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85화 (28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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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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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쏜 포탄은 폭발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거리와 위치를 가늠하기 위한 일종의 예광탄 같은 것인 모양이었다. 본격적으로 포격을 시작하자 놈들이 쏘아대는 배설물은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보이고 있었다.

마치 애벌레처럼 생긴 그 놈들은 몸을 꿈틀거리며 배설물을 끌어모으는 것으로 보였다.

콰앙! 쾅!

-전차 산개!

막스가 파티메시지를 통해 모든 전차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직 조작이 익숙하지는 않은지 이리저리 혼란스럽게 움직였지만 그래도 각자 속도를 높이거나 줄여 서로의 거리를 조금씩 벌려나갔다. 거리를 충분히 벌리자 막스는 다시 한번 포격명령을 내렸다.

콰콰콰쾅!

아홉 대의 전차가 일시에 불을 뿜자, 멀리 보이던 ‘포격벌레’들 중 두 마리가 폭발에 휘말려 터져나갔다. 다행히 방어력은 높지 않은 듯 보였다.

-할만해?

준이 묻자 막스가 곧바로 대답해왔다.

-움직이지 않는 물체라서 맞추기 어렵진 않은 것 같아. 그래도 피해가 생기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 할 것 같아.

-내가 좀 처리하지.

준은 헬기의 속도를 높여 그 벌레들을 향해 다가갔다. 육상형 외도들을 무시하고 포격벌레들을 향해 날아가던 준의 헬기에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치익!

“젠장. 이건 또 뭐야?”

공중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은 포격벌레들 만은 아니었다. 고개를 쳐들고 헬기를 향해 무언가를 쏘아보내는 녀석들이 또 있었던 것이다.

말갈기 같은 털이 달린 커다란 뱀이었는데, 독니에서 액체를 뿜어내고 있었다. 헬기에 닿을때마다 엄청난 기세로 부식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공격을 계속 받는다면 실드가 없는 공격헬기로서는 얼마버티지 못하고 추락하고 말 것이었다.

통합정보시스템에서도 녀석들의 이름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선 이 곳의 외도들은 전부 이전에 관측된 적 없는 녀석들이었다.

‘이 녀석들 무슨 군대처럼 움직이는 군.’

근거리외도들은 전방에, 원거리 외도들은 중간에, 그리고 가장 뒤에서 포격지원을 하는 포격외도들은 최후방에 위치한 채 이쪽의 공격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헬기가 습격을 했을 때 허둥지둥하는 모습과 달리 지금은 만반의 준비가 된 모습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전차를 끌고가서 공격할 걸 그랬나?’

괜히 셔틀로 공격해 놈들에게 경각심을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설상전차는 원거리에서 싸울 때 가장 큰 화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별 차이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폭격이 가능한 기체도 생각해야겠어.’

기관포로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폭탄을 투여할 수 있는 비행기를 이용해 선제공격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어쨌거나 그것은 다음 전투때부터 생각해야 할 문제였고 지금은 완전히 전투준비를 마친 놈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생각해야했다.

우우웅-

준은 황급히 회피기동을 하며 헬기의 방향을 돌렸다.

-공중공격이 가능한 외도들이 있다. 멀리 선회해서 갈테니까 일단 최대한 버텨봐.

-젠장. 알았어.

콰아앙!

포격벌레들의 숫자는 총 열 마리. 그중에서 두 마리가 죽었으니 총 여덟마리가 남은 셈이다. 준은 독액을 쏘아대는 뱀을 피해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움직었다. 그런 준을 향해 뱀들도 따라 움직이려 했지만, 곧 전면에서 짓쳐드는 설상전차의 움직임을 보고는 다시 머리를 돌렸다.

당장 준보다는 전차들이 더 위협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어그로는 잘 먹는 군.’

전차 아홉 대가 뿜어내는 화력이 너무 크다보니 외도들도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준은 뱀들의 공격이 멎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포격벌레들을 향해 직선으로 날기 시작했다.

‘1분.’

