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84화 (28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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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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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준과 델타스피릿은 전진기지를 나섰다. 그들을 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욘만이 창백한 얼굴로 준을 따라나섰을 뿐이다. 그는 실버서퍼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 하면서도 눈앞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런 독자행동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델타스피릿에서 입을 피해에 대한 보상은 지급할 수 없습니다.”

“신경 꺼. 완수보상만 받으면 떠날테니까.”

“후. 알겠습니다. 일단은 제가 함께 있으면서 레이드의 현황을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얼마든지.”

작전대장이라고는 하지만 그가 적극적으로 작전을 입안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델타스피릿은 철저히 준의 계획에 의해 움직였다. 전원 셔틀에 탑승한 채 외도가 있는 지역까지 이동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 곳입니다. 저 분지지형이 무리어미의 드랍이 있었던 장소입니다.”

“엄청나군. 운석이라도 떨어진건가?”

“아닙니다. 얼음이다보니 대기권을 돌파하고 내려 온 무리어미의 열기에 녹아내린 것입니다.”

“무리어미는?”

“착지와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회용 셔틀이었던 셈이지요.”

“대기권 돌파가 무리였던 것일 수도 있겠지.”

준은 욘과 대화를 하며 스크린에 떠오른 영상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너비 100미터 깊이 20미터의 넓은 크레이터가 형성되어 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인근에 외도들이 무리를 이루어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 노란색 외도였고, 간간이 초록색 외도도 섞여 있었다. 파란색 외도는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아닌셈이었다.

“일단 축포 정도는 날려야 겠지?”

준은 셔틀을 조작하여 외도들의 머리위로 낮게 날았다. 미사일이나 폭탄을 싣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무기라고는 20mm기관포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외도들을 긴장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투타타타타!

셔틀이 비스듬히 하강하며 외도들을 향해 기관포를 난사했다. 분당 4000발을 쏠 수 있는 화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정작 장탄용량은 1000발 밖에는 되지 않아 적당히 끊어서 사용해야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준이 만든 무기의 특성상 떨어진 탄약은 금세 제작으로 보충할 수 있었다.

준은 그렇게 몇 번을 셔틀을 이용해 왔다갔다 하며 외도를 향해 총탄을 쏟아부었다.

“그... 이런식으로 외도를 잡을 수 있습니까?”

욘이 입을 열었다.

“눈으로 봐. 질문하지말고.”

준은 그렇게 말하며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지상의 목표를 공격하기 위한 용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제대로 정밀타격을 할 수는 없었지만 하강하며 쏘아대는 기관포만으로도 어느정도 외도들의 신체에 타격을 강하게 줄 수 있었다. 몇몇 붉은색 외도의 경우에는 몸을 관통당한 채 그대로 죽는 경우도 있었다.

“흠. 이정도면 대충 뿔뿔이 흩어졌겠지?”

어차피 이런 공격으로는 외도를 전부 죽일 수 없다. 준은 멍청한 얼굴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 욘을 자리에 앉히고 비교적 바닥이 평평한 곳에 셔틀을 착륙시켰다. 무리지어 돌아다니던 놈들을 몇 번의 공격으로 흩어지게 만들어 놓았으니 남은 것은 천천히 사냥을 하는 것 뿐이다.

치익-

모든 인원이 내리고 셔틀의 문이 닫히자 준은 그대로 셔틀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신기한 광경이다. 욘은 또다시 눈을 꿈뻑이며 준을 바라보았다. 준은 그런 그를 무시하고는 천천히 손에 든 엑조틱 검출기를 들어 근처의 외도를 탐색했다. 인근 1킬로미터 반경에 흩어져 있는 녀석들만 서른 마리가 넘었다.

이정도면 그야말로 외도의 밭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놈들은 대부분 노란색 외도. 준에게는 그다지 이득이 되지 않을지 몰라도 직원들에게는 꿀같은 경험치 원이었다.

‘인벤토리 개방.’

인벤토리를 열어 설상전차 아홉 대와 전투 헬기 한 대를 꺼내든 준은 펠로우쉽들과 파티를 맺고는 설상전차의 지휘를 막스에게 넘겼다.

