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92화 (29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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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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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갤럭시와 매매계약을 맺으면서 받게 될 돈을 투자하면 플랫폼 정도는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었다. 물론 대략 2~3조에 달하는 돈이 들겠지만 어쨌거나 그 정도 돈은 현 상황에서 얼마든지 재투자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여차하면 전투에서 이긴 이후 새크리파이스 쪽에 손해배상을 신청할 수도 있었다.

“제임스. 만약 내가 여기서 선제공격을 하면 어떻게 되지?”

그래도 기왕이면 플랫폼은 살려두고 싶었다. 거기에는 루나의 어그로시스템 생상공장과 연구소 등이 있었기 때문에 수익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흠. 괜찮을 겁니다. 문제되는 건 결국 법적공방인데 저쪽에서 먼저 도발을 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놈들도 아무런 명분이 없이 저런 함대를 끌고오진 않았을 텐데.”

“일단 한 번 들어보죠.”

제임스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케스 소장이 입을 열었다.

[델타스피릿은 수라드 행성의 결정체 매입을 시도하여 시장을 교란 시켰다. 인정하는가?]

[아니.]

[두번째로 이스카야 행성을 불법매입하여, 결정체 매입을 시도했다. 인정하는가?]

[멋대로 이야기 하는 군.]

[세 번째로, 반시행성에서 실버서퍼를 비롯한 수많은 헌터들을 별다른 이유도 없이 사살했다. 인정하는가?]

준은 가만히 마르케스의 말을 들었다. 어차피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든 녀석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준은 저쪽에서 무력시위로 나온 것이 반갑기까지 했다. 저쪽에서는 자신들이 강하게 나오면 준이 납작 엎드릴 거라고 생각하고 나선 것이겠지만, 애초에 준이 함대전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었다.

[플랫폼은 합법적으로 구입했고, 아니 애초에 원래 새크리파이스의 물건이었잖아. 혹시 까먹기라도 한거냐?]

[흥. 우리 측 직원이 뇌물을 받고 헐값에 넘겼다는 사실을 시인했으니, 혐의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 직원 누군지 모르겠지만 안됐군. 차라리 돈을 받기라도 했으면 덜 억울했을 텐데 말이야.]

[닥쳐라. 그것을 제외하고도 네놈에게 씌여진 혐의는 충분히 많다.]

[전부 내가 연합법원에 걸어버리면 그쪽도 곤란한 거 알지?]

[후후. 어차피 이 해역은 강력한 전파방해가 걸려있다. 그 어떤 정보도 이 항성계를 빠져나갈 수 없지.]

[애초에 작정하고 온 거로군.]

전파방해라고는 하지만 근거리 통신망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막은 것은 오로지 초광속통신 뿐. 그것만 막으면 어쨌거나 짧게는 수광년, 멀게는 수천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다른 행성까지는 전파를 보낼 수 없으니 외부와의 소통경로는 완전히 막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게 적당히 날뛰었어야지. 애송이.]

[아아. 고마워.]

[무슨 뜻이지?]

[안 그래도 골치아픈 일이 많았는데, 한 번에 해결해 주러 오니 말이야. 무턱대고 내가 선제공격을 할 수는 없잖아? 하지만 알아서 통신도 막아주니 얼마나 고맙겠어?]

[설마하니 한 대의 수송함으로 우리 함대를 이기겠다는 생각이라도 하는 것인가?]

마르케스는 비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준의 얼굴에도 똑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주포 가동.”

위이이잉-

준은 대답대신 알바트로스의 전력을 끌어올렸다.

[이런 미친!]

갑작스런 준의 행동에 마르케스가 놀라며 함재기를 출격 시켰다. 의외로 이런 함대전에서 함재기의 효율은 좋은 편이었다. 크기가 작다보니 지그재그 운영을 할 수 있었고, 어지간한 열추적 미사일은 속도로 따돌릴 수 있었다. 결국 기관포를 동원해서 떨어뜨리거나 같은 함재기를 출격시키서 떨어뜨리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그도 아니라면 피해를 감수하고 수폭을 터뜨리는 건데, 자살하고 싶은 녀석이 아니라면 그다지 선호되는 방식은 아니었다.

