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81화 (28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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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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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과 델타스피릿 전원은 대형 얼음집에 있었다. 괜히 따로 있다가 습격이라도 당해 쓸데없는 피해가 생길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얼음집이라고는 하지만 가만히 있으려니 추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내부온도를 올릴 겸 화로를 하나 만들었는데, 그러고 나니 연기를 뺄 곳이 필요했고, 굴뚝을 만들고 나니 또 이것저것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실버서퍼의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준은 대형얼음집에 내부를 조금씩 채워나갔고, 그 덕에 델타스피릿의 사람들은 자주보기 힘든 구경거리를 만끽할 수 있었다.

“대장. 헌데 건축기술만 있으면 정말 저렇게 할 수 있는 건가요?”

파비앙이 막스를 향해 물었다.

“아서라. 저거 저놈이 특이한거야. 건축기술이라고 해도 조그만 흙집 정도를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숙련되면 조금 더 나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저건 다 저 녀석이 특이한 거라고.”

“레벨이 높기 때문인가요?”

“아니. 그 이전의 문제지.”

막스의 말에 파비앙이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들 중에서 펠로우쉽이 준의 작품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애초에 인간의 능력을 수치화하고 등급제 하여 수월하게 능력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힘. 그 힘의 근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만큼 다른 사람에 비해 그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차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뿐, 하지만 막스도 그다지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펠로우쉽과 준의 결정적인 차이는 델타의 본체, 그리고 시스템의 유무였다. 델타의 본체가 있는 만큼 연산이 훨씬 수월해져 같은 제작기술이라도 훨씬 더 효율좋게 사용할 수 있고, 시스템의 존재는 어려운 계산을 대신 맡겨 제작시간을 단축 시킬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득이 있었지만 어쨌든 결론은 펠로우쉽과 델타시스템의 차이가 단순한 출력외에도 많다는 점이다.

“오오. 저건 조각상이네요. 저런 것도 만들 수 있었나요?”

파비앙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얼음 집 내부에 기둥을 대신할 커다란 얼음상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익숙한 얼굴이었다.

“저거 루나같은데?”

“그러네요. 사모님 얼굴을 이런데 조각하다니. 사랑이 깊으신 모양입니다.”

파비앙이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무렵 준은 완성된 얼음상 앞에 서서 사진을 찍어 루나에게 보내었다. 아무래도 너무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린터에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연락이 왔다.

-쓸데없는 짓 말고 얼른 끝내고 돌아오기나 해요.

-나름 애쓴 건데.

-어차피 제작으로 만든거잖아요? 뭐, 그래도 기왕이면 올 때 챙겨와요. 엘라가 좋아하겠네요. 갈아서 빙수나 만들어야겠어요.

-그래도 가는 건 일단 보류해. 이거 생각보다 쓸모가 있는 것 같거든.

준은 그렇게 말하며 정보창을 열었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선물로 만든 얼음상이었다. 헌데 제작품이다 보니 거기에 의외의 능력이 붙어버린 것이다.

섬세하게 제작된 얼음상(B급)

돌발적인 아이디어에 의해 생성된 얼음조각입니다. 보는 이들은 그 크기와 선명함에 압도되어 자신도 모르게 서늘함을 느낄 것입니다. 녹는점이 40도로 조정됩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반경 100미터 안쪽의 기온이 5도가량 낮아집니다.

-건축과 제작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술 ‘조각’을 얻었습니다. 초급에서는 간단한 재료를 통해 조각상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각 조각상은 특수한 능력을 가집니다.

“그나저나 좀 추워진 것 같지 않아?”

막스가 어깨를 감싸며 입을 열었다. 화로를 놓으며 약간이나마 올랐단 실내온도가 다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파비앙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저 조각상이 만들어진 다음부터인 것 같은데요. 갑자기 커다란 얼음이 생겨서 그런건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긴한데... 준. 실내온도가 약간 떨어진 것 같은데?”

“아아. 잠깐만 기다려봐.”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커다란 조각상을 인벤토리 안에 집어 넣었다. 기둥역할을 겸하고 있었기에 대신 평범한 기둥 하나를 그 자리에 채워넣었다. 그러자 다시 이글루내의 온도가 조금 올라갔다.

“확실히 저 조각상 때문이 맞는 것 같군.”

막스의 말에 준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근처에 있으면 온도가 떨어지는 조각상이야. 알파시티에 가져다 놓으면 좋을 것같아.”

“얼음이잖아. 녹지 않을까?”

“아마 괜찮을거야. 40도 이하에서는 녹지 않는다고 하니까. 그 동네가 그렇게까지 더울일은 없잖아?”

“별걸 다 만드시는 구만.”

막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조각기술이라나봐. 심심할때마다 이것저것 만들어 두면 광역버프를 줄 수 있는 기술인 것 같아. 도시를 만들 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어쨌거나 나쁠 건 없군. 배가 아파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뭐, 다 운이지.”

“운같은 소리하네. 그 놈의 운은 왜 너한테만 가는 거냐!”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눠주는 거 아니겠냐. 불평할 시간 있으면 다들 운을 쟁취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끙. 말이나 못하면.”

막스의 말에 준이 웃음을 흘렸다. 어쨌거나 그리 대단한 기술은 아닐지 몰라도, 새로운 제작기술 하나를 더 추가로 얻었다는 것은 기념할 만한 일이었다.

거기다가 기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도 큰 성과였다. 제작과 건축이라는, 전혀 다르게 보이는 두 기술에서 조각기술을 뽑아내었다면 다른 기술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쿠웅!

그때 큰 소리와 함께 얼음집이 크게 흔들렸다. 준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뭐, 뭐야?”

