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90화 (29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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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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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준은 다음날 숙소문을 두드린 사람의 얼굴을 보고는 잠시동안 눈을 비볐다. 눈앞에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강원삼 과장이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입니다.”

“그리 오랜만인 것 같진 않지만. 어쨌든 들어와.”

보아하니 혼자 온 모양인 듯 수행하는 사람은 따로 없었다. 준이 영상을 올린 것은 바로 어제였고 그걸 보고 왔다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준은 응접실에 앉아 입을 열었다.

“날 따라 온 건가?”

“제 역할이 그런거라...”

강원삼은 델타스피릿과의 협상에서 나름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러다보니 그에게 부여된 일은 준의 곁에서 하루거리 이상 떨어지지 않는 것. 준이 반시행성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는 고속정을 타고 뒤를 따라온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일이지?”

“이번에 올린 영상을 봤습니다.”

전차와 헬기를 이용해 외도를 사냥하는 영상을 말함일 것이다. 준은 팔짱을 끼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갤럭시 측의 입장은 어떻게 되지?”

“전부 사겠습니다.”

“얼마?”

“일단은 이전과 같은 액수입니다.”

“흠...”

준은 고민했다. 사실 설상전차의 경우는 일반 전차보다 용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그나마 쓸만한 것은 헬기 정도인데, 그것을 포함한다고 해도 EX필드조차 없는 전차를 그 가격에 팔기란 어려운 일이다.

“상세스펙도 모르면서 그런 돈을 쓴다는 건가?”

“상관없습니다.”

강원삼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품에서 계약서를 꺼내들었다. 아예 매매계약서 까지 미리 작성해 둔 상태였다.

너무나도 급하게 일이 진행되다 보니 오히려 주저하게 된다. 준은 가만히 계약서를 내미는 강원삼을 보며 생각했다.

‘영상만 보고 3조짜리 계약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영상에 나온 것은 전차 9대와 헬기 한 대. 그것을 넘기는 조건으로 3조라면 썩 남는 장사였다. 하지만 갤럭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들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이 그런 돈을 턱 하고 넘겨줄 녀석들이 아니었다.

결국은 그런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얻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뭘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준은 또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파비앙을 쳐다보았다. 제임스가 알바트로스에 있는 상황에서 그가 준의 비서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누구십니까?”

파비앙이 숙소의 문을 열자, 두꺼운 카키색 외투를 껴입고 러시아식 털모자인 샤프카를 쓴 키가 장대한 사내 한 명이 서 있었다.

“새크리파이스에서 파견 된 알 아비아노라고 합니다. 협의할 사항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그는 약간은 어눌한 발음으로 입을 열었다. 파비앙이 펠로우쉽 메시지를 준에게 보내었다. 일단 직원들에 한해서는 서로 펠로우쉽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풀어둔 상태였다.

-새크리파이스에서 왔다고 합니다.

‘새크리파이스?’

그쪽에서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원삼 만큼이나 빠르게 이곳으로 왔다는 이야기는 그들 역시 준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불쾌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준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건간에 그만큼 유명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안내해.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강원삼이 제시한 계약서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3조라면 충분히 큰 금액이다. 사실 많은 감마저 있었다. 그렇다보니 이 맛있어 보이는 떡밥을 덥썩 물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갤럭시 쪽에 판매하려고 했던 것 맞긴 한데...’

그걸 생각해보면 굳이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외도는 많고 자신이 제작품을 판다고 해서 그것이 다시 자신을 겨누는 무기가 될 확률은 낮았다. 갤럭시 인더스트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프리미엄급 엑조틱 웨폰을 판매한다는 선점효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늘 업계 1,2위를 다투는 파인애플 사와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추가적인 이득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3조라는 돈이 납득가지 않는 금액은 아니었다.

똑똑.

응접실의 문을 노크한 파비앙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그의 곁에는 거의 2미터는 되어보이는 군복을 입은 사내가 있었다.

“누구지?”

준이 입을 열자 파비앙이 입을 열었다.

“알 아비아노 라고 합니다. 새크리파이스 산하 PMC 러브크래프트의 통역장교입니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알을 바라보았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응접실의 테이블에 자리했다. 강원삼과 알의 시선이 짧게 교차했다.

“헌데 무슨 일이지?”

“이번 무리어미 퇴치 건에 대한 보상과, 차후 일정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서두를 뗀 알은 기존의 두 배에 달하는 보상을 약속하며 지도를 펼쳤다. 그는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반시행성에서 20광년 떨어진 밀레 행성이었다.

“인구 200만의 행성입니다. 본래 외도가 거의 없는 지역이다보니 방어시설이 충분치 않았습니다. 현재는 도시의 절반이 날아간 상태입니다. 델타스피릿의 도움이 긴급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급하긴 한 모양이군. 하루만에 이곳으로 오는 걸 보니.”

준은 약간 빈정대며 입을 열었다. 반시행성의 플랫폼에조차 들어가지 못한 것이 바로 이틀 전의 일이다. 헌데 하루만에 자신을 찾을 정도라면 이미 사전에 주시를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였고, 그렇다는 이야기는 플랫폼에 들이지 않은 것도 의도적 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사정이 급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헌데 100억은 너무 적어. 200만의 도시를 구제하는 일인데 너무 짜다고 생각하지 않아? 갤럭시에서는 방금 나에게 3조를 제의 했다만?”

느긋한 얼굴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강원삼의 표정이 미미하게 변했다. 어차피 준이 그 내용을 밝힌다 해도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을 앞에 두고서 협의의 내용을 일부라고 하더라도 유출한다는 것이 기분나쁠 법도 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갤럭시 쪽은 순조롭게 무리어미를 처리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뭐, 엄밀히 말하면 무리어미 퇴치는 아니지만.”

