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80화 (28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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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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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무슨...?”

후안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집어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수십개의 총기들에서 엄청난 수의 탄환이 비오듯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티티팅!

처음 얼마간은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었다. 정신없이 날아드는 탄환을 튕겨내며 칼춤을 추자 그의 반경 1미터 안쪽으로 검막이 형성되며 모든 투사체를 막아낼 수 있었다.

“오...”

준이 제법이라는 느낌으로 그를 쳐다보며 감탄사를 흘렸다. 잠시 니들건의 탄창을 갈기 위해 공격이 멈추었고, 후안은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총기를 사용하다니. 헌터라는 녀석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총이라니. 말은 똑바로 하셔야지. 너는 네가 튕겨낸게 뭔지도 모르는 건가?”

그제서야 후안은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대못인가...?”“그래. 내 회심의 제작품이지. 그럼 2차로 간다. 언제까지 막아내나 보지.”

쏴아아아!

다시한번 빗줄기처럼 탄환을 쏟아붓자, 후안의 손놀림이 또다시 어지럽게 허공을 수놓았다. 수십개의 니들건에서 쏟아붓는 탄환을 그럭저럭 막아내는 것을 보며 준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상급헌터라 그런지 실력하나는 확실하군.”

솔직히 준 자신이라도 이정도의 탄막아래에서 버텨낼 자신은 없었다. 탄환 하나하나는 소량의 엑조틱에너지와 준의 마나가 뒤섞여 상당한 관통력과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저렇게 튕겨낼때마다 상당한 부하가 몸에 걸리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후안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그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대로 봐줄 생각은 없었다.

“제법이긴 한데, 이것도 막을 수 있을까?”

쉴새없이 탄환을 쏟아붓고 있는 니들건 사이에서 니들리스 스피어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대흉근이 사용하던, 골렘용 대형 스피어로 길이만 거의 4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무기였다.

준이 허공에 든 손을 그대로 내리긋자, 니들리스 스피어가 엄청난 스피드로 후안을 향해 날아들었다.

“큭!”

갑자기 몇미터나 되는 커다란 창이 날아오자 후안은 숨을 삼키며 몸을 틀었다. 손가락보다 작은 대못을 막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4미터나 되는 대형 창을 검으로 튕겨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행히 창의 궤적은 직선, 몸을 살짝만 틀어도 피할 수 있었다.

쐐액!

쾅!

“커헉?”

창을 피하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 창이 바닥에 꽂히면서 일어난 충격파에 대해서는 미처 방비를 하지 못했다. 후안은 몸이 튕겨나가는 것과, 뒤이어 니들건의 탄환들이 자신의 몸에 틀어박히는 것을 느꼈다.

“크아아아!”

그나마 피부강화 능력 덕에 고슴도치처럼 되는 것은 면했지만, 충격자체는 고스란히 전해졌고 결국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준은 니들건의 연사를 멈추고는 바닥에 웅크려 있는 후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게 끝인가? 그 대단한 실력을 좀 더 보여주면 좋겠는데.”

“쿨럭.”

후안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기껏해야 십대후반,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나이. 싸움이라고는 전혀 못할 것 같은 유약한 얼굴. 하지만 그의 얼굴에 떠오른 저 자신감을 꺾을 방밥이 그에게는 없었다.

“빌어머그을!”

쿵!

후안은 바닥을 찍으며 준에게 쇄도했다. 마치 스프링처럼 튀어나간 그는, 곧 엄청난 벽앞에 가로막혀야 했다.

“이게 뭐야...?”

거대한 그림자에 가려진 후안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거기에는 크기 4미터의 커다란 인간형의 골렘이 자신을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죽이지만 마.”

쿵!

“큭!”

후안은 대흉근의 내려치기를 몸으로 버텼다. 인간의 몸으로 대형골렘의 체중이 완벽히 실린 공격을 버터낸다는 것만으로도 칭찬해줄만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대흉근이 다시 주먹을 휘두르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힘없이 날아 이글루의 벽에 처박혔다.

