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76화 (27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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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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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고개를 저었다. 우주선에 있어서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다름아닌 보급 때문이다. 떨어진 엑조틱 탱크도 채워야하고, 그안의 승무원들이 소비하는 식량과 생필품도 구입해야했다. 하지만 알바트로스는 자체적으로 보급가능한 시스템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식량 및 생필품은 델타폰으로 보급하고, 우주선의 에너지는 준의 경험치로 충당하기 때문이었다.

함선의 수리도 준이 직접 할 수 있으니, 사실상 알바트로스만으로도 무한정 돌아다닐 수 있었다.

“궤도에 올려놓고, 셔틀로 내려가도록 하지. 어차피 허가는 받았으니까 문제될 건 없잖아.”

“그렇긴 합니다. 다만 다소 귀찮은 일은 있을 겁니다.”

“뭐, 나도 대충은 예상하고 있어.”

델타스피릿은 그다지 알려진 기업이 아니다. 게다가 레이드 팀도 아니고 PMC 업체로 등록이 되어 있었다. 그런 듣도보도 못한 곳에서 나온 사람들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은 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결국 중요한 것은 실력이었다.

“무리어미의 위치가 어떻게 되지?”

“극지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아직 큰 피해는 없습니다.”

제임스의 말에 준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덕분에 피해가 적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정작 사냥을 하러가는 입장에선 꽤나 불편한 일이군.”

“낮기온이 영하 40도 까지 떨어지니 방한복은 잘 챙겨두셔야 할 겁니다.”

“끄응.”

준이라고 해도 항력전개를 하지 않으면 외부의 가혹한 환경에서 견디기 힘들다. 그렇다고 엄청난 마나를 잡아먹는 그 기술을 내내 사용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강화수트를 입거나 방한복을 챙겨 입거나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강화수트는 인간이 활동하기 불가능한 환경하에서 궁여지책으로 입는 물건이었다. 입고벗기도 어려웠고, 장기간 활동하기에 썩 좋은 물건이라고 하기도 힘들었다.

일단 준은 전투원들과 함께 집결지로 향했다. 셔틀 두 대에 나누어 태우니 얼추 모든 인원을 태울 수 있었다. 알바트로스에 남는 인원은 함선을 움직이는 필요인원 이외에 서은설, 홍창만, 제임스, 마스터 정도였다.

준과 에피알게나스를 포함 전원이 방한복을 꽉 껴입은 상태로 극지방의 전진기지에 도착했다. 미리 연락받지 않은 셔틀이 착륙한 때문인지 약간 당황한 듯한 작전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두꺼운 방한복을 입은 채, 이쪽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는 작전대장 욘 아르나르손입니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델타스피릿. 준 알스버그라고 한다.”

준이 짧게 입을 열자 그가 가만히 패널을 조작하더니 끄트머리에서 그 이름을 찾아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숙소가 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기에 있는 것 보다는 나을 겁니다.”

욘의 안내에 따라 준 일행은 숙소로 향했다. 숙소안은 그럭저럭 안락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갑자기 헌터들이 몰려오다 보니 좁은 곳에 여러명이 부대끼면서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직원들도 그렇지만 당장 준 자신부터 불편하다는 생각에 준은 숙소 바깥에서 건물을 세울 장소를 찾았다.

중급 건축 기술은 단순히 한꺼번에 많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 뿐만이 아니라, 일종의 특수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쉘터도 지을 수 있었다.

준은 인벤토리 안에 쌓아둔 건축재료들을 꺼낼까 하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어차피 오래 지낼 곳도 아닌데 굳이 그런 비싼 재료를 쓸 필요는 없어 보였다.

‘이런 날씨면 얼음으로 만들어도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데?’

주요 시설만 나무와 시멘트로 해결하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준은 대충 설계도를 그렸다. 어느새 준의 뒤쪽으로 델타스피릿의 직원들이 모여들었다. 준이 무언가를 하려는 것을 눈치채고 구경을 나온 것이다.

거기다가 사람이 모이니 델타스피릿 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던 다른 헌터들도 호기심을 보이며 끼어들었다.

“구경났냐? 다들 왜 여기있는거야?”

