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89화 (28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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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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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산란장을 제거하고 일행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밖에서 볼때도 크기는 했지만 안으로 진입하니 내부는 훨씬 더 넓었다.

“이거 거의 미궁같은데?”

막스가 입을 열었다. 길은 갈래지거나 막혀있거나 하는 경우가 잦았다. 준 일행은 델타에서 제공하는 맵이 있다보니 괜찮았지만 다른 이들이 무턱대고 들어왔다간 길을 잃기 십상으로 보였다.

“말했듯이. 지구라트는 지하공간이 훨씬 더 넓어. 지금도 조금씩 밑으로 내려가고 있는 중이야.”

“그렇군. 그럼 끝에는 뭐가 있는거지?”

막스의 질문에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지구라트의 심장. 오버시어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고.”

“뭐가 있을지 가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이야기군.”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밑으로 내려가며 에피알게나스는 지구라트에 대한 설명을 계속 했다. 오버시어는 지구라트의 두뇌였고, 심장은 그야말로 지구라트의 생명력을 유지하게 해주는 핵심기관이었다. 이 두 개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존재했다.

그 진화도에 따라 오버시어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고 없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지구라트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오버시어의 존재도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지구라트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결국 언젠가는 오버시어가 생긴다는 이야기였다.

“꼭 심장을 파괴해야 지구라트를 없앨 수 있는 건가?”

“아니. 그냥 바깥에서 공격해도 가능해. 다만 지구라트 자체도 외도인 만큼 항력은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 화기로는 어려워.”

“뛰어난 헌터가 안으로 진입해서 오버시어나 심장을 제거하는 게 최선이라는 이야기로군. 헌데 로오나 인들은 엑조틱 웨폰이 없었던 건가?”

“있었어. 다만 충분히 많지 않았을 뿐이야. 그것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오리진 뿐이었고, 오리진은 단 한 대 뿐이었으니까.”

“델타의 경우만 봐도, 대량생산은 어렵지 않았을 텐데.”

“오리진은 연산의 대부분을 외도를 방어하는데 사용했으니까. 선택의 문제였지.”

“그렇군.”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리진의 방대한 연산력을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힘든 일이었을까 싶긴 했지만, 준으로서는 그 상황을 눈으로 보지 않았으니 쉽게 단정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쿵. 쿵. 쿵. 쿵.

준은 고개를 들어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살덩어리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방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었는데, 혈액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계속해서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고 있었고, 그 때마다 엄청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시끄러운 소음을 일으키고 있었다.

“엄청난 박력인데...”

준은 생명력 자체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심장을 향해 다가가 그것의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지구라트 전체가 경직되는 느낌과 함께 심장의 활동력이 극도로 떨어졌다.

“자신이 죽을 걸 눈치챘나 보군.”

준은 라이트세이버를 꺼내들었다. 어쨌거나 마지막은 자신이 처리하고 싶었다. 그는 일행들을 모두 방 밖으로 물리고는 실드를 펼친 상대로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기이이이---

가청영역을 넘나드는 기이한 소리의 고주파음과 함께 갈라진 심장에서 엄청난 양의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미리 예상했던 바 였기 때문에 준은 당황하지 않고 바닥으로 다시한번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꿈틀거리던 바닥이 쫘악 갈라지며 그 안으로 쏟아져 나온 피들이 흘러나갔다. 한참을 피를 쏟아낸 심장은 이윽고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지구라트 전체에서 느껴지던 움직임도 완전히 멈추었다.

“죽었나.”

끄덕.

에피알게나스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동분류.”

준이 입을 열자, 거대한 지구라트가 부르르 떨리더니 천천히 분해되기 시작했다.

외도들과 지구라트를 제거하고 얻은 경험치를 정산해보니 약 400만에 가까운 경험치가 배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 대부분은 물론 준이 가져갔지만, 크게 기여를 하지 못했던 이들이라 할지라도 최소 3만 이상씩은 가져갈 수 있었다.