“스트라이더 출격. 총 20기가 다가옵니다.”

“무시해. 어차피 워프만 할 수 없으면 되니까.”

준은 마더쉽이 알을 낳듯 스트라이더를 풀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4전대에는 함재기와 고속정, 수송함, 그리고 전함과 순양함을 포함 총 10기의 함정이 있었다. 저 함대가 새크리파이스의 모든 전력은 아닐테지만, 저것만 날려도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적 구축함정 ‘블루시걸’의 주포 충전이 끝났습니다.”

전함이나 순양함보다는 비교적 사이즈가 작은 구축함이 먼저 출력을 끌어올린 알바트로스보다 양전자포 충전을 마쳤다. 그리고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알바트로스를 향해 양전자포를 쏘았다.

번쩍!

한줄기 빛이 우주공간을 가로질러 준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왔다. 그 빛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우주를 가로지르다 알바트로스와 접촉하자, 마치 거울에 반사되기라도 하듯 도로 튕겨나갔다.

마르케스 소장은 물고 있던 수제 콘파이프가 떨어지는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 틀림없이 양전자포에 관통되리라 생각했던 적함 알바트로스가 어처구니없게도 반물질을 튕겨내고는 이쪽을 향해 포신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대... 대체.”

그는 준이 내비친 자신감의 정체를 그제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양전자포를 막아낼 수 있는 장갑을 가지고 있다면 함대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멍청하게 적 주포에 맞아 죽을 수는 없었다. 마르케스 소장은 큰 소리로 외쳤다.

“수폭 발사해! 전부 쏴버려!”

기기깅-

마르케스의 전함 소유즈의 발사관이 스르륵 열렸다. 소유즈가 가지고 있는 수폭발사대는 총 10문. 각 발사대는 연달아 두 발씩의 수폭을 소리도 없이 우주공간으로 밀어내었다.

“적 함정 소유즈에서 수폭 20기가 발사되었습니다. 적함정 스트라다에서 양전자포가 발사되었습니다. 적 함정 인빅투스에서 양전자포가 발사되었습니다. 적 함정 크리슈나에서 수폭 10기가 발사되었습니다.”

파비앙이 연속적으로 빠른 목소리로 외쳤다. 놈들도 어지간히 당황했던 것인지 양전자포를 쏘는 놈, 수폭을 날리는 놈 등 제멋대로였다.

“요란하군. 가능한 한 행성에서 멀리 물러서도록 해.”

“네. 3-9 방향으로 속도 유지하겠습니다.”

홍창만이 입을 열며 조종간을 움직였다.

휘청-

갑작스런 방향 변경으로 인한 관성력으로 인해 준의 상체가 흔들렸다. 그 사이 두발의 양전자포가 알바트로스를 스치고 지나갔다. 갑작스런 방향전환으로 인해 타겟에서 벗어난 것이다. 알바트로스를 벗어난 반물질 탄은 수만킬로미터를 날아가며 우주먼지들과 반응하다가 서서히 사그러들었다.

“스트라이더는?”

“10분뒤면 도착합니다.”

“수폭에 휘말리는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서른발의 수폭이라니 무슨 방사능 쇼라도 하고싶은건가?”

준은 못마땅한 얼굴로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원래 우주공간은 방사능이라 할 수 있는 X선이나 감마선등이 엄청나게 내리 쬐이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수폭 30발에서 일제히 뿜어져 나오는 방사능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일시적으로 어마어마한 방사능이 이스카야 행성 근처에서 생성되면 그게 전부 행성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다.

알바트로스가 방향을 틀어 행성에서 멀어지려 하자, 적함들은 준이 도망치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속도를 올려 따라붙기 시작했다. 애초에 플랫폼과 이스카야 행성에서 멀어지려는 것이 목적인 준이었기 때문에 준은 놈들에게 잡히지 않을 거리를 유지하며 아슬아슬하게 속도를 유지했다.