막스가 입을 열자 준이 대답했다.

“뭐긴뭐야? 이 안으로 들어오기 싫다는 거지. 혹시 함정이라도 있는거 아닐까 하고 바깥에서 얼음집을 깨부수려는 거야.”

“뭐? 상급헌터들이나 되는 놈들이 함정을 두려워 한다는 거야?”

“일단 후안이 잡혔으니 그럴만도 하지. 하지만 이렇게 공들여서 만들어 놓았는데 밖에 나가기는 싫은데 말이지...”

바깥의 온도는 영하 30도를 밑돈다. 어차피 안에서 싸우나 밖에서 싸우나 결과는 별로 달라질 것도 없는데 괜히 추운 곳에서 고생하기는 싫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벽을 뚫을 기세였다. 준은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입구로 향했다. 그의 뒤를 델타스피릿의 병사들이 따랐다.

“후. 이것들이 단체로 약을 먹었나...”

이글루 밖으로 나온 준은 백여명이 넘는 헌터들의 모습을 보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실버서퍼만 올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들은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헌터들을 동원한 것이다.

“네 이놈! 감히 이곳에서 살인을 저질렀으니 그에 대한 합당한 벌을 받을 준비는 됐겠지?”

처음보는 덩치 큰 사내가 준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런 날씨에 저렇게 큰 소리로 외치다니, 혈기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며 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다지 입을 열어 말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너무 춥다.

“으... 대답조차 하지 않는거냐! 내 동료들의 원한은 지금 이 자리에서 갚아주겠다.”

쿠웅!

헬로스는 들고 있던 커다란 기둥을 바닥에 쾅 내리찍었다. 그러자 마치 얼음으로 만들어진 대지가 물결처럼 일렁이더니 준에게로 향했다.

‘충격파인가.’

피하려면 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준은 그 자리에서 피하는 대신, 발로 땅을 찍었다.

쿠웅!

그러자 준에게서 똑같은 충격파가 퍼지더니 헬로스가 보낸 충격파 중간에서 만나 서로 큰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콰지직! 쩌저적!

그러자 마치 땅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실버서퍼측의 헌터들과 준 일행의 사이에 거대한 크레바스가 생성되었다.

“헉?”

준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니가 저질러 놓고는 왜 놀라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막스가 핀잔을 주자 준이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저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빙 돌아서 가야했는데 그게 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닌 것이다.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 길을 갈라버린 것인가?”

멜기오스가 입을 열었다. 귀가밝은 준이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어쩌다보니 이렇게 된건데.”

하지만 준의 목소리를 작았고, 두 집단 사이의 거리는 20여미터. 그들은 잠시 자신들끼리 뭐라고 쑥덕이더니 양측으로 나뉘어 크레바스의 양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사실 헌터들인 만큼 3~4미터 정도의 균열은 뛰어서 넘어도 되는 일이었지만 혹시라도 그 사이 준이 공격을 하게 되면 곤란해지게 되니 내린 결정이었다.

아무리 헌터라도 점프중에는 원거리 공격에 취약해 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할까?”

“나한테 묻지마 네가 저질렀으니까.”

“후. 나야 고맙긴 하지만 지금도 던전안이 꽤 비좁을텐데.”

준이 굳이 후안과 다른 헌터들을 죽이지 않은 것은 그러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행성을 개척해 거기에서 경험치를 뽑아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실력이 뛰어난 헌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준에게는 이득이었다.

게다가 던전안에서 생활하며 나름의 질서가 생겼다면 더욱더 컨트롤하기가 쉬웠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백여명의 헌터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앞에 나타나 잡아가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으니 준의 입장에서는 잘 쓸어담아서 던전안에 넣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흠. 어쨌든 수가 좀 많긴 한데...’

양쪽으로 50명씩 몰려오고 있으니 먼저 한쪽을 처리하면 될 것 같았다. 준은 인벤토리에서 설상차를 한 대 꺼내었다.

쿵.

지축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포가 달린 전차가 나타나니 이쪽으로 진군하던 헌터들의 걸음이 일순간 멈췄다.

“막스. 이걸로 왼쪽에서 오는 애들 겁좀 주고 있어.”

“저쪽에서 오는 놈들은?”

“그쪽은 내가 처리할게.”

“이왕 쓸거면 한 대 더 줘. 혹시 모르니까.”

“쩝. 알았어. 여기가 좁아서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글루의 앞에서 크레바스까지는 약 10여미터. 그 사이 두 대의 설상전차가 자리를 잡으니 제대로 기동할 공간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쪽에서는 겁만 주고 접근하지 못하게만 하면 되니까 오히려 화력이 높은 편이 나을 것 같다는 막스의 판단에도 일리는 있었다.

“흠... 허공에서 물건을 꺼낸다고 하더니. 저런 큰 물건도 가능한 거였군.”

멜기오스가 신음성을 흘렸다. 델타스피릿에서 전차로 보이는 것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글루에는 보이지 않았다기에 다른 곳에 넣어둔 줄 알았더니 아공간에 감춰둔 모양이었다.

“젠장. 저거 위험하지 않겠어? 두 대라고는 하지만 포격을 시작하면 버티지 못할텐데.”

헬로스가 입을 열었다.

“우리쪽에는 배치되지 않는 걸로 봐서는 지금은 두 대 이상은 사용할 수 없는 모양이다. 우리쪽에서 먼저 저 자를 잡으면 되는 일이야.”

“사로잡을 건가? 죽이지 않고?”

“후안과 나머지 사람들의 행방을 찾아야지. 그리고 겸사겸사 녀석의 능력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으면 좋고.”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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