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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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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걸로 얼추 정리가 된건가.”
거의 삼십분간의 사투 끝에 거의 모든 외도를 제거할 수 있었다. 실드는 전개한지 10분만에 마나가 고갈되어 사라졌고, 그 다음 부터는 오직 니들건과 라이트세이버 만으로 근접외도들을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그 십분 동안 설상전차들은 갈기뱀들을 조준사격하여 모두 제거할 수 있었고, 근접외도들을 상대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염동력을 이용하는 니들건과,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도 엄청난 절삭력을 보여주는 라이트세이버는 노란색 외도를 상대하기에 충분한 화력을 뿜어내 주었다. 거기다가 살아남은 설상전차 네 대에서 뿜어내는 화력은 준보다도 훨씬 강력한 위력을 보이며 외도들을 쓸어담았다.
“조금 더 빨리... 아니. 아니다.”
막스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런 직업을 가진 이상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준이 일부러 늦게 온 것도 아니고 그 역시 치열한 전투를 마치고 지원을 온 것이다. 이것은 준의 탓을 할 일이 아니라, 불가항력적인 일이라고 해야했다.
“너무 쉽게 생각한 내 탓도 없는 건 아니야.”
솔직히 말해 설상전차와 헬기면 손쉽게 해치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놈들은 의외로 조직화 되어 있었고, 역할에 따라서 전투방식까지 다를 정도로 전술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인간의 그것처럼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훨씬 더 난이도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었다.
“일단 돌아가서 쉬고 싶은데.”
“아직, 전부 끝난 게 아니야.”
막스의 말에 준이 대답했다.
“뭐? 아직 놈들이 남아 있는 건가?”
“놈들의 둥지로 추정되는 건축물을 발견했어. 가까이 가봐야 알겠지만 그것도 유기생명체로 구성된 것 같아.”
“끙. 하지만 전차도 네 대밖에 없는데.”
“어차피 외도는 전부 정리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할거야.”
준의 말에 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죽은 전사자 두 사람의 시신을 수습하여 인벤토리에 넣고, 준은 인벤토리에 한 대 남았던 설상전차를 꺼내어 총 다섯대에 사람들을 나눠 태우고는 천천히 그 외도의 둥지를 향해 다가갔다. 설상전차의 내부는 공간확장으로 인해 몇사람이 타고도 남을 정도로 넓었기에 모든 사람이 타고가는데 문제는 없었다.
새로 꺼낸 전차의 운전은 파비앙이 맡았다. 준이 에피알게나스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무리어미의 존재에 대해서 아는 그녀이니 만큼 외도의 둥지에 대해서도 정보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헌데 그 피라미드 같은 건 대체 뭐지?”
“피라미드가 아니라 지구라트. 사각뿔 형태에 유기체로 만들어진 놈들의 둥지야.”
“역시 둥지가 맞았던 거군. 헌데 그런게 어째서 여기에 있는거지?”
“외도의 종류는 다양해. 그 중에서 집을 짓는 외도가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그 둥지의 역할은 뭐지? 어차피 외도는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하잖아. 굳이 둥지같은 걸 짓지 않아도 상관없을 텐데?”
“둥지는 번식을 위한 장치야. 그것이 존재함으로서 외도가 수를 불려나갈 수 있게 되는 거지.”
에피알게나스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까지 외도는 웜홀을 통해서 새로 생성되는 것들이 있었을지언정 생식을 통해 수를 불려나갈 수는 없다고 알려져왔다. 물론 준이 던전안에서 우로보로스의 알을 발견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던전안에서였다. 여전히 바깥세상에서 외도는 번식이 불가능한 생명체였다.
하지만 지구라트의 등장으로 그 말도 옛말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 하지만 그게 정말 가능한 일입니까? 믿을 수 없습니다.”
욘이 끼어들었다. 그로서는 에피알게나스라는 여자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꿈에도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되겠지. 그곳에 들어가보면 알 거 아닌가?”
“그, 그렇긴 합니다만...”