“뭐하는지 궁금해서 그러지. 집이라도 지으려는 거야?”막스가 입을 열었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긴 좀 좁긴했지. 아무리 그래도 건물 한동에 20명을 전부 때려 넣는 건 너무하잖아. 이녀석들 발냄새도 엄청난다고.”

“대장님. 우리 엄청 자주 씻는데요.”

파비안이 입을 열었다. 준이 도른을 끌고 알파시티로 들어갈 때 입구에 서있던 녀석으로, 본래 나하라 출신이라 알카트뢰즈에 있을 때부터 막스와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대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막스를 말함이었다. 준은 오프라인에서는 사장님. 온라인에서는 주인장으로 명칭이 통일 된 상태였다.

“시끄러. 그거야 알카트뢰즈 기준이지. 나왔으면 하루에 두 번은 씻어야 할거 아냐.”

“우우. 사람이 그렇게 자주 씻으면 죽어요.”

“안죽어! 임마!”

그렇게 직원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사이, 준은 건축카테고리안의 쉘터 부분을 살펴보았다. 얼음으로 건물을 올릴 생각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두껍고 견고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흠. 입구부분은 이중 철문으로 하고, 바닥은 나무로 그리고 내장은 플라스틱으로 하면 되겠군.’

내장은 스티로폼에 비해 백배 이상 단열 기능이 뛰어난 합성플라스틱을 사용하기로 하고, 간단히 골조를 만든 다음 그위에 얼음을 덧씌우는 형태로 만들면 될 것 같았다. 가능한 한 안쪽의 열기가 바깥쪽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고 외부의 차가운 기운이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두꺼운 얼음을 덧씌우는 것이다.

그렇게 설계변경을 마치고 준은 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러자 준이 있는 곳에서부터 바닥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오오! 시작한다!”

막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준의 손끝으로 모여들었다. 거기다가 목소리가 엄청나게 커서인지 별로 관심없던 사람들도 슬금슬금 이쪽으로 모여들었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가혹한 환경이었지만, 명색이 헌터들이다보니 심심찮게 바깥을 돌아다니는 이들이 꽤 존재했던 것이다.

구구구구-

준이 설계한 형태의 집이 서서히 완성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물속에서 완성된 집을 서서히 들어올리는 것처럼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거의 100여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얼음집이 겨우 10여분만에 뚝딱하고 완성되자, 델타스피릿의 직원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쩍 하고 벌렸다. 그러다가 입안이 얼어붙어 황급히 숙소로 뛰어 들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그 기술 좋아보이는데, 팔면 안되냐?”

“제작기술은 한 명만 있어도 되는데 굳이 욕심낼 필요있어?”

막스의 말에 준이 대답했다.

“쩝. 그렇긴 한데. 왠지 부러워서.”

“욕심 부리면 대머리 돼.”

“야임마. 나 탈모 아니거든?”

“알았어. 그냥 M자형 머리라고 하지.”

탈모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탈모는 여전히 해결불가능한 난제였다. 그나마 예전에 비해 머리를 심는 기술은 발달하고 있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시술이 가능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풍성한 머리를 가지는 것은 어려웠다.

“후후. 네가 잘 모르는 모양인데. 요즘 다시 머리 나는 중이시란다.”

사실 막스의 경우도 상당히 탈모가 진행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펠로우쉽 계약을 맺은 이후부터는 머리가 조금씩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시끄럽고. 얼른 들어가기나 해. 춥다.”

준은 막스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쉘터의 문을 열었다.

안쪽은 예상대로 꽤나 아늑했다. 높은 효율의 단열재와 두꺼운 얼음의 조합은 외부의 차가운 공기를 효과적으로 막아주었고 공간도 충분히 넓어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기에 무리가 없었다. 넓은 식당과 대형 목욕탕까지 갖추고 있다보니 사실상 이곳에 있는 어떤 건물보다도 호화롭다고 할 수 있었다.

물은 델타폰에서 수급하면 되었고, 난방은 대용량 배터리 팩을 이용해 전기로 돌렸다. 배터리 충전은 준의 전자기장 제어를 이용, 하루 한번이면 전체 난방이 가능할 정도의 전력을 뽑을 수 있었다.

전진기지에서는 벌써부터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대형얼음집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역시 작전대장 욘이었다.

그는 황당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와서는 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이 건물을 대체 어떻게 만들었냐 하는 것은 사실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대신 그는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지, 정말로 사람이 묵어도 괜찮은지에 대한 확인을 마치고 돌아갔다.

