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75화 (27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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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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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손을 들고 물러서실까?”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놈새끼 말귀를 못알아 처먹는구만. 대가리에 총알구멍이 나고 싶지 않다면 시키는대로 하라고.”

람의 말에 준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헌터라는 걸 보고서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걸 보니 확실히 머리가 나쁜 모양이군.”

“헌터고 뭐고 총알한방이면 죽는 다는 건 잘 알지.”

“말귀가 안통하는 군. 내가 바보라서 혼자서 여기까지 뛰어들었을까?”

“설마 다른 녀석들이 침투한 건가?”

“아니. 나혼자인데?”

준의 말에 람이 이를 뿌드득 갈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자식이 어디서 장난질이야! 뭐해? 저자식 빨리 결박해!”

“넷!”

람의 명령에 함교에 있던 병사들이 빠르게 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준은 그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겁을 먹은 사람이 하는 행동처럼 보이는 그 손짓에, 덩치큰 장정들이 허우적 대며 밀려났다.

“뭐하는 거야? 이 자식들아!”

“그, 그것이... 도저히 가까이 갈 수가 없습니다.”

“젠장. 큰소리 칠만한 실력은 있다 그건가?”

“이제 알았으면 됐어.”

“거참 시끄럽네 그자식.”

타앙!

람은 준의 다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준은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뭐, 뭐야? 갑옷이라도 입은 건가? 그 강화수트 때문인가?”

현재 준은 강화수트를 입은 상태에서 헬멧만 벗어둔 상태였다. 충분히 그런 오해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강화수트는 대 외도전을 가정하고 제작되기 때문에 오히려 총기에 대한 저지력은 낮은 편이었다.

“아니라고 해봐야 못 믿겠지.”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한지는 모르겠지만, 네 부하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군. 오퍼레이터! 당장 적함과 통신 연결해!”

“네. 알겠습니다.”

람의 명령과 함께, 알바트로스와 포르노스타의 화상통신이 연결되었다. 디스플레이에 부함장인 제임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람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네놈들의 대장을 붙잡고 있다. 당장 함선을 물리지 않으면 이 녀석을 죽일지도 몰라.”

[뭐하십니까?]

“이놈이나 저놈이나. 말귀를 한번에 알아듣는 놈은 없는 건가? 두 번 말하게 하지마라 나는 지금 너희들의 대장을...”

“닥쳐 좀. 나한테 묻는 거잖아.”

“뭐, 뭐라고?”

갑자기 끼어든 준의 말에 람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다른곳도 아니고, 자신의 부하들 앞에서 무시를 당한 것이다.

[대충 정리하고 돌아오십시오. 갈길이 아직 멉니다.]

“알았어. 이 녀석 노는 꼴이 재미있어서 잠깐 지켜봤던 것 뿐이야.”

“이 자식들이 지금 뭐하는거야! 지금 이게 안보여?”

철컥!

람은 준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고는 노리쇠를 당겼다. 당장이라도 준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을 기세였다. 총구에 밀려 비스듬히 고개를 꺾은 준은 화면속의 제임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잠시후에 보자고. 이녀석 처리좀 하고.”

“죽고싶냐? 아니, 정말로 이 녀석 죽인다고! 지금 내말 듣고 있냐?”

[네. 그럼 조금있다가 뵙죠.]

“어이! 이봐! 지금 내말이 농담처럼 들리냐?”

팟.

하지만 람의 목소리는 허무한 메아리가 되어 함교 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크크큭...”

람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준을 노려보았다. 어디서도 이렇게까지 무시를 당한적은 없었다. 그것도 자신의 눈앞에서 대놓고 자신을 무시한 것은 이 녀석이 처음이었다. 그는 준의 머리를 총구로 쿡 누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죽어.”

탁!

그 순간 준은 고개를 틀며 총구를 손으로 잡았다. 람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동시였다.

타앙!

총소리와 동시에 둔탁한 소리가 나며 총이 폭발했다. 준의 손바닥에 막힌 총알이 갈곳을 잃고 총기를 터뜨린 것이다.

“으아악!”

람의 손에 금속의 파편이 박혀 들었다. 준은 쯧, 하고 혀를 차고는 녀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게 눈치가 없어서 어떻게 해적두목이 됐는지 모르겠군.”