“난 위에서 보고 있다가 위험해지는 녀석들이 있으면 지원할게.”

막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사들을 지휘하여 모두 설상전차에 태웠다. 이들 모두가 전차를 몰아본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인 조종훈련은 한 상태였고 조종법 자체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실전을 통해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쪽은 나랑 같이 가지. 위에서 보는게 낫겠지?”

“네? 네.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는 이곳에 오기전까지는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광경에 얼이 빠져 있었다. 셔틀을 탈때부터 그러했지만 설상전차 9대와 헬기가 나오는 시점에서는 거의 생각하기를 그만둔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에피알게나스도.”

“그래.”

준의 에스코트를 받아 에피알게나스가 헬기에 올랐다. 헬기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바깥에서 보던 것과는 확연히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건...”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자 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운 좋게 공간확장 특성이 붙었어. 설상전차에만 걸릴 줄 알았더니 여기에도 걸리더라고.”

“편해서 좋아.”

그녀는 헬기가 마음에 썩 드는 듯 편하게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욘이 멍하니 그런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가 준에게 한 소리를 듣고 허겁지겁 헬기 안으로 올라섰다.

준과 시미까지 모두 탑승하고 나자, 준이 조종간을 잡고 스위치를 올렸다.

“그럼 출발.”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처음에는 기관총 소리처럼 들리던 로터음이 거대한 방망이를 휘두르는 듯한 괴상한 소리로 변하더니 헬기가 훌쩍 허공으로 떠올랐다.

“꺄앗! 날았어요!”

시미가 신난다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호들갑 떨지마. 방금전까지 셔틀에 타고 있었잖아.”

“느낌이 다르잖아요. 이게 더 실감나는데요?”

“뭐, 그렇긴 하지.”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손가락을 튕겨 욘의 고개를 강제로 돌렸다. 시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 죄송합니다. 요정은 처음보는 터라.”

“그래. 그래도 그렇게 대놓고 쳐다보지는 말라고.”

준은 헬기를 움직여 설상전차들이 줄을 지어 움직이는 모습을 살폈다. 헬기 자체는 제트기용 항공유를 사용한다. 전진기지에 남아있던 항공유를 싹 쓸어왔기 때문에 보급만 반복적으로 해주면 앞으로 일주일 간은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콰앙!

준의 발 아래에서 포격소리가 터져나왔다.

“벌써 시작한 모양이군.”

아래쪽을 보자 전차들이 불을 뿜어내며 멀리보이는 외도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아무리 노란색 외도라도 전차포에는 버티기 힘들다. 체력이 비정상 적으로 높은 특이개체 몇을 제외하면 명중탄 한두방에 죽여버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아직 조종이 미숙한 때문인지 정확하게 맞추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충분한 위협은 되었는지 외도들도 섣불리 다가오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차들이 일렬로 움직이며 근접하자 외도들도 견디지 못하고 마주 돌격하기 시작했다. 정면으로 달려오는 적만큼이나 맞추기 쉬운 적도 없다. 막스의 명령에 따라 9기의 전차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고, 전차포를 피한 녀석들은 이어지는 동축기관총의 난사에 하나둘 씩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덜컹.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려나 싶은 순간, 설상전차중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있던 전차가 갈라진 얼음지형에 그만 끼여버렸다. 포격에 집중하느라 미처 앞에 있던 균열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어지간한 너비라면 무한궤도의 특성상 어렵지 않게 올라올 수 있지만, 이번 것은 쉽게 중심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그리고 그 낙오된 전차를 향해 노란색 외도 두 마리가 접근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라곤 동축기관총 뿐. 하지만 포격의 지원없는 기관총난사는 노란색 외도들에게 그리 큰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우웅-

준은 헬기를 조종하여 낙오된 전차를 향해 헬기를 몰았다. 시끄러운 로터음과 함께 외도들의 시선이 준이 타고 있는 헬기로 향했다.

딸깍!

‘락온.’

준은 전차에서 가장 가까운 외도에게 레이더를 맞추고 조종간에 달려있는 붉은색 스위치를 눌렀다.

푸슉!