“꼴사납군.”

머리부터 처박혀서 하체만을 내보인 체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에 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다음 사람.”

준이 고개를 돌려 실버서퍼 측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쪽은 멍하니 후안의 엉덩이를 쳐다보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중에는 분명, 상급헌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후안이 당하는 것을 보고도 덤벼들 만큼 간이 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 우리는 그만 물러나겠습니다. 숙소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지요.”

그중 한 명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준은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 바보냐?”

“네...?”

“이미 싸움은 시작됐고, 양쪽에서 부상자만 세명이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라고 하면 끝날 것 같아?”

“그, 그것은...”

“내가 그렇게 마음이 넓은 사람으로 보여?”

“하, 하지만 이건 원래 숙소를 쓰게 해달라는 조건에서 일어난 대련이었지 않습니까?”

“대련같은 소리하네. 중간에 에피알게나스를 달라고 했던 건 뭐야?”

“그, 그건 후안의 개인적인 일탈로...”

“그래. 개인적인 일탈. 있을 수 있지.”

준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실버서퍼쪽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음으로 이어지는 준의 말에 그들은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그래서 나도 개인적인 일탈을 좀 해볼생각이야.”

꿈틀!

투툭.

준이 손을 휘젓자, 얼음벽에 박혀 있던 후안의 몸이 꿈틀거리며 빠져나왔다. 후안이 정신을 차린 줄 알고 반색을 하던 사람들은 곧, 그가 염동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얼굴을 굳혔다.

곧 후안의 몸이 일렁이는 공간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그가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볼 만큼 용기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흉근. 입구 막아.”

-알았다. 주인. 그런데 여기 춥다. 나 빨리 돌려보내줘라.

“춥기는...”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녀석은 원래 알카트뢰즈의 뜨거운 열기에 익숙해져 있는 녀석이다. 보통의 외도라면 그럴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녀석은 골렘이다. 애초에 그런 감각기관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는 의도는 빤했다. 준은 인벤토리에서 결정체 하나를 꺼내서 던져주었다. 어차피 지금 결정체는 많으니 몇 개 쓴다고 해도 전혀 아까울 것이 없었다.

-고맙다. 주인. 잘 먹는다.

“빨리 가서 문이나 틀어막아.”

-알았다.

쿵쾅쿵쾅!

뒤뚱거리며 뛰어가는 모습이 일견 귀여워 보일 정도였다. 오랜만에 결정체를 받아먹어서 기쁜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이 녀석들 자주 부르지 않았지.’

한동안 검둥이가 어지간한 일들은 전부 처리하다보니 골렘형제들을 불러들일 이유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우주선 안에서는 더욱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가끔 이 녀석들의 존재를 까먹을 때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도른도 이 녀석들에게 끌고오라고 했으면 됐을텐데.’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고, 준은 골렘들을 좀 더 자주부려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침 검둥이도 없겠다 일꾼으로서 이만한 녀석들도 없었다.

“이, 이럴 수는 없습니다.”

욘이 부르르 떨며 준에게 항의했다. 준은 심드렁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뭐가.”

“실버서퍼 측의 사람을 네명이나 죽이다니. 만일 이 일이 새어나가면 어찌되리라고 보십니까?”

“쓸데없는 걱정마. 어차피 그 놈들 다 끝났으니까.”

“무, 무슨...”

“아까 말했잖아? 실버서퍼는 오늘로 끝이라고. 가서 말해주고 와.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당신이 강한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게 옳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럼 어떻게 처리해야 옳은 걸까. 애초에 당신이 이쪽으로 저들을 끌고 오지 않았으면 되는 문제라고. 솔직히 당신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으려고 했는데 내 마음을 자꾸 흔들지 말라고.”

“그, 그런...”

욘은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눈앞의 폭군은 사정같은 것은 전혀 봐주지 않는 인간인 듯 했다.