욘은 솔직히 그 안으로 들어가기가 싫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외도의 새로운 모습을 알 수도 있을 거라는 호기심도 일었다. 보고서에 올릴 한줄을 더 추가할 수 있다는 점도 꽤나 매력적인 일이었다.
“이왕이면 네가 같이 들어가 줬으면 해. 이런 사실은 나보다는 네가 보고하는 쪽이 신뢰도가 높을 테니까.”
사실상 무명인 준이 영상을 찍고 사진을 올리고 별 짓을 다해도 합성이라는 소리나 들을 게 뻔했다. 하지만 반시행성의 극지방 전진기지 작전대장이라는 직함은 공신력이라는 측면에서 준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장해 줄 것이다.
그가 올린 보고서는 진지하게 검토될 것이고, 앞으로 외도에 대항할 때에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직급만 아니었으면 이 녀석도 콱 던전으로 보내버리는 건데.’
사실 실버서퍼의 도발은 욘의 묵인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사실상 그가 조장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를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그가 가진 공식적인 직함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그는 이 지역의 책임자였고 그의 이름은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는 준보다는 영향력이 있었다.
“아. 저기 보이는 저건가?”
막스가 입을 열었다. 높이만 20미터에 달할 정도의 커다란 크기의 지구라트였다.
“미세하긴 하지만 확실히 계속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충분히 커진 상태는 아니야. 사실 보이는 것 보다는 그 아래쪽이 훨씬 더 깊은 편이지.”
“안에는 뭐가 있지?”
“말그대로 둥지야. 산란실이라던가, 휴식을 취하는 장소라던가.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버시어가 있는 경우도 있어.”
“오버시어?”
준이 되묻자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둥지 자체가 생명체라는 것은 알고 있지? 둥지가 일정규모 이상으로 자라게 되면 자아가 생기고, 일정 범위하의 외도를 의식만으로 조종을 할 수가 있어. 그들을 오버시어라고 칭해. 보통 지능이 낮은 외도에 비해 그들은 고도로 발달된 지능을 가지고 태어나지.”
“성장하는 녀석이라는 건가?”
준의 질문에 에피알게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놈들은 타고난 전략가라고 할 수 있어. 전투의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교활하게 병력들을 움직여 인간을 사냥하지.”
“외도가 군대가 된다는 거군.”
“그런 셈이지.”
에피알게나스는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어미만 해도 어려운 상대다. 하지만 오버시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직 이곳의 인간은 오버시어를 상대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
“아니길 빌어야지.”
이제 겨우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엑조틱 웨폰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이전세대의 무장에 비해 압도적인 성능을 보이긴 했지만, 아직 무리어미와 오버시어를 상대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그렇다고 펠로우쉽이나 델타폰의 보급이 많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펠로우쉽의 숫자를 늘려야 할까?’
지금은 굳이 무리해서 펠로우쉽의 숫자를 늘이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있었다. 수라드 행성과 알카트뢰즈 행성에서 빠르게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지만 전체 항성계에 비하면 그 수는 미미한 정도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정도 숫자의 펠로우쉽으로는 무리어미를 막는 것 조차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준의 몸이 여러개라 전 항성계의 외도들을 혼자힘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준은 일단 돌아가서 생각하기로 하고는 점점 가까워지는 지구라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생명체라는 사실을 강하게 입증하기라도 하려는 듯 주기적으로 꿈틀대고 있었다.
“숨을 쉬는 건가?”
“맞아.”
에피알게나스가 대답했다.
“그러면 저 둥지는 산소가 있는 행성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건가?”
“아니. 저 녀석들의 환경에 대한 적응력은 상당히 뛰어나. 만약 메탄행성이라면 메탄을 재료로 숨을 쉬겠지. 에너지화 할 수 있는 원소라면 뭐든지 받아들인다고 봐도 돼. 심지어 광합성만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둥지도 있을 정도니까.”
“편리한 녀석들 같으니. 인간인게 초라하게 느껴지는 군.”