“크으윽... 대체 무슨...”

“가만있어보자 이 녀석들은 팔아봐야 돈도 안될텐데, 어떻게 하지...?”

준은 고개를 돌려 다른 해적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움찔 하면서도 고개를 돌렸다. 해적이라고는 하지만 함교 안에서는 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총을 가지고 있던 람도 허무하게 당했는데 맨손인 그들이 준을 이길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니들. 현상금이 얼마나 되냐?”

“싸, 쌉니다. 저희들은 별로 안유명한 해적이라서요. 헤헤.”

“그래? 그럼 역시 그냥 죽이는 수밖에 없나...?”

“헛? 아닙니다! 저희는 꽤 유명한 해적이라 두당 1억씩은 쳐줄겁니다.”

“뭐야. 말이 왜 이랬다 저랬다 해?”

“그, 그것이...”

해적들이 쩔쩔매며 입을 우물거렸다. 준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니들도 쓸데가 있구나. 거기 너희 둘.”

“네, 네?”

“그래. 여기 너희 두목 좀 여기로 던져넣어.”

준이 허공에 손을 한바퀴 돌리자, 공간이 왜곡되며 웜홀이 생성되었다. 들어갈 수만 있고 나올 수는 없는, 일방향 출입구였다. 갑자기 함교안에 나타난 웜홀을 보며 해적들은 거의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대체 이 괴물녀석은 뭔가?’

이 자리에 있는 해적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빨리 빨리 안움직여?”

“네? 넷! 알겠습니다.”

준이 슬쩍 인상을 쓰자 해적들이 반쯤 정신이 나가있는 람을 웜홀 안으로 던져넣었다.

함재기 스파르탄을 모두 불러들인 준은 해적들을 전부 던전에 밀어넣었다. 일단 모든 사람들을 정리한 후에 고속정까지 인벤토리에 집어넣자, 그야말로 해적들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알바트로스로 돌아온 준을 향해 막스가 입을 열었다.

“다 죽인 겁니까?”

“아니.”

“그럼 다들 어디로 간겁니까?”

“던전에 보냈어.”

“던전이요?”

“아. 너에게는 말을 안했던가?”

“안하셨습니다만?”

“나중에 말해줄게. 어쨌든 목숨은 붙여놓았으니 걱정하지마.”

“후환을 없애려면 죽이는 편이 나을텐데요.”

“죽이는 것 보다 이쪽이 나아. 그렇지 않아도 개척행성에 사람도 필요하고.”

준은 알카트뢰즈를 재현할 생각이었다. 이미 자리는 봐두었고, 남은 것은 사람만 풀어놓으면 될 일이었다. 플랫폼도 없고, 전자기기도 없는 빈 행성이니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해도 갈 방법이 없을 것이다.

“으음...”

람은 천천히 눈을 떴다. 꼼짝없이 죽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는 벌떡 몸을 일으키고는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어두침침했지만 상당히 넓었고, 자신의 부하들이 한쪽에서 단체로 체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하는 거지...?”

가만히 보니 평범한 체조가 아니었다. 부하들의 표정이 죽어갈 것처럼 힘들어 보였고, 그 앞에서는 마치 교관처럼 소리를 지르며 명령하는 사람이 있었다.

“뭐지...? 기합을 받는 건가...? 대체 누가?”

그는 비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을 살펴보니 어느정도 상처가 아물어 있었다. 그렇게 쉽게 아물상처가 아니었음에도 손을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나아있었다.

“거기 일어났으면 빨리 튀어오지 않고 뭐해!”

“무슨 개소리야? 네놈은 누구냐?”

람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사라센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퍽!

람의 이마에 단검이 틀어박혔다.

“으악!”

람은 눈을 번쩍 떴다. 황급히 이마를 만져보았으나, 상처는 없었다.

“후... 꿈이었나...?”

그는 고개를 젓다가, 문득 자신이 있는 곳이 꿈이라고 생각했던 그 동굴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마...”

고개를 돌리자, 한쪽편에서 거의 곤죽이 되어서 널브러져 있는 자신들의 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팔짱을 끼고 서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그’가 있었다.

“히익?”

“정신차렸으면 일어나야지?”

“꾸, 꿈이야. 이건. 꿈이라고.”

