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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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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준 알스버그의 능력은 기이하다 할 만했다. 단순한 마법사로 보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소환사같지도 않았다. 주 기술은 염동력을 이용해 수십개의 총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인 듯 한데, 동시에 저런 커다란 건물을 순식간에 지어 올리는 것은 또 염동력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어쨌든 그 모든 것은 준을 잡고 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를 수하로 쓸 수 있다면 실버서퍼의 힘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힐러만 건질 수 있어도 좋겠지.’
실버서퍼에도 힐러는 있다. 하지만 힐러의 숫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어디든지 간에 힐러는 중요한 존재였고, 그들의 숫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레이드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니 만큼 얻을 수 있을 때 얻어두어야 했다.
“지금부터 최대한 빠르게 움직인다. 반대편이 전멸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놈을 잡아야 이 싸움을 끝낼 수 있다!”
“오오!”
멜기오스가 크게 외치며 달리기 시작하자, 곧 바로 실버서퍼와 그를 따르는 오십의 헌터들이 달렸다.
‘그나마 전차가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아 다행이군.’
멜기오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준을 향해 내딛는 발을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저 녀석이 대장인가.”
준은 가장앞에서 달려오는 멜기오스를 보며 어떻게 녀석들을 요리할까 고민했다. 일단은 녀석들의 돌격을 저지해야했다. 아무리 준이 강하다 하더라도 오십의 헌터들이 전력으로 돌격하면 곤란한 것은 사실이었다.
근접기술이 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수를 상대하기에는 니들건 난사만큼 좋은 게 없기 때문이었다.
‘인벤토리 개방.’
준이 손을 들어올리자 준의 뒷공간이 일렁이며 니들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후안을 상대할 때는 겨우 서른개 정도였지만, 지금은 수가 많으니 만큼 한꺼번에 백개의 니들건을 꺼내들었다.
“뭐, 뭐야? 수가 훨씬 많잖아?”
헬로스가 당황한 듯 외쳤다. 듣기로는 겨우 서른개 정도라고 했는데 눈앞에 보이는 숫자는 적어도 그 세 배는 되어 보였다. 당황한 것은 헬로스 뿐만은 아니었다. 일행의 돌격속도가 늦춰지는 듯 하자 멜기오스가 침착하게 독려했다.
“서른개든 백개든 앞에서 막을 테니까 최대한 빠르게 돌격해! 헬로스! 샬럿! 전부 내 옆에 일렬로 서!”
“킁. 알았어!”
멜기오스의 곁에 두 명이 나란히 섰다. 세명의 상급전사가 선두에 서서 니들건의 공격을 막아낼 생각인 모양이었다.
준은 나름대로 감탄을 하며 그들의 움직임을 눈여겨 보았다. 애초에 이런 상황을 가정하고 나름대로 머리를 짜낸 것이리라. 어쨌거나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의 수인 것만은 분명했다.
“나름 노력했으니. 잠시 놀아주지.”
준은 염동력을 이용해 일제히 니들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분당 200발을 쏘아보내는 니들건 100기가 화력을 쏟아붇자, 그야말로 쇠못의 소나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화망이 구성되며 헌터들이 머리위로 쏟아졌다.
티티티팅!
“으아아!”
“내, 눈! 눈!”
“억!”
상당수의 탄자들은 상급헌터 삼인방이 형성하는 검막에 의해 튕겨나갔지만, 그럼에도 모든 탄환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들이 준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하는 사이 열댓명의 헌터들이 여기저기 대못이 박힌 채 나뒹굴었다.
콰콰콰콰!
한차례 폭풍같던 대못세례가 지나간 후, 재장전의 시간동안 멜기오스와 그 일행들은 준의 코앞까지 다가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곧바로 준에게 접근할 수는 없었다. 그 앞을 가로막고 있는 대흉근과 골렘형제들 때문이었다.
“뭐야! 네 마리나 되잖아? 한 마리라며! 젠장. 그자식의 말은 맞는게 하나도 없잖아!”
헬로스가 다시 한번 경악하며 외쳤다.
“힘을 감추었다는 이야기겠지.”
멜기오스도 여기서는 할말을 잃은 듯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한 마리만 해도 상대하기 까다로울 텐데 네 마리나 되는 골렘들을 상대하면서 준을 물리칠 방도를 찾아야 하니 난이도로만 따지면 파란색 외도를 상대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었다.
“젠장. 일단 뚫어보자고!”
헬로스가 훌쩍 날아오르며 거대한 기둥을 휘둘렀다. 통짜 강철로 만들어진 그 기둥은, 두께만 30센티가 넘고 길이는 거의 2미터에 달했다. 그것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것 자체가 그의 근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알게 해 주었다. 아무리 대흉근이라고 할지라도 저런 무식한 무기에 공격을 당하게 되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쩌엉!
“큭!”