평시라면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처럼 쉴새없이 포격을 해대는 놈들이 있다보니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 준은 미리 헬파이어 미사일을 준비해놓고 벌레들이 사거리 안에 들자 그대로 버튼을 눌렀다.

피식!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총 여섯발의 헬파이어 미사일이 포격벌레들을 향해 날아갔다. 거리는 약 1km. 미사일의 사정거리안에 충분히 드는 거리였다. 미사일의 수만큼 타겟지정을 할 수 있었지만 혹여나 화력이 부족할까 싶어 한 마리에 두발씩 명중하도록 세팅을 한 상태였다.

슈우우우- 콰쾅!

“예쓰!”

정확하게 명중한 헬파이어 미사일이 포격벌레들의 몸을 터뜨리는데 성공했다. 한번의 공격으로 세 마리의 포격외도를 섬멸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다섯 마리. 남은 미사일은 총 여덟발이었다.

그것을 다시 두 개씩 나누어 네 마리를 향해 발사한 준은 마지막 한 마리를 향해 헬기를 움직였다. 남은 놈은 기관포로 처리할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약해 보이는 군요.”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욘이 입을 열었다. 헬파이어 미사일의 화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겨우 미사일 두방에 노란색 외도가 터져나간다는 것은 확실히 쉬운 감이 있었다. 사실상 실드가 무력화 된 외도의 방어력이 얼마나 형편없는 가를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따라할 생각은 하지마. 우리만 할 수 있는 거니까.”

“대체 어떻게 놈들의 실드를 뚫는 겁니까?”

“알려주면 따라할 수나 있을 것 같아?”

“그건...”

“조용히 보기나 하라고.”

어차피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도 적들의 실드를 깨부술 수 있는 무기들을 양산하고 있는 상태였다. 준의 입장에서도 더 이상 이런 무기들을 감출 이유가 없었고, 욘의 입을 통해 그 사실이 퍼져나간다면 앞으로 델타스피릿의 명성도 더 높아질 것이다.

물론 그를 노리고 공격을 해오는 놈들도 있긴 할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무적함선 알바트로스가 있기 때문에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이었다.

콰아아앙! 쾅! 콰앙!

네 마리의 포격벌레가 터지고, 준은 살아남은 놈의 근거리까지 접근해 기관포를 날렸다.

투타타타타-

20mm기관포에서 뿜어져 나오는 총탄에 의해 포격벌레의 몸이 숭숭 구멍이 뚫리며 누런 체액이 터져나왔다. 몸을 뒤틀며 고통을 호소하는 벌레를 보며 시미가 입을 열었다.

“으... 징그러워요.”

“확실히 가까이서 보니 징그럽긴 하네.”

10미터짜리 벌레가 터져나가는 모습은 혐오 그 자체였다. 지금이야 공중에 떠있으니 그나마 나았지만 저런 녀석을 코앞에서 보면 가까이 가는 것 자체가 고역일 듯 했다.

준은 호버링 한 상태로 계속해서 기관포를 날렸고, 놈은 거의 천여발을 얻어맞은 후에야 바닥에서 머리를 끄집어내고는 꿈틀거리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속도는 하품이 나올정도로 느렸고, 결국 녀석은 몸을 까뒤집고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헌데 녀석의 몸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려는 듯 울룩불룩하며 몸이 꿈틀거렸다.

“젠장.”

준은 황급히 헬기의 방향을 돌려 위치를 이탈했다. 하지만 준이 녀석에게서 충분히 멀어지기도 전에 엄청난 굉음과 함께 빛이 번득였다.

콰아아앙!

“큭!”

“꺄악!”

“윽!”

차례로 준, 시미, 욘이 신음을 터뜨렸다.

삐삐삐-

포격벌레가 죽으면서 일으킨 대폭발로 인해 헬기에 무리가 왔는지 비프음과 함께 헬기가 어지럽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 어지러요오!”

“젠장. 꼬리날개가 고장난 것 같아.”

“그, 그럼 어떻게 해요?”

“전부 뛰어내려야지.”

“헉? 나, 낙하산은 어디에 있습니까?”

