”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조금 있다가 제 방에서 봐요.”

“큰 병인 것 같은데 오래 걸리겠지?”

“하루 정도는 비워야 할 것 같은데요?”

“알았어. 포로들 처리만 마치고 얼른 갈게.”

준은 크크, 하고 웃으며 루나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엘라는?”

“밑에 있어요.”

“데리고 오지 그랬어? 나도 오랜만에 보는 건데.”

몇 달간은 영상통화로만 얼굴을 봤다. 그 때문에 걷기 시작하는 모습도, 처음으로 아빠를 부르는 목소리도 모두 화면을 통해서만 봐야했다.

“아직 어려서 무리에요.”

“하긴.”

궤도를 돌파하는 우주선은 순간적으로 3G이상의 가속을 받는다. 다자란 성인이라면 모르겠지만 아직 육체적으로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영유아기에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럼 잠시후에 봐요.”

루나와 헤어진 준은 플랫폼의 포로들을 모아놓은 감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거의 삼백명이 넘는 숫자의 포로들이 감옥안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오셨습니까. 안쪽으로 들어가시지요.”

델타스피릿의 정규군복을 입은 병사 하나가 준을 안내했다. 찰스라는 이름의 병사였다. 그 역시 준이 알카트뢰즈를 나오면서 함께 출소한 인물이었고, 델타스피릿의 초기부터 함께 해온 이였다.

그 역시 이번 전투에도 참여하여 현재 레벨은 9를 돌파한 상태였다.

그의 안내를 받아 감옥의 취조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제임스와 양 주안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제임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고, 양은 가볍게 군례를 올렸다.

“여기는 군대가 아니니까 경례를 할 필요는 없어.”

“아. 죄송합니다. 습관이라.”

“그래. 일단 앉도록 하지.”

준은 제임스가 비켜준 자리에 앉아 양 주안의 모습을 관찰했다. 사실 포로가 된 병사들 가운데는 그보다 직급이 높은 이들이 존재했다. 각 함정의 함장들은 최소한 대령급이었고 그들에 비하면 소령이라는 직급은 한참이나 밑이었다.

“내가 왜 너를 불렀다고 생각하지?”

“호기심 때문일 거라는 생각입니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멸할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어쨌거나 두 대를 퇴각시키고 자신도 살아남은 능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 가지 더 있지.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묻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

“앞으로의 일이라면, 포로환송 문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일단 항복을 한 포로인 만큼 결국 새크리파이스 쪽에서도 이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멀쩡히 살아남은 사람을 그냥 적진에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세 대의 함선도 그냥 버려둘 수는 없었다. 사실 승무원 보다는 그 함선을 돌려받기 위해서라도 교섭인원을 보낼 것이다.

“맞아. 그리고 난 그게 불발될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꽤 높은 액수를 부르실 생각이신가 봅니다.”

“내 입장에서는 기습을 당한 셈이니까. 내가 이곳을 비우게 되면 언제든지 쳐들어 올 수 있잖아? 그러면 내가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피해액도 같이 청구해야겠지.”

“아마 받아들이지 않을 테죠.”

“빙고. 그러면 나는 너희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옳을까?”

준의 질문에 양이 잠시 고민을 하다가 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진심으로 의견을 물으시는 겁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아니야. 다만 네 생각이 듣고 싶은 것 뿐이지.”

“그렇다면 편하게 말해도 되겠군요.”

“그러니까. 마음대로 말해보라고. 대답이 마음에 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해 줄테니까.”

준이 말하는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양 주안은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고 알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제가 만약 당신이라면 포로들을 전원 델타스피릿에 고용하겠습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포획한 함정을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이 날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부 고용하겠다는 건가?”

“네.”

“어째서지?”

“그쪽이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배신을 당할 위험성을 안고도 말인가?”

“원래 모든 일에는 리스크가 있는 법입니다. 만약 배신을 하지 않는다면, 중고함선 세대를 파는 것 보다도 훨씬 더 큰 이득이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양의 말에 준은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나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거다. 전부 팔아버리고 포로들도 함께 팔겠지.”

“하책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간단하지.”

“그건 그렇군요.”

양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준은 다시한번 입을 열었다.

“그것이 네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데, 두렵지 않나?”

“애초에 함선들을 퇴각시키는데 성공하는 순간, 저는 살아남기 힘들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예정도라면 생각보다 나쁜 처지는 아니군요.”