하지만 대흉근은 가만히 서 있는 석상이 아니었다. 점프해 공격해 오는 헬로스의 기둥을 그대로 주먹으로 맞받아 치자, 귀를 찢는 듯한 소음과 함께 헬로스의 몸이 십여미터나 뒤로 날아가버렸다. 서로의 힘과 힘이 충돌하게 되면 체중이 무거운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마련이었고, 그 간단한 사실을 몰랐던 헬로스로서는 낭패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젠장!”
헬로스는 가까스로 바닥에 착지하고는 다시 달려들었다. 그사이 멜기오스와 또다른 상급헌터인 살롯이 대흉근에게 공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머지 헌터들도 나머지 골렘들과 전투를 시작했다.
“이 녀석들 초록색 외도다!”
“뭐라고? 그런놈이 여기에 왜 있는거야?”
멜기오스가 외쳤고,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이들이 하나같이 욕설을 뱉었다. 물론 상급헌터가 섞여 있는 레이드 팀이면 초록색 외도정도는 어떻게든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초록색 외도 뒤에 준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른 것이다. 골렘의 압도적인 방어력으로 인해 도저히 그에게 접근할 수 없었고, 그는 상급헌터들 조차 곤란하게 만들 정도의 원거리 딜링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서른 아홉명이 남은 건가...”
골렘들의 뒤에서 헌터들의 숫자를 헤아리던 준이 완전히 재장전 된 니들건을 띄워놓고는 다시 한번 탄환의 비를 퍼부었다.
“또 시작이다!”
“젠장! 피해!”
“어떻게 피하라고!”
“이건 말도 안돼!”
하지만 처음 멜기오스 일행이 검막을 형성해주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훨씬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두 번째의 니들건 세례가 지나가자, 남은 것은 십여명 뿐이었다. 면면의 실력을 보니 모두 상급헌터로 추정되었다.
“이제 쭉정이는 모두 걸러진 셈인가?”
“네놈... 사람을 대체 뭘로 생각하고...”
멜기오스가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준은 가소롭다는 듯 대답했다.
“피해자 인 척 하지 말라고. 결국 그쪽에서 사고를 안쳤으면 없었을 일이야.”
“네놈들이 먼저 우리를 공격한게 아니란 말이냐?”
“욘이 제대로 설명을 안해준 모양이구만. 후안이라는 녀석이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숙소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고개를 숙여야 하나?”
“그러면 그깟 숙소 때문에 사람들을 이렇게 죽인다는 건가?”
“말은 똑바로 해야지. 사람들을 끌고 온 건 너라고. 실버서퍼만 해산하고 끝날 수 있었던 일을 키운 건 네놈이야. 하여튼 어딜가나 자기가 잘못한 놈은 없다지만 네놈들은 좀 너무 뻔뻔한거 아니냐?”
“크읏.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을까?”
“당장 골렘부터 뚫지 그래?”
준이 피식 웃음을 흘리자, 멜기오스가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뭐하려는 거야?”
“이것까지 쓰고 싶진 않았는데...”
그가 품에서 손을 꺼내자, 그의 손에 들린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다름아닌 추적수류탄이었다. 정해진 타깃을 향해 날아가 근거리에서 폭발하는 물건으로 헌터들에게는 반입이 금지된 물건이었다.
“가지가지 하는군. 헌터라는 녀석이 화기에 의존하다니.”
“그런 이야기는 저승에 가서 하시지.”
딸깍!
그는 수류탄의 뚜껑을 열고 붉은 색의 레이저를 이용해 목표설정을 준으로 맞추고는 그대로 허공에 집어던졌다. 폭발반경이 10여미터에 달하기 때문에 도망친다고 해도 인간의 걸음으로는 도저히 피해갈 수 없었다.
쉬이이익-
처음에 천천히 허공으로 떠오른 추적수류탄은 곧 준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른 속도로 하강했다. 준은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손을 들어올렸다. 어차피 EX필드로 인해 피해를 입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개발한 물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만일 엑조틱 에너지 폭풍을 일으키는 수류탄이라면 가만히 있다가는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
‘항력전개.’
시어도어 대령의 능력인 항력전개는 물리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엑조틱 에너지의 의한 피해도 막아낼 수 있었다. 물론 만능은 아니었다. 일정 화력 이상의 마나나 엑조틱 에너지를 이용한 공격이 들어오면 준의 마나와 상쇄되며 준의 마나가 고갈되게 되면 그 이후의 피해는 막아낼 수 없는 것이다.
콰아아앙!
손바닥 만한 수류탄에서 일어난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가공할 폭발이 준과 준의 주변을 휩쓸었다. 그 바로 뒤에서 포격을 하고 있던 설상전차가 들썩일 정도의 폭발력이었으니, 어쩌면 델타스피릿의 직원들 중에서도 부상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으음...’
생각보다 폭발력은 강했다. 준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마나가 천 가까이 날아간 것을 확인하고는 항력전개를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예상대로 이 물건은 보통의 수류탄이 아니라 결정체를 정제하여 만든 폭발물이었던 것이다.
