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77화 (27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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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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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는 해도, 갤럭시 인더스트리와 같은 기업에서는 이미 정황을 대략 파악하고 있었다. 델타폰과 준, 그리고 델타스피릿과의 관계정도는 마음먹고 파고들기 시작하면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다만 법적으로 끌고들어갈 확실한 물적증거가 없다는 것이 중요했다.

델타스토어도 그동안 꽤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밥의 원거리 택배 기술이 중급으로 오르면서 비교적 더 많은 상품들을 취급할 수 있게 되었고, 매출은 나날이 상승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상품구입에는 현금이, 판매수익은 경험치로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었다.

즉, 밥 역시도 준처럼 현금부족에 시달리게 되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결국 원거리택배 자체를 델타스피릿에 귀속시켜 물품구입 비용을 델타스피릿에서 대주는 대신, 경험치를 준의 계정으로 보내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델타시스템 하에서 경험치의 양도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거기에도 약간의 꼼수는 있었다. 원거리 택배를 통해 벌어들인 경험치로 준이 만든 아주 싸구려 물품을 고가에 사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제작하는데 1EP도 들지 않는 아주 싸구려 물품에 1000EP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설정해 놓고 그것을 사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편법이긴 하지만 준에게 경험치를 양도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델타스토어에 상품을 올릴 수 있는 사람 뿐. 현재로서는 준과 밥, 그리고 마스터 단 세 명 뿐이었다. 준이 마음만 먹으면 두 사람에게 경험치를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다 현재 레벨업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전투요원도 아닌 이상 굳이 경험치를 엄청나게 들여 레벨업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레벨업은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경험치를 소모하는 시스템이었다.

당장 준이 다음 레벨로 오르기 위해 필요한 경험치는 최소 천만이 넘게 들 것으로 예측되었다. 경험치를 천만이나 모으려면 현금으로는 1조 가까운 돈이 필요했다. 그만한 돈을 겨우 1레벨을 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준도 얼마전부터는 경험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을 그만둔 상태였다. 일일이 그걸 생각하다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에 속이 쓰리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전차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주선에서는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지상에 내려와서 만들 생각이었다. 헌데 막상 와보자, 이곳의 기온이 너무나도 낮은데다가, 바닥이 얼음이었기 때문에 보통의 전차를 만들었다가는 써먹지도 못할 것 같았다.

때문에 폭이 넓은 무한궤도를 단 설상차를 제작했다. 거기에 대포를 하나 달고 기관총을 달자 장갑은 약하지만 그럭저럭 쓸만한 모양새가 나왔다. 어차피 사람을 상대로 싸울 것이 아니기 때문에 EX필드는 필요없었다.

완성된 설계를 확인하고는 준은 쉘터의 뒤쪽에 있는 넓은 공터로 향했다. 애초에 건물이 띄엄띄엄 놓여 있었기 때문에 쉘터의 뒤쪽은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얼음벌판이었다.

‘제작.’

준은 인벤토리에서 상당량의 강철을 꺼내었다. 그리고는 엔진카테고리를 열어 가솔린 엔진을 채택한 설상전차를 선택했다. 그러자 강철이 분자단위로 분해되며 서서히 형태를 이루어 설상전차로 변하기 시작했다.

폭이 넓은 설상전차(B급)

D2전차를 베이스로 한 설상용 전차입니다. 일반 전차에 비해 무한궤도의 폭이 넓고 차체는 높으며 무게는 훨씬 가볍습니다. 장갑을 포기하고 공격력에 치중한 물건으로 무게가 낮아 포신의 구경도 작은 편이며, 고폭탄 외의 탄을 사용할 수 없는 등 많은 제한이 걸려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성 측면에서는 일반전차에 비해 상당히 뛰어납니다.

B급이상부터는 특수능력이 부여됩니다.

특수능력 : 공간확장.

“공간확장?”

준은 처음보는 특수능력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완성된 설상전차의 문을 열고 안을 들어가보니 그제서야 공간확장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었다. 바깥에서 보는 것과 달리 차량 안쪽의 공간이 상당히 넓었던 것이다. 얼추 약 2배 가량 공간이 확장된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당장 전투의 효율이 올라간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탄을 싣거나 혹은 부상자를 태우거나 하는데는 좋을 것 같았다.