“인간도 마찬가지잖아. 다만 그게 무기물로 제작하느냐, 유기물로 만드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약간은 자존심이 회복되는 군.”
준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전차에서 내렸다. 뭐가되었든 간에 안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지금부터 기록할 영상은 새크리파이스 뿐만이 아니라 가능한한 모든 매체에 돌릴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준은 둥지의 아래에 검게 흘러나오는 진물 같은 것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냥 죽은 세포덩어리야. 먹지만 않으면 괜찮으니까 밟아도 상관없어.”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잘 아는 군.”
“들어가 본적이 있으니까. 오버시어를 잡기 위한 탐사대에 참여한 적이 있어.”
“그래서 결과는?”
“절반의 희생을 바탕으로 적 오버시어를 잡을 수 있었지. 생명유지장치도 오버시어의 뇌를 분석해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 낸 거야. 놈들의 생체회복능력은 경이로울 정도니까.”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지구라트의 입구로 향했다. 그 입구는 두꺼운 막같은 것이 주름이 진 형태로 닫혀 있었다.
준은 닫힌 주름을 염동력을 이용해 양쪽으로 벌렸다.
쩌어억.
그러자 입구의 주름이 넓어지며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구멍이 만들어 졌다.
“입구가 생각보다 좁은 걸? 사람이야 지나가겠지만 외도는 어떻게 들어가는 거야?”
“주름은 지금보다 10배이상 넓어지게 되어 있어. 안쪽의 통로도 마찬가지야. 덩치가 큰 외도의 경우는 그저 몸을 집어넣으면 통로 안쪽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녀석들을 휴식처로 밀어서 보내는 역할을 하지.”
“저 꿈틀거리는 근육이 일종의 에스컬레이터인 모양이군.”
준은 불쾌한 기분을 감추지 않고 어두운 통로 안쪽으로 발을 디뎠다. 그 뒤로 델타스피릿의 사람들도 천천히 불을 밝히고 들어섰다.
“바닥이 꿀렁꿀렁한게 기분이 별로인데.”
막스가 입을 열었다.
“침입자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 같은데.”
“지구라트 안쪽에는 따로 공격수단이 없으니 외도만 조심하면 될 거야.”
“이렇게 좁은 데서?”
“외도가 나타나면 자동으로 넓어지게 되어있어. 아마 방어를 위해 몇 마리 정도는 남아 있을거야.”
에피알게나스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통로는 신축성 있는 주름진 막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과는 달리 외도는 나타나지 않은 채 삼십분간의 진입 끝에 넓은 공간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은 투명한 피막에 싸인 알 같은 것이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누가봐도 산란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인 풍경이었다.
“거의 이백개는 되는 거 같은데? 저게 다 부화되면 전부 노란색 외도가 되는 건가?”
“일부는 부화에 실패하거나 낮은 등급의 외도가 나오긴 하지만... 일단은 그래.”
“그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지. 막스. 전부 처리해.”
“오케이.”
막스가 손을 들자 뒤에 서있던 병사들이 니들건을 하나씩 꺼내들고는 알들을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
퍽! 퍼퍽!
니들건의 탄자가 알들을 향해 쏘아졌고, 알들은 누런 액체를 내뿜으며 터져나갔다. 그러자 발밑이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알을 깨부수니 화가 난 모양인데?”
“이곳을 지키는 외도가 없다는 건 방어능력이 없다고 봐도 될 거야. 오버시어의 존재도 없다고 봐야겠지.”
“그나마 다행이군.”
준은 계속해서 영상촬영을 하며 깨진 알들을 이리저리 뒤적였다. 그 안에는 확실히 외도의 유충으로 보이는 것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준은 니들건으로 일일이 그 녀석들의 숨통을 끊고나서 자동분류를 시전했다. 성체가 아니라 들어오는 경험치는 미미했지만, 유충이라고 할지라도 살려두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확인사살을 하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좋은 하루 되세엽. 전 자러 감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