람은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뺨을 쳤다. 얼굴이 부어오르고 피가 터졌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이 녀석 미친건가? 왜 혼자서 지 뺨을 때리고 그래?”

“하하하. 아프지 않잖아! 이건 꿈이야! 절대 현실이 아니라고!”

“끙... 이 녀석은 격리실로 보내야겠군.”

사라센이 손을 젓자, 어디선가 나타난 군복을 입은 사내들이 양쪽에서 람의 팔짱을 끼고 일으켜 세웠다.

“꿈이니까.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지. 하하. 그런데 왜 이 꿈은 깨지 않는거야?”

람은 던전의 가장 깊숙한 곳인 격리실로 보내졌다. 던전에서 수년간 지내다 결국 미쳐버린 사람들을 모아둔 곳이었다. 본래는 던전핵이 있던 방이기도 했다.

“쯧. 거기는 안가는게 좋을 텐데.”

던전안의 모습을 훑어보던 준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격리실 안은 제정신인 인간이 없었다. 죽어도 죽지 않는 곳이다 보니, 별의 별 희한한 짓이 일어나는 곳이다. 사실상 인간임을 포기한 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헌데 준은 거기서 한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같은 던전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들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높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성을 잃게 되면서 빠르게 외도화 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현재로서는 그 수가 적어 아직 통제가 가능했지만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무슨 혼잣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

막스가 입을 열었다. 쩝쩝거리며 스테이크를 씹는 그를 보며 준이 입을 열었다.

“던전을 보고 있었어.”

“니 이야기 들어보니까 그 녀석들 좀 안됐던데. 그 안에서 몇 년씩이나 갇혀 있는거 아냐? 사실 잘못이라곤 상급자의 명령으로 도시를 포위한 것 밖에 없는데.”

“아.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좀 알아보니까 생각이 바뀌더라고.”

“왜? 그 녀석들 무슨 악당모임이라도 돼?”

“비슷해. 새크리파이스에서 수족처럼 부리는 군대니까. 온갖 지저분한 일들을 도맡아서 했더라고. 알카트뢰즈에 있던 녀석들이 귀여워 보일 정도던데?”

“죄값을 받는 거로군.”

“살려두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해야지.”

새크리파이스는 100인회에 소속된 기업안에서도 상당히 악명이 높았다. 애초에 마약거래로 성장한 기업이다. 그들이 손을 댄 사업 중 비윤리적인 것들이 많은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그런 사업은 당연하게도 잡음이 일어나게 마련이고, 그런 경우 가장먼저 나서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지금 던전 안에 들어가 있는 군인들이었다.

게자리 55f(Cancer 55f)

행성, 반시(Vansi)

준의 알바트로스가 행성근처로 접근하자 곧바로 통신이 날아들었다.

[소속기업과, 함선명을 말씀해주십시오.]

“델타스피릿, 알바트로스.”

[승인되었습니다. 즐거운 여행되십시오.]

서은설은 승인코드를 받아 기기에 입력했다. 몇몇 행성들은 이렇게 승인코드를 가지고 있어야만 항성계 내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의무적으로 신호를 송신해 위치를 알리는 것이다. 혹여나 모를 비상사태를 막기 위해서였다.

“매번 느끼는 건데, 푸른 별들은 대체로 생김새가 비슷하네요.”

서은설이 현시창을 통해 반시행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애초에 조건이 딱 맞아 떨어져야만 저런 환경이 조성되니까. 지구와 다르면 다를수록 생명체가 살기 힘들다고 봐야지.”

“하긴. 그렇겠네요.”

그렇게 잡담을 하는 사이 알바트로스가 반시의 플랫폼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준은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야 했다.

“자리가 없다고?”

[네. 현재 반시의 플랫폼에는 더 이상 함선을 수용할 여유가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돌아가주시길 바랍니다.]

“농담하나? 여기까지 오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는데. 함선 하나 움직이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아?”

[죄송합니다만 저희로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직원은 사무적인 태도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결국 보상은 줄 수 없으니 그냥 꺼지라는 말이었다.

“나참. 사람을 불러모을 때는 언제고. 이래서 일단 유명해지고 봐야한다는 건가.”

“그나저나 곤란하게 되었군요. 다른 행성을 찾아보시겠습니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 작품 후기 ============================

제가 이틀을 쉰 건 다 더위탓입니다....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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