그가 돌아간 후 준은 병사들에게 휴식을 지시했다. 애초에 단독으로 공략할 생각이었기에 다른 레이드 팀을 만나 인사를 나누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나도 오늘은 좀 여유롭게 쉬어야겠군.”

그동안 육아로 인해 지나치게 바쁘게 보냈다. 사실상 루나가 연구에 매진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엘라를 보는 것은 거의 준의 담당이었던 것이다. 힘들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피로가 누적된 것은 사실이었고,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오랜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리어미 출현! 대체 이 괴물의 정체는?]

[서드 웨이브의 시작? 아니면 그저 잠시의 해프닝?]

델타포럼은 무리어미에 대한 이야기들로 넘치고 있었다. 서드웨이브란 지금껏 있었던 두 번의 대규모 외도침공을 빗대어 말하는 것이다. 최초의 발견, 그리고 두 번째 특이외도의 출현. 그리고 어쩌면 무리어미의 출현이 그 두 번의 충격에 버금가는 서드웨이브의 시작이 될 거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준은 약간 생각이 달랐다.

이건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그런 현상이 아니었다. 이미 에피알게나스가 이 곳으로 넘어오면서부터 균열의 크기는 커졌고 던전과 함께 무리어미까지 등장했다. 앞으로 무엇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대처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더 강한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 문득 에피알게나스의 말이 떠올랐다.

‘태양을 집어삼키는 외도를 상상할 수 있겠어?’

준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정도 스케일이 되면 자신의 능력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준은 부디 그게 그녀의 농담이기를 빌었다.

그는 일단 델타포럼에 무리어미의 상세스펙과 함께 특징 등을 적어 올렸다. 에피알게나스와 알바트로스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그동안 갑자기 나타난 우주괴수에 대한 추측성 글들은 많았지만 혹시나 모를 혼란을 막기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정보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보니 추측성 글들만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곧 바로 댓글이 줄지어 달리기 시작했다.

-대박. 노란색 외도 수백마리라고...? 그거 잡을 수는 있는 건가?

-인류멸종인가...

-주인장이 직접 올린 글이니 구라는 아닐테고. 이거 막을 수는 있는건가?

-막았다고 하던데. 갤럭시 인더스트리였나?

-역시 1등기업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만.

-얼마전에 외도사냥용 무기들을 양산하더니 이번에도 한건했구만.

-주인장은 뭐함? 그거 못잡음?

-잡았으면 벌써 자랑했겠지. 그 성격에 가만히 있겠냐?

준은 피식 웃으며 영상을 하나 올렸다. 무리어미가 양전자포에 의해 관통당하며 공중분해 되는 모습이었다.

-야. 이거 조작인 듯.

-합성이네.

-주인장 쫄리니까 조작질함.

-무리어미도 외도아님? 양전자포 한방에 날아갈 수 있는건가?

-모르지. 근데 자세히 보면 외도들도 녹아나감. 저 무기가 특인한 거인 듯.

-야. 모르겠다. 주인장 이제 미친 듯. 세계정복이나 하셈.

-주인장 잘되면 저 취직좀.

-어딘줄 알고 취직이냐.

-나는 아는데. 말할 수가 없네. 이게 참 좋은 회사인데... 괜히 말했다가 짤릴 것 같고... 어쨌든 알아서들 찾아.

-귓말 부탁드립니다.

-귓말 부탁드립니다.(2)

-귓말 부탁드립니다.(3)

-조심들 해. 나 저번에 입에 올렸다가 짤림.

-시발. 무슨 회사가 아는사람만 들어가는 거냐? 능력보단 인맥인건가?

-그게 그럴만함. 이유는 말할 수없지만.

델타스피릿의 입사조건은 간단했다. 펠로우쉽 계약자일 것. 그러다보니 결국 인맥위주로 선발이 될 수밖에 없고 준의 회사는 능력보다는 운이 좋아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렇다고 능력이 없느냐 하면 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일단 펠로우쉽에 들어가게 되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을 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델타포럼에서 준의 이름이나 델타스피릿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곧바로 짤린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실명언급은 대체로 피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귓말이라도 시스템의 감시를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에 그것을 아는 헌터들은 절대적으로 그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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