욘이 준의 말에 깜작 놀라며 외쳤다.

“그런거 없어. 그냥 뛰어내려!”

“하, 하지만 뛰어내리면 죽습니다!”

“안죽어.”

준은 염동력을 이용해 욘을 헬기 바깥으로 던졌다. 갑작스레 자신의 몸이 강력한 힘에 의해 바깥으로 튕겨나가자 욘은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 결국 이렇게 죽일 셈이었습니까?!”

“거참. 시끄러운 놈이네. 에피!”

어지럽게 회전하는 헬기안에서도 그녀는 놀랍도록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준의 외침에 그녀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하더니 주저없이 헬기 밖으로 뛰어내렸다. 준은 쓰고 있던 헬멧을 벗어던지고는 고장난 헬기 전체를 인벤토리 안으로 집어넣었다.

순식간에 헬기가 사라지고 준의 몸도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래를 보니 거의 바닥에 추락하기 직전의 욘이 눈을 질끈 감고는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준은 녀석과 에피알게나스를 염동력을 받아 들이고는 중력제어를 이용해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허억. 허억. 허억.”

욘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말로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아랫도리도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준은 그에게 말을 건네는 대신 인벤토리에서 갈아입을 바지를 하나 꺼내어 던져주고는 에피알게나스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문제없어. 헌데 이제 어쩌지?”

그녀는 고개를 슥 돌려 주변을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포격벌레를 호위하던 근접 외도 몇몇이 준 일행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원거리 외도가 없다는 점이었다.

준은 일단 녀석들을 경계하며 막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쪽은 완료.

-그럼 지원 좀 해줘. 이거 아무래도 만만치 않아. 원거리에서 독을 쏘아대는 놈들 때문에 전차가 두 대나 파괴됐어.

-병사들은?

-다행히 살아있어. 풍운보가 있으니 쉽게 잡히지는 않을거야.

준이 풍운보를 펠로우쉽 사용자들에게 배울 수 있도록 한 것은 확실히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 외도의 속도가 보통 인간보다는 빠르지만, 풍운보를 시전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랐다. 어지간한 외도보다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빨리 처리하고 막스에게 가야겠군. 넌 저 녀석 좀 돌봐주고 있어.”

준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욘을 가리키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욘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에 손을 올리자 반쯤 정신이 나가있던 그가 번뜩 고개를 쳐들고는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 만지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순간 자신이 바지에 일을 봤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을 와락 구겼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에피알게나스 같은 미녀의 앞에서 그런 실수를 들킨 것이다.

하지만 욘이 자존감에 상처를 입던 말던 준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는 앞주머니에서 시미를 꺼내고는 바닥에 던졌다.

“윽. 여자를 그렇게 막 던져도 되는거에요?”

“일단 진화나 해. 저 녀석들 처리하려면 네 도움이 필요해.”

“내가 무슨 포X몬도 아니고...”

시미는 궁시렁거리면서도 빠르게 성장을 마쳤다. 준은 자신들을 향해 접근하는 외도들을 둘러보았다. 얼추 약 스무마리. 준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만 막스를 지원하기 위해서 이쪽을 빠르게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준은 외도들이 가장 많은 곳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가랏! 음파공격!”

“꺄아아아악!”

준의 명령에 맞추어 시미가 냅다 소리를 질렀다.

콰아아!

소닉붐처럼 느껴질 정도의 강렬한 음파가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며 전면으로 다가오던 외도들을 덮쳤다. 풍압만으로도 뒤로 밀려날 정도, 거기에 강력한 음파는 외도의 감각기관을 마비시켜 녀석들을 주저앉혔다.

“잘했어. 그럼 잠시 쉬고 있어.”

“헉헉. 사람을 포X몬 취급이나 하고.”

“엄밀히 말하면 사람보다는 포X몬에 가까운 걸.”

준은 키득거리며 외도들을 향해 달려갔다. 동시에 그의 오른 손에서 길다란 검이 뽑아져 나왔다. 빛으로 만들어진 검, 라이트세이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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