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74화 (27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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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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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함 접근 중. 7km, 6km, 5km..."

포르노스타의 함교에서는 오퍼레이터의 다급한 목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누구도 대답하는 이 없었다. 모두들 람의 눈치를 살피며 어떻게든 함선을 반전시키려고만 하고 있었다.

탕!

람이 자리를 박차며 일어났다. 이대로라면 저 수송성에 부딪혀 반파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탈출선을 타고 도망쳐야 하는 것은 아닐까?

‘탈출선을 탄다고 해도 도망치는 건 불가능해.’

워프기능이 없는 소형탈출선으로는 항성계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한창 전투중인, 정신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뻔히 대놓고 도망치는 상황에서 탈출을 시도했다가는 기관포에 먼지가 되어 사라질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방법이 없나...”

람은 머리를 굴렸다. 재수없게 적을 잘못골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그냥 목숨을 내어줄 수는 없었다.

쾅! 콰쾅!

현재 포르노스타는 반전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기관포를 날려대고 있었다.

“적함 피해는 없습니다!”

“젠장! 대체 무슨 장갑을 달고 있길 래 기관포에도 버티는 거야?”

이럴때면 양전자포나, 광입자 포라도 달아놓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격필살로 적함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포와 수폭으로 적함을 반파시킨 이후 돌입하여 함선을 탈취하는 것이 주 목적인 해적인 만큼 그다지 필요한 무장은 아니라는 생각에 고려하지 않았다.

이렇게 근거리에서 기관포세례를 얻어맞으면서 버틸 수 있는 함선이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서서히 디스플레이를 가득 메워가는 적함의 모습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은백색의 외장에 별다른 장식은 없었다. 모습 자체는 섀넌급 스타쉽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고, 다만 다른 것이라고는 기체안에 대부분 감춰져 있는 양전자포의 모습이었다. 포구만 덜렁 머리를 내밀고 있으니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쉽게 알아볼 수 없었다.

“젠장. 가진 무장을 전부 쏟아부어! 수폭 몇발이나 남았어?”

“4발입니다.”

“전부 터뜨려!”

“그러면 저희도 폭발범위에 휘말립니다!”

“어차피 이대로면 다 죽어! 수폭을 쏘자마자 워프기동 시작해!”

“적함을 꼬리에 달고 워프를...”

“나도 알아 이 자식아! 그냥 시키는대로 하라고!”

짜악!

람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부함장의 뺨을 후려갈겼다.

“내가 그런 멍청한 소리를 하라고 부함장으로 들여앉힌 줄 알아? 워프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우리에게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단 말이다!”

“아, 알겠습니다. 워프기동 준비!”

우우웅-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람의 고속정이 워프기동을 시작했다. 워프 드라이브의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10분. 그 시간동안 버틸 수 있을 까. 람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무조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적함. 워프엔진 가동했습니다.”

“방법이 그것밖에는 없겠지. 사출준비는?”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오케이. 그럼 잠시뒤에 보자고.”

준은 우주에서 활동하기 위한 강화복을 입고서 빠르게 사출장치로 이동했다. 보통 사출장치는 우주선에서 생산되는 쓸모없는 쓰레기등을 버리는 장치였다.

푸슛!

마치 장난처럼, 준의 몸이 사출장치를 통해 우주공간으로 튕겨져 나왔다. 보통이라면 관성으로 인해 영원히 준의 몸은 발사된 방향으로 날아가겠지만, 준의 몸은 알바트로스의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무시무시한 속도로 가속하며 적함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중력제어 3배 이상은 무리겠군.’

그 이상으로 능력을 사용하면 순식간에 마나가 바닥나 버린다. 최초 준이 그 기술을 이용했을 때 10초 이상 사용하기 힘들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정도로 쓸 수 있는 것도 대단한 발전이었다.

