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68화 (26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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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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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센은 알파시티에 상주하며 준의 동정을 살폈다. 플랫폼에 너무 오래 있는 것은 눈에 띄기 때문에 애초에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다. 처음에는 주변 탐문으로 시작했지만, 곧 그는 준이 알파시티에 자주 내려 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 준과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정황을 파악한 그는 어떤 방식으로 그를 상대해야 할지 고민했다.

‘기습을 통해서 그 자만을 처리할 수 있다면 좋긴 할 텐데... 혼자 있는 경우가 거의 없군.’

그가 알파시티로 온 이후 그는 멀리서 준 알스버그를 관찰했다. 하지만 거의 혼자 있는 경우는 없었다. 사라센은 신중했다. 준의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얕볼 생각은 없었다. 이미 1000명에 가까운 군대를 삭제시킨 적이 있는 녀석이다. 사라센도 1000명의 군인들 하룻밤 새에 처리할 자신은 없었다.

‘어쩌면 나 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지.’

어린나이에 상급헌터에 오르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목표는 준의 죽음. 그렇다면 굳이 정정당당한 대결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의 특기 역시 은신과, 이어지는 일격필살의 기술이었다. 어지간한 헌터들도 모두 자신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그 중에는 그보다 더 강한자들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은 사라센의 준비성과 신중함 덕분이었다.

‘녀석이 혼자있을 때를 노리거나, 혹은 준비한 함정으로 끌어들여 처지한다.’

추적과 은신을 제외하고 그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분야는 함정설치였다. 도저히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는 함정에 죽은 헌터들의 수만 두자리가 넘었다.

‘저 녀석을 노려야겠군.’

그는 준의 뒤를 쫓아다니는 작은 소녀를 주시했다. 준이 상당히 아끼는 것으로 보아 가족일 거라고 추정되었다.

본래는 아기를 납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적극적인 보호대상인 아기를 납치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준이 알파시티를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그 소녀가 애완동물과 함께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했다.

‘잘 됐군. 둘 다 한꺼번에 납치하면 되겠어.’

무릎까지도 오지 않는 작은 개는 그다지 위협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남은 것은 사람이 드문 곳으로 유인하는 일 뿐이다.

헌데 운이 좋았는지 두 사람이 알파시티를 나섰다. 방벽이 없는 도시 바깥은 아무리 도시 근처라고 해도 위험하다. 헌데 전혀 무력이 없어보이는 소녀와, 그녀를 따르는 개 한 마리의 태도는 마치 동네 마실이라도 나가는 듯이 여유로웠다.

“검둥아. 그런데 어딜 가자는 거야?”

-그냥 산책이나 하자고. 최근에 너 살찐 것 같던데.

“핫? 나는 살이 안찌는 줄 알았는데?

-너 요즘 밖에 안나가고 집에서 뒹굴대기만 하는데 그러다가 부레옥잠처럼 된다.

“부, 부레옥잠이라니. 너무해.”

검둥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볼을 개구리처럼 부풀린 시미의 앞에서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그가 굳이 이렇게 움직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냄새가 구려. 아주 진동을 하는 군.’

얼마전부터 낯선 냄새가 그의 후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정확히 어디에서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준의 뒤를 따르다보면 어디선가 미묘하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이다. 확실한 느낌은 아니라 일단 준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는 결국 시미를 데리고 알파시티를 빠져나왔다. 그 녀석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목표가 준이라면 비교적 상대하기 수월한 시미를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도시를 나서자마자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시미. 네 능력은 어느정도까지 통하는 거야?

“어느정도라니?”

-상급헌터. 그러니까 그 토르라는 사람알지? 그 사람에게도 통하는 건가?

“아마 될거야. 오래 가지는 않겠지만.”

시미는 머리를 쓰기보다는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타입. 그녀의 감각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됐어. 그러면 그리 어렵진 않겠네.

“그런데 왜 그걸 물어보는 거야?”

-아. 저 사람에게 좀 쓸까 싶어서.

검둥이가 메시지를 보내며 동시에 고개를 오른쪽으로 휙 돌렸다. 거기에는 거의 주변의 색과 완벽하게 동화된 한 남자가 있었다.

“칫.”

사라센은 갑자기 검둥이가 고개를 돌리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건 우연히 고개를 돌린 것이 아니라 정확히 자신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개 한 마리와 여자아이다. 그는 은신을 풀고 재빨리 시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추적술에는 당연하게도 이동기가 포함된다. 아무리 눈썰미가 좋아도 흔적을 쫓아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팟!

순식간에 거의 10여미터를 도약한 사라센이 시미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아니, 낚아챘다고 생각했다.

“응...?”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손에서 사라지는 시미를 보며 당황했다. 방금전까지 눈앞에 있던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

“은신술인가?”

어쩌면 자신처럼 몸을 숨기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10대 중반에 자신의 눈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는 은신술이 있다는 것은 그를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젠장! 어디냐?”

주변의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소녀와 개의 모습은 없었다. 그는 바닥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흔적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감히 내 눈을 속이고 도망쳤다 그건가? 일단 잡기만 하면 제대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

제법 어린 것이 데리고 노는 맛이 있을 것 같은 아이였다. 충혈 된 눈을 희번득이며 그는 땅을 박차며 달렸다.

“하암... 언제까지 해야 돼?”

-지칠때까지. 저 녀석 꽤 위험해 보여서 말이야.

“슬슬 나도 지쳐가는데.”

-저 녀석 잡으면 형님이 좋아할거야. 혹시 모르지 선물이라도 줄지도?

“서, 선물?”

-뭘 생각하는지 눈에 뻔히 보이는 구만.

