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1 ----------------------------------------------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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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자금이라면...”
“얼추 헬기 천대 정도는 만드는 자금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본적이 없어서 모르겠군. 게다가 성공할 거라는 보장도 없어. 나도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야.”
“후. 그렇군요.”
강원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준이 우주선을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던진 질문이었다. 말대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 준의 말에 납득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두 사람이 계약을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알 아비아노가 응접실로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여간해서는 읽기 어려웠기 때문에 준은 가만히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본사에서는 1000억 까지 지원해줄 생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 안되겠군.”
“그렇습니까...”
준의 거절을 예상했던 것인지, 단순히 감정을 드러니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태도는 의외로 덤덤했다.
“그러면 저는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알이 고개를 슬쩍 숙이고는 돌아섰다. 준도 약간 아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잡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아 그를 순순히 돌려보내었다. 어차피 돈이라면 갤럭시 측에서 지원해 주고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자금은 아니었다.
알바트로스에 올라선 준은 반시행성을 떠나 몇 곳의 행성을 더 돌며 무리어미의 드랍에 의해 피해를 받은 곳을 방문했다. 아직 델타스피릿의 명성이 퍼지지는 않아 의뢰비는 여전히 적었지만 딱히 신경쓰지는 않았다. 1000억을 거절하고 그보다 싼 의뢰비를 받아 일을 해결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아이러니 했지만 그렇다고 새크리파이스에 싼값에 휘둘리는 것 보다는 스스로 명성을 높에 몸값을 올리는 편이 나은 선택이었다.
결국 그렇게 무리어미를 처리하다보니 델타스피릿의 명성이 크게 올랐다. 이제는 준이 원하던 5천억원의 의뢰비가 농담이 아니게 된 것이다.
거기다가 준을 따라서 움직였던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10레벨을 찍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이스카야에 남은 직원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었기에 이 격차는 후에 던전 트레이닝을 통해 줄여나갈 생각이었다.
현재 알바트로스는 이스카야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집을 떠나온 지도 석달이 넘었다. 루나도 루나였지만 엘라를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컸다. 단 세 달이지만 그 사이 엘라의 성장속도는 남달랐다.
무엇보다도 준이 멀리 떨어져 있는 동안 그녀가 말문을 튼 것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보통의 아이가 엄마, 아빠 등의 말을 하는 시기는 대략 1년. 하지만 그녀는 준이 이스카야를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말문을 트기 시작했고, 생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된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아빠. 언제와?]
[일주일 정도. 금방 갈게.]
단순한 대화였지만 준은 화면속의 작은 소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겨우 6개월 된 아이라고 보기에는 성장속도도 빨랐고 두뇌의 발달도 빨랐다. 현재 지능이 성인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인지 사물을 이해하는 속도도 엄청나게 빨랐고 언어구사력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었다.
[엄마는 뭐해?]
[엄마는 연구소에 있어.]
[밥은?]
[작은 엄마가 차려줬어.]
작은엄마란 다름 아닌 서은설을 말함이었다. 일때문에 바쁜 루나보다 서은설이 곁에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녀는 아예 그녀를 ‘작은엄마’라고 불렀다. 준이 고쳐주려고 했지만 그녀는 한사코 작은엄마라고 불렀다.
그것이 서은설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주입시킨 결과라는 것을 준은 알지 못했다.
“작은엄마라니...”
준은 통신을 마치고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옆에 있던 막스가 웃음을 흘렸다.
“졸지에 두 번째 마누라가 생겼구만.”
“멀쩡한 처녀 앞길 막는 소리를...”
결혼제도 자체가 구시대의 유물취급을 받는 연합에서는 정식으로 혼인서약을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가도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경우도 많았고, 자식이 있는 경우에도 양육권 정도만 정리하면 법적으로 까다로운 절차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합의 가족관계가 흔들렸냐하면 딱히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결혼제도가 유지되는 국가에 비해 오히려 생활의 만족도가 높고, 그러다 보니 부부생활의 지속기간도 훨씬 길다는 결과가 나왔다.
“뭐, 본인도 싫어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쓸데없는 소리말고. 그런데 뭐 할말이라도 있어?”
“그게 말이지. 물어불게 있어서.”
막스는 자신이 10레벨로 오르면서 얻은 새 직업과 기술을 한창 실험중이었다. 그는 원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전사와, 새 직업 ‘정치인’을 얻은 상태였다.
그로서는 10레벨에 나타난 직업이 그것뿐이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었다. 직업기술로는 ‘웅변’ 그리고 ‘입법’이 추가되었다.
준과 달리 EX필드가 생성되지는 않았다. 이는 루나가 10레벨을 돌파했을 때도 확인했던 사실이었다.
‘15레벨에 생기려나.’
아무래도 EX필드의 존재 여부는 생존에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중요한 사항이었다. 외도에게는 별 쓸모없는 능력이었지만 인간과 싸울때에는, 특히 화기를 든 군인들과 싸울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었다.
“뭔데?”
“이 ‘입법’이라는 기술 말이야.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에 대해서 특정규칙을 적용해서 강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같은데.”
“그래서?”
“델타스피릿에 적용해도 될까?”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건가?”
“그래서 일단 시험해보려고. 그래서 간단히 이런 걸 준비해봤어.”
“음?”
준의 눈앞에 시스템메시지가 떠올랐다. 막스가 입법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입법(초급)에 의해 델타스피릿 규약 1조 1항이 생성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델타스피릿에 소속된 이들은 강도강간살인절도 행위가 금지된다. 예외조항은 다음과 같다.]
예외조항이 주렁주렁 달린 첫번째 규약이었다. 예를 들어 정당방위 조항이라던가, 전투중의 살인에 대한 부분이라던가 하는 점만 해도 몇만자가 넘어가는 분량이었다. 혼자서 이런 것을 만들었을리는 없고 제임스가 도와주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규정이었다.