마나가 1만 이상으로 늘어난 덕분에 중력의 3배 정도의 가속력이면 대략 10분 정도는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이면 적함의 안으로 돌입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아. 통신 이상없나?]

[네. 잘 들립니다.]

[적당히 따라오면서 구경이나 하라고.]

[몸 조심하십시오.]

서은설의 약간은 달달한 목소리를 들으며 준은 적 함을 향해 날았다. 적함의 도주속도는 초속 50킬로미터가 넘었다. 대기상에서라면 있을 수가 없는 속도. 하지만 우주공간에서는 절대속도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물체와 자기자신간의 상대속도. 지금의 준에게 도주하는 적함은 그저, 4킬로미터 앞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물체일 뿐이었다.

번쩍!

“이크.”

준은 자신의 바로 옆에서 터진 기관포탄을 보며 고개를 슬쩍 돌렸다. 적함은 필사적으로 포탄을 쏟아붓고 있었다. 어차피 EX필드를 몸에 두르고 있기 때문에 기관포에 직격을 당해도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기다가 시어도어 대령의 항력전개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사실상 보기에만 아슬아슬할 뿐 본인은 전혀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이상물체 아군함선으로 접근중!]

함재기 스파르탄의 파일럿 사무엘은 레이더에 포착되는 물체를 확인하고는 빠르게 통신을 보내었다. 2미터 미만의 작은 물체였다. 그것이 무엇인가 궁금해 하기도 전에 현시창의 바로 옆으로 그것이 스쳐지나갔다.

“...사람?”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갔지만 극한으로 훈련받은 함재기 파일럿의 동체시력은 그것의 형태를 비교적 정확하게 포착했다.

[가, 강화복을 입은 인간인 듯 하다. 확인 바란다.]

[뭐라고?]

황당했는지 저쪽에서 바로 회신이 날아왔다. 하지만 사무엘은 그저 자신이 본 것을 전한 것 뿐이다.

[다시 전한다. 사람으로 여겨지는 물체가 빠르게 함선으로 근접하고 있다. 최대한 막아보겠다.]

그는 조종간을 잡아 당겨 속도를 올렸다. 당황스럽게도, 강화복을 입은 인간은 함재기보다도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꾹.

투투투투투!

스파르튼의 기관포에서 20mm발칸포가 맹렬히 사출되었다. 그의 뒤를 따라 나머지 네 대의 스파르탄도 준을 확인해고는 추격하기 시작했다.

“씁. 귀찮게...”

준은 자신의 꼬리에 따라붙은 스파르탄들을 보며 혀를 찼다. 저것들도 다 돈이니 만큼 가능하면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번쩍!

어지러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준의 사방에서 스파르탄이 움직이며 탄환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어느것도 준의 몸에 명중하는 것이 없었다. 타겟이 작은데다가 준이 적당히 회피기동을 하며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추적미사일은 전부 소모한 상태였고, 발칸포로 인간을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 결국 다섯 대의 스파르탄들은 준의 뒤를 쫓다가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근거리를 스쳐지나가는 기관포탄의 궤적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준은 기어코 적함의 동체위에 몸을 붙였다. 함선의 외피는 방사선과 워프시의 충격을 막기 위해 초초합금(Super-Super alloy)으로 이루어진다.

탄소와 탄소, 티타늄과 텅스텐, 그리고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이러한 합금강은 함선의 각 부분마다 조금씩 다르게 쓰였지만 어쨌거나 대부분 엄청난 강도를 자랑했다.

‘확실히 그냥은 못 뜯어내겠군.’

어설프게 니들리스 해머를 내리쳐봐야 시간만 오래 걸린다. 그렇다고 열고 들어갈 수 있는 해치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준은 고민하지 않고 라이트세이버를 꺼내들었다.

화앗!

밝은 빛과 함께 준의 손에 광자로 만들어진 검이 잡혔다.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검에서 느껴지는 예리함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슥삭.