준은 슬쩍 발을 빼고는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이번 전투로 인해서 우리도 2명의 전사자가 있었다. 거기다가 엑조틱 웨폰도 다수 손실되었고. 솔직히 말하면 이번 원정은 적자라고 할 수 있어. 그 액수의 2배라고 해도 그다지 나에게 이득 될 건 없단 말이지.”

준은 몇 개의 숫자를 디스플레이 테이블 위에 적었다. 파괴된 설상전차와 헬기, 사망한 직원에 대한 피해보상, 그리고 이곳까지 우주선을 끌고오는 동안 들어간 연료비용, 직원들의 월급까지.

얼추 약 1조에 해당하는 숫자를 그려놓은 준은 고개를 저으며 알을 바라보았다. 사실상 액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파괴된 설상전차와 헬기의 가격이었다.

“음...”

알은 잠시 그 숫자들을 쳐다보다가 나지막이 신음을 흘렸다. 준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값을 부른 것이다. 얼추 100억을 불렀다가 액수를 조정하면서 200~300억 선에서 의뢰를 맡기려고 했으나, 1조라는 숫자를 만들어 낸 준에게 그 숫자를 불렀다가는 비웃음만 살 뿐이었다.

“엑조틱 웨폰의 가격이 너무 높게 잡혀 있는 것 아닙니까?”

“그건 이쪽 사람에게 물어보라고. 이게 비싼 건가?”

“그다지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그 물건이 가지는 현실가치와, 잠재가치를 따져보면 오히려 낮게 측정된 셈입니다.”

강원삼이 준에게 맞장구를 치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갤럭시의 목표는 델타스피릿에서 생산하는 모든 엑조틱 웨폰이었다. 그를 위해서는 돈을 얼마를 때려붓든 상관이 없었다.

“애초에 50억이라니. 그 돈으로는 아무것도 못해. 이 정도 금액에 레이드 팀이 모였다는 것 부터가 솔직히 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만.”

“유명 레이드 팀에게는 따로 계약조건이 있었을 겁니다. 델타스피릿의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아니었을 테지요.”

강원삼이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알은 딱히 부정하거나 하지 않았다.

“400억이 저희가 제시할 수 있는 최고 금액입니다. 대신 다른 팀의 지원은 없을 겁니다.”

그는 고민하는 듯 하더니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표정으로 보아선 정말 그 이상은 짜내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잠시지만 정말로 고개를 끄덕일 뻔 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강원삼이 끼어들었다.

“저희 회사에서 무리어미를 쓰러뜨리는 데 들어간 총 비용이 약 1조 3천억원 가량 됩니다. 거기에서 나온 결정체 수익이 약 400억 정도였지요. 헌터의 사망으로 인한 무형적 피해까지 계산하면 그 피해액은 더욱 커집니다.”

강원삼의 말에 알의 표정이 굳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는데? 뭐, 나도 그돈을 다 받을 생각은 없고, 파격할인가로 절반 값만 받도록 하지.”

“설마... 5000억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싫으면 말고.”

사실 준의 입장에서는 돈을 주지 않아도 무리어미를 해치우고 다녀야 할 판이었다. 그만큼 직원들의 레벨을 올리기 좋은 사냥터가 없기 때문이었다. 던전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트레이닝을 시키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왕이면 경험치를 소모해야 하는 던전보다는 결정체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무리어미 사냥쪽이 더 이득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헐값에 휘둘리는 것은 사양이었다. 생각보다 무리어미가 드랍한 외도들은 조직화되어 있었고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어쩌면 사망자가 더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충분한 대가를 요구할 생각이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스마트패널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는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강원삼이 입을 열었다.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뭐, 원래 저쪽과는 사이가 좋지 않아서.”

“델타스피릿이 뛰어난 엑조틱 웨폰을 생산한다는 사실은 압니다만. 그렇다 해도 새크리파이스의 저력을 무시하면 안됩니다. 저래봬도 100대 기업입니다. 병력을 끌어모으면 얼추 국가 하나를 상대할 수 있는 군사력이 모일 겁니다.”

“그들을 두려워 한다면 애초에 건드리지도 않았을 거다.”

준의 당당한 태도에 강원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갤럭시를 제외한 누구도 처리하지 못했던 무리어미를 퇴치한 이들이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갤럭시 측에서 무리어미 드랍을 막을 수 있었던 것도 델타스피릿에서 제공한 전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단순 무력으로 따지자면 이들을 능가하는 조직은 어디에도 없었다.

“혹시... 델타폰을 저희회사에서 판매하실 생각은 없습니까?”

델타폰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델타스피릿에서 제작하는 물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머리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준의 제작품이라는 것을 모를리 없다.

“공식적인 질문이라면 노코멘트.”

“그냥 개인적인 호기심입니다. 꽤나 파급력이 있는 물건이라서 말이죠.”

“지금으로도 충분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 군. 그걸 정식으로 판매하면 여러 가지로 복잡한 일들이 생겨서 말이야.”

“이해합니다.”

“지금은 엑조틱 웨폰 이야기만 하자고. 일단 계약은 진행하는 걸로 하지. 영상에 있는 물건이라면 설상전차 9대와 헬기 1대를 말하는 거겠지?”

“주문 제작도 가능합니까?”

“주문제작이라... 못할 것도 없지. 가격은 조금 상승하겠지만. 설계도를 보내 주면 비슷하게 만들어 줄 수는 있을 거야.”

“혹시 우주선 까지도 가능합니까?”

“글쎄. 해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충분한 자금과, 재료가 있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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