준은 찬찬히 읽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이 없었지만 준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이정도 법을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수락하면 델타스피릿 전체에 적용되는 건가?”
“그 중에서도 펠로우쉽에 소속된 인물만 가능한거야.”
“그렇군. 에피알게나스나 도른을 제외하면 전원이니 관계없겠지.”
보조직업의 보조기술이라 그런지 ‘입법’은 준이 배울 수 없는 종류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딱히 배우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준이 수락을 선택하자, 동시에 델타스피릿의 인물에게 시스템메시지가 떠올랐다. 향후 업데이트를 예고하고 있기는 했지만 1조1항의 조약은 굳이 법이 아니더라도 상식선에서 지켜야할 것들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반발없이 전원이 수락했다.
“후. 이걸로 좀 편해지겠군.”
막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말은 안했지만 그동안 직원들을 컨트롤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별 문제 없는 것 처럼 보였는데.”
“그거야 문제가 생겨도 내 선에서 처리를 했으니 그랬던 거지. 너한테까지 이야기가 올라갈 정도면 이미 그때는 수습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뜻이야.”
“흐음...”
“뭐야.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냐?”
“아니. 의외로 유능하다 싶어서.”
“사장은 월급봉투로 말하는 거 알지?”
“보너스 두둑하게 챙겨줄게. 이 기술덕분에 직원들 관리하기가 편해진만큼.”
제임스에게도 보너스를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상 델타스피릿의 대부분의 업무가 그의 손을 거쳐서 집행되고 있는 만큼 가장 많은 월급을 받아야 했다.
‘하는 일로만 봐선 나보다 더 받아야 될 것 같긴 하지만.’
준은 여유가 꽤 있었지만 제임스는 그야말로 하루종일 바빴다. 그러다보니 그를 보기가 미안해 질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업무량이 많다는 것에는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일에 빠져들었다.
보통이라면 과로를 걱정하겠지만, 펠로우쉽과 함께 에피알게나스의 치유능력이 있다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알카트뢰즈에서 얻은 최고의 수확이 어쩌면 제임스인지도 모르겠군.’
루나가 들으면 속상할 이야기 였기 때문에 굳이 말하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준은 그 생각이 그리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기업을 만들고 유지하는 일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개척행성의 구입을 마쳤습니다. 이스카야 행성에서 약 140광년 떨어져 있는 곳입니다. 다른 교역행성들과 거리가 멀고 인근에 해적들의 본거지가 있어 다들 손을 놓은 곳입니다. 사장님의 계획을 실행하기에 썩 나쁘지 않은 곳이라고 여겨집니다.
-호랑이냐?
-네?
-아니, 얼마에 산거야?
-10년 장기어음으로 10조입니다.
-엄청나게 싸구만.
-개발이 전혀 안되어 있는 곳이니까요. 게다가 중립지역이라 어느 국가에서도 손을 댈 수 없습니다.
-그건 마음에 드는 군. 위치는?
-맵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준은 제임스가 보내준 항성계 지도를 보고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위치가 공교롭게도 파티마제국, 연합, 연방의 가운데에 끼어 있었던 것이다.
-위치가 미묘하네. 각자 마음만 먹으면 가장먼저 건드릴 장소잖아.
-문제가 됩니까?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고.
-그럼 제 일은 여기까집니다. 모든 절차는 끝났으니 남은 것은 사장님의 일입니다.
-오케이. 수고했어.
-별 말씀을.
-이번달 월급에 보너스 100퍼센트 해서 가져가.
-꼭 그러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만...
-싫으면 말고.
-싫다는 이야기는 안했습니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업무능력만큼이나 제임스는 돈에 대해서도 확실한 자기 철학이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일한만큼 받아간다는 것이다. 클라이드 밑에 있을때에는 비리를 저지른 만큼 자신도 재산을 축적했다. 리스크를 짊어진 만큼 합당한 돈을 가져간다는 생각에서 였을 것이다.
행성 이스카야.
준은 현시창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흠... 저것들 뭐하자는 걸까.”
“플랫폼을 인질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새크리파이스의 함대가 이스카야를 포위한 것이 하루 전. 준은 최대한 알카트뢰즈의 속도를 높여 도착했다. 만약 놈들이 플랫폼을 폭파 시키려거나 했다면 웜홀을 통해 왔겠지만 아직 그럴 기미는 없었기에 알바트로스를 이용해 도착했다.
놈들은 일부러 준이 도착할때까지 기다렸다가 준이 오자 조금씩 플랫폼을 향해 함대를 전진시켰다.
치치칙-
“새크리파이스 4전대로 부터의 통신입니다. 받으시겠습니까?”
서은설을 대신해 오퍼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파비앙이 입을 열었다.
“받아.”
[여기는 새크리파이스 4전대 함대장 마르케스 소장이다. 귀하가 델타스피릿 대표인 준 알스버그 맞는가?]
[응. 그런데?]
[...법도를 모르는 녀석이로군.]
준은 코웃음을 쳤다.
[무턱대고 무력시위를 하는 녀석에게 지켜야 할 법도 같은건 없어. 흰소리는 그만하고 용건이나 말해.]
[현재 우리는 이스카야 행성의 플랫폼을 사거리에 두고 있다. 버튼 하나면 폭파시킬 수 있지.]
[뭐 어쩌라고.]
어차피 새크리파이스의 함선이 접근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준은 플랫폼의 사람들을 전원 알파시티로 내려가도록 했다. 지금 플랫폼은 완전히 비어 있는 상태였다. 만약 놈들이 그것을 터뜨린다면 좀 아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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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휴일입니다만... 저는 해당사항이 없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