알바트로스의 속도는 고속정이 아니면 따라잡히지 않을 정도로 빠른 편이었기 때문에 적함들은 알바트로스의 꽁무니를 따라 일렬로 죽 늘어선 형태가 되었다.

“대열 유지도 안하는 건가?"

아무리 적함이 한 대 뿐이라고 해도 함대 전체가 진영을 무너뜨린 채 쫓아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니었다. 그만큼 양전자포를 튕겨낸 것에 정신이 팔리느라 대열유지를 신경쓰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했다.

“수폭 50킬로미터 반경 이내로 근접했습니다.”

“다들 충격대비해!”

번쩍!

현시창이 빛으로 가득차며 10킬로미터 반경에서 수폭이 터졌다. 이정도면 상당히 근접해서 폭발한 셈이라, 알바트로스의 동체가 마치 난기류 속을 뚫고 가는 항공기처럼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또 터집니다!”

번쩍!

쿠당탕!

이번에는 좀 더 근접해서 폭발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도 수폭유도만큼은 정밀하게 하고 있는 모양인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EX필드가 없었다면 지금 얻어맞은 두 발의 수폭만으로도 기동에 심각하게 문제가 있을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함선 상태는?”

“문제없습니다! 손실률 0퍼센트!”

파비앙이 외쳤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도 진동이나 흔들림으로 문제가 생길 만큼 허투루 제작하지는 않았다.

연이어 수십발의 수폭이 터졌다. 현시창은 어두워질 틈도없이 계속해서 번쩍이며 눈부신 빛을 함선내부에 투사했고 준은 투덜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주 함선을 녹여버릴 작정인가.”

중심부 온도가 수억도를 넘나드는 수폭의 폭발력은 기실 충격파보다는 그 열기와 방사능에 의한 피해가 훨씬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보통의 함선이었다면 이미 녹아도 한참전에 녹아내렸을 것이다.

준은 디스플레이로 눈을 돌리고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함선을 지정했다.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이 놈부터 날려.”

“네. 양전자포 발사 준비.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10. 9...”

준은 팔짱을 끼고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자신의 자리 앞에 있는 소형 디스플레이를 바라보았다. 현시창은 연이어 터지는 수폭으로 인해 빛이 사그러들지 않을 지경이었기 때문에 맨눈으로 관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발사!”

파비앙의 목소리와 함께, 알바트로스의 모든 에너지가 집약된 반물질 탄이 빛무리를 뚫고 날아가 근접하던 고속정을 그대로 꿰뚫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던 구축함과, 그 뒤를 따르던 전함 한 대, 그리고 수송 선 한 대가 폭발했다.

환호를 하려던 함교의 사람들도 방금 일어난 황당한 사건에 입을 쩍 벌리며 디스플레이를 바라보았다. 영상은 단 한 발의 반물질 탄으로 적 네 대의 함선을 끝장내는 장면을 다시 리플레이 하고 있었다.

“저게 어떻게 되는거지?”

막스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주선이 아무리 근접해서 움직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각 함선의 간격은 엄청나게 멀다. 지금처럼 준의 꽁무니를 쫓느라고 거의 일렬로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각 함선 사이는 완벽히 일렬로 있을 수도 없거니와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은 마치 꼬치를 꿰듯 단 한발의 공격으로 네 대의 함선을 파괴시킨 것이다.

“반물질 탄환이군요. 종종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때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그나마 함대전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것은 그가 유일했다.

“반물질 탄환이라고?”

준이 되묻자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양전자포가 정확하게 첫 타겟을 명중할 경우 반물질이 폭발하면서 좁은 각도로 무수히 작은 반물질을 뿌려대는 현상입니다. 거의 분자단위의 반물질이라고는 하지만 질량 자체는 그대로 쏟아지기 때문에 재수없게 뒤를 따르다가는 그걸 전부 뒤집어쓰는 경우가 있지요. 어지간해서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만...”

“거참 재수없는 놈들이네.”

준은 혀를 차며 폭발한 함선을 보았다. 이왕이면 저번처럼 개인적으로 침투해서 전부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싶지만 현재상태로도 이미 인벤토리는 꽉 찬 상태였다. 그렇다고 저놈들을 살려보낼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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