“그리고 그 네명 안죽었어. 곱게 잘 모셔두고 있으니까 걱정말라고.”

“그러시다면...”

욘은 완전히 풀이 죽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이지 않았다는 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증거가 없으니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실버서퍼에게 가서 꼭 전해.”

준의 말에 이글루를 빠져나가던 욘이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는 어떻게든 실버서퍼를 뜯어말릴 생각이었다. 만약 이 자에게 덤빈다면 같은 일의 반복일 뿐이었다.

“...이렇게 된 것입니다.”

욘은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늘 하루에 있었던 일 만으로도 그는 갑자기 십년은 늙어버린 듯 했다. 별것 아닌, 단순한 숙소의 공유를 부탁했을 뿐인데 일은 막장으로 치달았다. 그는 자신의 잘못이나, 실버서퍼측의 오만한 태도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애초에 그 행동 자체가 그렇게 잘못되었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이들이었고, 오히려 명성도 없는 작은 업체의 사람들이 그런식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것이 더 문제가 많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탕!

“당장 그 녀석들을 처리하러 가자!”

얼굴이 흉터로 가득한 사내가 탁자를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기다리겠다고 했으니, 지금 가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앉아 헬로스. 후안이 힘도 못쓰고 당한 녀석이다. 우리끼리 간다고 해도 승산은 없어.”

긴 흑발의 남성이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는 실버서퍼의 실질적인 주인이자 리더인 멜기오스 오르곤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손가락만 빨고 있을 셈이야!”

“생각을 좀 해보자는 거다. 델타스피릿이라고 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작전대장인 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직급이 이 기지에서 가장 높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헌터들을 제외하고서였다. 게다가 실버서퍼틑 상위등급의 레이드 팀. 그에게 잘못보였다가는 자신의 목이 날아가는 것이 먼저였다.

“여기에 새크리파이스 쪽 레이드 팀이 얼마나 있습니까?”

“헤아려 보지는 않았지만 절반은 넘지 않을까 합니다만...”

“그들을 모두 모아주세요.”

“어쩌려는 생각이십니까?”

욘의 질문에 멜기오스가 입을 열었다.

“델타스피릿에 대해서 들어본적이 없습니까?”

“글쎄요. 저는 처음듣습니다만.”

“얼마전에 이스카야 행성에 자리를 잡은 기업체입니다. 그로 인해 수라드 플랫폼 관리소장이 물을 좀 먹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수라드에서 벌어진 엑소더스도 그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소식까지 알고 계셨습니까?”

“정보는 생명이니까요. 어쨌든 그로 인해 새크리파이스에서는 이들에 대해서 주시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기회에 놈들을 제거하면 제법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 까 합니다만.”

“하지만 아직 공문이 내려온 상황도 아니고.”

“중요한 건 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새크리파이스 영향력 하에 있는 레이드팀들은 움직여 줄겁니다.”

“그렇군요.”

욘은 무릎을 쳤다. 레이드팀이라고해도 결국 이 근방에서는 새크리파이스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왕이면 잘 보여 두는 것이 자신들의 사업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정도 까지 명분을 만들어 주면 그들도 델타스피릿을 공격하는데 한 손을 거들어 줄 것이었다.

“우리라면 무리지만, 여러 팀들이 힘을 합치면 그깟 신생기업 하나 정도는 처리할 수 있겠지요.”

“난 마음에 안드는데. 그런 놈들이 뭐가 무섭다고 떼로 몰려가려는 거야?”

“넌 후안부터 이기고나서 그런 이야기를 해야지.”

“끙...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함정같은거에 당한게 틀림없다니까. 생각해봐. 굳이 그 커다란 얼음집을 만들어서 안에서 싸운 것 부터가 수상하다고. 분명히 거기에 무슨 수를 썼을거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좀 더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멜기오스의 말에 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본 준의 능력은 결코 함정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전 여름이 너무 실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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