몇 번 손을 놀리자 간단하게 우주선의 외피가 뜯겨져 나갔다. 그렇게 우주선의 한 구역을 잘라내자 순간적으로 안쪽에서 엄청난 풍압이 느껴졌다. 내부의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준은 순간적으로 관성제어를 이용해 그 힘에서 버티고는, 완전히 공기가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안쪽으로 들어섰다.

탁.

우주선 안쪽에 발을 딛은 준은 뻥 뚫린 천장을 보고는 손을 뻗었다. 제작기술 중, 수리를 통해 일단 뚫어놓은 구멍을 막으려는 것이다. 간단한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1만 가량의 경험치가 들어갔다.

그리고 구멍을 막자마자, 엄청난 충격파가 우주선을 뒤흔들었다. 수폭이 터진 것이다.

쿠쿠쿠-

“3구역, 12구역, 13구역 노출. 차폐합니다.”

“생명유지시스템 손상이 심각합니다. 산소농도가 감소합니다!”

“임펄스 엔진 정지! 워프드라이브에 손상이 있습니다. 가상용기에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반물질을 배출합니다!”

“기관실! 기관실!”

포르노스타의 함교는 엄청난 충격파 이후의 수습에 정신이 없었다. 적함을 방패처럼 두고 그 뒤에서 충격파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평시라면 엔진정지를 하고 긴급수리를 감행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적을 앞에두고서는 그럴 수도 없었다. 가능한한 빨리 워프엔진을 가동해 도망치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워프엔진은 가동가능한가?”

람의 질문에 오퍼레이터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가능합니다. 다만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상관없어! 일단 도망부터 치자고!”

“카운트 다운 들어갑니다. 60, 59, 58...”

비록 반물질의 일부가 빠져나가며 손상은 있었지만, 아직 워프드라이브의 가동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 람은 적함의 손실이 훨씬 크기를 빌며 초조한 얼굴로 카운트 다운을 바라보았다.

그때 오퍼레이터가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적함, 최대속도로 접근중! 피해는 전무!”

“뭐라고?”

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디스플레이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곳에는 자신들에 비해 훨신 더 타격을 받았어야 할 섀넌급 스타쉽이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1분은커녕 30초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젠장!”

쾅!

람은 손에서 피가 나도록 콘솔을 내리쳤다. 이제는 운에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적함은 자신들을 완전히 죽일 생각은 없는지 공격을 주저하고 있었다. 그 사이 도망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후. 겨우 찾았네.”

그리고 카운트 다운이 20초 가량 남은 시점에서, 준 알스버그가 함교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현재 준은 움직이기 거추장스러운 강화복을 벗어던진 상태였다.

“네놈은...?”

“그 얼굴, 실제로 보니 더 못생긴 것 같은데.”

“어, 어떻게?”

“연락 못받았어? 스파르탄들이 열나게 쫓아오기에 아는 줄 알았지.”

“그게 네놈이었나?”

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워프드라이브의 카운트 다운은 이제 10초를 채 남겨두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모두의 시선은 준에게 향해 있었다.

“7초 남았나?”

준은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디스플레이를 흘깃 보고는 워프드라이브를 직접 조작하고 있는 항해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커헉?”

그러자 그 자의 목을 붙잡으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준은 내뻗은 손을 오른쪽으로 휙 젖혔다. 그러자 그 행동에 맞추어 항해사의 몸이 허공을 날아 함교의 한쪽 벽에 쿵,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부딪혔다.

“염동력? 네놈! 헌터인가?”

“그게 궁금한 건가?”

준은 한심하다는 듯 람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준을 향해 겨누었다. 20발 들이 콜레트럴 사의 자동권총으로 반동도 적고 관통력도 뛰어난 실전형 권총이었다.

“어떻게 이곳으로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이 일이 수월해지겠군. 함장이라는 놈이 혼자서 적진의 한가운데로 뛰어들다니.”

람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단번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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