‘특수능력을 임의로 부여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번 공간확장 같은 능력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 알바트로스의 크기는 70미터로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만약 이 특수능력을 이용할 수 있다면 수백미터 크기의 우주선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공간활용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스템. 혹시 이 특수능력들을 내가 직접 강화를 통해 부여할 수 없을까?

-불가능합니다. 특수능력은 델타시스템에서 임의로 부여하는 것입니다.

-뭐, 그냥 한 번 물어본거야.

준은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아까운 능력이었다.

“이것도 2인승이야?”

준의 방한복 어깨에 만들어 놓은 작은 주머니에서 시미가 머리를 내밀었다.

“그래. 한명이 운전하고 한명이 공격을 맡는 식이지. 혼자하는 것 보다는 확실히 이쪽이 효율이 좋더라고.”

“나 또 부려먹는거에요?”

“싫으면 안해도 돼. 이번에는 에피알게나스에게 시킬 생각인데.”

“우웅... 부려먹어도 괜찮은데.”

“좋은거냐 싫은거냐?”

“좋은거요. 준에게 도움이 되는 거니까요.”

“그러면 네가 해. 어차피 이 안이 넓으니까 세명이서 타도 문제없겠지.”

“피아도 타는 거에요?”

“피아가 누구냐?”

“하얀머리요. 이름이 너무 길어서 줄였어요.”

“남의 이름 멋대로 줄이지마. 게다가 피아라니. 전혀 이미지랑 안어울린다고.”

갓 태어난 요정에게나 붙일 듯한 이름이었다. 비교적 차가운 인상의 에피알게나스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그러면 뭐라고 불러요? 하양머리?”

“이름으로 부르라고.”

“너무 길어요.”

“그러면 나중에 에피알게나스에게 물어봐. 그렇게 불러도 되는지.”

“원래 애칭은 부르는 사람이 정하는거에요.”

“그래도 그건 너무 안어울리잖아.”

준이 그렇게 시미와 옥신각신하고 있다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씩 모여서 설상전차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그렇게 그날 하루 총 열 대의 설상전차를 뽑았다. 준과 에피알게나스를 포함 20명이 탈 숫자로 정확히 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총 들어간 경험치는 약 20만. 그리고 같은 양의 경험치로 헬기를 한 대 추가로 제작했다. 이것들도 나중에 전부 팔아치울 생각이라 굳이 강화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는 온전히 제작에 투자하고 나니 벌써부터 전진기지에는 준과 그가 만든 제작무기에 대해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절반은 신기하다는 반응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코웃음을 칠뿐이었다. 어차피 외도와 싸우는데 설상전차니 헬기니 하는 게 뭐 필요하냐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금방 트러블이 생겼다.

“숙소가 부족하니, 같이 좀 사용하자는 말인가?”

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욘과 함께 밀고 들어온 이들은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레이드 팀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기지에 늦게 도착한 주제에 넓은 숙소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미 자리를 잡은 헌터들을 내쫓을 수도 없는 일이라 결국 꽤 넓어보이는 건물을 차지하고 있는 준에게 찾아온 것이다.

“네. 아무쪼록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것이... 사실 이 분들이 현재 이곳에 온 레이드 팀 중에서 가장 전력이 좋습니다. 이 분들이 있어야 레이드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이 녀석들에게 잘 보여야 하니 내가 만든 집에서 좀 같이 있어 달라 그건가?”

“꼭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욘도 준이 강하게 나서자 약간 화가나는 듯 얼굴을 붉혔다. 나름대로 좋게 말한다고 했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이러니 욘으로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거참. 이왕 같이 싸우게 됐는데 그 정도 편의는 봐 주지. 혹시 알아? 우리가 그쪽 목숨을 구해줄 수도 있다고. 여기가 무슨 당신네들 집도 아니고 말이야.”

날카로운 인상의 백인 사내가 삐딱한 자세로 입을 열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막스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야기 못들었냐? 여기 우리껀데?”