검둥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시미는 정신을 집중하며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사라센을 노려보았다. 시미의 능력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정신교란’이었다. 애초에 의식하지 못하면 준의 눈마저도 속일 수 있을 정도였으니 사라센이 버티지 못하고 걸려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준은 언제와?”

-지금.

검둥이가 고개를 들어 머리위를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셔틀 하나가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라센도 볼 수 있었다. 그는 달리기를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앞으로 계속 달리고 있음에도 그것은 자신의 머리위로 계속해서 하강하고 있었다.

‘뭐지...?’

제자리에 서자 그대로 밑으로 내려왔다. 저 정도 크기의 셔틀이 그렇게 빠르게 방향전환을 할 수 있을리 없었다. 그는 자신이 무언가에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이목을 속일 정도의 능력이라니...’

사라센은 최대한 감각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당황하는 바람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의심을 가지고 주변 마나의 흐름을 탐지하니 확실히 부자연스러운 데가 있었다. 그는 허리춤에 찬 단검을 꺼내어 강하게 바닥을 내리찍었다.

“하앗!”

파앙!

순간적으로 사라센의 몸을 중심으로 기파가 뿜어져 나가며 시미의 교란이 깨졌다. 마치 유리처럼 산산조각나 부서지는 세계너머, 놀란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가 있었다.

“감히!”

은신술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였다. 하지만 오늘 훨씬 어린 녀석에게 그 자부심이 흔들리자 사라센은 필요이상으로 분노한 상태였다. 그 때문에,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또 다른 생명체의 존재를 잠시 잊고 말았다.

파앙!

거의 일직선으로 시미를 향해 쇄도한 그는 들고 있던 단검을 그대로 시미를 향해 그었다. 평소라면 이렇게 까지 잔인한 수를 쓰진 않았겠지만, 그녀가 자신을 농락했다는 사실에 상당히 분노하고 있었다.

“사람을 무시하면 안 되지.”

“헛?”

사라센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들이미는 거대한 늑대를 보며 숨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이미 물러서기에는 늦은 상황. 그는 들고 있던 단검을 최대한으로 밀어넣으며 자신의 모든 마나를 쏟아부었다.

“일천세!”

단 일격에 천 번의 찌르기를 담는다는 사라센의 기술 일천세가 펼쳐졌다. 순식간에 단검 하나에서 무수히 많은 칼날이 뻗어나왔다. 단 한 개의 검에서 천개의 검기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이었다.

부아앙!

쏟아지는 검기와 검둥이가 거대한 주먹과 맞부딪혔다.

콰앙!

두 사람의 공격이 부딪히는 순간 충격파가 원형으로 퍼져나갔다. 먼저 튕겨나간 쪽은 사라센이었다.

“커헉!”

입에서 피를 뿜으며 거의 이십여 미터를 날아간 사라센은 엄청난 기세로 땅에 머리부터 처박힌 것도 모자라 그 뒤로도 몇미터를 더 밀려났다.

“끄응... 쿨럭!”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입에서 피를 한 사발이나 토한 사라센은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온몸의 뼈가 산산이 부서진 듯한 느낌이었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겨우 목 정도. 역류하는 피가 기도를 막지 않게 고개를 돌리는 것이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런 그의 머리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대, 대체...”

“겨우 그런 실력으로 우리를 노리다니 한심하군.”

거대한 늑대인간의 눈에서는 샛노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노란색 외도의 증거. 하지만 직접 마주쳐본 느낌으로는 보통의 노란색 외도가 아니었다. 그정도였다면 자신의 일천세를 막을 수 없었을 테니까.

“크윽.”

그는 다시 피를 토하며 혼절했다. 하지만 검둥이가 그의 명치를 지그시 누르자 다시 정신이 번쩍 들며 고통이 이어졌다.

“크아아악!”

“형님 얼굴은 보고 죽어야지. 안그래?”

검둥이의 거대한 덩치 뒤로 셔틀 한기가 서서히 지상으로 착륙하고 있었다.

셔틀에서 내린 준은 검둥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발치워 임마. 얼굴이 안보이잖아.”

“네. 형님. 아는 놈입니까?”

“아니. 처음보는 놈이네. 야. 너 누가 보낸거냐?”

준은 사라센의 몸을 염동력으로 일으켰다. 어차피 상태를 보아하니 오래살기 힘든 놈이었다.

“크윽. 알아서 뭐하게?”

“어차피 넌 죽을테니까, 널 죽을 자리로 보낸 놈에게 대신 복수해주지.”

“무슨 개소리를...”

“싫으면 말고. 어차피 곧 죽을텐데.”

준의 말에 사라센은 자신의 몸상태를 체크해보았다. 저 괴물같은 늑대인간과 부딪히는 순간 온몸의 뼈가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다. 장기는 이미 태반이 망가졌고, 폐는 부러진 뼈에 찔렸는지 제대로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이대로라면 그의 말대로 곧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진심으로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았다.

“누군지 알려주면 살려줄건가?”

“생각해보고.”

준은 심드렁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검둥이의 설명에 따르면 이 녀석은 시미를 납치하려 한 녀석이다. 물론 시미는 납치를 하려고 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그런 녀석이 아니다. 어지간한 헌터는 시미에게 상처도 낼 수 없고, 좀 강력하다고 해도 정신교란이나 음파공격 한방이면 천국행이다.

하지만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를 준은 용서할 수 없었다. 어린 여자아이를 납치해서 할 일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는 것은 분명했다.

“야, 약속해주면 이야기 하겠다.”

“좋아. 목숨만은 붙여주지.”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목숨만은 붙여줄 것이다. 대신 그게 죽는 것 보다 나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한 편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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