덕분에 직원들의 얼굴은 모두 밝았다. 5레벨에서 머물고 있던 이들도 단번에 8레벨까지 올릴 수 있을 정도의 경험치였고, 막스의 경우에는 9레벨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이거 꽤나 쏠쏠한데? 이대로라면 10레벨도 금방이겠어.”

막스는 입가에 걸린 미소를 감추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얼마나 남은거야?”

“2만 정도.”

“한 번만 더 이런 녀석을 해치우면 되겠군.”

단순히 돈뿐만이 아니라 경험치 측면에서도 무리어미를 퇴치하는 일은 꽤나 짭짤한 일이었다. 아직 녀석들은 항성계 여기저기에 널려있으니 돌아다니면서 그 녀석들만 제거한다고 해도 직원들의 레벨을 크게 올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어때? 뭐가 달라지는 게 있어?”

준은 에피알게나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알파는 델타와 달리 경험치 시스템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의 성장은 오로지 조각을 통해서만 가능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딱히 성장에 대해서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녀 입장에서도 자신이 강해지는 것보다는 준에게 조각을 밀어줘서 외도에 대항할 힘을 기르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영상은 모두 찍었고. 저것만 정리하면 되겠군.”

준은 멀리 보이는 무리어미의 잔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쉽게도 무리어미의 시체에서는 거의 경험치가 나오지 않았다. 지구라트가 무리어미의 힘을 거의 흡수한 모양이었다.

욘을 기지로 데려다 주고, 준은 셔틀을 수리하기 위해 하루를 더 묵어가기로 했다. 직원들도 모두 지쳐있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함선으로 올라갈 필요도 없었다. 준은 숙소 침대에 누워 델타포럼에 접속했다.

일단 하루동안 찍은 영상을 편집한 영상을 웹상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포럼은 언제나처럼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늘 일어나던 일이라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꽤나 일이 커져있는 상태였다.

알카트뢰즈에서 던전의 소유권을 두고 펠로우쉽끼리 다툼이 일어났는데 처음에는 한두 명으로 시작했던 싸움이 점점 커져서 두 패로 갈린 대 전투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펠로우쉽끼리의 전투는 서로 죽일 수가 없다보니 싸움도 끝나지 않은 채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오프리 윈스턴이라는 저널리스트가 사건의 전개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한 글을 읽고나자 대충의 윤곽이 그려졌다.

그러니까 던전에 대해서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있었고,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헌터들이 안으로 돌입했다. 바깥에서 기다리던 자는 그 사실을 모르고 동료들을 불러모았고 그 들이 도착하기 전에 던전이 클리어 된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인데...’

생각해보니 자신도 스토크시티에서 던전을 강탈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 몰래 들어간 것은 아니고 뻔히 보는 데서 들어간 것이긴 했다. 하지만 던전을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오프리 윈스턴은 글의 마지막에 자신의 의견을 달았다.

-던전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그것이 주는 방대한 경험치와 결정체를 생각했을 때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일반적으로 경제성이 있는 광산이나, 유전등은 결국 누가 먼저 발견했는가 보다는 그 땅의 소유자가 누구이냐가 가장 중요하다. 알카트뢰즈는 연합정부의 소유인만큼 엄밀히 말해 던전 자체도 연합정부의 것이라고 해야 옳다. 누가 발견했느냐 하는 것은 소유권 주장에 대해서 중요한 고려대상이 아닌 것이다. 때문에 양측 모두 소유권 주장에 대한 권리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감옥행성, 그리고 외도 사냥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수형자들은 방치되어 있고 그 땅에서 나는 외도의 사냥권한을 그들에게 일임한 이상 연합정부 역시 소유권을 주장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최초발견자에게 그 소유권이 인정되는 것이 옳은가? 한마디로 갈음하겠다. 언제부터 알카트뢰즈가 그렇게 신의성실을 지키는 곳이었던가.