쐐애액!

고폭탄이 잔뜩 실려있는 대전차용 미사일이 외도를 향해 날아갔다.

콰아앙!

“이럴수가...”

욘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의 외도사냥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능력을 이용한 전근대적인 방식의 전투였다. 검과 마법, 활과 화살을 이용한 비효율 적인 사냥방식은 그만큼의 희생을 필요로 했고, 현대의 결정체 산업은 헌터들의 피를 먹고 성장해 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그의 상식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그야말로 엄청난 결정체를 뽑아낼 수 있어.’

욘은 자신이 바로 얼마전까지 준을 적대시 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는 레이드 산업에 새 지평을 열고 있는 현장을 유심히 살폈다. 지금 보고 듣는 것 하나하나가 자신을 더 높은 자리까지 끌어올려줄 것이라는 본능적인 생각이 들었다.

슈우욱!

두 번째 대전차 미사일이 외도에 명중하고, 낙오된 전차는 가까스로 균열에서 빠져나와 전차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빠르게 달렸다. 준은 헬기를 조종하여 다시금 전차 대열의 위에서 호위하듯 맴돌았다.

“흠...”

준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처리한 외도의 숫자는 대략 열 다섯 정도. 전차와 헬기의 양동작전은 최소한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

티잉!

“읏...!”

그때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가며 헬기가 크게 흔들렸다. 준은 황급히 조종간을 움직이며 헬기를 때린 녀석을 찾았다. 그리고 준의 천리안에 걸려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거의 2킬로미터 구간에서 바닥에 몸을 고정한 채 이쪽으로 커다란 입처럼 보이는 것을 내밀고 있는 대형 외도가 보였다. 크기는 대략 10여미터. 덩치로 보아선 최소 노란색 외도일 것으로 추정되는 녀석은 기존의 외도와 달리 감각기관이 전혀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헬기를 향해 누런 색의 타액을 발사했다.

쉬이잉!

‘저게 뭐야?’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땅속에 몸을 절반쯤 파묻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그 외도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타액은, 대기를 지나며 짧은 시간에 경화되어 헬기에 제법 데미지를 입히고 있었다.

“쳇. 젠장. 이런 장거리공격을 하는 외도가 있었나?”

준이 기억하기로는 없었다. 적과 자신과의 거리는 거의 2km. 저격수가 아니고서야 이런 거리에서 정확하게 물체를 맞출 수는 없다.

‘정확도를 높인 대신 위력을 줄인건가?’

그렇다해도 무시할 수 있는 데미지는 아니었다. 첫발은 살짝 빗나가면서 튕겨나갔지만 만약 그 타액 공격에 헬기의 로터부분이 맞기라도 한다면 그냥 추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투웅! 퉁!

그리고 하나둘 씩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꽁지를 내미는 외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입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사실 항문이이었던 것이다.

“이 자식들. 배설물을 쏴대고 있었던 건가?”

후웅!

준의 목소리와 함께 헬기의 바로 옆으로 그 배설물이 스치고 지나갔다.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수놓은 그 배설물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며 큰 소리로 폭발했다.

콰아앙!

“젠장. 뭐 저런 녀석들이...”

대공포의 역할을 하는 줄 알았더니 이제보니 대포나 다름없었다. 녀석들은 폭발성 배설물을 발사해 수킬로 미터 바깥에 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외도였던 것이다.

-막스! 저 이상한 벌레들 보여?

-아니. 뭔가 휙휙 날아가면서 폭발하는 건 알겠는데...

-펠로우쉽 지도에 적들의 위치를 찍어둘게. 일종의 장거리포격을 하는 외도인 것 같아.

-오케이. 그나저나 별의별 괴물들이 다나오는 구만. 기껏 이쪽에서 압도적인 화력을 갖추

었다고 생각했더니 말이야.

-투덜 거릴 시간에 포격부터 하라고. 지금은 완전히 내가 타겟이 된 것 같으니까.

-옛서!

콰아앙! 쾅! 콰앙!

막스의 명령이 떨어졌는지, 설상전차들의 포신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 작품 후기 ============================

한주의 시작이네요. 화이팅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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