‘이정도까지 결정체 폭탄을 상용화 하다니... 나도 방심할 수만은 없겠군.’
준의 속마음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멜기오스는 크게 당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그 수류탄 얼마주고 산건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효과는 없는 듯 하군.”
“설마... 초록색 외도도 한방에 날릴 수 있을거라고 했는데...”
“아닌 모양이지. 대흉근. 구경만 할거냐? 얼른 처리해.”
-저놈 세다. 나 혼자 못잡는다.
“투정부리기는...”
준은 툴툴거리며 니들건을 전부 인벤토리에 넣었다. 니들건만으로도 놈들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탄환이 아까웠다. 1EP에 천발짜리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공짜는 아니었고 그걸로 녀석들을 잡기위해서는 시간도 오래걸릴 것 같기 때문이었다.
“라이트세이버.”
준은 오른 손을 쭉 뻗어 빛의 검을 뽑아내었다.
‘일단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상급헌터들은 귀중한 자원이다. 죽이기보다는 던전에 넣어 두는 것이 이득이라는 생각에 준은 라이트 세이버를 둔기 형태로 바꾸었다.
우우웅-
그러자 빛의 검이 형태를 바꾸더니 니들리스 스패너와 비슷한 형태로 바뀌었다. 준의 심상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익숙한 무기형태가 된 것이다.
준은 멜기오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죽이지는 않을게.”
탓!
준의 몸이 순간적으로 잔상을 남기며 멜기오스를 향해 도약했다. 대흉근의 움직임을 신경쓰느라 순간적으로 준의 모습을 놓친 멜기오스는 눈깜빡할 순간에 자신의 코앞에 당도한 준을 보고는 대경하며 뒤로 몸을 날렸다.
“어딜!”
툭!
준이 순간적으로 다리를 뻗어 멜기오스의 다리를 걸자, 녀석의 중심이 흐트러지며 순간적으로 허리가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준은 거기에다 둔기화 된 라이트세이버를 꽂아 넣었다.
뻐엉!
마치 가죽북을 치는 것과 같은 소리와 함께 멜기오스의 몸이 절반으로 접히며 그대로 바닥에 꽂혔다. 척추가 완전히 부러져,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형태로 접힌 멜기오스를 보며 준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이거 너무 강한데...?’
아무리 그래도 상급헌터를 일격에 죽여버릴 정도의 위력을 보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준은 약간 당황한 얼굴로 등과 허벅지가 완전히 맞닿아 기괴한 형태로 접혀 있는 멜기오스를 내려다보았다.
“커헉! 쿨럭!”
다행이라고 할까, 멜기오스는 그 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피를 토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보통의 인간, 아니 어지간한 헌터라도 방금의 일격에는 즉사했을 것이다.
“에피알게나스! 이 녀석 좀!”
허리가 접힌채 피를 토하는 상황. 피속에는 부서진 내장이 뒤섞여 있었다. 겨우 목숨이 붙어있긴 했지만 곧 죽을 거라는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이 개자식이!”
헬로스가 멍하니 있다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준을 향해 달려왔다. 커다란 기둥을 어깨에 메고 달려오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압적이었지만, 그 역시 뒤에서 달려드는 골렘1호에 의해 땅바닥에 그대로 못처럼 박혀들었다.
쿵!
“컥!”
“이놈이나 저놈이다. 상급헌터 쯤 되니 생명력들 하나는 끝장나는 군.”
헬로스는 달리던 그대로 골렘 1호의 내려찍기에 무방비로 당했다. 망치로 못을 박듯, 그대로 땅속에 틀어박히고서도 아직 살아있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멜기오스와 헬로스가 그렇게 허망하게 당하자 다른 헌터들은 주춤거리며 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실버서퍼의 일원인 샬롯조차도 더 이상 공격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죽기 일보 직전의 두사람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뒤쪽에 서 있던 에피알게나스가 황급히 준의 곁으로 다가왔다. 준은 이미 정신을 잃고 피거품을 물고 있는 멜기오스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 사람부터 치료해줘.”
끄덕.
그녀는 별말없이 그의 곁에 앉아 손을 가져다 대었다. 저 정도로 망가진 인간을 치료할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멀쩡하게 멜기오스를 되살려내는 모습을 보며 준은 속으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할머니 생신이라 본가로 급히 내려가는 와중에 납치를 당해 강제휴가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계곡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가 차타고 30분을 나가야 해서 도저히 연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금도 겨우 차를 얻어타고 나와 피시방에서 작업을 하는 중입니다ㅠㅠ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가 한계고요. 내일도 아마 글을 올리긴 힘들 듯 합니다. 정상적인 연재는 월요일 부터 재개하겠습니다.
매번 공지 없이 휴재하는 점 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전 이만 다시 강제휴가지로 끌려갑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