“노예로 사는 것이 죽음보다는 낫다 그건가?”

“살아있다보면 언젠가 기회가 생기겠지요.”

준은 그제서야 양 주안을 보며 느꼈던 호기심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희미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녀석, 나랑 비슷한 구석이 있군.’

현실에 순응하는 타입이면서도 묘한 반골기질이 있었다. 그렇다고 타인의 뜻대로 휘둘리기만 하는 녀석인가 하면 꼭 그렇다고 짚어서 말할 수도 없었다. 그런 면에서는 어쩌면 준 자신보다도 훨씬 더 뛰어난 인간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나 였다면 이런 상황에서 이토록 태연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에 대한 해답은 금세 나왔다. 델타를 얻기 전의 자신이라면 절대로 흉내조차 낼 수 없었을 일이다. 현실에 짓눌려 있던 자신과 지금 눈앞의 사내를 보면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었다.

‘뭐, 나는 어렸으니까.’

겨우 10대 소년에게 그런 강인한 정신을 바라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현재였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만약 네가 너를 고용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저만 말씀이십니까?”

“그래.”

“이왕이면 전부 고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건 어려운 일이야.”

“그렇다고 저 혼자 살아남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특이한 놈이군.”

준은 고개를 저었다. 당장 노예로 팔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타인을 위해 말도 안되는 딜을 걸고 있었다. 준은 그 배짱에 약간은 감탄했다. 하지만 그것을 구태여 티를 낼 필요는 없었다.

“이야기 잘 들었다. 그럼 후에 다시 보도록 하지.”

“그 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생각이십니까?”

감옥을 나오며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제임스는 자신보다 더 한 현실주의자다. 만약 그가 결정권을 지니고 있었다면 양의 주장은 일말의 고려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중이야. 그리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잖아?”

“위험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새크리파이스의 직원들은 가족들까지 모두 매여있습니다. 그들을 빌미로 협박한다면 배신하지 않을자는 얼마든지 나타날 겁니다.”

“배신이라... 솔직히 말하면 그건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안이하신 것 아닙니까?”

제임스가 단호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준은 가끔이지만 무서울 정도로 직언을 하는 제임스를, 그런 면에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관에게 이렇게 까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맞아. 안이하지.”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배신하려고 해도 말이지 배신을 해야 할 곳이 사라진다면 의미가 없는 일이잖아?”

“설마 새크리파이스와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십니까?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우리로서는 방어를 하는 것만으로도 급급한 상황입니다.”

새크리파이스가 가진 무력은 4전대 하나만은 아니다. 일단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함대의 숫자만 7개였고, 비상시에 용병까지 끌어모으게 되면 그 두 배의 숫자까지 일시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준의 몸은 하나였고, 그 이야기는 전략적인 움직임에 제한이 크다는 이야기였다. 단순히 생각해서 준이 공격을 나간사이 본진이 털리게 되면 패배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준이 벌린 사업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전면전이 벌어지게 되면 모든 사업이 올스톱 되고, 그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다른 때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괜찮아.”

“지금은 괜찮다니... 아.”

제임스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탄성을 내질렀다. 이런저런 일이 엮이느라 미처 깜빡하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무리어미 말씀이시군요.”

“그래. 지금 새크리파이스에서 무리어미로 인해 입는 피해는 상당한 상태야. 우리가 일부러 그쪽 영역에 있는 놈들만 건드리지 않았으니 지금도 엄청난 기세로 피해가 쌓이고 있을걸. 그 와중에 전력으로 우리를 공격할 만한 자금이 있을까?”

“하지만 그 역시 일부일 뿐입니다.”

“그렇긴 하지. 일단은 저쪽의 협상태도를 보고나서 결정할 문제이긴 해. 적극적으로 포로 환송을 요구한다면 나도 응할 생각이야. 하지만 협상이 결렬된다면 나는 그들을 전부 개척행성으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래서는 유능한 항해사들을 쓸데없이 놀리는 셈이 되겠지.”

준은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있는 제임스를 향해 다시금 말을 이었다.

“어쨌든 상황이 돌아가는 걸 보자고. 나도 무리하게 그들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어. 솔직히 말하면 전부다 던전에 넣어서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양 주안은 아까운 인재였다. 다만 그를 얻기 위해서는 3백 명의 승무원들을 고용해야하는 부담이 있었다.

============================ 작품 후기 ============================

수정은 내일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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