“그렇지.”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프리의 논리는 타당했다. 애초에 알카트뢰즈 자체가 힘센놈이 짱먹는 동네가 아니었던가. 그런 곳에서 먼저 던전을 발견했다고 그것을 자기네 소유라고 우기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던전을 뺏긴 쪽에서 그렇구나 하고 납득할리는 없었다. 그 아래 욕설과 비난, 그리고 동조와 찬사의 댓글이 주르륵 달려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동의하는 댓글들이 많았다. 그동안 델타포럼에서 쌓은 오프리 윈스턴의 명성이 반대파들의 의견을 뭉개버릴 만큼 영향력이 있었던 것이다.

준도 거기에 한 손을 보탰다.

=적당히 싸워라. 어차피 나중에 출소하면 다시 얼굴 볼 사이 아니냐.

-주인장 등판.

-정말 나중에 취직시켜주나요?

=ㅇㅇ. 그러니까 적당히 싸워.

-그깟 던전이 뭐라고. 참고로 난 다음달 출소. 그런데 어디로 가면 됩니까?

-븅신이냐. 이스카야로 가야지. 포럼에 보면 대충 다 나와있다. 가는 배편도 적혀있으니까 알아서 찾아가면 됨.

-시발... 난 10년 남았는데.

-쓰레기네. 대체 뭔 짓을 했길래 10년이나 사냐.

-그런데 저런 놈들도 취직시켜 줍니까? 솔직히 흉악범이랑은 같이 일하기 싫은데.

준도 그 점은 고민이었다. 사실 현재 델타스피릿에 있는 직원들은 대체로 가벼운 범죄로 걸려든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헌터의 범죄는 가중처벌 되기 때문에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최소 5년 이상, 살인이라도 저지르게 되면 최소 10년 이상의 긴 형량을 받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알카트뢰즈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남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도 생각해봤는데. 거기서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 죗값은 충분히 치룬거라고 생각한다.

-하긴 알카트뢰즈...

-하긴 알카트뢰즈...(2)

준의 댓글에 순서대로 댓글놀이가 시작되었다. 델타폰이 보급되고 펠로우쉽 계약의 맺은 이들도 많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곳은 사람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었다. 게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비록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밴디트들도 여전히 존재했다.

준은 대충 댓글들을 넘기고 이번 무리어미가 드랍한 외도들의 퇴치 영상과 지구라트의 편집영상을 올렸다.

엄청난 조회수와 함께 댓글들이 달렸다. 개 중에서는 준을 걱정해주는 댓글들도 있었다.

-저런 거 막쓰면 잡혀가지 않음?

-그러게. 전차도 문제인데 헬기라니. 아무리 주인장이라도 이건 좀 막나가는 거 같은데...

-어차피 알카트뢰즈에 있을때도 전차사용했는데 무슨 상관임? 그때도 아무말 없었는데.

-그래도 저렇게 영상을 올리거나 하지는 않았음.

-어차피 대외도용 결전병기 아님? 애초에 외도 잡으라고 만든 무기로 외도를 잡는게 무슨 상관임?

-연합이 헌터들에게 무기를 안주는 이유를 생각해봐라. 저런거 들고 쳐들어 올까봐 그런거 아니냐.

-어차피 우주선이 아니면 상관없지 않음?

-주인장 우주선도 만들었을걸?

-그건 좀 후덜덜 하네.

헌터의 화기 사용. 이는 항상 준이 생각하던 문제였다. 총기가 아니니 상관없다는 말은 말장난에 불과했고, 어차피 위에서 걸고자 하면 걸 수 있었다. 준이 갤럭시에 전차를 팔아치운 것도 그 리스크를 분담하기 위해서였다.

‘조만간 엄청 모여들겠군.’

이 영상이 퍼지지 않을리 없다. 지금도 갤럭시와 새크리파이스에서는 델타스피릿을 주시하고 있었고, 이 영상을 보면 어떻게든 그 물건들을 가지고 싶어서 안달을 낼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준을 포섭하려 하겠지만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고, 결국 차선책이라도 필요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한 편입니다. 내일은 꼭 연참할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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