“뭔 소리야? 이 기지가 어째서 너희들 건데?”

“흠. 사실 굳이 따지면 온전히 당신네들 꺼라고 말하긴 힘들지 않겠습니까?”

욘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되니 어이가 없는 것은 준이었다.

“이 집을 만드는데 돈 한푼 보태준 것 없으면서 거참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 군.”

“이 전진기지는 새크리파이스의 것입니다. 그 땅위에 세웠으니 틀린말은 아닙니다만.”

“이 땅을 사기라도 했나 이자식아?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 있어!”

결국 막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욘과 함께 온 사내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싫으면 나가시던가.”

“이건 무슨 개소리야.”

“하. 좋은 말로 했더니 사람을 완전히 호구로 보는 구만? 나는 레이드팀 ‘실버서퍼’의 후안 카를로스다. 네 이름은 뭐지?”

“막스 레벤톤이다. 이 씨발아.”

막스는 간만에 열이 제대로 받아 있었다. 사실 준도 만만치 않게 짜증이 난 상태였지만, 막스가 너 화를 내니 차마 더 화를 내지는 못하고 옆에서 가만히 일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지켜보았다. 아무래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았다.

“훗. 좋아.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건 어때? 나와 대결을 해서 이기는 쪽이 이 건물에서 지내는 거지. 이정도면 공평하지 않나?”

“애미없는 새끼가- 전두엽을 어디다가 팔아처먹었냐? 애초에 이건 우리 건물이라고!”

“이 자식이! 어디서 그따위 욕지거리를!”

“한 판 붙자고 했지? 좋아. 한판 붙자. 대신 1대1이 아니라 전부 다 붙는 거야. 내가 네놈들 정신머리를 전부 뜯어고쳐주겠어.”

“후. 그나마 같이 싸울 동료라고 생각해서 봐주려고 했는데... 너희들 정도는 나혼자서도 쓰러뜨릴 수 있다.”

“시발. 니가 무슨 상급헌터라도 되냐?”

“모르셨습니까? 이 분은 실버서퍼에서도 탑을 달리는 분으로 현재 상급헌터십니다.”

“어쩐지 목이 존나 뻣뻣하더라. 그럼 어쩔거야? 이 조건으로 한판 붙을래?”

“이 녀석들 없어도 레이드에는 지장없겠지?”

후안은 고개를 돌려 욘을 바라보았다. 욘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헌터가 있다고는 하나 정식레이드 팀도 아니었다. 오자마자 설상전차를 꺼내드는 걸 보니 지원병으로 온 것 같은데 사실 전차류는 외도와의 전투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이다.

“물론입니다.”

“그럼 당장 따라와. 요 앞의 공터에서 한판 붙지.”

“싸울 장소는 내가 만들지.”

가만히 듣고 있던 준이 입을 열었다. 준도 꽤나 화가 나있던 상태라 이번 기회에 녀석들을 확실히 눌러줄 생각이었다.

“어디로 가는거야? 굳이 이렇게 멀리까지 갈 필요 있는건가?”

“와 보면 알아.”

앞장서는 준을 따라 후안과 욘이 따라왔다. 그뒤로 델타스피릿의 사람들과 실버서퍼측 사람 세명정도가 따라붙었다. 실제 이곳에 도착한 실버서퍼의 인원은 총 20명. 상급헌터 다섯과, 중급헌터 15명 정도로 이루어진 구성이었다. 애초에 후안 하나면 정리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이 오지도 않은 것이다.

준은 기지에서 얼추 떨어진 위치까지 와서는 걸음을 멈추었다.

“여기가 좋겠군.”

“후후. 지더라도 쪽팔리기 싫다는 거냐?”

말을 하는 그의 입에서 짙은 임김이 뿜어져 나왔다. 현재 온도는 비교적 따뜻한 영하 29도. 그래도 일반인이 활동하기는 쉽지 않은 온도였다. 그나마 헌터가 아니라면 이런 곳에서 싸울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상급헌터씩이나 되니까 체면은 세워줘야지.”

준은 그렇게 말하며 발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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